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명의 남자 개그맨으로 구성됐던 틴틴파이브는 개그 프로그램에서의 활약은 물론 활발한 음악 활동을 펼치며 1990년대 높은 인기를 누렸던 팀이다. 멤버 중 이동우는 빼어난 입담으로 방송가에서 종횡무진으로 움직였고 팀 내에서도 메인보컬을 담당 탁월한 가창력을 드러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2004년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고 몇 년 뒤 시력을 잃게 되었다.

힘든 현실 속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그는 현재 가톨릭 평화방송의 가요 프로그램 <한낮의 가요선물> DJ로서 월요일부터 금요일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전국의 청취자들과 만나고 있으며, 지난해 가을에는 다큐멘터리 영화 <시소>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관객들에게 따스한 감동을 전해준 바 있다.

더욱이 2013년 11월에는 재즈 보컬리스트로 변신, 첫 번째 정규앨범을 발표와 더불어 '남성 재즈 싱어 이동우'의 존재감을 널리 각인시켰다. 그리고 작년 12월 말, 3년의 준비 기간 끝에 완성된 두 번째 음반 <워킹(Walking)>을 선보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담아냈다.

새 앨범에 담긴 수록곡의 우리말 가사 전곡을 썼을 만큼 애정을 쏟아 냈던 이동우. 국내외 실력파 음악인들과의 곡 작업 과정을 통해 '소통'과 '존중'의 가치와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는 그를 2016년 마지막 라디오 생방송을 가졌던 12월 30일 오후 3시, 가톨릭 평화방송에서 직접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3년 만에 2집, 그가 걷는 '가수'로서의 길

 지난 2016년 12월 30일, 가톨릭 평화방송에서 인터뷰에 응해준 이동우의 사진.

지난 2016년 12월 30일, 가톨릭 평화방송에서 인터뷰에 응해준 이동우의 사진. ⓒ 이종성


- 3년 만에 2집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새 앨범도 나오고 해서 노래 연습을 많이 하려고 한다. 물론 라디오 DJ 등 규칙적인 일들도 함께 해 나가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몸 관리, 마음 관리에도 나름 신경을 쓰며 지내고 있다."

- 오랜 기간 준비 끝에 발표된 작품이라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2집 음반 발매된 소감을 말하자면 '아쉬움·미련·후회는 다 차치하고 뿌듯하고 잘 가고 있구나!'란 생각을 했다. 그런 의미를 담아 앨범 제목도 <워킹(Walking)>으로 정했다.

우리가 어디론가 걸어가는 중에 꽃이나 나무를 보거나 의자에 앉아 달콤한 휴식을 취할 때가 있다. 나 역시 그런 길에 접어들어 '잘 걸어가고 있구나!'란 뿌듯한 마음을 갖게 되는데, 이번 음반은 아름다운 꽃이나 훌륭한 나무를 만나는 내 인생의 한 여정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 이번 앨범을 통해 특별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나?
"노래를 하고 뮤지션들과 작업을 해나가는 다는 것, 내 일상의 소박하고 가녀린 과정이다. 그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단연한 과정이다. 더함이나 덜 함 없이 그대로 실어놓았다. 그런 과정 중 내게 중요한 것은 성과나 결과가 아닌 가치다. 우리가 살아가는 가운데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가치나 이상은 없고 현실과 의무만 있는 경우도 자주 접하게 된다. 삶의 가치부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안타까움을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다.

내가 가진 장애가 때로는 아주 기쁜 선물이기도 하지만, 극복해 내지 못했기에 순간순간 절망과 좌절로 다가섬을 가감 없이 전하고자 했다."

- 3년의 앨범 준비 기간 동안 마음가짐은 어땠는지?
"회사건 개인이건 2집 앨범에 관한 투자제안이 들어왔다 했더라도 거절했을 것이다. (웃음) 음악에 대한 이해와 깊이가 되지 못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결과물을 낸다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삶을 살면서 나름대로 터득하고 경험한 부분들이 있었기에 조급한 마음과 사사로운 욕심은 가지려 하지 않는다. 첫 앨범이 나왔을 때 이런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한 적이 있다.

