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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정부 들어 그동안 청와대에서 수천 정의 향정신성 의약품이 사용됐다 한다. 향정신성 의약품은, 크게 보면 마약류다.
 박근혜 정부 들어 그동안 청와대에서 수천 정의 향정신성 의약품이 사용됐다 한다. 향정신성 의약품은, 크게 보면 마약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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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3년 반 동안 청와대에서 수천 정의 향정신성 의약품이 사용됐다 한다. 사전에 따르면, 향정신성 의약품(psychotropic drug, 향정약물)이란 인간의 지각·사고 능력 및 순환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고 정신 기능에 선택적으로 안정 또는 활력을 주는 약제의 총칭이다.

주로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일정한 작용을 일으키는데, 오·남용 시엔 현저한 위해가 생긴다고 한다. 약리작용에 따라 환각제, 각성제, 진정제 등으로 분류된다. 통상 불치의 병이라 하는 조울증·조현병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크게 보면 마약류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가 받은 향정약물이 2400여 정에 이르는데 그 80%가 군병원을 통해 공급됐다. 청와대 의무동에서 처방된 마약류 "대부분이 해외 순방 및 출장 시 수행원들의 시차 적응 목적 수면유도제로 사용됐다"고 한다.

정신과 전문의 소견으로는, 원래 향정약물은 의사한테 직접 처방전을 받아 복용해야 되는 약물이며, 해외 시차 적응용인 경우엔 적어도 시차가 4시간에서 6시간 이상 날 때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청와대는 우선, 아무런 구입 기록도 남지 않는 군병원을 통해 마약류 의약품을 다량 들여왔다. 게다가 시차가 불과 1시간밖에 되지 않는 국가를 방문할 때도 이런 향정신성의약품을 챙겨갔다.

이미 '정상'이 아니다. 흥미롭게도 청와대는 그 사용 근거로, 해외 순방 횟수와 청와대 수행원 수를 곱해 총 사용인원을 낸 '계산법'까지 제시했다. 지난 3년 반 동안 52개국을 순방하며, 평균 150명이 따라갔기 때문에 (총 7800여 명) 이에 비춰 볼 때, 이들에게 처방된 1700여 정이 결코 "많은 양이 사용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중독자의 공통된 특성이란 게 있다

모든 중독자의 공통된 특성은 '나는 중독이 아니다.'라고 부정하는 점인데, 청와대가 향정약물을 많이 쓴 것을 '많은 양이 아니다'라며 부정하는 것은 벌써 자신이 중독자처럼 행위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특히 2016년 11월에는 '청와대 비아그라'가 전국을 강타하기도 했다. 실제로, 청와대는 2014년 이후로 백옥, 마늘, 감초 비타민 등의 수액주사와 태반주사 등의 의약품 1500여 가지를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체로, 만성피로에 대처하기 위한 약물이라 했다. 국정 운영을 열심히 하느라 얼마나 피로했는지도 의심이 가지만, 우선 그 사용량이 적지 않다.

나아가, 위 의약품 중에는 발기부전치료제로 알려진 비아그라가 포함돼 있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해명인데, 아프리카(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 순방 당시 "고산병 치료"를 위해 구입한 것이라 했다. 그러나 고산병치료제를 자주 처방하는 어느 전문의에 따르면 네팔 같은 높은 곳(해발 2500미터 이상)으로 올라갈 때는 필요할지 몰라도 대통령이 아프리카 나라 순방에 필요할 정도는 아니라 한다.

게다가 2016년 12월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밝혀진 바, 청와대에는 엄연히 주치의가 배치돼 있음에도 박근혜와 최순실은 지극히 '사적으로' 친분을 쌓아온 의사나 병원을 마음껏 이용하며, 주치의와 무관한 의사를 '보안손님'으로 불러들여 청와대에서 각종 진료나 시술을 해왔다.

그 과정은 국정 운영의 공적인 측면과 일상생활의 사적인 측면이 적정하게 구분되지 못하고 뒤죽박죽되어버렸음을 증명한다. D. 패설과 A. W. 섀프가 제시한 '중독조직'의 특성인 혼란과 위기가 일상화한 모습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렇게 혼란에 빠진 상태를 '비정상'이라 보기는커녕 마치 정상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청와대 부속실 또는 비서실장 등 그 주변의 대부분이 대통령과 '비선실세'의 사고나 행동에 대해 직언을 하거나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오히려 아부와 침묵으로 일관했다.    

나아가 2014년 10월경, 이른바 '정윤회 문건' 당시 권력 순위가 '최순실-정윤회-박근혜'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런 이야기를 정직한 성찰과 과감한 개혁의 계기로 삼기보다는 오히려 '증권가 찌라시' 정도로 치부하며 현상 유지를 계속해왔다.

