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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사회 어디로 가나?'란 주제로 2일 방송된 JTBC <뉴스룸> '신년대토론'
 '2017년 한국사회 어디로 가나?'란 주제로 2일 방송된 JTBC <뉴스룸> '신년대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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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먼 <썰전>의 시청자 게시판이 초토화 됐다. 평소라면 댓글이 달리지 않았을, 특별하게 마련된 <뉴스룸> '신년특집 대토론' 게시판도 밤새 비난으로 들끓었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와 SNS 역시 대동단결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 등 국정농단 세력의 조명 이후 이 만큼 악플로 국민들을 대동단결 시킨 이가 또 있었을까.

'2017년 한국사회 어디로 가나?'란 주제로 2일 방송된 JTBC <뉴스룸> '신년대토론'에 출연한 전원책 변호사가 이 힘든(?) 일을 해냈다. 진행을 한 손석희 앵커가 말을 자르기 위해 "전원책 변호사님?"이라고 그렇게도 외쳐댔던, 그러나 아랑곳 않고 혼자만의 사자후를 쏟아내던 그 사람, 개혁보수신당 유승민 의원에게 "정의당 당원으로 활동하라"고 농을 던지던 그 보수주의자 전원책 변호사가 기어코 일을 낸 것이다.

이날 생방송 토론은 과거 <썰전>의 진행자 김구라가 "변호사님 때문에 <썰전>이 생방송을 못하는 거다"라고 일축했던 이유를 전원책 변호사가 스스로 전 국민에게 입증한 '혈압상승' 방송이었다. 녹화 방송인 <썰전> 제작진의 눈부신 편집이 전 변호사를 살렸다는 사후 평가가 대세를 이뤘다. SNS엔 "<뉴스룸> 토론 안 본 눈 삽니다"라는 비아냥이 들끓었고, "저게 보수의 진면목"이란 응원(?)글도 잇따랐다.

한 마디로, 토론 프로그램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착각한 어느 보수주의자의 '방송 농단' 사태랄까. 그래서 <썰전>의 파트너인 유시민 작가는 조용히 전 변호사를 콘트롤하려고 했으며, 이미 <뉴스룸> 진행으로 진을 뺀 것 같은 손석희 앵커는 "전 변호사님?"을 연이어 불렀다.

하지만, <썰전>의 시청률에 고무된 듯한 전 변호사는 패널들과 진행자는 물론 시청자들까지 깡그리 무시하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유시민 작가가 "(<썰전>은) 편집이 있잖아요"라고 했을까. 전 변호사는 왜, 어떻게 그랬는지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또 한 명의 보수주의자 유승민 의원의 활약(?)과 <뉴스룸>에서 기자들을 질타(?)한 손석희 앵커의 활약도 주목해 보자. 

이재명의 포퓰리즘이 싫었던 전원책

'2017년 한국사회 어디로 가나?'란 주제로 2일 방송된 JTBC <뉴스룸> '신년대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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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하나만 물어 볼까요? 작년말 우리 국가 부채 얼만 줄 알아요? 중앙정부 부채?(전원책)
"작년 말 기준으로 대개 160조 정도...?(이재명)
"중앙정부만 100조라뇨, 590조 5천억이죠, 공기업 부채는 얼만지 알아요? 500조가 넘습니다."(전원책)

자, 그러니까 전 변호사의 논리는 '국가 부채가 이렇게 많은데 어디서 포퓰리즘을 주장하느냐'로 요약된다. 대선주자 지지율 3위를 달리고 있는 이 시장에 대한 전 변호사의 짜증(?)이 폭발한 시간은 '탄핵 심판·대통령 수사…전망은?'과 '보수의 분열…대선판 어떻게?', '유승민 vs. 이재명 검증의 시간'으로 나뉘어 진행된 이날 토론 중 이재명 시장의 검증 때였다. 전 변호사가 미리 수치까지 외워서 준비한 것이 분명한 국가부채와 포퓰리즘의 상관관계는 이러했다.

"대중을 부자와 빈자로 나눌 때, 이 개념은 상대적 개념이기 때문에 늘 빈자가 많고 못 배운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존 스튜어트 밀은 이 민주주의를 다수의 폭정, 압제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어요,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않으면요. 무슨 말인고 하면,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은 나는 가난한 사람 편에, 못 배운 사람 편에 딱 서면 인기가 올라가요. 엄청나게 올라갑니다.