'내가 쉰 살이 되면 사람들에게 조금은 척할 수 있을 거야. 그 전까지는 떨어져 있고 조용히 움직일 거야. 칼을 가는 사람이라면 소란스러운 행동을 해서는 안 되는 거야.'

2집을 만드는데 3년은 생각보다 짧다고 생각한다. 더 연마를 해야 했고 더 준비했으면 어땠을까 되뇌어 볼 때도 있다. 왜냐하면, 내게 나이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길을 걷는 과정은 신중히 집중하며 임했다. 3년 동안 차곡차곡 확인하고 다지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수록곡들을 완성해 나갔다.

더욱이 유행에 민감한 장르도 아니고 나 자신도 인기를 좇는 사람도 아니어서 3년 동안 충분히 즐기면서 앨범을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 얼마나 행복하고 일인가? (웃음)"

- 해외 음악인들과의 작업은 어땠나?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먼저 '소통'이 무언가 제대로 알았다. 예술을 하는데 있어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알고는 있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세 명의 작곡가 팀은 노래 한 곡을 완성하는데 30분이 걸릴 때도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봤다. 그러나 그들의 '소통'은 한 결 같이 아름다웠고 그 아름다움은 서로에 대한 '존중'에서 나왔다.

그들 역시 내가 소속된 기획사 가수들이 발표하는 가요계 주류 장르의 음악작업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원래 해왔던 재즈곡들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어서인지 모두가 하나가 되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웃음)" 

- 앨범에 수록된 우리말 가사를 다 썼다. 그 완성 과정은 어땠나?
"한 폭의 그림을 구상하는 순간부터 최종적으로 완성할 때까지 장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이번 앨범 수록곡의 우리말 가사를 마무리 짓는데도 3년이 흘렀다. 먼저 곡 작업 과정을 언급하자면 안드레아스(Andreas)·구스타브(Gustav)·사이몬(Simon) 등 해외 작곡가들이 주축이 되어 노래들을 만들어 나갈 때 항상 함께했다. 그러면서 앨범의 이미지와 주된 컨셉을 형성하고 노랫말의 방향성도 구축해 갔다. 한 곡 한 곡에 맞는 가사를 꾸준히 써 나갔고, 1년여의 수정작업 기간을 거쳐 완성될 수 있었다."

- 그렇다면 노랫말을 쓰는데 어디에서 영감을 주로 얻나?
"여러 일상 중에 영감을 얻는데 아주 '찰나의 순간'에서 온다. 너무도 찰나적이어서 그 순간을 제대로 기록을 안 하던지 기억을 못 할 경우 나중에 낭패를 겪은 적도 있었다.

예를 들어 앨범 타이틀 곡 '톡탁(What A Wonderful Cane)'은 발랄하고 유쾌한 멜로디로 흥겨움을 주지만 내가 무척 고통스러울 때 노랫말을 썼다. 바로 '소음' 때문이다. 도심의 소음은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무서운 폭력성으로 다가선다. 정상인과는 달리 소음에 귀가 열려있기 때문에 어떤 순간 장애가 올 정도로 말 못 할 고통을 수반한다.

그때 '톡탁'의 노랫말 영감이 떠올랐다. 악어·기린·펭귄 같은 여러 동물을 의인화해 각박한 현실 속에 살아가는 인간들의 여러 단상을 그려낼 수 있었다. '눈을 감고 마음속에 그린 이 세상 속에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좋다'는 의미를 담았다."

- 특히 '톡탁(What A Wonderful Cane)'은 영화 <시소> 엔딩 주제가로 들을 수 있는데?
"<시소>는 무겁고 슬픈 주제를 그린 영화가 아니라 주인공들의 일상 이야기와 유쾌함이 곁들여진 동화와 같은 작품이다. 밝고 경쾌하지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노래가 사용되길 제작진도 바랐고, 영화와 조우할 관객들의 감정선에 어울리는 곡이었다."

