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팬들에게 아쉬울 정도로 손흥민이 뛴 시간이 후반전 추가 시간 2분밖에 안 되었지만 토트넘 홋스퍼의 런던 더비 승리는 '라이벌 첼시의 14연승 저지, 우승 경쟁 6팀 점입가경' 등 여러가지 큰 의미를 지닌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가 한국 시각으로 5일 오전 5시 런던에 있는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벌어진 2016-20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첼시 FC와의 런던 더비에서 유능한 공격형 미드필더 델리 알리가 혼자서 2골을 터뜨리는 맹활약에 힘입어 2-0 완승을 거두고 리그 우승 다툼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어놓았다.

포체티노 감독의 쓰리 백, 전술상의 승리

홈 팀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최근 13연승 질주를 거듭하며 프리미어리그 독주 우승을 욕심내고 있던 콘테 감독의 첼시 FC를 잡기 위해 쓰리 백(얀 베르통언-토비 알더베이럴트-에릭 다이어) 전술을 들고 나왔다.

이는 리그 선두 첼시가 자랑하는 '에당 아자르-디에고 코스타-페드로' 쓰리 톱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전반전만 살펴봐도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경기였다. 아자르는 따로 노는 것처럼 보였고 디에고 코스타와 페드로는 자주 얼굴을 붉히며 서로에게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콘테 감독의 첼시 FC도 '개리 케이힐-다비드 루이스-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로 이루어진 쓰리 백을 들고 나왔지만 토트넘 홋스퍼가 자랑하는 떠오르는 샛별 델리 알리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고 쓰러진 것이다.

첼시 FC는 토트넘의 쓰리 백 전술에 막혀 전반전에 단 한 개의 유효 슛도 날리지 못했다. 후반전 초반에서야 골잡이 디에고 코스타의 오른발 중거리슛이 골문 안쪽으로 뻗어갔지만 토트넘의 순발력 뛰어난 골키퍼 위고 요리스의 슈퍼 세이브에 막히고 말았다.

벌써 10골 '델리 알리', 주목도 급상승

첼시 FC의 14연승 꿈이 주춤거리는 사이에 토트넘 홋스퍼가 자랑하는 샛별 델리 알리가 반짝반짝 빛났다. 탄력이 뛰어난 델리 알리가 머리로 2골을 몰아넣은 것이다. 첼시의 쓰리 백 입장에서는 키다리 골잡이 해리 케인에게 수비력을 집중하다가 허무하게 당한 꼴이었다.

전반전 추가 시간 1분 만에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오른쪽 크로스를 받은 델리 알리는 첼시의 빅토르 모지스와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 사이에서 솟구쳐 정확하게 이마로 선취골이자 이 경기 결승골을 꽂아넣었다.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가 왼쪽으로 날아올랐지만 미치지 못하는 완벽한 골이었다.

델리 알리의 활약은 이 선취골로도 모자라 54분에 더 어려운 슛 각도에서 기막힌 헤더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이번에도 오른쪽 측면에서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아름다운 크로스가 델리 알리를 빛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추가골 상황에서도 델리 알리와 함께 떠오른 첼시의 수비수들이 모지스와 아스필리쿠에타라는 점이었다. 한 번 실수는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똑같은 실수가 9분 만에 다시 일어났다. 아무리 하프 타임이 중간에 끼어 있었지만 첼시 수비 전술이 실패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순간이었다.

토트넘 홋스퍼의 이번 런던 더비 완승은 여러가지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앞으로 펼쳐지는 일정들에 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할 수 있게 되었다. 우선,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 구도에 토트넘 홋스퍼가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이 경기 전까지 토트넘 홋스퍼의 순위표는 5위였는데 이 멋진 승리로 3위까지 뛰어올랐다. 연말연시 박싱 데이 일정을 가장 알차게 보낸 팀이 토트넘 홋스퍼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결과였다. 토트넘은 지난 해 12월 15일부터 지금까지 다섯 경기를 치르며 전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고 15득점 3실점이라는 놀라운 내용을 만들어냈다. 리그 득점 순위 5위(39득점)에 해당하며 리그 최소 실점(14실점, 첼시는 15실점) 팀이 된 것이다. 포체티노 감독의 수비 전술이 어느 정도 수준인가를 말해주며 공격적으로도 모자랄 것 없다는 점이 드러난다.

우승 경쟁에 뛰어든 토트넘

3위까지 치고 올라온 토트넘 덕분에 리그 선두권 경쟁은 6팀이 한치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되었다. 1위 첼시가 5점 차이로 맨앞을 달리고 있지만 2위부터 6위(리버풀 44점, 토트넘 42점, 맨시티 42점, 아스널 41점, 맨유 39점)까지 단 1경기만으로도 순위표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또한, 토트넘 홋스퍼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해리 캐인, 델리 알리)가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그 초반 해리 케인이 부상중일 때 손흥민이 팀의 공격을 이끌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부활은 고무적이다.

그 중에서도 델리 알리의 최근 기세가 놀랍다. 지난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한 델리 알리는 이번 시즌 19경기만에 벌써 10골 득점 기록을 이룩했다. 두 경기당 1골씩은 꼬박꼬박 터뜨리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시즌 33경기에서 기록했던 10득점 기록을 이미 이뤘다. 더구나 이번 시즌 10골 중 무려 7골을 최근 4경기에서 만들어냈다는 점이 특별하다. 그 중에서 최근 3경기를 치르며 모두 멀티 골(2골)을 기록했다. 2017년 유럽 축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축구 선수가 된 셈이다.

이렇게 기분 좋은 기록들을 만들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는 오는 9일 오전 1시 홈 구장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아스톤 빌라(2부리그)를 상대로 잉글리시 FA(축구협회)컵 3라운드 경기를 치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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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6-20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0R 결과(5일 오전 5시, 화이트 하트 레인, 런던)

★ 토트넘 홋스퍼 2-0 첼시 FC [득점 : 델리 알리(45+1분,도움-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리 알리(54분,도움-크리스티안 에릭센)]

◇ 프리미어리그 현재 순위표
1 첼시 FC 49점 16승 1무 3패 42득점 15실점 +27
2 리버풀 FC 44점 13승 5무 2패 48득점 23실점 +25
3 토트넘 홋스퍼 42점 12승 6무 2패 39득점 14실점 +25
4 맨체스터 시티 42점 13승 3무 4패 41득점 22실점 +19
5 아스널 FC 41점 12승 5무 3패 44득점 22실점 +22
6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39점 11승 6무 3패 31득점 19실점 +12
7 에버턴 30점 8승 6무 6패 28득점 23실점 +5
8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 29점 8승 5무 7패 28득점 24실점 +4
9 본머스 25점 7승 4무 9패 29득점 34실점 -5
10 사우스햄튼 24점 6승 6무 8패 19득점 25실점 -6
11 스토크 시티 24점 6승 6무 8패 24득점 32실점 -8
12 번리 23점 7승 2무 11패 22득점 31실점 -9
13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22점 6승 4무 10패 23득점 35실점 -12
14 왓포드 22점 6승 4무 10패 23득점 36실점 -13
15 레스터 시티 21점 5승 6무 9패 24득점 31실점 -7
16 미들즈브러 19점 4승 7무 9패 17득점 22실점 -5
17 크리스탈 팰리스 16점 4승 4무 12패 30득점 37실점 -7
18 선덜랜드 15점 4승 3무 13패 19득점 37실점 -18
19 스완지 시티 15점 4승 3무 13패 23득점 45실점 -22
20 헐 시티 13점 3승 4무 13패 17득점 44실점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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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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