세월호 참사, 나라의 '중독'을 정상화 할 수 있는 계기였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와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대전지역 촛불집회
 박근혜 대통령 하야와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대전지역 촛불집회
ⓒ 대전충남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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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자체도 청와대를 비롯한 온 나라의 '비정상'(중독) 상태를 정상화할 수 있는 계기였다. 하지만 2017년 1월 9일, 세월호 1000일이 되기까지 책임성 있는 당사자들은 결코 책임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마침내 2016년 말까지 1000만 촛불과 (국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 가결, 강력한 특검과 7차까지의 청문회, 헌법재판소 재판 과정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히 '촛불혁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할 만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하나씩 드러나는 과정에서 밝혀진 또 하나의 국면은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사건이다. 권력자의 자녀는 '특별' 관심을 받았고, 총장부터 처장, 학장, 교수의 특별 배려를 받았다. 특정인의 입학을 위해 없던 학과나 분야가 새로 생겼다. 학생이 '금메달'을 먼저 보여주며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실제 순위에서 '새치기'했다. 교수들은 음식점에서, 최고위과정에서, 골프장에서 권력자들과 어울렸다.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시험을 치지 않아도 출석한 걸로 체크되고 (대학원 조교를 통해) 시험 답안지와 레포트는 대리 제출되었고 좋은 성적이 나갔다. 그 모든 전모가 드러난 이후에도 총장, 처장, 학장, 교수는 '모르쇠'나 거짓말로 일관했다. 정직한 고백이나 뼈아픈 성찰은 찾기 어려웠다.  

특히 최근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정부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체계적으로 배제와 차별을 당해온 것이다. (나아가 '적군 리스트'까지 있다지만, 일단 이는 별개로 치더라도) 약 1만 명에 이르는 블랙리스트 규모도 놀랍지만 그 핵심 조직인 청와대와 (국정원 그리고) 문화체육부의 대응 역시 중독자의 모습이다. (사실, 이 체계적 리스트의 작성은 전국 곳곳에 깔린 국정원 요원들의 은밀한 활동 없인 불가능할 것이다. 이미 우리는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감시·통제' 사회에 살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월 9일, '블랙리스트'를 작성 및 시행과 관련된 범죄 혐의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 4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동안 국회 청문회 등에서 "블랙리스트를 본 적이 없다"고 부인해왔던 김 전 장관과 정 전 차관은 직권남용 외에 위증 혐의까지 추가됐다. 이렇게 특검에 의해 주요 인물들이 구속되기 직전에도 청문회에 나온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블랙리스트의 존재 인지 여부를 확인하려는 질문(이용주 의원)을 무려 18번이나 받은 끝에 마지못해 인정했다.

중독 공화국 대한민국의 그림

그러나 청와대의 약물 중독이나 세월호 참사, 정유라 부정입학, 블랙리스트 등만으로는 A. W. 새프가 말한 '중독 사회' 즉, 우리의 '중독 공화국'은 아직 완성되지 않는다. 그 완성은 역시 '국가-재벌 복합체'라는 정경유착에 있다. 역사적으로 재벌 체제는 일제 잔재 미청산 상태에서 이승만 친미 세력이 특혜적 적산 불하는 과정에서 초기 형성되었고, 이어 박정희 개발 독재 과정에서 '국가-재벌 복합체'로 체계적인 성장을 해왔다. 오늘날 30대 재벌들은 국가와 맞먹는 수준을 넘어 국가를 좌지우지한다. 2005년경 이상호 기자에 의해 폭로된 '삼성X파일' 사건은 상징적이다.

돈 많은 재벌이 주기적으로 돈을 풀어 대통령 후보, 국회의원, 장관, 판검사, 언론, 교수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온 것이다. 이 '국가-재벌 복합체'는 IMF 경제 위기 이후 역설적이게도 김대중-노무현 민주정부 10년 동안에 '재벌-국가 복합체'로 그 우선순위가 바뀐 채 여전히 한국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핵심 세력으로 남아 있다. 최근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겉보기에는 비선실세 최순실이 꼭두각시 박근혜를 등에 업고 사적인 탐욕을 채우다 들통이 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재벌-국가 복합체'가 '최순실-정윤회-박근혜'라는 지렛대를 활용해 중독 공화국을 이끌어 가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렇게 해서 중독 공화국 대한민국의 그림은 완성된다. 즉, '재벌-국가 복합체'가 최상위 내지 정핵심에 존재하고, 그 아래에 언론, 대학, 기업, 문화, 종교 등이 그 핵심부를 떠받치는 부역자 노릇을 한다. 여기까지 기득권층에 편입된 고위층은 기껏해야 전 국민의 10% 정도다. 80% 이상 대다수 국민들은 오로지 주어진 사다리의 서열을 좀 더 높이 기어오르는 것만을 인생의 목표로 삼아 땀을 뻘뻘 흘리다 지쳐가고 있다.

물론, 약 10% 정도의 비판적 민중들은 각종 조직이나 활동을 통해 저항의 목소리를 내지만 '블랙리스트' 등에 의해 체계적으로 감시·제거당한다. 물론 여전히 투쟁하는 이들도 상당하지만, 많은 경우 고립무원의 싸움을 하다 (구속, 수배, 손배 가압류 등) 공권력의 폭력 아래 포기하기도 한다. 바로 이것이 중독 공화국의 실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광장의 촛불'은 새로운 희망이다. 촛불 민주주의가 단순히 박근혜-최순실 제거를 목표로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광장의 민중들이 더욱 힘을 합치고 더욱 지혜를 모아 '중독 공화국'을 발본색원하여 명실공히 민주 공화국으로 재창조할 때 촛불혁명은 한 걸음 더 진전된다. 촛불혁명이야말로 우리 자신의 중독 행위는 물론 중독 사회 구조 전반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은 대단히 긴 과정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먼 길인들, 우리가 즐겁게 그리고 함께 걸어간다면, 어찌 우리 행복하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전충남인권연대 뉴스레터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 강수돌교수가 대전충남인권연대 뉴스레터에 보내온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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