야구에는 많은 포지션과 보직이 존재하는 탓에 모든 포지션을 완벽하게 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항상 구단들은 팀의 약점인 포지션을 보강하기 위해 애쓰고, 결국 '약점'을 얼마나 메웠느냐가 팀의 한 시즌 농사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지난 시즌 10개 구단의 약점 보강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각 구단의 '물음표 포지션'과 시즌 후 결과에 대해 구단별로 살펴보도록 하자. [편집자말]
1. LG 트윈스의 물음표 – 우익수

과거 LG는 리그 최강의 외야진을 구축한 팀이었다.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에 이대형과 이택근까지 갖춰 '국가대표급 라인업'이라는 평까지 들었다. 특히 이병규-박용택-이진영으로 이어지는 외야 라인은 LG 타선을 지탱하는 하나의 축이었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 앞에 모든 것은 사라지는 법. 1974년생 이병규, 1979년생 박용택, 1980년생 이진영은 어느덧 베테랑을 넘어 노장이 되었고, LG는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이병규는 2014시즌을 기점으로 출전 기회가 점점 줄어들었으며, 박용택은 2015시즌 중반부터 지명타자로 자리를 옮겼다. 2015시즌 후반기 LG의 주전 좌익수는 이병규(7), 주전 중견수는 임훈이었다.

여기에 2015시즌 종료 이후에는 이진영마저 2차 드래프트로 팀을 떠났다. 이진영은 LG에서 7시즌간 평균 108경기를 소화한 주전 우익수. 세대 교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동시에 2016시즌 우익수 공백이 우려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LG가 너무 성급한 결정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진영의 공백을 지우고 주전 외야수로 도약한 LG 채은성 (사진: LG 트윈스)

이진영의 공백을 지우고 주전 외야수로 도약한 LG 채은성 (사진: LG 트윈스)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2016시즌 개막전, LG는 선발 우익수로 이천웅을 내세우며 주전으로 낙점했다. 이천웅은 개막전부터 4타수 3안타 1홈런으로 맹활약하며 단숨에 주목받는 선수로 떠올랐다. 그는 개막 첫 3경기에서 모두 선발 우익수로 나서며 12타수 7안타, 타율 0.583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의 활약은 거기까지였다. 3할을 웃돌던 타율은 점차 떨어졌고, 5월 중순에는 2할 6푼대까지 추락했다. 개막전 이후 첫 홈런이 나오기까지는 15경기가 걸렸으며, 이후에는 5월 13일까지 15경기동안 단 하나의 장타도 때려내지 못했다. 결국 LG는 5월 14일 SK전을 앞두고 그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이후 LG는 주전 우익수 자리를 채은성에게 맡겼다. 채은성은 이전까지 32경기에서 타율 0.250에 3홈런 16타점으로 그다지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선수. 선발과 교체를 오가는 백업 플레이어였고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를 오가며 포지션도 명확치 않은 상태였다. 당시만 해도 그가 시즌 마지막까지 주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 결정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이전까지 선발과 대타를 오가며 자리를 잡지 못했던 채은성은 주전 우익수로 자리잡은 이후 괄목상대한 모습을 보여줬다. 주전으로 자리잡은 이후 96경기 타율 0.328에 6홈런 65타점으로 확 달라진 모습. 약점으로 꼽히던 선구안도 상당히 좋아진 모습을 보였으며,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이어갔다.

이 활약을 바탕으로 그는 단숨에 LG 외야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이진영을 보낸 LG의 결정에 의구심을 표하던 언론들은 채은성의 활약을 연일 보도했고, 팬들은 그에게 '은별', '실버스타' 등 별명을 붙여주며 환호를 보냈다.

다만 그에게도 아쉬운 점은 있다. 역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장타력. 그는 2016시즌 장타력에 극심한 기복을 보였다. 3경기에서 2홈런을 터트리며 좋은 모습을 보이다가도 긴 기간 침묵하기 일쑤였다.

