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는 많은 포지션이 존재한다. 야수에는 3명의 외야수, 4명의 내야수, 1명의 포수가 존재하며, 타격만을 전문으로 하는 지명타자라는 포지션까지 존재한다. 이외에도 투수 역시 선발 투수부터 셋업맨, 마무리 등 세밀한 보직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처럼 많은 포지션과 보직이 존재하는 탓에 모든 포지션을 완벽하게 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항상 구단들은 팀의 약점인 포지션을 보강하기 위해 애쓰고, 결국 '약점'을 얼마나 메웠느냐가 팀의 한 시즌 농사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지난 시즌 10개 구단의 약점 보강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각 구단의 '물음표 포지션'과 시즌 후 결과에 대해 구단별로 살펴보도록 하자. [편집자말]
1. KIA 타이거즈의 물음표 – 포수

2년 전 KIA의 센터라인은 완전히 붕괴됐다. 중견수 이대형은 2차 드래프트로 팀을 떠났고, 주전 유격수-2루수 콤비인 김선빈과 안치홍은 나란히 군에 입대했다. 여기에 10년 넘게 안방을 책임져온 포수 김상훈은 2014시즌 도중 은퇴를 선언했다. 중견수-유격수-2루수-포수까지, 센터라인 전부가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이었다.

센터라인이 붕괴된 KIA는 2015시즌 이후 센터라인 재건을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중견수 자리에 신인 김호령을 중용했고, 유격수로는 강한울을 주전으로 점찍었다. 안방에서는 젊은 포수 이홍구-백용환이 나란히 두 자리 수 홈런을 터트리며 쑥쑥 성장했다. 2루수 포지션에서는 이적해 온 베테랑 김민우가 존재감을 보였다. 2015시즌 KIA의 센터라인 재건에 대한 노력은 어느정도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부분 속에서도 아쉬움은 존재했다. 가장 큰 아쉬움은 역시 포수들의 수비력이었다. 중견수 김호령, 유격수 강한울과 2루수 김민우의 수비력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포수 포지션의 이홍구-백용환은 그렇지 못했다.

이홍구와 백용환은 각각 4.79, 5.27의 CERA(포수 출장시 투수 평균자책점)를 기록하며 리그 평균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또한 도루 저지율 역시 이홍구는 21.1%, 백용환은 20.4%로 리그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두 선수 모두 포수로서의 안정감 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게다가 시즌 종료 뒤 베테랑 포수 차일목이 2차 드래프트로 이적하면서, 이들의 뒤를 받쳐줄 베테랑이 사라진 상태. KIA의 안방 수비력에 대한 물음표는 점점 커져만 갔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KIA 포수 이홍구

기대에 미치지 못한 KIA 포수 이홍구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수비력 논란과는 별개로, KIA는 2016시즌에도 이홍구와 백용환에게 주전 마스크를 씌웠다. 이홍구와 백용환은 KIA가 향후 주전 포수감으로 점찍은 선수들. KIA는 이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하며 또 한 번의 성장을 기대했다. 2016시즌 이홍구는 포수로 532이닝을, 백용환은 425 1/3이닝을 소화했다.

하지만 KIA가 기대했던 수비력의 발전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홍구와 백용환은 각각 4.98, 5.43의 CERA를 기록했다. 베테랑 이성우(4.36)와 비교해 투수 리드면에서 나은 점을 찾기 어려웠다.

도루저지율에서도 아쉬움은 여전했다. 백용환은 도루저지율 31.6%로 나아진 모습을 보였지만 이홍구는 고작 15.2%의 도루저지율을 기록했다. 주전 포수 이홍구가 도루 저지에 약점을 보이면서, KIA는 2016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도루(144)를 허용한 팀으로 전락했다.

이홍구가 주춤하고 백용환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KIA는 대안을 찾아나섰다. KIA는 시즌 막판부터 한승택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한승택은 9월 백업 포수로 10경기 이상 출장한데 이어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인 10월 8일에는 선발 포수로 나섰다.

여기에 LG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1차전과 2차전 모두 선발로 나서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그는 시즌 막판 뛰어난 활약으로 주전 포수 구도를 2파전에서 3파전으로 완전히 바꿔놓았다.

결과적으로 2016시즌에도 KIA는 안방의 물음표를 지워내지 못했다. 2015시즌 2파전으로 요약됐던 경쟁은 오히려 2016시즌 3파전으로 더욱 치열해진 모양새다. 세 선수 모두 자신만의 강점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약점 역시 뚜렷한 상황. KIA의 안방 쟁탈전은 2017시즌에도 치열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 선수 모두 젊고 가능성이 풍부한 포수들이라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 30대 중반~40대 초반의 포수들이 경쟁하고 있는 한화의 상황에 비하면 여러모로 희망적이다. 2016시즌에도 KIA의 안방 물음표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KIA의 물음표는 '기대에 찬 물음표'가 아닐까.

