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먼 곳만 보네요 내가 바로 여기 있는데/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날 볼 수 있을 텐데" -러브홀릭, '인형의 꿈'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마음 모두 네게 줄게/ 차가운 나를 움직이는 너의 미소" - <내 이름은 김삼순>OST 중 클래지콰이, 'She is'

위의 두 곡은 노래를 즐겨듣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웬만해서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웬만해선 '좋은 곡'이라 일컬을 것이다. 그래서 오래도록 사랑받고 불리고 있다. 특히 '인형의 꿈'은 발표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하는 '명곡'이다.

두 곡을 만든 주인공은 강현민이다. 프로듀서 및 작곡가로 꾸준히 활동 중이며, 일기예보와 러브홀릭의 멤버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브릭이란 밴드에서 곡을 만들고 노래하고 있는데, 16년 만에 솔로 앨범을 발표한다고 해서 그 현장을 찾았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신사동 팝라운지에선 열린 강현민의 EP앨범 <리플렉티브>의 발매 기념 간담회를 전한다.

'멜로디 메이커' 강현민, "멜로디 좋은 곡이 오래 가더라"

강현민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팝라운지에서 싱어송라이터 강현민의 새 EP앨범 < Reflective > 발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강현민은 일기예보, 러브홀릭, 브릭 등에서 활동해온 가수 겸 작곡가, 프로듀서로서, '인형의 꿈' 작곡가로 잘 알려져있다. 이번 앨범의 주제곡은 '추억'이며 꽃잠프로젝트의 김이지가 피처링했다.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팝라운지에서 싱어송라이터 강현민의 새 EP앨범 < Reflective > 발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 플럭서스 뮤직


이날 간담회는 강현민과 함께 팀으로 활동하고 있는 브릭의 보컬이자 뮤지컬 배우 허규의 사회로 진행됐다. 사회라고 하지만 안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듯 편안한 분위기에서 간담회가 진행됐다. 허규는 강현민에 대한 소개부터 시작했다.

"이문세, 이소라, 박혜경, 거미, 성시경, 박기영, 조성모, 알렉스, 임형주 등 많은 가수들의 곡을 만든 분입니다. 어반자카파 조현아와 함께 부른 tvN드라마 <치즈인더트랩>OST 등도 만들었고요. 아티스트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무려 16년 만에 솔로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강현민은 뛰어난 '멜로디 메이커'로 인정받는 싱어송라이터다. 그가 만든 러브홀릭의 '화분'도 멜로디가 좋은 대표곡이다.

"개인적으로 도약이 있는 멜로디를 좋아해요. 완성된 음악을 들을 때 멜로디가 좋으면 다른 건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전체적 사운드의 느낌, 프로듀싱에 있어서 아이디어적인 요소로 음악을 많이 판단하는 것 같아요. (겉으로 보이는) 패션 처럼요. 저는 아직도 폴 매카트니를 좋아하는데 그의 음악이 대표적으로 멜로디컬한 노래라고 생각해요."

이를 듣고 있던 허규는 "현민 형이 늘 좋은 멜로디를 강조하기 때문에 오래 기억에 남는 곡을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스테디셀러 곡들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배경이 바로 '멜로디'에 있었다.

못 말리는 완벽주의자, 눈 낮추고 16년 만에 새 앨범

강현민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팝라운지에서 싱어송라이터 강현민의 새 EP앨범 < Reflective > 발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강현민은 일기예보, 러브홀릭, 브릭 등에서 활동해온 가수 겸 작곡가, 프로듀서로서, '인형의 꿈' 작곡가로 잘 알려져있다. 이번 앨범의 주제곡은 '추억'이며 꽃잠프로젝트의 김이지가 피처링했다.

강현민은 일기예보, 러브홀릭, 브릭 등에서 활동해온 가수 겸 작곡가, 프로듀서로서, '인형의 꿈' 작곡가로 잘 알려져있다. ⓒ 플럭서스 뮤직


<리플렉티브>는 첫 솔로 앨범인 <쉬>(She) 이후 16년 만에 발표하는 앨범이다. 미발표곡 200여 곡 중에서 5곡을 추려서 실었다. 16년, 200곡 중 5곡. 이 숫자들만 봐도 그가 얼마나 완벽주의자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도 인정했다.

