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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이 혼란에 빠진 데는 정유라와 그의 애마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매끈한 흑마에 올라탄 정유라가 국민적 관심의 대상으로 하늘 높이 올라가면서 삼성그룹과 이화여대도 덩달아 끌려 올라가고,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 경제와 교육의 부조리도 만천하에 폭로되고 있다.

정유라의 폭발력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를 비호하고 후원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부조리가 국민적 분노를 초래하면서 박 정권이 탄핵소추를 당했다. 이렇게 병신년 하반기에 정유라와 함께 추락하기 시작한 박 정권은 정유년에 최종적으로 붕괴될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국민을 배신하지만 않는다면 그럴 것이다.

고려시대 무신정권 제4대 집정자 이의민(재임 1183~1196년)이 무너질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대통령의 '의조카'로서 자식이나 다름없는 정유라가 악영향을 끼쳤듯이, 집정자 이의민의 자식인 이지영(남성)도 그런 결정타를 날렸다. 이지영이 날린 부메랑으로 인해 이의민 정권의 붕괴가 촉진됐던 것이다.  

 드라마 <무인시대>의 이의민(이덕화 분).
 드라마 <무인시대>의 이의민(이덕화 분).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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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사랑한 정유라, 새를 사랑한 이지영

정유라가 들짐승인 말을 사랑했다면, 이지영은 날짐승인 비둘기를 사랑했다. 이지영의 나이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그가 애구(鳩)소년이었는지 애구청년이었는지 애구장년이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래서 애마소녀 정유라와 대비해, 그냥 '애구' 이지영으로 부를 수밖에 없다.

아버지 이의민이 왕을 능가하는 최고 권력자인 데다가 10년 넘게 독재해서 부정축재 한 돈도 많았을 것이기 때문에, '애구' 이지영은 아버지 돈으로도 충분히 좋은 비둘기를 살 수 있었다. 그런데도 굳이 남의 비둘기를 빼앗았다. 이것이 정권 붕괴의 촉매제로 작용했다.

물론 비둘기 강탈 사건 하나가 정권 붕괴의 최대 요인이 될 수는 없다. 개혁을 요구하는 고려 백성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독재정치를 강행한 게 근본 요인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엎친 데 덮치는 격으로 비둘기 강탈 사건이 터지면서, 마치 둑 무너지듯이 이의민 정권이 일거에 붕괴한 것이다.

박근혜 정권도 다르지 않다. 박 정권은 선거부정 의혹을 받는 정통성 없는 정권이다. 이런 정권이 서민경제에 무관심한 것은 기본이고, 물에 빠진 300명의 국민들도 구하지 못했다. 이것도 모자라, 천문학적인 국민세금으로 미국 사드를 팔아주려 하고 일본과의 군사정보공유협정까지 맺었다.

이로 인해 박 정권이 국민의 미움과 외면을 받는 상태에서, 정유라의 망나니 같은 행동들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자 10대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뛰어나왔고, 이것은 촛불집회를 더욱 더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고려 이의민 때도 그랬다. 이의민 정권이 세상의 미움을 사는 상황이라, 이의민 가족은 한층 더 몸을 사려야 했다. 하지만 '애구' 이지영은 개의치 않았다.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했다. 비둘기를 너무나 좋아했던 그는 좋은 비둘기를 발견했다. 그런데 그것은 남이 소유한 비둘기였다. 그런데도 <고려사>에 따르면 그는 강탈을 결심했다. 그리고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겼다.

이지영에게 비둘기를 빼앗긴 사람은 하급 관원이었다. 상대방이 하급 관리였기 때문에 그렇게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하급 관원은 장군 최충헌의 동생이었다. 이름은 최충수였다.

 무인시대의 최충수(김형일 분).
 무인시대의 최충수(김형일 분).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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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빼앗은 이지영, 결국 목숨을 잃다

<고려사> 최충헌 열전에 따르면, 비둘기를 빼앗긴 최충수는 이지영을 찾아가 반환을 요구했다. 이지영은 당연히 거부했다. 돌려줄 사람 같았으면 처음부터 빼앗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자 최충수는 거친 언사를 사용하며 한층 더 강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이지영은 끝내 내주지 않았다. 최충수를 잠시 결박했다가 풀어주는 '은혜'를 베풀기는 했지만, 비둘기만큼은 끝내 내주지 않았다. 우리 아버지가 누구인데 내가 이런 상황에 굴복하느냐는 식이었다. 이런 아버지한테서 태어난 것도 능력인데, 능력 없는 것들이 어디서 덤비느냐는 식이었던 것이다. 

분노를 억제하지 못한 최충수는 형에게 쿠데타를 제의했다. 이런 정권을 확 갈아엎어 버리자고 제안한 것이다. 동생의 갑작스런 말에 당황한 최충헌은 처음에는 극구 만류했다. 하지만 결국 동생한테 설득을 당했다. 최충헌의 마음속에도 정권에 대한 불만이 있었기에 그런 제안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벌어진 사건이 그 유명한 1196년 최충헌 쿠데타다. 이때 이의민뿐 아니라 이지영도 피살을 당했다. 아버지 권력만 믿고 망나니 같은 행동을 하다가 결국 그렇게 된 것이다. 이의민 정권이 세상의 신망을 잃은 게 결정적 요인이겠지만, 아버지를 믿고 남의 새를 빼앗은 이지영의 행동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직접적 촉매제였다. 

 무인시대의 최충헌(김갑수 분).
 무인시대의 최충헌(김갑수 분).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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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상으로 보면 이지영은 강탈했지만, 정유라는 강탈한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본질을 놓고 보면, 남의 것을 빼앗은 점에서는 둘 다 똑같다. 삼성그룹이 정유라에게 준 말과 돈은 사실은 국민들의 것이다. 삼성그룹 주식 속에는 그룹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국민연금 지분이 있다. 그것은 국민들의 돈이다. 그리고 수많은 소액주주들의 돈도 삼성 주식 속에 있다. 그것 역시 국민들의 돈이다.

또 삼성을 포함한 재벌들의 금고에는, 정권과 결탁해 합법을 가장해서 받은 정부 지원금도 있고 외형상 세제 혜택을 가장해서 발생한 돈도 있다. 이런 돈은 사실은 국민들의 것이다. 정권이 마음대로 혜택을 주지 않았다면, 국고에 남아 있거나 아니면 국민들에게 환원됐어야 할 돈이다. 삼성이 정유라에게 쓴 돈은 그런 돈이다.

정유라는 어머니와 '의'이모의 권력을 이용해 국민의 돈으로 말을 타고 호사를 누렸다. 아니, 지금도 호사를 누리고 있다. 정유라가 이런 식으로 국민 돈을 쓰고 다니는 것을 국민들이 용인할 리가 없다.

자기 나이가 어리거나 아이가 있다는 핑계로, 감옥에 갇힌 엄마 뒤에 숨는 비겁함을 보여서는 안 된다. 나이가 어리고 아이가 있더라도, 자신이 벌인 일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821년 전, 최충헌의 쿠데타 때 고려판 정유라는 자기 목숨을 내놓았다. 그런 각오로 정유라도 하루빨리 비행기를 타고 국민들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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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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