그래서 후안 페로몬이 집권했고, 포르투갈도 망하고 아르헨티나도 망해요. 전 세계적으로 망한 나라는 다 포퓰리스트들이 집권합니다. 제가 참 개인적으로 이 시장을 좋아하는데 왜 우려하냐면, 성남시에서 청년배당 같은 정책을 두고 '아 우리 성남시에서 해 보니까 중앙정부에서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늘 한다고요. 그런데 우리 국가부채가 중앙정부 부채가 590조 5천억이고, 올해는 650조입니다. 공기업 부채만도 500조가 넘었어요."

이어 5분 넘게 전 변호사의 고성과 짜증 섞인 질타가 이어졌다. 중앙정부 부채와 공기업 부채와 관련, 이재명 시장이 수치를 혼동하면서 '법인세 실효세율'을 놓고도 논쟁을 벌어졌다. 전 변호사의 고성에 당황하며 "공인은 수치도 조심스럽게 확인해야 한다"던 이 시장은 이렇게 반박했다.

"이탈리아든 어디든 망한 나라들은요, 복지를 해서 망한 게 아니라 국가 권력자들이 부패해서 망한 거예요."

시청자들이 화가 난 포인트도 여기에 자리했다. 기록적인 국가부채를 만든 장본인이 그 '보수주의'를 기반으로 한 '이명박근혜' 정권이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더욱이 대표적으로 4대강 사업이나 자원외교, 창조경제 등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이어진 명백한 혈세 낭비를 두고도 이재명 시장의 무상복지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질책하는 전 변호사의 안일한 논리라니. 더불어 편집이 가능한 예능과 생방송 토론을 착각한 듯한 전 변호사의 안하무인식 토론 태도가 이어지면서 시청자들이 <썰전> 하차를 요구하며 뿔을 낸 것이다.

중도보수 이미지 확실히 챙긴 유승민

'2017년 한국사회 어디로 가나?'란 주제로 2일 방송된 JTBC <뉴스룸> '신년대토론'.
 '2017년 한국사회 어디로 가나?'란 주제로 2일 방송된 JTBC <뉴스룸> '신년대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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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날 살짝 당황한 보수주의자는 또 있다. 상황이 무척 공교롭게 보였다. 전 변호사의 포효(?)에 피해자가 된 이재명 시장이 그 직전 유승민 의원에게 '안보' 관련 질문을 하면서 펼쳐진 장면이라 더욱 그러했다.

"분열돼 나온 개혁보수신당, 전 또 거짓말 하는 구나. 아까 보수 말씀하셨잖아요. 진짜 보수적 행위를 하느냐. 제가 유 의원님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딱 하나 그거예요. 아까 안보 중요하다고 하셨잖아요. 의원님이 소속돼 있던 새누리당이 과거에 북한에 돈 주고 총 쏴달라고 한 일 있죠. 예를 들면 그런 거. 병역비리, 방위비리 이런 것도 많고요. 정말로 말은 안보, 안보 하는데 안보를 정략에 이용한 대표적인 집단입니다.    

의원님은 그 집단에서 나와서 새로운 보수를 만든다고 하는데, 얼마 전에 보니까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보고 생각이 도대체 뭐냐 식에 명백한 종북몰이를 하셨는데요, 그거 여쭤보고 싶고요 또 한 가지는. 아까 양극화를 해소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제가 알기로는 노동4법, 노동자들 근로 시간 늘리고 통상임금 줄이고 파견근로 늘리고 이런 거 하셨거든요."

'총풍사건'이 언급되자 유승민 의원이 고개를 파묻었다. 이 시장이 헌법가치와 관련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과거 성남시 청년복지 정책을 두고 했다는 "악마의 속삭임"이란 비난발언을 언급하기 전까진 유 의원이 여유를 찾을 새가 없었다. 이어 개혁보수신당 창당이 이른바 "신분세탁"이라는 이 시장의 공격에 유 의원은 "이번엔 정계 은퇴하라고는 안 한다"며 여유를 번 듯 했다. 유 의원의 답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저는 상대방에 대해서 종북이다, 빨갛다, 그런 색깔론을 가지고 직접 공격하지 않습니다. 그분(문재인 전 대표)의 안보관은 국민들이 다 알아야죠. 저의 안보관도 당연히 알아야하고 시장님의 안보관에 대해서도 당연히 알아야 하는 겁니다. 제가 빨갱이다, 종북몰이를 한다 이런 말을 한다고 말도 안 했는데 지레 말하는 건 바람직한 토론이 아닙니다.