2. 롯데 자이언츠의 물음표 – 1루수

2015시즌, 롯데는 그토록 찾아헤매던 주전 좌익수감을 찾았다. 김문호는 2015시즌 타율 0.306에 4홈런 31타점을 기록하며 롯데의 공석이던 좌익수 자리를 꿰찼다. 코너 외야수 치고 장타력이 빈약하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타격의 정확성과 준수한 수비력은 분명 경쟁력이 있었다.

하지만 주전 좌익수를 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2016시즌을 앞둔 롯데는 또 하나의 근심에 시달려야했다. 이대호의 해외 진출 이후 주전 1루수를 맡았던 박종윤이 문제였다. 박종윤은 2015시즌 타율 0.255에 4홈런 28타점의 성적을 올리는데 그쳤다.

삼진은 볼넷보다 5배 이상 많았으며, 출루율은 3할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는 -2.16으로 리그의 모든 선수들 중 가장 낮은 수치. 그는 2015시즌 리그 최악의 선수였다.

결국 롯데는 2016시즌을 앞두고 1루수에 대한 고민을 거듭해야했다. 롯데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크게 두 개. 박종윤이 3할 타율(OPS 0.788, WAR 0.13)을 기록했던 2014시즌 처럼  리그 대체선수급의 활약을 보이길 기대하거나, 새로운 1루수 자원을 발굴하는 것. 물론 외부에서 1루수를 수혈하는 것도 방법이 되겠지만, 롯데는 FA 시장에 나온 1루 자원인 박정권에 눈길을 보내지 않았다.

 1루수 대체자를 찾은 롯데 자이언츠

1루수 대체자를 찾은 롯데 자이언츠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시즌 초 롯데의 선택은 박종윤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롯데는 시범 경기에서 손용석, 김상호, 김대우 등 여러 대안을 시험하면서도 주전 자리는 박종윤에게 맡겼다. 이는 개막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박종윤은 4월 롯데의 25경기 중 21경기에 선발 1루수로 나서며 꾸준한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그의 성적은 벤치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그는 4월 한 달간 타율 0.289에 홈런 없이 5타점에 그쳤다. 타율은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이지만, 출루율(0.337)과 장타율(0.329)은 그야말로 낙제점. 팀의 주전 1루수가 한 달간 홈런 하나조차 때려내지 못한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결국 박종윤은 5월 4일 KIA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엔트리 제외 이유는 '부진'이었다.

박종윤이 2군으로 내려간 사이, 롯데의 1루 베이스에는 새로운 선수가 등장했다. 5월 4일 박종윤 대신 선발로 나선 김상호(89년생)는 이 날 첫 타석부터 홈런을 터트리며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고, 이후에도 5월 12일~13일 연이틀 4타점 경기를 펼치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 그의 5월 성적은 타율 0.352에 3홈런 19타점. 롯데는 그의 활약으로 한동안 박종윤을 잊을 수 있었다.

그의 주전 자리는 박종윤이 돌아온 이후에도 견고했다. 간혹 체력 관리 차원에서 박종윤이 선발로 나설 경우도 있었지만, 시즌 막판까지 '1루수 김상호' 체제를 유지했다. 김상호는 1루수로 88경기에 선발 출장하며 당당히 롯데 제 1의 1루수로 우뚝 섰다.

다만 아쉬움도 있었다. 김상호는 5월 이후 89경기에서 타율 0.269에 4홈런 36타점에 그쳤다. 타율은 차치하더라도, 장타력 면에선 주전 1루수감으로는 미덥지 않은 성적이다. 20홈런쯤은 펑펑 날려대는 거포 1루수들이 즐비한 KBO리그에서 한 시즌 7홈런이라는 그의 기록은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거포 1루수에 대한 향수를 접지 못한 롯데는 최근 이대호의 KBO 복귀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능성을 보인 김상호의 육성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2017시즌 롯데의 1루에 구단 사상 최고의 타자가 돌아올 가능성이 커진 상황. 현재 롯데 팬들의 가슴은 박종윤과 김상호가 아닌 이대호 복귀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다. (관련 기사: 각 구단들은 약점 포지션을 어떻게 극복했나 ③ SK/한화)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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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계민호 기자/ 감수 및 편집: 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상시모집 [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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