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시즌 프로야구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쥔 신재영은 2011년 NC 다이노스에 입단했다가 2013년 넥센으로 트레이드 되었던 선수이다. 프로 입성 5년차인 2016년이 되어서야 1군에서 활약해 신인왕이 된 중고신인이다. 이재학도 2011년에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지만 NC 다이노스로 자리를 옮겨 2013년이 되어서야 꽃을 피웠고 배영섭도 2009년에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지만 2011년이 되어서야 꽃을 피운 선수이다.

프로에 입단했다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2군에서 어느 정도 프로 적응을 마치고 1군에 올라온 선수들이 1군에서도 잘 하고 있다. 이제 대세는 중고신인이다. 2017시즌 1군에서 좋은 활약할 것 같은 중고신인들을 찾아보자.

1. 두산 베어스 외야수 이성곤

내·외야 멀티 플레이어 이성곤. 이순철 해설위원의 아들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2014년 연세대를 졸업하고 2차 3라운드 전체 32번으로 두산 베어스에 지명받아 입단한다. 원래는 내야수 출신이지만 두산 베어스의 내야가 경쟁이 치열한 데다 타격이 장점인 선수라 타격을 살리기 위해 외야로 포지션을 바꾸었다. 장차 민병헌을 이어 외야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선수.

2014년 입단 첫 해 1군 무대도 섰다. 기록은 8경기 출장 8타수 2안타. 60타석을 채우지 못한 탓에 아직 최우수 신인상의 자격 조건에 부합한다. 2014시즌이 끝나고 바로 경찰청 야구단에 지원했고 군문제를 해결했다. 그의 자리가 없는 두산에 있기보단 빨리 군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오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2016시즌에 이성곤은 경찰청 야구단에서 풀타임 출전을 했고 타율 0.328 19홈런 94타점 3도루라는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 또한 최다득점 2위(78), 최다안타 3위(107개), 장타율 6위(0.567) 등 주요 공격부문에서 상위에 링크되었고 출루율도 0.438을 기록했다. 비록 2군이지만 OPS(출루율+장타율)가 1.005나 된다는 것은 그가 가진 타격 재능이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2군에서 성적이 잘 나왔다고 꼭 1군에서 잘 하리라는 법은 없지만 기대를 하게 만들기 충분한 성적이다. 이미 퓨처스리그와 경찰청에서 예열을 끝낸 이성곤은 과연 2017시즌에 현재 박건우, 김재환, 민병헌이 지키고 있는 비좁은 두산의 외야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2. 두산 베어스 외야수 조수행

대도가 될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는 두산 베어스의 또 다른 외야수 조수행. 강릉고-건국대를 졸업했고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2016년 입단했다. 조수행은 2016년 한 해동안 퓨처스리그와 1군을 오가며 경험을 쌓았다.

건국대 재학 4년 동안 대학리그 90게임에서 92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던 대학 최고의 대도. 건국대 시절 차동철 감독은 저학년 때부터 조수행에게 "알아서 뛰라"고 일찌감치 그린라이트를 부여했을 정도다. 조수행이 외야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면 정수근-이종욱-오재원 이후 명맥이 끊긴 도루왕 타이틀을 다시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3. SK 와이번스 투수 김찬호

중고신인이라고 하기엔 좀 앳된 2016 고졸루키다. 인천 동산고를 졸업하고 2차 4라운드에서 SK 와이번스의 지명을 받는다. 키가 176cm이고 몸무게가 73kg이라는 프로필에서 보여주듯, 왜소한 몸을 가지고 있어서 체중을 늘리는 게 필수로 보이지만 공격적인 피칭이 돋보이는 선수다.

140km초반의 직구와 예리한 슬라이더를 가지고 있다. 좌타자를 상대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가 일품이다. 2016시즌 퓨처스리그 28경기에서 31이닝을 던졌고 1패 6세이브 2.3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아직 1군에 등판한 적은 없어서 1군 무대에서의 검증이 필요하긴 하지만 2군 리그에서는 불펜투수로 좋은 활약을 했음은 틀림없다. 체중을 좀 늘리고 웨이트로 몸을 키워서 구속을 좀 더 올린다면 박희수를 이을 마무리 투수로 쓸 수도 있을 것 같은 재목.

퓨처스리그에서 31이닝을 던지는 동안 22개 안타(그 중 2개는 홈런) 9실점 8자책점을 기록했는데, 29개의 삼진을 잡았고 볼넷은 13개를 내줬다. 몸에 맞는 볼은 아직 기록하지 않았다. 아직 20살 루키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성장 가능성은 확실한 투수로 보인다. 2017시즌 김찬호는 SK불펜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4. NC다이노스 투수 배재환

 NC다이노스 투수 배재환.

