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다시 한번 대형 투자를 단행했다. 메이저리그 출신의 거물급 투수 알렉시 오간도가 2017시즌 한화 유니폼을 입는다. 메이저리그 팬들이라면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한때 추신수의 팀 동료로 친숙한  얼굴이다.

한화는 10일 오간도를 총액 180만 달러에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한화에서 활약했던 에스밀 로저스가 기록한 190만 달러에 이은 역대 외국인 선수 2위이자 현재까지 계약이 완료된 외국인 선수 중 최고 몸값이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오간도는 193cm 90kg의 당당한 체구를 바탕으로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균 시속 150km를 웃도는 강속구 투수로 명성을 날렸다. 2002년 오클랜드에서 처음 입단할 때만 해도 타자로 시작했으나 2005년 텍사스 이적 이후 투수로 전향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010년 텍사스에서 첫 데뷔하여 7시즌을 활약하며 통산 283경기(선발 48회)에서 33승18패 평균자책점 3.47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개인 최고 시즌이었던 2011년에는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13승을 거두고 올스타에까지 이름을 올렸으며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다.

하지만 이후로는 선발과 불펜을 오락가락하며 부침이 심했다. 2012년 58경기에서 2승3세이브 12홀드를 올렸고 선발등판은 단 1차례에 그쳤다, 2013년엔 주전 선발투수들의 부상공백을 틈타 23경기 중 18경기에서 다시 5선발로 등판하여 7승4패를 기록했으나, 2014년엔 또 27경기에 모두 구원투수로만 등판하여 2승 3패 1세이브 7홀드에 그쳤고 자책점이 무려 6.84로 치솟으며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오간도는 그해 6월에 팔꿈치 부상으로 장기간 전력에서 이탈하며 결국 2014시즌을 끝으로 텍사스에서 방출됐다.

이후 보스턴에 입단한 오간도는 2015시즌 64경기에 모두 구원으로 등판하여 3승 1패 12홀드 평균자책점 3.99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리며 잠시 재기에 성공하는 듯 했지만 구위가 하락세를 보이며 자유계약선수로 풀렸다. 2016년 애틀란타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전반기 36경기에서 2승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3.94의 성적을 올렸으나 방출을 피하지 못했다. 7월에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마이너리그 계약하며  기회를 노렸지만 결국 시즌이 끝날 때까지 빅리그로 다시 올라가는 데는 실패했다.

오간도, 로저스보다 나을까

오간도의 한화행이 확정되면서 역시 비교 대상에 오른 것은 지난해까지 한화에서 활약했던 에스밀 로저스다. 같은 도미니카 출신에 메이저리거 경력의 우완 강속구 투수라는 점에서 두 사람은 닮은 부분이 많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확실한 오간도의 우위다. 로저스도 KBO 데뷔 당시 현역 메이저리거 출신으로 화제를 모으기는 했지만 빅리그 통산 성적은 210경기(43선발 출장), 19승 22패, 평균자책점 5.59로 오간도와 비교하면 통산 승수, 자책점, 이닝, 선발 등판 횟수 등 거의 모든 기록에서 한 수 아래다.

하지만 로저스가 한화에서 데뷔 시즌에 남긴 존재감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2015년 8월 대체선수로 뒤늦게 KBO리그에 입성했음에도 적응기도 없이 단숨에 한화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늦은 합류로 등판한  총 10경기만 등판했지만 6승 2패 평균자책점 2.97에 완투 4회(완봉 3회)라는 괴물 같은 성적을 기록했다.

비록 이듬해는 무리한 등판의 후유증으로 인한 팔꿈치 부상으로 2승 3패 평균자책점 4.30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남기고 중도 퇴단했지만 많은 팬들에게는 한화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외국인 투수로 기억될 정도다. 다음 시즌 오간도에게 거는 기대치도 바로 '로저스급'의 성적이다.

오간도는 로저스보다 2살이 더 많다. 물론 야구선수로서 아직 많은 나이는 아니고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한 경험도 있기에 선발 전환에 크게 무리는 없을 전망이다. 다만 팔꿈치와 어깨 부상 전력은 마음에 걸린다.

오간도는 최근 몇 년간 구위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홈런과 볼넷 허용률이 크게 치솟았고, 이는 지난 3시즌간 그가 저니맨으로 전락한 가장 큰 원인이기도 했다. 선발로 활약하던 시절에도 단조로운 투피치 구종으로 인하여 이닝 소화력에는 한계를 드러낸 투수였다. 물론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의 수준 차이를 감안해야겠지만 그가 선발투수로서 로저스나 니퍼트에 견줄 만한 성적을 올릴지는 좀더 지커봐야 할 필요가 있다.

한화의 과감한 오간도 영입은 다음 시즌에 다시 한 번 가을야구 진출을 위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화는 2008년부터 9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만일 내년에도 5강행에 실패하면 10년 연속이다. LG(2003-12)의 KBO 역대 최장기간 포스트시즌 탈락 기록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우려 불식시킨 한화

당초 한화는 올 겨울 프런트 개편으로 인하여 기존의 영입 노선에서 변화를 표방했다. 내부 육성과 장기적인 체질개선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올 겨울에는 단 한 명의 외부 FA로 영입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다음 시즌 한화가 성적보다 본격적인 '리빌딩' 노선으로 갈아탄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구단의 지지부진한 전력보강을 두고 김성근 감독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화는 오간도 영입으로 소극적인 투자에 대한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켰다. 빅리그에서의 경력만 놓고보면 오간도는 그동안 KBO 무대에서 활약한 그 어떤 외국인 투수와 비교해도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거물급 투수임에 분명하다. 한화는 최근 150만 달러에 재계약에 성공한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를 비롯하여 외국인 선수 2명을 영입하는 데만 330만 달러를 썼다.

FA 영입에 비용을 아낀 대신 검증된 외국인 선수에게 적극적으로 투자를 단행한 셈이다. 아직 남은 1장의 외국인 엔트리 역시 선발 영입에 무게를 두고 최대한 확실한 선수를 데려오겠다는 계획이다.

공은 이제 오간도와 김성근 감독에게 넘어왔다. 오간도는 KBO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줄 경우 그간의 하락세를 만회하고 다시 메이저리그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물론 한화의 1선발로서 안정적인 풀타임 시즌 소화와 이닝이터로서의 역할은 필수다. KBO리그 외국인 투수들의 이름값도 나날이 상향평준화되고 있는 데다, 아마도 끊임없이 따라다닐 로저스와의 비교는 오간도가 극복해야 할 몫이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겨울 프런트 개편 이후 구단의 행보에 대하여 한동안 불평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구단은 지난 2년간 실망스러운 성적과 구설수로 얼룩진 김감독을 결국 유임시켜준 데 이어, 또 한번 메이저리그급 대형 선수들을 잇달아 영입하는 투자를 단행하며 또 한 번의 은혜를 베풀었다.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3년간 한화가 외국인 선수와 FA 영입에 들인 돈을 감안하면 그보다 더 풍족한 지원과 배려를 받은 감독은 KBO 역사에 전무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

물론 아무리 화려한 진주목걸이도 돼지 머리에 걸어놓으면 무용지물이다. 미치 탈보트나 로저스 같은 수준급 외국인 투수들을 무지막지한 선수 혹사로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망가뜨린 경력이 있는 김 감독으로서는 그간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부상 경력이 있는 데다 선발투수로 뛴 지 오래된 오간도를 최대한 신중하게 관리하여 투자한 만큼의 성과를 끌어내야 하는 것이 김성근 감독에게 주어진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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