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 수정: 14일 오후 3시 28분]

"프랑스 르몽드나 르피가로는 나를 비판한 적이 없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외신의 비판적 평가를 일축했다. 반 총장은 지난 12일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일부 국내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활동에 대한 외신의 비판적 보도는 아시아 출신 총장에 대한 영미권 언론의 편견과 인종주의 때문이지 객관적 평가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반 전 총장은 "특히 영미 계통 언론들이 나에 대해 비판적"이라면서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 나를 비판한 기사가 있는지 찾아보라"며 프랑스 대표 일간지인 <르몽드>와 <르피가로>를 직접 거명하기도 했다. 과연 반 총장의 말은 사실일까?

'믿는 도끼' 르몽드 "반 총장 '외교 교황' 역할만... 실망스럽다" 

'오마이팩트'가 프랑스 언론 기사를 검색했더니 반 전 총장의 말은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공교롭게 반 전 총장이 굳게 믿었던 <르몽드>는 지난 12월 31일 유엔 사무총장 퇴임 날에 맞춰 반 총장의 지난 10년이 '실망적'이었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관련기사)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2016년 12월 31일 보도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지난 10년이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2016년 12월 31일 보도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지난 10년이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 르몽드

관련사진보기


<르몽드> 뉴욕 주재 유엔 특파원인 마리 뷰로 기자는 "반기문 총장은 유엔의 고질적인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10년 동안 '외교 교황' 역할만 수행했다"면서 "재임기간 세계는 더 분열되고 불확실해졌고 시리아 내전으로 신뢰를 잃은 조직을 후임자에게 넘겼다"고 지적했다.

<르몽드>는 시리아 내전뿐 아니라 테러리즘, 난민, 인권 문제 관련 반 총장의 실정과 무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르몽드>는 반 전 총장이 이번 귀국 인터뷰에서 자신의 치적으로 강조했던 유엔의 사형제 유예 권고 관련해서도, 반 총장이 지난 2007년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 사형 집행 당시 "사형 문제는 각 회원국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사형제 반대에 소극적이었음을 상기시켰다. 아울러 반 총장이 재선을 앞두고 중국의 지지를 얻으려고 중국 정부의 지식인 탄압에 침묵했다고 꼬집었다.

또 유엔이 지난 2015년 예멘 반군 지역 학교, 병원 등을 공습해 수많은 어린이를 학살한 사우디아라비아를 아동인권침해 국가 명단에 올린 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유엔 분담금을 끊겠다고 위협하자 반 총장이 이를 철회한 사실도 거론했다. 그나마 파리 기후변화 협약을 반 총장의 거의 유일한 업적으로 평가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의 반대에 직면한 상황이다.

영미 언론은 "최악의 총장" 비판... 프랑스 언론도 예외 아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입국 소감 밝히는 반기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 소감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물론 지난해 5월 반 총장을 "가장 아둔한 최악의 총장"이라고 평가한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관련기사)나 지난 2013년 반 총장을 '보이지 않는 사무총장'이라고 평가한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의 조나단 테퍼먼 편집장과 같은 영미권 언론에는 강도가 미치지 못하지만 프랑스 언론 평가도 그렇게 호의적이진 않았다.

프랑스 24시간 국제뉴스채널 '프랑스24'도 지난 12월 13일 '보이지 않는 사람(invisible man)'이라 불리던 반 총장이 유엔을 떠난다면서 그의 장단점을 짚었다.(관련기사)

'프랑스24' 뉴욕 특파원인 샘 볼 기자는 "반 총장은 인도주의를 옹호하는 양심적인 정치가로 기억되겠지만 세계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분투해 왔다"면서 "그는 절제된 스타일과 카리스마 부족으로 외교가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강한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르몽드>와 마찬가지로 파리 기후변화 협약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UN 평화유지군으로 인한 아이티 콜레라 창궐 문제를 비롯한 온갖 비극적 상황이나 전쟁 범죄, 잔학 행위에 직면해서는 '충격', '슬픔'이란 표현을 넘어서는 단호한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 대통령'이라 불릴 만큼 책임과 권한이 막중한 자리다. 그런 권력자 비판에 국경이 있을 수는 없다. 영미권 언론이 상대적으로 반 총장을 더 강하게 비판했을 수는 있지만 프랑스나 다른 유럽 국가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더구나 프랑스 <르몽드>에 자신을 비판한 기사가 없다는 반 총장 발언은 정확한 사실이 아니었다. 이에 '오마이팩트'는 반 총장의 이 발언을 '거짓'으로 판정했다.

반 총장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외신의 비판에도) 한국 국민과 언론의 적극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이 힘의 원천이 됐는데 최근 한국에서 비판이 너무 많이 나온다"며 한국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외국 정상들이 자신의 눈앞에서 한 '칭찬'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론의 평가는 외교관의 수사보다 냉정하고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영미권, 비영미권, 한국 언론식의 편 가르기는 자신의 눈만 가릴 뿐이다.

[대선기획취재팀]
구영식(팀장) 황방열 김시연 이경태(취재) 이종호(데이터 분석) 고정미(아트 디렉터) 기자


태그:#반기문, #르몽드, #이코노미스트
댓글1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이 정도면 마약, 한국은 잠잠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