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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소추안 가결에 언론이 큰 역할을 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건 박근혜 대통령을 탄생시킨 일등공신 또한 언론이었다. 그 이면에는 정권의 방송장악이 있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특보였던 구본홍 씨를 YTN 사장으로 임명했다.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지만 돌아온 것은 6명 해고와 다수의 정직과 감봉 등 징계였다. MBC 또한 2012년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방송 사상 최장기간인 170일 동안 파업했지만, MBC 역시 6명이 해고를 당했고 다수는 정직과 감봉 등의 징계를 당했다

정권의 방송 장악이 시작된 지 어느덧 9년이 흘렸다. 이 시간 중 2008년부터 2015년까지 7년을 정리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관객을 만날 준비를 끝냈다. 바로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다. 12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한예종 교수로 EBS 재직 시 <지식채널e>를 연출했던 김진혁 PD가 연출을 맡았다. 지난 5일 한예종 교수 연구실에서 김 PD를 만나 개봉에 대한 소회와 함께 영화 뒷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김진혁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다큐멘터리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의 김진혁 피디가 4일 오후 서울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의 김진혁 피디가 4일 오후 서울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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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의 개봉이 12일이잖아요.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어요. 3년 만에 관객에게 선보이는 건데 소회가 있을 것 같아요.
"지금 특별한 소회가 있다기보다는 극장이 많이 잡히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소회는 개봉이 돼서 관객들의 반응이 나오면 생길것 같아요. 지금은 담담해요."

- 극장 상황은 어떤가요?
"지금은 예술영화관 위주로만 돼 있고 일반 개봉관이 얼마나 잡을 수 있을지 아직 확정된 게 없어요. 배급사 얘기로는 9~10일 정도는 돼야 알 수 있다고 해요."

- 3일 시사회도 하셨던데.
"언론 시사회 때 100여 명의 기자분들이 오셔서 기사도 많이 났어요, 저녁에는 전관 시사회라고 해서 용산 CGV 8관을 다 빌려서 1,00명을 모시고 했어요. 그때 MBC, YTN 해직 언론인들하고 같이 무대 인사하며 돌았는데 반응은 괜찮은 것 같아요."

-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와 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등에 초청되어서 관객과 만나기도 했는데.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부분은 관객층이 넓지 않고 소수의 관객을 만나서 영화에 대한 사람들 또는 해직 언론인의 관심이 확 다가오지는 않았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확 오죠. 평범한 관객들이 영화에 대해서 얘기를 하더라고요."

- 편집을 다시 하셨더라고요.
"전주 국제 영화제 때 한 것에서 몇 부분은 빠졌고 그 자리에 몇 부분이 추가된 것이 있어요. 전반적으로는 좀 더 관객이 쉽고 편안하게 내용을 따라올 수 있도록 했죠. 물론 내용상 대중성 있는 영화로 만들 수는 없지만, 최대한 일반 대중들이 보기 편하게 했어요."

- YTN 해직 3000일 행사에서 영화 시사회도 하셨잖아요. 그때 노종면 해직 기자의 딸인 노혜인 양이 아버지인 노 기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 화제가 되었는데.
"그런 행사를 저도 몰랐어요, YTN 노조가 노종면 선배는 물론 저에게도 말 안 했어요. 그때 노종면 선배 부인이나 딸은 영화를 처음 보는 것이었거든요. 딸이 영화를 보고 감정이 격해져서 말씀하는 걸 보며 영화 만들길 잘했다는 생각과 보람을 느꼈어요. 물론 일반 관객이 알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이해해 주고 알아주는 거거든요. 그런 면에서 영화가 역할을 해서 개인적으로 보람있었습니다."

- 해직 언론인들은 뭐라고 하나요?
"아무래도 본인들이 등장하는 영화다 보니까 객관적으로 평가는 아무도 안 하세요. 다들 조심스럽고 노골적으로 말씀하시는 건 아닌데 '방대한 내용이라 정리하는데 힘들었을 텐데 고생 많았다. 영화 내용도 내용이지만 다큐멘터리에서 중요한 건 기록인데 기록으로서 가치가 분명히 있다'는 말씀해주세요.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출연 분량에 대한 얘기도 해주세요."

