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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모든 언론이 한 해를 정리하는 보도를 작성한다. 2016년 10대 뉴스는 한 해의 이슈를 되돌아보는 동시에 언론의 관점도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신문, 방송, 통신사 등 13개 언론이 선정한 올 한 해 10대 뉴스를 비교해가며 살펴봤다.

가장 중요한 이슈는 최순실 국정농단, 촛불집회,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정농단의 두 '주역' 박근혜(오른쪽) 대통령과 최순실(왼쪽)씨.
 국정농단의 두 '주역' 박근혜(오른쪽) 대통령과 최순실(왼쪽)씨.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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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올 한 해 제일 중요한 사건을 꼽으라면 단연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과 그 분노로 결집한 대규모 촛불집회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13개 언론이 이들 사건을 2016년의 가장 중요한 뉴스로 선정했다.

국정농단의 실체는 충격적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압도적인 분노와 절제된 인내심은 경이로웠다. 2016년은 언제 되돌이켜 봐도 '촛불 시민'의 한 해로 기억하기에 충분하다.

김영란법에 대한 관심, 국민 정서와의 온도차

올해 9월부터 시행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올해 9월부터 시행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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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과 함께 모든 언론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올해의 10대 뉴스로 선정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중요한 이슈들을 제치고 김영란법이 모든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는 점은 그만큼 언론이 김영란법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언론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매일경제>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관공서 주변 고가 한식·일식당의 폐업이 속출했"다며 김영란법의 부정적인 효과를 서술했다. <문화일보>도 "적용 대상에 공무원 외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 등이 포함돼 지나친 법 적용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라고 짚어 법 시행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시행령의 내용과 현상을 중립적으로 소개하거나 긍정적인 입장과 부정적인 입장을 함께 배치한 언론사도 일부 있었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에 더 큰 무게가 실렸다.

언론의 이같은 논조는 일반 국민의 여론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월 7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응답자 1009명 중 71%는 김영란법 시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잘못된 일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는 15%에 불과했다.

언론이 자신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안에서 자칫 객관성을 잃은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강남역 살인, 구의역 사망, 백남기 농민 사망과 사인논란은 한 곳씩만 언급

강남역 살인사건, 구의역 사망사고, 백남기 농민 사망과 사인논란을 주요뉴스로 선정한 언론사는 각 한 곳에 불과했다. <한겨레>는 강남역 살인사건과 구의역 사망사고를 10대 뉴스에 포함했고 <SBS>는 백남기 농민 사망과 사인논란을 기자들이 꼽은 10대 뉴스로 선정했다.

<한겨레>는 강남역 살인사건을 10대 뉴스로 선정하면서 "우리 사회 온·오프라인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여성혐오에 대해 여성들이 스스로 주체적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은 강남역 살인사건 대신 소설 '채식주의자'의 맨부커상 수상이나 갤럭시 노트7 결함·단종 사태를 10대 뉴스로 선정하기도 했다. 서로 다른 사건을 동일 선상에서 평가하기 어려울지라도 강남역 살인사건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이 맨부커상이나 갤노트7보다 작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다수의 언론이 여전히 여성혐오 문제를 부차적인 문제로 판단하고 있음을 추측하게 되는 대목이다.

AI의 등장으로 기자들이 긴장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 높은 관심

이세돌 9단이 지난 3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구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제3국 맞대결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이세돌 9단이 지난 3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구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제3국 맞대결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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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도 언론이 주목한 올해의 사건이었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과 함께 조사 대상에 포함된 모든 언론이 올해의 10대 사건으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를 선정했다.

구글이 개발한 AI와 현 세대 최고 바둑기사의 맞대결은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비록 경기는 알파고의 4-1 승리로 끝났지만 이세돌 9단은 경기 후 "인간의 패배가 아니라 이세돌의 패배"라는 말을 해 큰 여운을 남겼다.

알파고의 승리는 AI의 확산이 가져올 디스토피아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기도 했다. 기계가 공장의 반복 노동뿐만 아니라 화이트칼라의 일자리를 침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으면서 언론은 '알파고 쇼크'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같은 분위기가 모든 언론의 10대 뉴스에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선정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언론의 10대 뉴스 중 7개 뉴스가 똑같다... 원인은 다양성 부족?

언론의 관심을 받은 10대 뉴스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괄호 안의 숫자는 해당 뉴스를 주요 뉴스로 선정한 언론사 수다.

최순실 국정농단(13), 촛불집회 및 대통령 탄핵(13),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13), 이세돌 알파고 대국(13), 북핵실험 및 개성공단 폐쇄(12), 사드배치 및 중국 반발(12), 경주 5.8 지진(12), 새누리당 총선 참패 및 여소야대(10), 조선 해운 구조조정(8), 가습기 살균제 사건(7).

올 한 해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어떤 문제가 중요한 이슈인지를 판단하는 언론간의 입장 차이는 크지 않았다. 최순실 국정농단처럼 논란이 필요 없는 중요한 사건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언론의 시각에 다양성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6 바로잡습니다' <중앙일보>의 기획 돋보여

대부분 언론이 이슈별로 한 해를 정리하는 보도를 한 가운데 <중앙일보>의 '2016 바로잡습니다'라는 기획이 돋보였다.

<중앙일보>는 12월 30일 지면을 통해  자사 신문이 2016년 보도한 내용 중 취재 내용과 다른 오보와 예측이 빗나간 기사를 정리했다.

4.13 총선, 브렉시트, 미국 대선 예측에서 여론조사와 실제 결과가 다른 점 언급하며 "시대의 변화에 맞춰 조사와 분석방식 역시 진화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반성했다. 문화부 기자들은 "최순실·차은택씨 등이 문체부를 중심으로 국정을 농단하는 동안 귀머거리·장님 신세나 다름없었습니다"라는 고백을 털어놓기도 했다.

언론의 낮은 신뢰도와 편파적인 보도, 사실관계의 오류는 그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스스로의 지난 잘못을 솔직히 적시하고 반성하는 <중앙일보>의 보도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떤 언론을 대상으로 조사했나] 12월 29일 기준으로 2016년 올 한 해 국내 10대 뉴스를 선정한 13개의 언론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신문 8곳(국민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문화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방송 3곳 (OBS, SBS, YTN) 통신사 2곳(뉴시스, 연합뉴스)이었다. SBS는 국내와 국제 뉴스를 구분하지 않았으나 10대 뉴스 중 국제 이슈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한 건에 그쳐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태그:#10대 뉴스, #언론, #촛불집회, #청탁금지법, #강남역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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