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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는 임금님이 드시는 음식을 장만하던 수라간 궁녀였습니다. 부모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됐습니다. 언젠가부터 몸에 기운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푹 주저앉았습니다. 병원으로 가 검사를 받으니 간경화라고 했습니다. 시한부 생명을 선고 받았습니다.

의사는 1년쯤 더 살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살고 싶었습니다. 걸리는 것도 있었습니다. 어머니보다 먼저 죽는 불효만큼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골똘히 생각했습니다. 경전에 '모든 병을 음식으로 치료한다'고 하신 부처님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때부터 시작된 두 번째 삶이 사찰음식과 버무려진 나날입니다. 그렇게 먹고, 그렇게 산 삶, 사찰음식과 버무려진 삶이 어느덧 20년이나 됐습니다. 사찰음식을 버무리며 살다보니 건강이 회복됐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사찰음식과 버무려진 삶을 살다보니 시나브로 사찰음식하면 연상되는 상징인물, 사찰음식 대명사가 됐습니다.

사찰음식에 스며있는 뿌리 깊은 철학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 지은이 선재 / 펴낸 곳 불광출판사 / 2017년 1월 2일 / 값 18,000원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 지은이 선재 / 펴낸 곳 불광출판사 / 2017년 1월 2일 / 값 18,000원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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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지은이 선재, 펴낸 곳 불광출판사)는 사찰음식하면 연상되는 선재 스님이, 대개의 스님들이 출가사연을 묻는 질문에는 미소만 지을 뿐이지만 '그럼에도'라는 전제를 달고 시작하는 당신의 출가사연이자, 당신께서 살아온 한 줄기 강물 같은 이야기들입니다.  

뿌리 없는 나무 없고, 발원지 없는 강물 없듯 사찰음식과 관련한 선재 스님의 사찰음식에 스며있는 손맛 또한 어쩌면 외할머니로부터 이어진 대물림일지도 모릅니다. 한국불교계에서 사찰음식에 관한한 선재 스님의 명성은 이미 커다란 강줄기를 이뤘습니다.

강에서 시작돼 강으로만 흐르는 물은 없습니다. 흘러드는 물도 있고, 스며들어 없어지는 물도 있습니다. 흘러드는 물 중에는 계곡물도 있고, 실개천 물도 있습니다. 계곡물은 계곡물대로 발원지가 있고, 실개천 물은 실개천 물대로 굽이굽이 흘러온 사연이 있습니다.

책에서는 스님이 사찰음식을 시작하게 된 까닭 같은 사연뿐만 아니라 사찰음식에 스며있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근본적 배경이 생활 속의 이야기, 사는 이야기로 토막토막 풀어가고 있습니다.

20년 동안 사찰음식을 전하며 만났던 사람, 그 사람들로부터 전해들은 이런 사연과 저런 이야기들을 사례로 엮고 사연으로 꾸려 읽기 좋게 버무렸습니다. 이야기를 통해 스님이 전하고자 하는 골자는 음식을 잘하는 요령이 아니라 음식에 대한 철학이자 음식을 잘할 수 있는 토대입니다.

레시피를 생각할 때는 재료에 대한 근본적인 성질을 살펴야 한다. 맛은 근본을 살리는 데 숨어 있다. 재료의 성질과 다른 재료의 조화, 계절을 안다면 요리의 반 이상은 끝난 것이다. -101쪽-

맞습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납니다. 모는 늦봄에 내야 하고, 밀은 늦가을에 파종해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그게 자연이고 순리입니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지만 음식도 그렇다는 걸, 그게 사찰음식에 깔린 배경이고 바탕이라는 걸 스님께서는 설명하고 강조합니다. 

