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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화역 해고노동자들이 농성하는 모습
 개화역 해고노동자들이 농성하는 모습
ⓒ 강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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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모든 사안을 덮어버리는 시국이다. 하지만 전국 곳곳의 사업장에선 여느 연말연시와 마찬가지로 고용승계와 관련된 농성과 집회가 한창이다. 기업마다 용역업체와의 계약이 해지되는 때가 연말인데, 새로운 용역업체와 계약할 때 기존의 노동자들이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9호선 개화역(서울 강서구)의 청소노동자였던 12명의 해고노동자들의 사정 또한 비슷하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13일째(9일 기준) 개화역 메인트란스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8년까지 이곳에서 청소일을 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농성을 시작한 지난해 12월 28일부터 거의 매일 기자는 농성 현장을 찾아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몇 년간 9호선 개화역을 청소하는 건 우리였어요. 우리가 청소하던 9호선 개화역은 지난해나 올해나 여기에 있어요. 그런데 용역 회사가 바뀐다는 이유로 우리를 하루아침에 해고하는 건 부당하지 않나요?"

농성을 하는 한 분의 말씀이다. 용역회사가 바뀌면서 부당해고를 당한 다른 수많은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이 사안에서 또한 원청의 책임 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

 개화역 해고노동자들은 작년 12월 28일부터 메인트란스 본사 앞에서 농성 중이다.
 개화역 해고노동자들은 작년 12월 28일부터 메인트란스 본사 앞에서 농성 중이다.
ⓒ 한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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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9호선의 전체적인 운영은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맡고 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서울시의 정부보조금과 자체 수익금의 일부로 ㈜서울9호선운영에게 위탁 맡기고, 이들은 차량 유지보수와 청소 그리고 역사 관리를 다시 '메인트란스'에 하청으로 넘긴다.

초창기 서울 지하철 9호선의 대주주는 현대로템이었다. 메인트란스는 철도차량 유지보수 사업을 하는 현대계열의 기업이다. 이 기업은 2008년 6월에 설립됐다. 9호선의 개통 시기는, 계획수립 초기에는 2007년 말이었다가 2009년까지 미뤄졌다. 9호선은 2009년, 개통이 되자마자 메인트란스와 위탁계약을 맺는다. 메인트란스의 고위직들은 현대에서 정년퇴직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하청의 늪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메인트란스는 에프엠택이라는 용업회사와 차량과 건물 청소를 계약했다. 그러니까 지난해까지 개화역에서 청소를 하던 노동자들은, 하청업체의 하청업체의 하청업체인 에프엠택 소속 노동자였다. 메인트란스와 에프엠택과의 계약은 지난해 12월 31일에 종료됐고, 메인트란스는 올해부터 개화역을 제외한 9호선 공항시장역에서 신논현역까지 이미 청소용역을 맡고 있던 ㈜영가와 신규계약을 체결했다. ㈜영가는 신규채용 공고를 내는 형식으로 기존 에프엠텍 청소노동자들을 재고용하는 방식을 취했다.

에프엠택 소속 노동자 48명 중 고용승계가 거부된 이는 14명이다. 그중 12명은 민주노총 소속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고용승계가 되지 않은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영가는 자회사 노동조합이 있는 용역업체였다.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에게 자회사 노동조합 가입을 지속적으로 압박했다고 한다. 민주여성노조 9호선지부장 강선규씨는 "결국에 자회사 노동조합에 안 들고, 민주노총 소속이라는 이유로 해고당한 거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해 ㈜영가는 "우리는 누가 민주노총 조합원인지 몰랐다. 면접 때 역사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 없는지의 느낌으로 뽑았다"라고 답했다. 이전 용역업체인 메인트란스 측은 "도급을 넘긴 이후이기 때문에 고용승계에 관련해서는 (우리 업체가) 법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아있는 청소노동자의 노동조건 또한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더욱 열악해졌다. 월급도 50만 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휴무도 이전에는 같이 일하는 파트너와 협의해서 조정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반장이 아예 정해준다고 한다.

"새 용역업체는 일하는 중간에 휴식시간을 몇 시간 놓는 방식으로 월급을 덜 줘요." 농성을 하는 한 분이 말했다. "맞아요. 그래서 다시 돌아가도 걱정이지만 그래도 살아야 하니까…, 돌아가야죠." 옆에서 쭉 가만히 듣고만 계시던 분이 말했다.

 강 지부장이 지나가는 시민과 대화를 하고 있다.
 강 지부장이 지나가는 시민과 대화를 하고 있다.
ⓒ 한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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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메트로 9호선은 비록 민간자본사업이지만, 매년 서울시에서 수백억 원의 공적자금이 지원되는 기관이다. 이것은 단순히 9호선이 수익사업만을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꼭 필요한 서비스이니 안정된 운영과 누구나 이용 가능한 가격으로 시민들에게 공급하라는 의미다. 그저 안타까운 것은, 그 '시민'에 이 추운 겨울 농성 중인 12명의 해고노동자들은 배제되는 참혹한 현실이다. 노동권을 빼고 도대체 어떻게 시민권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2017년 정유년이 밝았다. 처음에 이야기했듯이 박근혜-최순실 사태로 인한 격변의 시기다. 광장에는 몇 주 동안 수백 만의 촛불시민이 모였다. 그 힘으로 국회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다. 시국의 끝이 곧 보일 것 같은 요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개화역 농성장을 다녀온 뒤로 생각이 많아진다. 지금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들의 목소리를 진정으로 대변해주는 정치집단은 어디에 있을까?

농성하고 있는 이들에게 최순실이든 박근혜든 큰 의미가 있을까? 정권이 바뀌면 이런 일이 없을까? 비선이 없으면 이런 일이 없을까? 시국관련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촛불집회를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이 시국에서 표출 된 시민의 열망을, 개화역 앞 그리고 전국 곳곳에서 추운 겨울 농성하고 있는 이들에게까지 닿게 할 정치집단의 존재가 절실하다.

"어제는 영하였는데 오늘은 추위가 덜해서 좀 나아요. 어제 하도 추워서 천막 좀 치려고 했더니 경찰에서 바로 달려와서 막더라고요.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추워진다는데…."

강선규 지부장의 말이 계속해서 귀에 맴돈다. 그저 이번 겨울은 날이 조금이라도 덜 춥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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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한민호 기자는 강서구에서 <정의당>과 <강서양천 민중의집>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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