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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고마워요. 좋은 만남들을 주고 가셨어요."
"좋은 사람들과 어머니의 사랑 나누겠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15년 전 어느 날 새벽, 거실에 있던 나에게 "오빠!"라고 부르셨던 어머니. 그렇게 시작된 치매 어머니와의 색다른 동거는 '웃고 우는 드라마'였다. 그런 '어머니 드라마'가 결말로 가려는 것인지 내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통증이다. 발바닥을 시작으로 다리와 몸통 신경에 통증이 생겼다. 통증은 대상포진의 통증과 비슷할 정도로 너무 아팠다. 치료를 시작했지만 큰 진전이 없었다. 그것이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시게 된 또 다른 요인이다.

꽃을 좋아하신 어머니
 꽃을 좋아하신 어머니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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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보다 더 사랑하셨던 아들. 나를 어머니는 끝까지 찾으셨다. 가족 누구도 가까이하기 어려웠다. 여동생 집에 나들이 가면 덩치가 큰 매제를 남으로 생각하시고, 너무 낯설어해 매제가 매제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지내기도 할 정도였다. 여동생에게도 '누구세요'라며 묻기도 했다. 그런 어머니를 모시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당연히 모셔야 하고 나에게 베풀어 주신 그 사랑에 빚진 자의 심정으로 열심을 냈다. 거실에 계시다가 주무실 시간이 되면 내가 어머니를 어린아이처럼 번쩍 안아 들고 어머니 방으로 들어가곤 했다. 어머니는 웃으시며 좋아하셨다. 그러나 한계가 왔다. 내가 어머니를 번쩍 안아 들고 모실 수 없게 된 것이다.

무심코 눈에 띈 요양병원 현수막, 마음이 흔들렸다

어느 날, 전철역 근처 지나다가 요양병원 개원 현수막을 보았다. 마음이 흔들렸다. 그런데 '요양병원으로 모시는 것이 불효는 아닐까'라는 생각에 혼자 고민에 잠겼다. 친구들과 지인들의 조언, 가족회의 결과, 요양병원에 모시는 것이 불효는 아니고, 더 잘 모실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어머니 드라마'는 예고편을 거쳐 요양병원에 모시게 되었다.

독수리 가족들도 어르신들을 가정에서 모시는 환경이 더는 안되거나, 더 질 높은 보살핌을 위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모시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의 또 다른 고민은 어머니를 모시면서 어머니를 중심으로 계획표를 움직이다 보니 사회적 활동과 시간 활용이 어려웠다는 점이다. 대학 강의 시간을 줄여야 했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절제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사회 속에서 감당해야 할 부분들이 너무 작아져 있었다. 그것도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셔야 하는지 고민하게 한 원인 중 하나이다.

온유하신 모습의 어머니
 온유하신 모습의 어머니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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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 가족 여러분들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모시는 것이 불효는 아닌지 고민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분명, 불효가 아니라는 점이다. 단지 재정적인 부담이 있으니 친지와 가족들이 회의하고, 결정하면 될 것이다. 요양시설은 나름대로 가정에서 할 수 없는 보살핌들이 있다. 예를 들면 식사를 잘 못 하시면 링거나 다른 식사 대용품으로 보충해 주기도 하고, 신체 상태를 자주 체크 할 수 있다.

가족들이 시간을 분담해 매일 찾아뵐 각오를 하고, 요양시설을 믿고 어르신들을 모셔야 한다. 불신은 서로를 피곤하게 만든다. 그래서 충분한 상담을 하고 시설을 살피고, 관계자들의 성품도 살피면 좋다. 그리고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모시기 전, 집에서 보살필 때 주의사항, 좋아하시는 상황 등등 자세히 기록해 놓았다가 요양시설에 전달하면 효율성이 높아진다.
'현대판 고려장'을 만들지 말아야

극히 일부지만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을 '현대판 고려장'처럼 활용하는 가족들이 있기는 하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어르신들을 모셔다 놓고 내버려 두거나, 찾아오지 않는 가족이 있다고 한다. 가족 나름의 아픔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거의 매일 어르신들을 찾아오는 가족들이다. 착한 효자, 효녀, 효부들이다.

