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대배우 메릴 스트립이 수상 소감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트립은 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주 비버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인 '세실 B. 드밀상'을 수상했다. 이는 스트립의 생애 9번째 골든글로브 수상이기도 하다.

"권력자가 다른 사람 괴롭히면 모두 패자"

스트립은 수상 소감에서 "할리우드엔 다양한 아웃사이더와 외국인이 움직이고 있다"라며 "만약 이들을 모두 내쫓는다면 미식축구나 종합 격투기 말고는 아무것도 보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멕시코와의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세우며 무슬림 입국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트럼프의 반이민 공약을 비판한 것이다. 스트립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트럼프를 비판하며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스트립은 "배우의 유일한 임무는 다른 사람들의 삶에 들어가 그들이 어떻게 느끼는가를 관객들이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며 "올해 배우들의 강력한 성과가 있었지만, 한 가지 사건이 나를 기분 나쁘게 했다"라고 소감을 이어갔다.

이어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자리에 오르기를 원하는 한 사람이 장애인 기자를 흉내 냈던 것은 특권과 권력으로 우위를 과시한 순간이었다"라며 "권력자가 다른 사람을 괴롭히려고 자신의 힘을 사용한다면 우리는 모두 패하게 된다(we all lose)"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이 한창일 때 트럼프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뉴욕타임스> 기자의 신체 장애를 조롱했다가 논란이 된 사건을 비판한 것이다.

언론 역할도 강조... 스트립의 '개념 연설'

스트립은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고, 도저히 잊을 수 없다"라며 "권력을 가진 공인이 다른 사람의 장애를 조롱하는 것은 모두에게 '그렇게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도 원칙을 지키고, 권력을 감당해야 한다(account)"라며 "그것이 바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헌법에 언론의 자유를 적시한 이유"라고 언론의 올바른 역할을 촉구하기도 했다.

스트립이 "혐오는 혐오를 낳고,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라고 호소하며 6분 간의 수상 소감을 끝마치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여배우 케리 워싱턴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크리스 파인은 "그녀의 연설은 최고의 메시지였다"라고 치켜세웠다.

할리우드에서는 스트립을 향한 찬사가 쏟아졌다. 배우들과 영화 팬들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스트립의 수상 소감을 올리며 "용감하다", "감사하다" 등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를 지지하는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의 딸 메건 매케인은 "스트립 연설 내용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이유이며, 할리우드가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트럼프는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