- 말씀하신 대로 7년에 대한 이야기라서 정리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네. 쉽진 않았어요. 시간도 되게 길었지만, YTN의 경우 2008년 10월에 6명이 해직되었잖아요. 그리고 제가 처음 촬영을 시작한 게 2014년으로 그때만 해도 6년이 흘렸고 긴 시간 동안 엄청 많은 일이 있었지만 엄청나게 많은 영상을 찍어놓았어요. 쓰던 안 쓰던 영상을 다 봐야할 거 아니에요. 보는 것도 대충 볼 수도 없고 편집해야 하기 때문에 자세히 봐야 해요. 거기 등장하는 분의 발언을 조금씩 발췌해서 이어 붙이다 보니 그게 가장 힘들었죠.

MBC는 일단 2012년도잖아요. 때문에 분량은 YTN이 배 이상 많아요. 그리고 YTN은 유난히 많이 찍었어요. MBC도 찍은 게 있죠. 하지만 MBC는 찍은 영상들이 딱 봐도 노조 집행부에서 찍은 영상 같은데 YTN은 카메라 기자들이 개인적으로 찍어서 똑같은 게 몇 개예요. 그러니 양이 더 많죠. 그래서 정리가 힘들었죠."

-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텐데 보며 느끼는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정확한 시간은 모르지만 3개월 이상 걸린 것 같아요. 제가 비록 그 자리에 없었지만,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지를 생각해보면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거든요. 그런 마음이 영화에 담긴 거죠."

- 영화의 첫 장면이 2014년 11월 말에 있었던 YTN 해직 기자의 해직 무효 소송 대법원 판결 당일 정유신 기자가 집을 나오는 장면에서 2008년으로 돌아가는 건데 이렇게 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제목에서도 느껴지지만, 해직이 어떻게 되었고 누가 옳고 그른지 언론이 어떤지도 있지만 그 이후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거든요. 시간 흐름을 표현하기 좋은 방법의 하나가 회고예요. 현재에서 출발한 다음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인데 시간의 경과가 지난하잖아요. 싸우고 지고 싸우고 지는 지난함을 표현하고 싶어서 회고 형식을 썼죠."

- 해직 언론인들에 대한 얘기잖아요. 그래서 제목이 '그들이 없는 언론'이죠. 하지만 해직자들 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MBC 경우 해직은 되지 않았으나 비제작 부서로 발령받아 취재를 못 하잖아요. 그들도 포함 되어야 할 것 같은데.
"해직당한 사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정직 등을 당했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이 좌천되고 자발적으로 사직 한 분도 많죠. 자기 나름대로 좋은 기사를 쓰거나 취재하려고 하면 막거나 다른 데로 보내면 할 방법이 없거든요. 그래서 노종면 기자가 '이 영화는 해직 언론인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언론이 해고당한 얘기다'고 하셨는데 그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 영화 중에 관객이 주의 깊게 봐주길 바라는 장면을 꼽으신다면 어떤 것인가요?
"조승호 선배 뛰는 장면이요. 달린다는 의미나 느낌이 있잖아요. 계속 뛰는 거죠. 멈출 수도 없지만 어디가 끝인지도 알 수 없는 달리기가 이분들의 처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해직 언론인은 해직되었어도 언론인이에요. 벗어날 수 없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그걸 할 수밖에 없어요. 물론 공정 언론을 이루려는 강한 의지나 이런 것도 있지만 때론 힘들 수도 있잖아요. 그러나 벗어날 수 없는 거죠. 의무감이나 굴레도 있기 때문에 그것이 저는 멈출 수도 도달할 수도 없는 달리기로 표현되지 않았나란 생각을 하면서 편집을 했죠."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와 해직자 문제 연결시키고 싶었죠"

- 인상 깊은 장면은 뭔가요?
"YTN 대법원 판결 났을 때 어떤 여자분이 울잖아요. 너무 서럽고 억울하다며 울어요. 촬영할 때도 그랬지만 그게 인상적이었어요. 마치 이분들의 마음을 얘기해 주는 것 같잖아요. 우연이지만 인상 깊었죠."

- 마지막에 복직된 언론인까지 포함 해직언론인 이름을 넣으셨던데.
"특별한 의미는 없어요. 해직 언론인은 현재 복귀되었는지 아닌지가 기준은 아니에요. 해직되었다고 하는 것은 한 사람이 개인적인 잘못을 해서 해직된 게 아니잖아요. 해직된 분들은 나름대로 공정보도를 요구하다가 해직된 맥락을 가진 분들이잖아요. 그러면 이분들이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공정언론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이름을 뺄 수 있는 거지 복직됐다고 이름을 뺄 건 아니죠. 이근행 선배도 복직되어 들어가 있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사실상 해직된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죠."