"더 좋은 노래를 만들고, 더 잘 부르고 싶은데 제가 이상향으로 삼은 것에 늘 못 미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점이 가장 힘들었죠. 그래서 16년 동안 못 내다가 '눈을 낮추자' 하고 이상을 낮게 잡고 이렇게 앨범을 냈어요."

주제곡은 '추억'이다. 꽃잠프로젝트의 김이지가 피처링했다. '추억'이란 곡은 그가 만든 지 무려 13년된 곡이라고 한다. 너무 좋아서 10년 동안 아무도 안 들려줬고 본인의 이번 솔로 앨범에 넣게된 것이다. 워낙 다른 뮤지션들에게 곡을 많이 주기 때문에 정말 좋은 곡은 '내가 꼭 할 거야'란 생각으로 비밀스럽게 숨겨놓는다. 그렇게 애지중지 여기는 곡을 꺼냈을 때 그걸 들은 주변인들도 "이 곡을 주제곡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줘서 어렵지 않게 결정하게 됐다.


그는 솔직한 화법으로 이야기했다. "솔직히 제 노래에 자신이 없어요"라고 툭 던지듯 말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일기예보를 할 때도 노래를 잘하고 싶은데 그게 안 돼서 부담을 많이 가졌고 새 노래를 몇 번 시도했는데 자신의 노래가 마음에 안 들어 미루거나 접은 적도 꽤 있었다. 갈수록 높아지는 눈 때문에 이러다가 아무것도 못 내겠단 생각이 들었고, 그제야 "이상을 낮추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결심하게 됐다. 16년 만에 이 앨범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취향이 확실한 사람... 까칠한 보컬 좋아해

강현민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팝라운지에서 싱어송라이터 강현민의 새 EP앨범 < Reflective > 발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강현민은 일기예보, 러브홀릭, 브릭 등에서 활동해온 가수 겸 작곡가, 프로듀서로서, '인형의 꿈' 작곡가로 잘 알려져있다. 이번 앨범의 주제곡은 '추억'이며 꽃잠프로젝트의 김이지가 피처링했다.

이번 앨범의 주제곡은 '추억'이며 꽃잠프로젝트의 김이지가 피처링했다. ⓒ 플럭서스 뮤직


강현민은 취향이 확실한 사람 같았다. 무엇이 '좋고', 무엇이 '싫은'지 확실하게 이야기했다. 특히 음악에 있어서 더 그랬다. 그는 어두운 노래를 좋아한다. 이번 앨범에 실린 '1234', '추억', 'Can't Control', 'Such', '그런 나 그런 너' 총 5곡 중에서 Can't Control'만 밝은 곡이고 나머지 4곡은 모두 어두운 노래다. 나이가 들수록 사랑노래보다 '세상 별 거 없다'는 염세적 곡을 쓰게 된다고도 털어놨다.

"예전에는 '이게 아니면 죽을 것 같다' 생각한 적이 많은데 40살이 넘어가면서부터 그때 일이 정말 별 거 아니었단 생각을 자주 해요. 그게 노래에 염세적으로 표현되고요."

보컬에 대한 취향도 확실하다. 박정현, 린, 거미, 조현아(어반자카파) 등 여가수와 함께한 곡이 많은데 가장 잘 맞는 보컬으로 박혜경을 꼽았다. 유려하고 매끈한 보컬보다 박혜경처럼 까칠까칠하고 비트도 흐트러지는데 그 안에 자기 것이 있는 보컬이 좋다고 했다.

노래 듣는 취향 역시 확실하다. 15년 전부터 거의 똑같은 음악만 듣고 있다. 라디오헤드, 폴 매카트니, 에어로스미스, 유투가 그것이다. "이런 음악들만큼 저를 감동시키는 음악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카메라를 싫어하는 것도 확실한 취향이었다. "카메라 앞에서 노래하면 너무 어색해서 방송활동은 안 하고 싶다"며 "그래도 회사를 위해 도리를 지켜야 한다면 할 수도 있다"며 웃어보였다. 끝으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사람들이 저를 모르면 좋겠어요. 그냥 제 음악을 듣고 '이 사람이 이런 노래를 부르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그 정도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아, 방송은 싫지만 공연은 하고 싶어요. 소극장 공연이요."

강현민 일기예보 러브홀릭 인형의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