NC다이노스 투수 배재환. ⓒ NC다이노스


스튜어트가 빠졌고 이재학도 내년 출장이 불투명하다. 최금강이 남아 있지만 완벽하게 선발투수로 자리 잡았다고 하기는 부족하다. NC로서는 내년 선발 자리에 두 명의 외국인 투수 외 세 자리는 스프링 캠프와 정규시즌 중에 채워나가야 한다. 그 선발 후보군에 배재환을 넣어도 될 것 같다.

지난 2016년 9월 23일 기아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 투수는 각각 해커와 헥터였다. 해커가 4.2이닝을 던지며 7실점으로 뭇매를 맞고 내려가자 5회 1아웃에 배재환이 올라왔다. 배재환은 김호령을 삼진아웃으로 돌려세우고 김태군이 서동욱의 도루를 저지하며 5회를 마쳤고 나머지 4이닝 포함 53개의 공을 던지고 6 삼진 퍼펙트로 틀어막고 내려갔다. 그 사이 타선의 도움으로 역전을 해 그 날 승리투수가 되어 데뷔 첫 승을 챙겼다. 아무리 낯선 투수라고 해도 기아 타선에게 4.1이닝을 단 한 개의 안타나 볼넷을 내주지 않았다는 건 굉장한 일이다. 당시 보여준 모습 덕분에 김경문 감독에게 인정을 받아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들었고 0.1이닝으로 짧지만 포스트 시즌 경험도 했다.

퓨처스리그 성적도 괜찮다. 18경기에 나와 58이닝을 던져 6승 2패 3.4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64개의 안타를 맞았고 26실점을 했지만 자책점은 22점이다. 더 고무적인 것은 44개의 삼진을 잡아 탈삼진 능력이 좋다는 점이다. 볼넷은 22개로 삼진 개수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공격적인 피칭이 돋보이는 기록들이다.

서울고를 졸업한 뒤 2014년 신인 2차 1라운드 1순위로 NC 유니폼을 입은 배재환은 2015시즌에 1군에 데뷔해 1경기서 1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아직 입단 후 5시즌이 지나지 않았고, 투구 이닝도 30이닝이 넘지 않았기에 2017시즌 중고신인으로 최우수 신인상 자격 조건도 만족시킨다. NC는 이재학, 박민우 이후 세 번째 신인왕을 탄생시킬 수 있을까?

5. 한화 이글스 외야수 박준혁

 한화의 공수주 삼박자를 갖춘 외야수 박준혁.

한화의 공수주 삼박자를 갖춘 외야수 박준혁. ⓒ 한화이글스


한화의 외야수 중 발 빠른 외야수는 이용규와 장민석뿐이다. 그나마도 장민석은 타격이 안 돼서 대주자나 대수비로 자주 기용이 된다. 이성열, 양성우, 김경언 등은 아무래도 발이 느리고 수비도 약하다. 이제 2017시즌에는 드디어 한화에도 이용규 말고도 발 빠르고 수비 잘 하는 외야수가 한 명 더 생길 지도 모른다. 바로 2016년에 제대한 박준혁이다.

박준혁은 제대 후 짧게나마 한화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 인상은 매우 강렬했다. 2016시즌의 마지막을 달리던 9월 27일 대전 두산전에서 4-8이던 8회말 선두 송광민을 대신해 타석에 나왔다. 박준혁은 중견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때려냈다.

그리고 5-8이던 9회 2사 만루에서 다시 타석에 나와 팬들에게 또 한번 강력한 인상을 심어줬다. 상대 마운드에는 우완 홍상삼이 있었고 박준혁은 아웃카운트 1개면 경기가 마무리되는 긴장되는 상황이었지만, 2-2로 볼카운트 몰린 뒤로도 7구까지 가는 긴 승부 끝에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냈다. 한화는 두산전에 앞서 박준혁이 2타점 2루타를 치고 활약한 1경기를 포함해 2경기를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경찰청에 복무하던 당시 퓨처스 리그 성적도 좋았다. 2016시즌에 75경기 256타석에 나와 213타수 44안타 3홈런 44타점과 10개 도루를 기록했다. OPS가 0.899로 준수한 성적이다.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한화는 2017시즌 박준혁에게 무척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박준혁은 제주국제대를 졸업하고 2014년 2차 3라운드 전체 27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다. 아직 입단 연차도 3년차이고 타수도 10타수 밖에 되지 않는다. 박준혁 역시 신인왕 자격 조건에 부합하는 선수다. 한화는 2006년 류현진 이후 명맥이 끊긴 신인왕 타이틀을 11년 만에 박준혁을 통해 가져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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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네이버 블로그 '무명작가'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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