그는 7월 30일 이후 정규시즌 종료까지 39경기동안 홈런을 터트리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10경기에서도 홈런을 기록하지 못하며 무홈런 행진이 무려 49경기 동안 이어졌다. 장타력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의 활약은 한 시즌 동안의 '반짝 활약'으로 기억될 수도 있다.

2. kt 위즈의 물음표 – 포수

1군 진입 첫 시즌인 2015시즌, kt 위즈는 예상대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외국인투수와 토종투수, 그리고 내야와 외야를 막론하고 어느 하나 확실한 것이 없었다. 마르테의 3루, 박경수의 2루를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포지션이 물음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물음표는 역시 포수였다. 2015시즌 도중 팀의 최고 유망주 박세웅을 내주며 데려왔던 장성우는 사생활 논란으로 사실상 경기에 내세울 수 없게 됐다. 2015시즌 포수로 무려 808 2/3이닝을 소화한 장성우를 잃으면서, kt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베테랑 용덕한은 2015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NC에 내줬고, 젊은 포수들은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트레이드로 또 다시 포수를 영입하기에는 다른 포지션도 그다지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 결국 kt는 마땅한 대책 없이 2016시즌을 시작했다.

 포수 장성우의 공백을 지우는데 실패한 kt (사진: kt 위즈)

포수 장성우의 공백을 지우는데 실패한 kt (사진: kt 위즈)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2016시즌, kt의 첫 선택은 고양 원더스 출신 김종민이었다. 개막전의 포수 마스크는 윤요섭이 썼지만, 4월 중반부터는 줄곧 김종민이 선발 포수로 나섰다. 4월 14일 처음으로 선발 포수로 등장한 김종민은 8월 4일까지 61경기에 선발 포수로 나섰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았다. 그는 8월 4일까지 총 78경기에서 타율 0.244, 홈런 없이 20타점에 그쳤다. 안타는 고작 44개밖에 되지 않았고, 그나마 이 중 장타는 단 3개 뿐. 도루저지율 역시 20.3%로 처참한 수준이었다. 결국 kt는 8월 5일 LG전을 앞두고 그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후 그는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부상을 당하며 다시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김종민에 이어 주전 마스크를 쓴 선수는 이해창이었다. 이전까지 주로 백업 포수로 나서던 그는 김종민의 2군행 이후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8월 4일 이후 kt의 50경기 중 49경기에 선발 포수로 나서며 안방을 단단히 지켰다. 그는 무려 47.0%의 도루저지율을 선보이며 강력한 어깨를 뽐냈고, 홈런 6개, 2루타 10개로 김종민보다는 나은 장타력을 보여줬다.

다만 그 역시 아쉬운 점은 있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역시 포구와 블로킹. 그는 2016시즌 8개의 실책과 6개의 포일을 기록했다. 어깨는 강하지만 공을 받는 능력은 낙제점이었던 셈이다.

또한 타석에서도 장타력은 있지만 정확성과 선구안은 최악에 가까웠다. 그의 타율은 0.203에 불과했고, 삼진(65)은 볼넷(9)의 7배를 넘어섰다. 냉정히 말해 어깨와 일발 장타 외에는 포수로서의 장점이  보이지 않았다.

두 명의 포수가 모두 아쉬운 모습을 보인 kt로서는 2015시즌 좋은 활약을 보여준 장성우가 그립지 않을 수 없었을 터. kt 김진욱 감독은 최근 장성우에게도 기회를 줄 것을 밝히며 그의 복귀를 기정사실화했다.

장성우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 kt에게나, 장성우의 공백을 틈타 주전으로 도약하지 못한 여러 포수들에게나 2016시즌은 아쉬움이 가득한 해였다. (관련 기사: 각 구단들은 약점 포지션을 어떻게 극복했나 ④ KIA/롯데)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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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계민호 기자/ 감수 및 편집: 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상시모집 [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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