사찰음식은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생명의 음식이다. 채식과 자연식, 소식을 지향하는 사찰음식의 밑바탕에는 이러한 생명 존중이 담겨 있다. 삶이 곧 수행이다. 스님들만이 수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도 일상의 수행자이다. -164쪽-

"입에만 맞는다고 음식이 아닙니다. 배가 부르고 기분만 좋아진다고 음식이 아닙니다. 정말 좋은 음식은 내 몸에 약이 되는 음식입니다. 그런 음식을 만드는 이가 최고의 요리사지요. 요리의 재료가 어디서 오나요? 모두 자연에서 옵니다. 그래서 요리사는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는 중간자입니다. 여러분 모두 그처럼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350쪽-

덤처럼 들어가 있는 계절별 음식정보, '한국인이 꼭 먹어야 하는 사계절 사찰음식'에 담긴 내용은 계절별 산해진미, 진수성찬으로 챙길 수 있는 건강한 밥상 정보입니다.

엿기름, 식혜 주재료 아녀

책에는 엿기름과 관련한 내용이 스님의 출가 전 이야기와 출가 후 이야기에서 나옵니다. 출가 전 이야기에서는 '설을 앞두고 엿을 고는 날, 어머니는 하루 종일 가마솥 옆에 앉아 기다란 주걱으로 저었고(후략, -54쪽-)'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만 보면, 엿을 만들려면 하루 종일 가마솥을 주걱으로 저어야만 하는 것으로 지레짐작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조청이나 엿을 만드는 게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과정도 복잡하지만 주걱으로 저어야 하는 시간이 하루 종일씩 걸리지는 않습니다. 

엿을 고다보면 가마솥에 가득했던 물, 엿이 될 재료를 엿기름으로 내린 물이 점점 졸아들며 색깔이 진해집니다. 물이 충분히 줄어들 때까지는 그냥 불만 유지하면 됩니다. 그러다 보면 졸아든(거반 10분의 1쯤으로) 조청물이 당화되면서 거품이 일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는 눌어붙지 않도록 계속 저어주야 됩니다. 따라서 하루 종일 저어주어야 된다고 지레짐작해 조청이나 엿 만들기를 아예 포기할 이유는 없습니다.

또한 '그리고 식혜의 단맛은 설탕이 아니라 엿기름에 좌우된다. 보리 싹을 알맞게 잘 길러내야 단맛을 머금은 엿기름이 된다.'(284쪽)는 내용이 있습니다.  

 사찰음식의 대명사가 된 선재 스님
 사찰음식의 대명사가 된 선재 스님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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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엿기름 자체는 단맛이 나지 않습니다. 식혜나 조청을 만들 때 꼭 들어가는 엿기름이 하는 역할은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침에서 공급되는 아밀라아제와 같은 역할입니다. 우리가 밥을 오래 씹을때 밥에서 단맛이 나는 이유는 침에 있던 아밀라아제가 밥 속에 있는 다당 상태의 탄수화물을 단당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조청이나 엿 재료로 사용하는 쌀이나 옥수수에 들어있는 탄수화물은 달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청이나 엿을 만드는 과정에 사용하는 엿기름 속 아밀라아제가 단 맛이 나지 않는 탄수화물을 단맛이 나는 엿당(단당류)으로 분해시켜 줘 단맛이 나는 것입니다.

책에서는 커다란 표지 글을 통해 '맛있는 음식은 넘쳐나고 요리사는 늘어가는데 왜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은 많아지고 있을까?'하고 묻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답은 책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먹는 이야기를 아무리 많이 해도 결코 배가 부르지 않는 것처럼 머리로만 수행하고 몸으로 실천하지 않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다."

건강도 그렇고 음식도 그렇습니다. 사찰음식이 왜 건강에 좋은지 궁금하고, 사찰음식을 어떻게 조리하는 지를 궁금해 하면서, 그냥 궁금해 하기만 하면 답도 찾을 수 없고 해결책도 얻을 수 없습니다.  

사찰음식의 대명사가 된 선재 스님이 화두를 던지듯 펴낸 이 책,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을 읽다보면 사찰음식에 대해 궁금했던 답도 찾고, 맛도 찾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값진 음식을 알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 지은이 선재 / 펴낸 곳 불광출판사 / 2017년 1월 2일 / 값 18,000원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 선재 스님의 삶에서 배우는 사찰음식 이야기

선재 지음, 불광출판사(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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