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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하 수상하고 흉흉하니, 새해를 맞아도 속이 뒤집히고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새해에도 어김없이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은 세상이 제정신인지, 혼이 비정상은 아닌지 묻게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주의 기운을 모아 온갖 기행과 궤변을 일삼는 무리들은 대체 왜 저러는지 궁금증이 더해 간다.

상식을 갖고는 도무지 판독불가인 누군가의 어이없는 행동과 심리 상태를 딱 집어 말하는 것 같은 책이 나왔다. <너 이런 심리법칙 알아?>는 대중의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네이버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심리학 관련 용어를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어, 이거 누구랑 똑같네!" 하며 무릎을 치며 웃을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 수두룩할 만큼 대중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준다.

저자인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독자들이 심리학 법칙을 보다 쉽게 알기 쉽게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저자가 의식하지 않았겠지만, 여러 심리학 용어를 통해 요즘 세태를 읽을 수 있어 심리학책이면서 시사적인 느낌이 든다. 그런 용어들과 맞닥뜨리다 보면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주는 딱딱함과 우울함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짓게 된다.

박근혜 번역기가 필요한 이유-베르니케 실어증

책 표지 <너 이런 심리법칙 알아?> 이동귀, 21세기 북스
▲ 책 표지 <너 이런 심리법칙 알아?> 이동귀, 21세기 북스
ⓒ 21세기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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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탄핵을 받아 직무정지 중임에도 불구하고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궤변을 늘어놓은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들이 희화화되고 있다. 일국의 대통령이 한 말이 유머의 소재가 되는 것은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있을 수 없다는 면에서 축하할 일이긴 하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도 없다. 박 대통령은 번역기를 돌리지 않고는 무슨 말을 하는지 독해가 불가할 정도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어서 국민이 괴롭기 때문이다.

<너 이런 심리법칙 알아?>에 의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전형적인 베르니케 실어증이다. 실어증이라고 해서 말하는 능력을 상실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상인처럼 유창하게 말하고 언뜻 보면 문법에 맞게 말하는 것처럼 장황하게 쏟아 낸다. 그러나 실제로는 의미 없는 내용을 나열하며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증상을 보이는 것이 베르니케 실어증이다.

"베르니케 실어증 환자는 자신의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한다. 청각피질과 시각피질에서 전달된 언어 정보를 해석하는 일을 담당하는 베르니케 영역이 손상되면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기 때문이다." -p.94.

전여옥 전 한나라당 대변인은 박근혜 언어를 '베이비 토크'라 까발린 바 있다. 한편 '박근혜의 말'을 쓴 최종희는 박 대통령이 자신은 오류가 없다는 착각에 빠져 사과할 줄 모르는 '오발탄' 어법을 구사한다고 진단했다. 둘은 박근혜 대통령이 전형적인 '베르니케 실어증 환자'라고 진단한 셈이다.

주어와 목적어가 없거나 뒤섞여 어법에 안 맞고, 쓸데없는 부사를 남발하는 저급한 언어를 쓰면서도 오류가 없다고 착각하는 환자라고 해서 치료할 가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어와 그림 짝짓기, 큰 소리로 단어 읽기, 제시된 그림을 보고 단어 따라 말하기, 단어를 듣고 그림 고르기 등 꾸준한 훈련으로 의도한대로 말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어쩌면 박근혜 대통령은 주위의 도움을 받아 꾸준하게 치료를 받고 있었는지 모른다. 주치의가 심리학을 공부해서 이 책의 처방전을 알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잠깐 머물 방의 모든 집기류에 관계자들이 한글 라벨을 붙였다고 하니, 그 노력이 가상하다. 하루 빨리 다른 사람, 국민의 말귀를 알아듣고 조리있게 말할 수 있도록 쾌유를 바랄 뿐이다.

책을 읽다 보면 '아하!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일 법한 심리학 용어들이 눈에 띈다. 범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공모자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죄수의 딜레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빼 닮았다. '상대가 배반할지도 모른다'는 의심과 걱정으로 서로 배반하기에 국민들은 진실에 한 걸음 다가가는 역설이 있으니 그나마 감사해야 하겠다.

나치에 의한 유태인 학살(홀로코스트)이 광신도나 반사회적 성격장애가 아닌 상부의 명령에 순응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었음을 말하는 개념인 '악의 평범성'은 소름끼치도록 우리 현실과 닮아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앵무새처럼 '모른다'와 '윗선에서 시켜서'라고 답하는 이들을 보라. 그들은 꼬박꼬박 월급 받으면서 양심에 가책 없이 충성 경쟁으로 치달았을 것이다.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 소름끼친 이유는 내적인 갈등 없이 관료주의의 효율을 위해 기술적으로 임무를 수행했기 때문이다. 너무 당연한 듯이, 일을 제대로 못함을 자책하며 말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눈여겨 본 용어 중 하나가 '파킨슨의 법칙'이다. 이것은 업무량 증가와 공무원 수의 증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공무원 수는 업무량과 관계없이 증가함을 통계학적으로 증명한 법칙이다. 이 법칙에 따르면 1/10로 공무원을 줄여도 대한민국은 아무 문제없이 잘 굴러갈 수 있다는데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 영혼 없는 공무원, 독재와 비리, 부패, 반민주 부역자들은 청산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셈이다.

"파킨슨의 법칙은 관료화된 거대 조직의 비효율성을 비판한다. 일이 많아서 사람을 더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많아서 일자리가 더 필요해지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p.298.

그 밖에도 정치판에 흑색선전이 왜 난무하는지, 신년만 되면 페이스북이나 밴드 같은 소셜 미디어에 '재미로 보는 올해의 운세'가 왜 올라오는지 등을 설명하는 이 책의 매력은  그림까지 곁들이고 있어서 아이부터 어른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심리학 서적이 유머로 읽히는 세상, 2017년은 과연 한껏 웃을 수 있는 일이 일어날까? 그 점이 궁금하다면 이 책이 힌트를 줄지 모른다.


너 이런 심리법칙 알아? -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심리학 키워드 100

이동귀 지음, 21세기북스(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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