이동우에게 음악은 장난감

- 돌이켜 봤을 때 영화에서 좀 더 다뤄졌으면 했던 점이 있나?
"<시소>를 보신 많은 분의 다양한 견해를 접할 수 있던 기회였다. 질문을 받으니 '감독님께 이런 제안을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문득 났다. 첫째 장애인들이 가진 삶에 대한 저항감을 표출하는 행동, 식욕과 성욕 같은 욕구에 관한 이야기들도 사실적 시각으로 다뤘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 매주 5일간 2시간씩 라디오 생방송을 하며 다른 일을 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가톨릭평화방송(CPBC FM)라디오에서 7년째 낮 방송 DJ로 청취자들을 만나고 있다. 데뷔 이래 프로그램 진행자 또는 패널로서 한 번도 쉰 적이 없다. 라디오 방송하는 것 자체를 즐기고 좋아한다. 라디오는 본질적으로 착한 매체다. 그게 바로 라디오의 핵심적인 요소다. 다양한 청취자들과 소통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운다. 정말 내게는 대단한 선물이자 축복이다. 매일 프로그램을 하는 대부분의 진행자분은 그저 일로 접근해 방송에 임하지는 않을 거다. 라디오는 내가 모든 일을 해나가는 데 있어 커다란 동력이다."

- 재즈 보컬리스트로 변신을 꾀한 계기가 있나?
"2011년 진행했던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출연했던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씨의 권유로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만났던 날 그분의 제안은 너무도 확고했고 수개월째 고민을 한 끝에 결정했다. 웅산씨의 손을 잡고 훈련에 가까운 재즈 보컬 레슨을 비롯해 2년 반 넘게 훈련에 가까운 연습을 해 1집 앨범을 선보이게 됐다.

내게는 소중한 기회이자 인생의 전환점을 가져다준 분이다. 처음 재즈를 접했을 때 '너무 어렵다는 점'이 고민으로 다가섰기도 했다. 지금도 마음으로 되짚어 보지만 '쉽거나 어려운 것, 좋아하는 것과 분명 다르다'는 것을 인지한 후 재즈를 노래하고 그 깊이를 느끼면 느낄수록 좋아할 수밖에 없다. 정말 재즈를 좋아한다."

- 혹시 특정 음악인과의 콜라보를 꿈꿔 본 적도 있나?
"쳇 베이커(Chet Baker)의 노래와 연주를 즐겨 듣고 좋아한다. 정말 이루어질지 모르겠지만 여성 보컬리스트로는 스테이시 켄트(Stacey Kent)와 아름다운 사랑 노래를 듀엣으로 부르는 무대를 꿈꿔 본다. (웃음)

항상 동경해왔던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스팅(Sting)이다. 장르를 불문 모든 노래를 정말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거장 아티스트이기에 어떠한 곡을 함께 하자고 제안하더라도 그의 음악적 이해와 관용이라면 위대한 작품과 무대가 탄생할 거다."

- 재즈 보컬리스트 이동우에게 음악이란?
"음악은 이동우에게 장난감이다. 사람은 놀 때 가장 정직하다. 중요한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갖고 놀 때인 듯하다. 음악은 내겐 평생 가지고 놀아도 질리게 하지 않고, 힘들게 하지도 않는 매우 소중하고 훌륭한 장난감과 같다."

- 새해 포부 및 인사, 그리고 활동계획을 이야기한다면?
"작년과 재작년에는 일적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는 과정 속에 재미와 보람을 충분히 가졌다. 반면 내가 내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앞에 놓였을 때 항상 무너지고 아팠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2017년, 둘 중 한 가지를 빼겠다는 생각은 없다. 그런 생각이나 자세는 현실적으로 무의미하고 실망할 부분으로 다가선다. 그래서 다가올 행복이나 불행 앞에서 내 마음을 열어놓을 거다.

방송이나 공연 활동을 병행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러 측면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나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는 점들은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만약 버스킹을 하거나 어떤 무대에서 단 한곡의 노래를 부르더라도 최상의 컨디션으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표현은 아주 솔직하고 과감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수용하지도 못하면서 표현조차도 못하며 살아왔다. 의무만 강요당하고 그 의무 때문에 힘들어하는 삶을 살았다.

2017년도에는 나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좀 더 많은 것을 조건 없이 받아들이고, 그리고 그에 대한 느낌을 가감없이 표현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쓸데없는 일에 자존심 세우지 말고, 어떤 일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거리를 떨쳐 버린다면 작년 보다 즐겁게 올 한 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동우 톡탁 재즈 보컬 시각장애인 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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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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