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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와 근대와 현대에 이르는 동안, 서양에서는 적어도 40퍼센트부터 많게는 80퍼센트까지 나라살림을 전쟁에 쏟아부었다고 합니다. 참으로 어마어마하지요.
2000년대를 넘어 2010년대를 지나는 동안 지구 사회에서 미국이 가장 힘이 센 나라로 보입니다. 어쩌면 2020년대에도 미국이 가장 힘이 센 나라가 될 만하지 싶습니다. 앞으로 중국이나 인도가 미국 힘에 맞설는지 모르지만, 한동안 미국은 지구 사회를 주무르는 나라로 우뚝 서리라 봅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오늘날 지구에서 미국은 '전쟁무기를 가장 많이 갖춘 나라'이거든요. 엄청난 전쟁무기와 어마어마한 군대를 거느린 미국인 터라, 수많은 나라가 미국 앞에서 꼼짝을 못한다고 할 만합니다.

유럽 통치자들과 지도자들은 서로 거듭하여 격돌하여, 전 세계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전쟁을 일으켰다. 이 엄혹한 경쟁에 참가한 통치자들은 재정적 이득, 영토 팽창, 신앙 수호, 승리의 영광 등을 상으로 얻었다. 그런 상을 잡아채고자 그들은 세금을 인상하고 육군과 해군에 자원을 아낌없이 투입했다. (24쪽)

전쟁은 근대 초기 서유럽 국가들이 추구하던 그야말로 유일한 목표였다 … 정부 예산의 40∼80퍼센트는 바로 군대에, 다시 말해 거의 끊이지 않고 싸운 육군과 해군의 비용을 부담하는 데 쓰였다.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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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과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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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의 조건, 유럽은 어떻게 세계 패권을 손에 넣었는가>(책과함께 펴냄)라는 책은 '세계 패권 정복'을 이루려는 나라는 무엇을 했는가를 찬찬히 짚는구나 싶습니다. 요즈음은 미국이 '세계 패권'을 거머쥐었다고 할 만한데, 미국이라는 나라는 유럽에서 건너간 이들이 세운 나라예요. 큰 틀로 보면 유럽이나 미국은 한덩어리로 세계 패권을 거머쥐었다고 할 만합니다.

<정복의 조건>을 읽어 보면 이른바 '신세계 발견'이라고 하는 무렵부터 서양 여러 나라가 북미·중미·남미로 어떻게 쳐들어가서 사람을 죽이거나 자원을 빼앗았는가를 밝힙니다. 아시아·아프리카로도 어떻게 쳐들어가서 사람을 죽이거나 자원을 빼앗았는가 하는 대목을 찬찬히 밝혀요. 전쟁무기를 앞세운 '유럽 제국 정복 역사'라고 할까요.

문화적 진화는 서민층에도 영향을 끼쳤다. 중국을 통일한 제국은 오랜 전쟁을 멈추고 백성들에게 안보라는 귀한 선물을 제공했다. 그러고 나자 통일 유지가 국가 관념의 본질적인 부분이 되었으며, 이 생각은 중국이 반란과 내전으로 어지러울 때조차 변하지 않았다. (170쪽)

중세와 근대와 현대에 이르는 동안, 서양에서는 적어도 40퍼센트부터 많게는 80퍼센트까지 나라살림을 전쟁에 쏟아부었다고 합니다. 참으로 어마어마하지요. 오늘날 서양은 나라살림을 전쟁에 이처럼 쏟아붓지는 않습니다. 오늘날 서양은 나라살림을 거의 다 '제 나라 문화와 복지'에 쏟아부어요. 어느 나라는 전쟁무기나 군대에는 거의 돈을 안 쓰고 오직 '제 나라 문화와 복지'에만 쓰고요.

서양은 꽤 오랫동안 그저 싸우고 죽이고 빼앗고 쳐들어가는 길에 거의 모든 돈을 쏟아붓는 얼거리였다는 대목을 돌아봅니다. 제 것을 스스로 살리거나 키우지 않던 나날이 참으로 길었다는 대목을 생각해 봅니다. 이웃나라 것을 어떻게 하면 몽땅 가로챌 수 있을까를 살폈던 모습을 곰곰이 짚어 봅니다.

한국은 1980년대까지 전쟁무기와 군대에 30퍼센트가 넘는 돈을 쏟아부었고 2017년에는 10퍼센트를 차지한답니다. 그런데 2017년 10퍼센트는 40조 원이에요. 교육 예산이 56조 원이라는데 전쟁무기와 군대 예산이 40조 원입니다.

다른 유라시아인들은 서유럽인들이 품었던 망상에 시달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유럽인들이 갈망하는 비단과 향신료를 비롯한 사치품을 생산하거나 거래하고 있었다. 따라서 알려진 세계의 다른 지역이 더 부유하다고 믿을 이유가 별로 없었다. (199쪽)

유럽이 그런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다른 요인들도 있었다. 유럽은 지출을 더 많이 했고, 화약 기술을 중점적으로 사용했으며, 전쟁을 일으킬 의지를 꺾는 패권자가 없었다. (262쪽)

한국은 왜 40조 원에 이르는 돈을 전쟁무기와 군대에 바쳐야 할까요? 이웃나라로 쳐들어가서 자원을 빼앗거나 사람을 죽이려는 뜻일까요? 이웃나라가 한국으로 쳐들어올까 두렵기 때문에 이만 한 돈을 전쟁무기와 군대에 바쳐야 할까요?