총풍, 방산 비리 이런 거 다 잘못됐습니다. 보수, 진보를 떠나서 이런 일들이 과거 있었죠.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인정해야죠. 이런 걸 가지고 유독 보수 혹은 새누리당 만의 잘못이다 이렇게 보는 건 힘든 거 아닌가. 이런 거 없애는 거 저나 시장님이나 정치하면서 해야하는 노력이고요."

이날 유 의원은 "복지보다 성장"을 다시금 확인하면서도, 격한 토론에서 한발짝 물러나면서 유연한 중도 이미지를 잃지 않았다. '박근혜 비서실장'이란 과거도, 새누리당의 국정농단 공범론도 자신은 중심에 있지 않았다는 논리로 '검증'을 빠져 나갔다. 이날 토론의 승자는 그래서 유승민-유시민이란 중평이 쏟아지기도 했다.

박근혜 신년 간담회가 불만인 손석희

2일 방송된 <뉴스룸>의 한 장면.
 2일 방송된 <뉴스룸>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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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유시민 작가는 '제2의 진행자'로 보일 만큼 조신하고 침착했고, 유승민 의원은 점잖은 보수의 이미지를 강화하며 잃을 것이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전원책 변호사의 독주하는 듯한 토론 태도가 질타의 대상이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으로 "오랜만에 100분짜리 토론을 진행한다"던 손석희 앵커의 진행은 더없이 차분했다.

흥미로운 점은 손 앵커의 날카로운 질문은 본 토론이 아닌 이날 <뉴스룸>에서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1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간담회를 취재 기자와 분석하는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불과 15분 전에 갑자기 통보됐다는 얘기인데, 그래서 1시 반부터 간담회가 열렸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기자들의 취재수단이랄 수 있는 노트북 기록, 음성 녹음 이런 게 전부 안 된다고 했다면서요?"
"그 부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는 없었습니까?"
"그런데 녹음도 하지말자는 걸 그냥 수용했다는 건 이해가 안 되는데요."
"그런데 녹음하지 말라는 건 왜 받아들였습니까?"
"이전에 현 정부 들어서서는 대통령 기자회견 때마다 이른바 시나리오 논란이 있었습니다. 다른 정부에서도 그런 예가 있기는 있었습니다마는, 질문이 정해져 있었던 건 아니죠?"

마치, 신년 간담회 자리에 참석한 JTBC 기자를 보도부문 사장이 질책하는 형국이었다. 손 앵커의 연타와도 같은 질문에 취재기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요는 왜 박 대통령과 청와대 의중을 충실히 따른 기자간담회를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순순히 받아들였느냐는 의문과 질타로 갈무리할 수 있었다. 손 앵커 외에도 신년 첫날 벌어진 어이없는 박 대통령의 간담회 내용과 그 간담회가 이뤄진 절차에 문제제기를 하는 목소리가 2일 하루 이어진 바 있다. (관련 기사 : 신년간담회 향한 조국 교수의 일갈 "피의자 박근혜, 변희재 수준")

방송 전, '역대급' 토론 패널이라 평가받던 이날 <뉴스룸> 신년 대토론은 예상보다 싱겁게 막을 내렸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좌우합작'을 이뤘고, '보수의 분열'에 대해서는 철저한 분석이 이뤄지지 못했으며, 짤막한 대선주자 검증은 유시민 작가의 이재명 시장에 대한 "분노조절장애" 언급만이 회자됐을 뿐이다. 그게 다 전원책 변호사의 공이라면 공일지도 모르겠다.

방송 세트부터 방청객까지, 손석희 앵커의 MBC <100분 토론> 시절을 연상시킨 이날 JTBC 신년 토론에 이어 3일에서 4일로 넘어가는 12시 이후부터 그 MBC <100분 토론>이 엇비슷한 패널과 주제로 방송된다. '한국정치 대개조,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안희정 충남도지사, 노회찬 정의당 의원, 남경필 경기도 지사,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이 출연한다.

과연, 전원책 없는 이날 MBC <100분 토론>은 '토론의 정석'을 지키면서 격변의 한국사회에 대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대권주자 안희정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질지 흥미롭게 지켜보도록 하자.


태그:#손석희, #전원책, #유시민,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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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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