- 편집하며 주안점으로 둔 것은 뭔가요?
"언론이 망가져 가는 전체적인 맥락을 이분들 개인의 고생담과 잘 연결 시켜서 표현하고 싶었어요. 해직되어 개인적으로 힘든 게 있겠죠. 또 개인적으로 힘든 것과 연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겠죠. 예를 들어 세월호 참사에서 전원구조 오보가 나온다든지 하는 거죠. 일반인은 전원구조 오보와 해직자 문제가 잘 연결 안 되거든요, 두 가지를 연결시키려고 한 게 주안점이었죠."

- 지난해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의 녹취록과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이 공개돼 이 정권의 언론장악 과정이 어느 정도 드러났는데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터지며 다 드러났잖아요. 블랙리스트도 그렇고 김 전 수석의 언론장악이 드러났죠. 2017년엔 끝내야죠. 길게 말할 것도 없고 제가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서 하고 싶은 얘기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하냐고 물으면 언론장악 방지법부터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그러나 첫 단추는 이분들이 돌아가는 거예요. 그걸 안에 있는 사람들이 보는 거죠. 이들이 돌아온다면 나머지 단계는 잘못된 걸 바로잡고 잘못한 사람을 쫓아내는 일까지 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기는 거죠. 그게 중요합니다."

-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잖아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은 알파와 오메가인 것 같아요. 왜냐면 올바른 언론이 있었다면 오늘 같은 사태가 일어났을지 의문이거든요. 사대강, 국정원의 댓글 개입, 세월호, 최순실 게이트까지 올바른 언론이 있다면 일어날 수 있을 까요?
"맞아요. 언론이 망가졌으니 최순실 게이트가 생긴 거죠. 박근혜 의원 시절 이걸 검증했다면 이런 비극이 없었죠. 옛날에는 언론 스스로 못한 것도 있지만 지난 정권에서 언론을 망가뜨렸기 때문에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거고 보다 정확히 얘기하면 세월호 참사에서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한 거죠."

- 언론장악은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 한 거죠. 그러나 이게 이명박 정부만의 책임일까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민주 정부라 부르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도 책임은 있다고 봅니다. 무슨 말이냐면 민주 정부 10년 특히 참여 정부서는 1당이 열린우리당이었어요. 그때 방송법을 개정해서 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꿨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했어도 언론장악이 불가능했지 않았을까 생각하거든요.
"그걸 못한 건 맞아요. 그건 정권만의 문제는 아니고 그 당시에 언론인들이 게을렀죠. 시스템이 망가지지 않도록 언론장악 방지법 같은 걸 미리 했다면 좋았죠. 그 당시엔 토론회나 세미나도 많았어요. 그러나 법적인 제도는 못 했죠. 또 그땐 여당이 진보 쪽이다 보니 그냥 넘어간 것도 사실이고 출입처제도라든지 언론이 권력과 연결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도 바꿔내지 못한 언론 스스로의 책임도 분명 있어요.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서 못한 것도 문제가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근혜 정부와 비교하면 천사죠."

- 해직 언론인 중에 이용마 기자가 암 투병 중이잖아요. 영화에서는 투병 전의 건강한 모습이라서 마음이 아프던데.
"조심스러럽죠. 제가 이 선배를 인터뷰하기도 했지만 전 MBC 출신도 아닐뿐더러 오래 지켜보지 않았기 때문에 할 입장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말하자면 해직 안 됐다면 (병에) 안 걸렸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은 해봐요. 의학적 근거는 없지만 화병이라는 게 건강에 안 좋잖아요. 겉으로는 굉장히 쾌활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본인도 모르게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고 이 선배는 홍보국장이었기 때문에 맨 앞에서 항상 떠들어야 하잖아요. 노출도 많이 되고 해직도 먼저 된 거로 아는데 그 부담을 앞에서 진 분이라서 안타깝죠."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이 영화가 해직 언론인에 대한 다큐멘터리이기도 하지만 그분들이 해직되고 나서 엉망인 언론 속에서 살아온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가셔서 영화를 보시면 슬프고 화도 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를 대신해서 싸워주는 사람이 있네라고 위로가 될 수도 있어요. 꼭 영화관에 오셔서 해직 언론인들을 응원하시고 기도 받으시면 좋겠습니다."


태그:#김진혁, #7년-그들이 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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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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