어머니가 계셨던 옆방의 어느 어르신이 나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다. 큰 며느리가 자기와 살기를 어려워해 아들이 여기 데려다 놓았다고 했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아들이 셋인데도 자신과 살기를 싫어한다고 했다. 겉으로 그런 표시는 않지만 다 알고 있다고 하셨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어머니 마음이다. 아들과 가족들 마음 아플까 봐 기쁘게 요양병원에 계시다는 말씀이셨다. 집에 가고 싶지만, 안 간다고 하신다는 것이다. '이곳이 좋다'고 가족들에게 누누이 당부하신다는 것이다. 사랑 깊은 어머니 마음이다. 세 아들 모두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 가족들도 나름의 고민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가족들과 치매 환자 어르신들이 모두 만족하는 선택을 하면 좋다.
요양원·요양병원으로 모시기 위한 준비 10가지

1. 집에서 가까운 곳을 선택하라
-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유용하다

2. 비용을 자녀들이 균등히 나눠 부담하라
- 훗날 가족 간 원망이 적어진다

3. 매일 찾아 뵐 각오를 하라
- 집과 같다는 생각으로 매일 찾아뵈어라

4. 현대판 고려장을 만들 생각을 지워라
- 어르신들에게 버림 받았다는 느낌을 주면 안 된다

5. 요양시설과 관계자를 신뢰하라
- 믿고 맡겨야 마음과 몸이 편하다

6. 매일 어르신의 환경 상태를 점검하고 기록할 노트를 준비하라
- 요양시설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7. 집에서 모실 때 주의사항을 적어 관계자에게 전달하라
- 돌봄에 대한 효율성이 높아진다

8. 요양시설 관계자들과 친해지도록 노력하라
- 작은 먹을거리 같은 것 나누면 좋다

9. 시설 관계자와 세밀한 상담을 하라
- 가족을 알리고 요양시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10. 어르신들의 요양급수를 받아 놓아라
- 형편과 상황에 맞게 대처하기 위함이다

예쁜 어머니^^
 예쁜 어머니^^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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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혜택 알고 누리기

우리나라는 복지 혜택이 참 좋은 나라다. 치매 어르신들을 위한 요양원과 요양병원 혜택에 대해 잘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요양원은 '장기요양보험'에서 담당을 하고, 요양병원은 '국민건강보험'에서 담당한다. 재정적 부담이 있는 것이기에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어르신들은 요양원에서 전액 무료로 배려 받으실 수 있다.

노인은 부족한 소득을 기초연금이나 기초생활보장급여를 받아 보충할 수 있고, 노인장기 요양급여를 통해 방문목욕 등과 같은 요양서비스를 집에서 받을 수 있다.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노인은 일자리를 구해 사회활동을 시작할 수 있고, 노인복지시설을 통해 편안한 주거지를 마련하거나 전문적인 간호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노인건강검진'이나 '치매 조기검진'을 받아 건강을 지킬 수 있고, 홀로 사는 노인은 외로운 노년 생활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노인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노인복지에 관한 내용을 크게 ① 경제적 도움받기 ② 일자리 구하기 ③ 복지 서비스 이용하기 ④건강 지키기 ⑤ 안전한 노후보내기로 나누어 노인이 지원받을 수 있는 복지 서비스가 있다.

덧붙이는 글 | |나관호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작가이며, 북컨설턴트로 서평을 쓰고 있다.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운영자로 세상에 응원가를 부르고 있으며, 따뜻한 글을 통해 희망과 행복을 전하고 있다. 또한 기윤실 200대 강사에 선정된 기독교커뮤니케이션 및 대중문화 분야 전문가다. 역사신학과 커뮤니케이션 이론, 대중문화연구을 강의하고 있으며,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로 기업문화를 밝게 만들고 있다. 심리치료 상담과 NLP 상담(미국 NEW NLP 협회 회원)을 통해 사람들을 돕고 있는 목사이기도 하다.



태그:#치매, #어머니, #요양시설,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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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제이 발행인, 칼럼니스트다. 치매어머니 모신 경험으로 치매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다.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로 '생각과 말의 힘'에 대해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이며 심리치료 상담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교수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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