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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 ] "왜 엄마는 좋은 옷을 사줘도, 그렇게 다니는지"

뮌하우젠증후군. 몸에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끌기 위해 병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몸에 상처를 내는 등의 행위.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관심병.
 뮌하우젠증후군. 몸에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끌기 위해 병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몸에 상처를 내는 등의 행위.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관심병.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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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관계회복을 훼손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빠 : "그리고 그 사람(모친)이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나 : "글쎄요~~  저에게 말씀을 해주신다면 좋겠네요"
아빠 : "이상한 행동을 해요. 사실 전에는 모친이 살고 있는 집으로도 갔었어요. 그렇다보니 갈 때 애 엄마는 그래도 며느리라고 이것저것 김치와 밑반찬 몇가지를 해서 가지고 가면 잘 받아요. 그런데 우리가 그곳에 있을 때 예고없이 옆집에 사시는 아주머니가 오시면 우리에게 '오느라고 수고했다. 맛있겠다'라며 좋아하시던 모습이 한순간에 확 바뀌어요. 그 아주머니 앞에서 우리를 아주 차갑게 대하면서 '이런 것 싸오면 뭐하느냐'며 가라고 하세요. 갑자기 변한 태도에 나와 아내는 황당했었는데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나 : "이상한 생각이시라면?"
아빠 : "마치 주위 사람들에게 우리가 당신한테 아들내외가 너무나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려는 것 같은 생각요."
나 : "그 점에 대해서 두 분이 이야기를 해 보셨나요?"

조용히 듣고 있던 아내분이 상황을 설명해준다.

엄마 : "그렇지 않아도 제가 순간 이상하다 싶었는데 어머님을 뵙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차 안에서 남편이 먼저 말하시더라구요.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저와 똑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하셨어요. 마치 우리 부부가 혼자 계신 부모님께 크게 잘못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그때 오신 옆집 아주머니께 보이게 하는 어머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는데 그 다음에도 그런 일이 몇 번 있었어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찾아 뵙지 않는 것으로 하고 지금까지 어머님이 오시면 뵙고 그렇지 않으면 찾아 뵙지 않고 있어요."
나 : "그 다음에도 그런 일이 몇 번 있었다고 하셨는데 그런 일이라면 어떤 상황을 말씀하시는 것인가요?"

똑깍인형의 아빠는 생각만 해도 속이 상한지 답답하고 짜증나는 표정을 짓고 있다.

엄마 : "우리가 어머님을 모시고 함께 점심을 먹고 어머님 집으로 다시 들어가다가 주차하고 어머님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그곳에 아시는 분이 계시더라구요. 한 동네에 사시는 분이라고. 그런데 그분을 보시더니 돌연히 우리보고 '가라'라고만 하시고 우리를 보지도 않고 그냥 집으로 들어 가시는거예요.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나 : "저라도 그 상황이였으면 이해하기 어려웠겠는데요. 그리고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하고요."
엄마 : "누가 있을 때와 우리끼리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 어머님을 잘 모르겠어요."

나 : "혹시 몸이 어디 불편하시다고 해서 병원에 모시고 갔으나 담당의사 선생님은 몸에 이상이 없다고 하시는 경우는 없으셨나요?"
아내 : "자주 있으셨지요. 그래서 어머님은 병원도 한 곳에 여러 번 가지 않으세요. 이곳저곳을 옮겨다니세요."
나 : "제가 지금까지 두분을 통해서 어머님에 대해 들은 근거에 의하면 아무래도 어머님이 정서적으로 아픈 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빠 : "정서적으로 아파요?, 그 사람이요? 그럴 리가 없어요. 얼마나 자기 필요한 것은 잘 챙기는데요."

나 : "예~ 그래서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우리 똑깍인형이 저를 처음 만나게 된 배경도 정서적인 건강함을 필요로 해서 왔고 지금은 두분의 따뜻한 사랑 덕분에 원래 예쁘고 사랑스런 아이의 모습이 회복되고 있음과 같이 어머님도~~"

이렇게 말을 이어가려 하니까 대뜸 나에게 똑깍인형의 아빠가 화를 내며 말하였다.

아빠 : "어디다 똑깍인형과 그 사람을 연관시켜요?"

퉁명스럽고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순간 툭치고 들어오는 말투에 움찔 놀란 나는 정중하게 말씀드렸다. 

나 : "어머~ 죄송합니다. 제 표현이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세상에서 둘도 없이 소중하고 예쁜 똑깍인형이 맘에 들지 않는 대상과 연관되는 것 같아서 불편하셨을 것 같아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혹시 제가 말씀드리려고 했던 내용을 이어가도 될까요?"

아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남편에게도 그래도 되는지 본인 대답을 듣고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아 남편을 계속 바라보았더니 계속해도 된다는 신호로 꽉 다문 입 모양으로 딱 한번 고개를 까딱하였다.

나 : "요즘 많은 분들이 오늘날 살아가면서 몸이 아픈 것은 몸에서 알려주니까 알지만 정서적 아픔은 알 수 없이 살아가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것이 아픔인지 생활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어머님 또한 두분의 말씀대로라면 정서적으로 아픈 분일 수 있겠다 싶어서 조심스럽게 말씀드립니다. 제 생각에 '뮌하우젠증후군'일 가능성이 있어보여서요."
남편 : "예? 뭐라구요?"

나 : "제가 어머님을 뵌 적 없고 두 분의 말씀만으로 짐작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제 짐작으로는 '뮌하우젠증후군' 같습니다."
남편 : "뮌하우젠증후군요? 그게 뭔데요."
나 : "일종의 정신적 질환인데 주로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기 위해 자신의 상황을 비참한 쪽으로 부풀려서 얘기하고 의학적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으나 아픈 증상을 만들어서 타인으로부터 사랑받으려는 욕구를 드러내는 태도로 일종의 '관심병'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내 : "관심병요?"

둘은 내 말을 들으면서 그동안 어머님에 대한 태도를 되짚어보는 듯 한동안 말이 없다. 어느 정도 침묵이 흘렀을까 남편의 말.

남편 : "그런 사람인 줄은 알았지만~ 참으로(기가 막히다는 듯 기운이 땅으로 꺼지듯이) 잔인한 사람이군요. 자식을 세워주지는 못할 망정 남들에게 자식을 망신시키면서 본인의 애정을 갈구하다니~."

똑깍인형의 아빠의 표정에서 몹시 불쾌하고 한심스러워 기가 막힌다는 인상은 앞에 있는 나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나 : "그런 증상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습니다."

남편이 안쓰러웠던지 상황을 어떻게든 덜 힘들게 돕고 싶었는지 아내가 나의 말을 그대로 되받는다.

아내 : "그런 증상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거예요?"
나 : "예~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약 2개월전에 종료된 상담에서도 친정어머님이 그러셨어요."
아내 : "좋게 잘 됐나요?"
나 : "나이와 살아오신 배경, 그리고 함께 할 사람들의 역량에 따라서 다양한데요. 지난 가족들은 친정어머님이 무엇 때문에 그런 증상이 있었는지 그 배경을 말씀드렸더니 딸들이 어머님을 측은하게 여기게 되면서 어머님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어머님 또한 당신이 왜 그랬는지 헤아리시면서 딸들에게 상처 주지 않는 선에서 말씀과 태도를 나타내셨어요."
아내 : "그렇게 될 수 있어요?"
나 : "그럼요~ 쉽고 빠르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을 여유있게 계획하신다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태그:#정신병, #어머니, #아들, #딸, #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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