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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든 가방을 되찾은 헨리씨는 버스회사의 직원에게 악수를 청하며 진심어린 감사를 전했습니다. 그 감사는 주인없는 가방을 누군가가 가져가지 않은 한국인 모두의 선한 마음을 향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여권이 든 가방을 되찾은 헨리씨는 버스회사의 직원에게 악수를 청하며 진심어린 감사를 전했습니다. 그 감사는 주인없는 가방을 누군가가 가져가지 않은 한국인 모두의 선한 마음을 향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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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ear Ansoo,  
We are planning to arrive by bus from Hapjeong tomorrow evening.    
Would you have any recommendation for us to find your place please let
me know Looking forward to meeting you  
Best regards  
Henri de Reboul
 
12월 초에 예약하신 손님으로부터 메일이 왔습니다. 도착 하루 전날 보내온 편지 내용으로 보아 이미 한국에 와 계신듯싶었습니다. 그렇다면 길 위에 계실 여행자에게 다시 한 번 대중교통으로 오시는 방법을 전했습니다.
 
Hello, Mr. Henri de Reboul  
Just take the bus to the Heyri bus no.2200 at gate no.1 of Hapjeong subway station.    
Then get off gate no.1 of Heyri. It take about 50minute from Hapjung to Heyri.    
And Come in to the Heyri. Tt is about 500m from gate No1 of Heyri.  
I am look forward to see you with pleasure.
Warm Regards,
Ansoo
 
이분의 예약자 명단에 Minh-Ly라는 또 다른 이름이 있고 출발지가 태국 방콕이라는 정보로는 총 4명이라는 이 여행 일행의 정체를 파악하기가 곤란했습니다. 마침내 새해 첫날 늦은 오후에 헨리씨 일행이 모티프원에 당도했습니다. 첫눈에 의문이었던 모든 것이 풀렸습니다.
 
프랑스인 헨리와 베트남인 부인, 그리고 두 자녀였으며 현재 방콕에서 온 가족이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돌아설 때 헨리가 저를 불러 세웠습니다.
 
"안수, 지금 문제가 하나있습니다. 아내가 버스에 백팩을 두고 내렸다는군요. 문제는 저희는 모레 이른 아침에 출국인데 그 가방 안에는 아내와 아들의 여권이 들어있답니다."
 
이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2주간의 한국 여정의 마지막이기 때문에 여권을 찾지 못하면 출국이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항공료 뿐만 아니라 크리스마스 휴가와 신정의 휴가를 활용한 여행이었으므로 귀국 즉시 가족 모두가 직장과 학교로 복귀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즉시 2200번 버스회사인 신성교통으로 전화를 드려 버스를 내린 장소와 시간, 놓고 내린 좌석의 위치와 가방의 특징을 말씀드렸습니다. 시간상으로 보와 맥금동 종점의 차고지로 차가 들어갔을 만한 때였습니다. 전화를 받은 이지호 주임은 해당 버스에 다녀오겠다고 했습니다. 마치 제가 외국에서 여권을 분실한 안타까운 마음 같아서 기다리는 10분이 너무나 길게 느껴져 그 사이에 두어 번 더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 주임의 통화 결과를 가족들에게 알렸습니다.
 
"가방을 찾았답니다."
"야호~"

온 가족이 환호성을 울리고 손뼉을 쳤습니다. 출국이 지연되는 불편은 다행히 면한 것입니다.

#2
   
헤이리 경비 책임자의 도움을 받아 헨리씨와 함께 2200번의 차고지인 맥금동 신성교통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이 주임께서 버스에서 수거한 가방을 헨리씨에게 건넸습니다. 헨리씨는 가방을 열어 가방 속 여권이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감격했습니다.

가방을 건네받고 초조하게 여권을 찾는 헨리씨.
 가방을 건네받고 초조하게 여권을 찾는 헨리씨.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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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여권을 찾고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여권을 찾고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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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에게 한 나라의 이미지는 자신이 경험에 따라 긍정이나 부정으로 기억에 각인됩니다. 소매치기를 당하거나 바가지 요금을 경험한 나라의 경우 그 여행자에 의해 그 나라의 이미지는 부정적으로 확대 재생산됩니다. 반면 잃었던 가방조차도 고스란히 되돌려 받았다면 그 나라에 대한 친밀감은 급상승되게 마련이지요.
 
버스 속의 가방을 누구도 가져가지 않은 대한민국은 헨리 가족에게 영원히 선한 은혜의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모티프원으로 돌아온 헨리가 말했습니다. 이 모든 소동을 남의 일로 치부하지않고 도와준 헤이리의 경비시스템과 경비책임자의 친절에게도 감사했습니다.

"2주 동안의 한국 여행에서 오늘까지 3번의 극적인 반전이 있었습니다. 첫째 태국에서 출국 날, 교통체증으로 공항의 도착이 늦어졌습니다. 보딩 시간이 임박한 상황에 출국심사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우리의 서류가 잘못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짧은 시간에 공항 사무실을 쫓아다니며 겨우 서류를 고쳐 아슬아슬하게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한국 입국 시 여권만료기간에 걱정이 되었습니다. 딸의 여권 만료기간이 3개월밖에 안 남은 것을 나중에 안 겁니다. 나라마다 다르긴 하지만 4개월 혹은 6개월의 여권의 잔여 유효기간을 요구하니까요. 하지만 한국입국시 문제가 없었습니다.(기자 주, 한국의 경우 '출입국관리법'에 여권의 만료일자와 관련한 규정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입국심사에서 유효한 여권인지와 체류자격이 중요한 사항이며 여권만료일을 심사대상으로 삼지않습니다.) 세 번째는 바로 두 사람의 여권을 잃어버렸던 오늘이고요. 이번 한국 여행은 스릴 연속의 여행이었네요."
 
제가 말을 이었습니다.

"우리는 어드벤쳐와 스릴을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기도 합니다. 결국 해피엔딩의 스릴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온 가족이 즐겼으니 너무나 멋진 한국 여행이었군요."
 
다음날 공항으로 떠나기 위해 모든 가족이 가방을 메고 서재로 왔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한국을 떠나는 헨리씨 가족.

"모두들! 여권은 안녕하신가요?"
 
제 말에 헤리가 말했습니다.
 
"좋은 질문입니다. 가족들아, 자신의 여권들의 안부를 다시 확인해보자!"
 
헨리의 말에 모두들 다시 가방을 열었습니다.
 
"안녕합니다."
 
가방을 두고 내리셨던 민차우 부인께서 태국에서 연락을 주셨습니다.
 
"Thank you very much your warm heart to share your time and your sweet home with us. Big thank for these beautiful photos, a great souvenir from our 1st travel in your country. Our family feel really happy in Korea and to be with you.  

당신의 시간을 할애한 온정에 감사드려요. 저희 가족의 한국 첫 방문에 기념이 될 아름다운 사진들도요. 저희 가족은 한국에서 또한 당신과 함께한 시간이 정말이지 행복했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가방분실,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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