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형제처럼 지내는 분이 저녁 초대를 했습니다. 낙지 볶음에 막걸리 한 잔이 꿀맛입니다. 두 집 식구가 모여 오붓한 시간을 보냅니다.

초대한 분들은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시던 부부 교사였습니다. 정년퇴임을 하고, 내가 사는 고장의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사십니다.

맛난 식사를 마치고, 아내가 뜨개질 실타래를 발견하고선 사모님께 묻습니다.

아크릴 실타래. 이걸 가지고 코바늘 수세미를 만들면 세제를 적게 쓸 수 있습니다.
 아크릴 실타래. 이걸 가지고 코바늘 수세미를 만들면 세제를 적게 쓸 수 있습니다.
ⓒ 전갑남

관련사진보기


"선생님, 코바늘로 수세미 뜨시나 봐?"
"TV 보면서 심심풀이로."
"나도 한번 떠볼까요?"
"떠보기는 하셨나? 그래 해보세요."

아내는 서툴게 한 코 한 코 뜹니다. 오래전에 하던 것을 해보는데, 애가 타는 모양입니다.

아내가 코바늘 뜨개질을 합니다.
 아내가 코바늘 뜨개질을 합니다.
ⓒ 전갑남

관련사진보기


지켜보던 사모님도 답답하신지 "그렇게 뜨면 어느 세월에 다 뜰까?"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내 아내 손에서 바늘 코를 빼앗습니다. 아내가 허투루 뜬 것을 죄다 풀어버립니다. 그리고선 공식이 있는 것처럼 하나하나 처음부터 가르쳐줍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던 선생님 모습과 똑같습니다.

아내는 금세 알아차립니다. 눈치 하나는 빠른 것 같습니다. 아내 손놀림이 아까보다 좀 나아집니다.

직접 시범을 보여주니까 아내는 쉽게 이해를 하는 모양입니다.
 직접 시범을 보여주니까 아내는 쉽게 이해를 하는 모양입니다.
ⓒ 전갑남

관련사진보기


사모님께서 아내한테 한 코 한 코 뜨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사모님께서 아내한테 한 코 한 코 뜨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 전갑남

관련사진보기


"선생님이 가르쳐준 대로 하면, 한 시간이면 수세미 하나는 뜨겠네요."
"좀 익숙해지면 삼십 분이면 돼요."

둘이서 나누는 말 틈에 내가 끼어들었습니다.

"이걸 붙잡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요."
"그렇죠. 손은 부지런해지고, 눈은 TV 보고. 누가 그러는데, 이런 걸 하면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하대요."
"그렇겠어요. 손을 놀리지 않고 뭔가 붙들고 일을 하면 뇌도 쉬지 않고 움직일 터이니까요."

기쁨의 선물 사랑나누기

한쪽에 놓여있는 완성된 수세미가 수십 개입니다. 아내가 의아해 묻습니다.

"이렇게 많이 떠서 뭐 하세요?"
"뭐하기는요! 아는 사람 만나면 하나씩 주죠."
"선물로요?"
"이거 돈으로 따지면 얼마 안 되지만, 받는 사람은 무척 좋아해요."

"그러겠어요, 지금까지 얼마나 뜨셨는데요?"
"한 오백 개는 떴을 걸요."
"그렇게나 많이요?"
"여태껏 수백명에게 나눠준 것 같네요."

아내와 사모님이 오손도손 담소를 나누며 뜨게질을 합니다.
 아내와 사모님이 오손도손 담소를 나누며 뜨게질을 합니다.
ⓒ 전갑남

관련사진보기


사모님은 처음엔 심심풀이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여러 사람과 나누는 기쁨이 크다고 합니다. 받는 분은 손수 떴다고 하면 정성이 담긴 선물이라며 얼마나 좋아하는지... 특히, "설거지할 때마다 내 생각이 난다"는 말을 들을 땐 참 좋은 선물을 주었다는 마음이 든다는 것입니다. 짐작이 가고도 남는 말입니다.

작은 솜씨로 수세미를 자꾸 뜨게 되고, 이번에 뜬 것은 누굴 줄까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나온다고 합니다.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는 아크릴수세미로 이어집니다. 아크릴수세미는 여러 면에서 좋다고 합니다. 일반 수세미는 세균이 많아 자주 삶아야 하고, 오래 쓰면 너덜너덜하는데, 이건 세균 걱정도 좀 덜하고, 훨씬 여러 날 쓸 수 있다고 하네요. 무엇보다도 세제를 적게 쓰게 되니 친환경이어서 좋다는 것입니다.

집을 나서는 우리에게도 정성스런 수세미 두 개를 손에 쥐여줍니다. 아내는 손사래를 칩니다.

우리가 받은 선물입니다.
 우리가 받은 선물입니다.
ⓒ 전갑남

관련사진보기


"아뇨, 나도 집에서 떠볼 참이에요."
"뜰 때 뜨더라도, 내가 뜬 거니까 써보세요."
"그럼 하나만."
"하나 주면 정 없다고 하잖아요"

한사코 두 개를 안겨주십니다. 마음이 담긴 선물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남을 위해 베풀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요? 한 코 한 코 정성을 담아 기쁨의 선물을 한다는 것, 그것은 사랑이 있는 작은 실천이 아닐까 싶습니다.


태그:#아크릴수세미, #아크릴사, #사랑의 선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