한국은 한국 스스로 튼튼하게 서는 데에 나라살림을 쓸 생각을 내기 어려울까요? 전쟁무기와 군대로 지키려는 나라가 아닌, 참다운 자급자족을 이루어 스스로 튼튼하게 서는 길에 나라살림을 들일 생각을 하기는 힘들까요?

<정복의 조건>을 읽어 보면, 중세·근대·현대에 이르는 동안 유럽 여러 나라가 그토록 어마어마한 돈을 전쟁무기와 군대에 바치면서 '아메리카·아시아·아프리카'에서 빼앗거나 가로챈 자원을 '다시 군대로' 쏟아부었다고 합니다. 기껏 빼앗거나 가로챈 자원은 유럽을 살찌우는 길이 아닌 '군대를 더 키우는' 데에 쓰였다고 해요.

왕족이나 귀족은 '엄청난 군대가 다른 나라에서 빼앗아 가져온 자원'을 마음껏 누렸을는지 모르지요. 여느 사람들은 더 힘들거나 고단한 살림일 수밖에 없는데다가 군인으로 불려 가야 했어요. 여느 사람들은 군인이 입을 옷을 짓거나 전쟁무기를 만드는 일에 끌려 가야 했다고 해요.

그 모든 전쟁은 막대한 비용도 수반했다. 함선을 무장하면서 수송비용이 대폭 늘었고, 지상전을 치르려면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 가혹한 세금이 부과되었을 뿐 아니라 전염병이 돌았고, 기강이 잡히지 않은 병사들이 폭력을 휘둘렀으며, 심한 경우 농촌을 유린하여 한 세대 동안 농업생산성을 25퍼센트 떨어뜨리기도 했다. (242쪽)

'정복'이란 무엇이고 '세계 패권'이란 무엇일까요? 정치 지도자하고 권력자와 재벌이 아닌 여느 사람들한테는 '정복·세계 패권'이 어떤 뜻일까요? 오늘날 한국에서는 40조 원에 이르는 돈을 2017년에 전쟁무기와 군대에 바쳐야 하는데, 이 엄청난 돈은 무슨 구실을 할 만할까요?

역사책에는 유럽 어느 나라가 중남미 어느 나라에서 자원을 얼마만큼 빼앗았다든지, 유럽하고 미국이 어떻게 사이가 틀어져서 전쟁을 벌였다든지 하는 이야기가 적힙니다. 역사책에는 '정치 지도자가 전쟁무기와 군대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 동안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했는가 하는 이야기가 안 적힙니다.

가만히 보면 우리가 흔히 배우는 세계사는 '정복과 침략과 수탈을 다룬' 이야기이지 싶어요. 세계사에 '정복하는 나라에서도 사람들이 얼마나 고단한가' 같은 이야기가 빠져요. 세계사에 '침략을 받은 나라에서도 사람들이 얼마나 괴로운가' 같은 이야기가 빠져요.

근대 초기까지 1000년간 계속된 전쟁과 뒤이은 문화적 진화는 서유럽을 서로 적대시하는 작은 국가들로 갈라놓았다. 각국의 통치자들과 엘리트는 영광을 비롯해 전투에 걸린 상들을 차지하고자 싸움에 몰두했다. (177쪽)

<정복의 역사>는 유럽을 이룬 수많은 나라가 지난 1000년이 넘는 나날을 서로 치고박으면서 전쟁무기를 차츰 키웠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전쟁무기를 더욱 눈부시게 키우며 유럽 바깥에서 서로 치고박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러면서 이 '치고박는 역사'는 언제나 '치고박는 전쟁무기와 군대를 키우는 길'로만 이어졌다는 얼거리를 보여주어요.

그러면 우리는 뭔가 한 가지를 배울 수 있지 싶어요. 전쟁은 전쟁을 끌어들이고, 전쟁무기는 새로운 전쟁무기를 바라며, 군대는 더 큰 군대로 나아간다면, 이제 전쟁무기도 군대도 끝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이에요.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은 전쟁무기와 군대를 줄이고, 슬기로운 평화와 민주로 거듭날 노릇이라고 말이지요.

덧붙이는 글 | <정복의 조건, 유럽은 어떻게 세계 패권을 손에 넣었는가>
(필립 T.호프먼 글 / 이재만 옮김 / 책과함께 펴냄 / 2016.10.31. / 18000원)



정복의 조건 - 유럽은 어떻게 세계 패권을 손에 넣었는가

필립 T. 호프먼 지음, 이재만 옮김, 김영세 감수, 책과함께(2016)


태그:#정복의 조건, #필립 T 호프먼, #인문책, #전쟁, #전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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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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