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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부도를 모시고 있는 영월군 무릉도원면 법흥시 적멸보궁
▲ 적멸보궁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부도를 모시고 있는 영월군 무릉도원면 법흥시 적멸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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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군 무릉도원면 무릉법흥로 1352(법흥리)에 소재한 법흥사. 예전 영월군 수주면이 '무릉도원면'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경치가 뛰어난 이곳을 무릉도원면으로 바꾼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지난 8일 삼사순례(三寺巡禮) 여정 두 번째로 찾아간 법흥사.

법흥사는 통일신라 말기 9산선문(편집자 주 : 선종이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후 신라 말 고려 초에 형성된 9개의 산문) 중 사자산문(獅子山門)의 중심도량인 흥령선원지의 옛 터다. 흥령선원은 자장율사가 창건했으며 도윤국사와 징효국사 때 크게 번성했다. 신라 진성여왕 4년인 891년 전쟁으로 소실된 것을 고려 혜종 1년인 944년에 중건했으나, 또다시 소실돼 천년 세월을 그 명맥만 이어오다가 1902년 법흥사로 개칭했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도를 닦았다고 전하는 석분
▲ 석분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도를 닦았다고 전하는 석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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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흥사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과 보물 제612호인 징효대사 보인탑비, 강원도지정 유형문화재 제72호인 징효대사 부도, 도 지정 유형문화재 제73호인 법흥사 부도, 도지정 유형문화재 제109호인 법흥사 석분 등이 자리하고 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다는 부도가 벽 너머로 보이는 적멸보궁은 법흥사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삼사순례 두 번째로 찾아간 법흥사. 버스로 무릉도원을 굽이굽이 돌아 찾아간 법흥사 주차장에는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버스 몇 대와 승용차들이 서있다. 주차장에서 금강문을 지나 먼저 징효대사 보인탑비와 부도를 돌아본다. 보물인 징효대사 보인탑비는 고려 혜종 1년인 944년에 세운 것이다.   

흙으로 위를 덮고 봉토를 올리기 위해 토굴 주변에 석축을 둘렀다
▲ 석분 흙으로 위를 덮고 봉토를 올리기 위해 토굴 주변에 석축을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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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흥사 적멸보궁에 오르다

그동안 법흥사를 몇 번인가 찾았다. 지난번에 들렸을 때와는 또 달라진 경내를 둘러본 후, 돌로 바닥을 깐 길을 따라 적멸보궁으로 오른다.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은근히 비탈진 길을 걸어 오르려니 이마에 땀이 흐른다. 길이 가팔라지는 곳에 마침 우물이 있다. 시원한 물로 갈증을 풀고 흙길로 조성된 산길을 따라 걷는다.

절 입구에서부터 들리는 정근(편집자 주 : 부지런히 불보살들의 명호를 부르는 것)은 '화엄성중'을 읊고 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으면 당연히 '석가모니불'로 정근을 해야지만 왜 '화엄성중'일까? 그렇게 절을 찾아다녔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적멸보궁 앞에 도착하니 산비탈을 바라보고 축조된 적멸보궁은 날이 차서인가 어간문을 닫아놓고 좌우로 출입하고 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다는 부도탑 앞에 촛불을 밝혔다
▲ 부도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다는 부도탑 앞에 촛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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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멸보궁 안에 들어가 예를 올려야겠지만 마음이 바쁘다. 보궁 뒤편에 있는 부도와 석분을 보려면 보궁과 석분 사이에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보궁 벽을 돌아 바로 부도 앞으로 가 두 손을 모은다. 더 가까이에서 부처님 진신사리의 기운을 느끼고 싶어서이다. 한낱 부족한 인간이라는 것이 이런 데서 나타나는 것일까?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는다.

"제발 이 어지러운 나라의 혼돈이 하루빨리 끝날 수 있도록 기원합니다"라는 간단한 발언을 쉴 새 없이 반복하면서 고개를 들지 못한다.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는데 서민들의 삶이 막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나 "못 살겠다"는 소리만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휴일을 이용해 적멸보궁을 찾아온 사람들도 요즈음 들어 더 많아진 것 같다는 이야기다. 누구나 같은 생각일 것이다. 하루빨리 이 국정농단의 어지러움이 끝나길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법흥사 부도탑은 독특한 문양을 갖고 있는 강원도 지정 유형문화재이다
▲ 부도 법흥사 부도탑은 독특한 문양을 갖고 있는 강원도 지정 유형문화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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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멸보궁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돌무덤과 부도

법흥사는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의 한 곳으로 대표적인 불교 성지로 자리를 잡고 있다. 신라 때 자장율사가 당나라 청량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석가모니불의 진신사리와 가사를 전수하여 643년에 귀국하여 오대산 상원사, 태백산 정암사, 영축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 등에 사리를 봉안하고 마지막으로 이 절을 창건하여 진신사리를 봉안했다고 한다.

당시 사명을 '흥녕사(興寧寺)'라 하였다고 전하는데 적멸보궁 뒤에는 진신사리를 봉안했다는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73호인 영월 법흥사 부도와 유형문화재 제109호인 토굴인 석분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석분은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도를 닦던 곳이라고 전하지만 그 형태로 보면 고려 때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주차장에서 올려다 본 법흥사. 뒤편에 보이는 산이 아름답다
▲ 법흥사 주차장에서 올려다 본 법흥사. 뒤편에 보이는 산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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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분은 낮은 언덕으로부터 내려오는 완만한 경사를 이용하여 흙으로 위를 덮고 봉토를 올리기 위하여 토굴 주변에 석축을 올렸다. 내부 구조로 보면 고려 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며 내부의 높이는 160㎝, 깊이 150㎝, 너비 190㎝이다. 석분 안을 들어갈 수 없어 실내의 형태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돌방 뒤편에는 고승의 유골을 모신 돌널(편집자 주 : 유해를 모시기 위해 돌로 쌓은 구축물)이 있다고 한다.

부도탑 앞에는 누군가 촛불을 켜 놓았다. 우리 민족에게 촛불이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불을 밝히는 목적만이 아니라 촛불을 켜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간구를 하는 것이다. 하기에 촛불이란 바로 이루고자 하는 서원은 담아 신에게 도움을 받기를 서원하는 것이다. 전국에서 밝힌 수많은 촛불의 염원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도 그 때문이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5대 보궁. 그중 한 곳인 영월군 무릉도원면 법흥사. 하루 만에 세 곳을 돌아야 하는 바쁜 일정으로 인해 오래도록 손을 모을 수는 없지만 짧은 시간에 정신을 집중하여 간절함을 띄워 보낸다. "2017년 이 나라에 부디 평안함이 있기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티스토리 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적멸보궁, #법흥사, #영월, #무릉도원면, #진신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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