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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지난 8월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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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김효정 기자 = 태영호 전 주(駐)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는 27일 "김정은은 위험천만한 핵 질주의 마지막 직선 주로에 들어갔다"며 북핵 저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 7월 귀순한 태 전 공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통일부 출입기자단과 공개 간담회를 하고 자신의 망명 동기와 북한 김정은 체제의 실상, 북한의 핵개발 의도 등을 생생하게 밝혔다.

그는 "우리 민족을 핵 참화에서 구제하기 위해 오래 고민했다"며 "어떻게 하면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키고 우리 민족을 다가오는 핵 참화에서 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공개 활동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태 전 공사와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

◇모두발언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김정은 정권을 위해 남북 외교대결 최전선에서 활약해 온 태영호다.

해외에서 자유민주 체제의 우월성을 실감하면서, 그리고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진화하는 민주화 과정을 목격하면서 북한 정권에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북한에 남겨둔 가족과 일가 친척들이 연좌제로 처벌받을 것이 두려웠다. 김정은이 해외에서 공부해 북한과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 줄 것이라는 한 가닥 희망을 갖고 살았다.

그러나 고모부(장성택)는 물론 측근도 무자비하게 처형하는 행태를 보고 점점 절망감에 빠졌다. 특히 김정은이 제7차 당 대회를 기점으로 한국과 미국 대통령 선거의 정치적 교란기를 이용해 핵 개발을 2017년 말까지 무조건 완성한다는 정책을 채택하고 핵 질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빨리 한국으로 가서 민족을 핵 참화에서 구원하기 위해 무엇인가 해야 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됐다.

지금 김정은 체제는 내부적으로 썩어들어가고 있다. 낮에는 김정은 만세를 외치지만 밤에는 이불을 쓰고 한국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이런 동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정은은 주민과 간부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면서 공포통치를 하고 있다. 저는 북한 대사관을 벗어나는 순간 (가족에게) 내가 너희의 노예 사슬을 끊어 준다고 말했다.

통일을 하는 것은 우리 민족을 위한 새로운 도약 기회이기에 앞서 저와 여러분의 생사 전반이 달려 있는 중대한 문제다. 지금 김정은은 핵개발 완성 시간표까지 정해놓고 위험천만한 핵 질주의 마지막 직선 주로에 들어섰다. 김정은의 손에 핵무기가 쥐어진다면 우리는 영원히 김정은의 핵 인질이 되고, 한반도에서 핵 전쟁이 일어난다면 자그마한 영토는 잿더미로 변해 구석기 시대로 되돌아 갈 것이다.

(북한 주민에게) 김정은을 가볍게 쳐내고 통일된 나라에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자. 이미 수만 명의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으로 왔다. 이 순간을 놓치지 말고 어서 대한민국으로 와라. 통일이 되면 탈북민은 통일의 선봉 투사, 노예 해방자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받게 될 것이다. 3만 명 탈북민의 김정은 타도 외침이 울려퍼질 때 통일의 아침은 반드시 밝아 올 것이다.

◇질의응답

-- 북한이 보통 해외에 파견하는 간부들은 자녀 1명은 평양에 두도록 하는 것으로 아는데 예외였나.

▲ 김정은 정권은 부모와 자식 간의 가장 숭고한 사랑마저 악용해 해외 상주 직원은 자녀 중 1명을 북한에 인질로 잡아놓고 있다. 저는 천만다행으로 자식을 모두 데리고 올 수 있었다.

-- 북한이 2017년 말까지 핵 개발을 완료한다고 했는데 더 설명해달라.

▲ 북한은 김일성이나 김정일 때도 한 번도 핵 개발을 중단한 적이 없었다. 다만 김정일 당시는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라는 거짓 외피를 뒤집어쓰고 은밀히 핵 개발을 했다. 김정은은 핵·경제 병진 노선을 당 정책으로 공식 채택했다. 경제는 세계와 주민을 기만하기 위한 것이고 사실상 핵 최우선 정책이다. 김정은은 핵 개발을 가장 빠른 시간에 완성할 것을 당 정책으로 규정했다.

북한은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고, 미국에선 대통령 선거 이후 정권 인수가 진행되는 2016년부터 2017년 말까지를 핵 개발의 적기로 본다. 이 기간에 국내 정치일정 때문에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중지시킬 수 있는 물리적, 군사적인 조치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타산(계산)이 깔렸다. 북한은 한국에서 대선이 끝나고 미국에서 새로운 대북 정책팀이 꾸려지면 북한과 새로운 정책을 시도할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럴 때 북한은 빨리 핵 개발을 완성해서 새로 집권한 미국, 한국 정부와 북한이 도달한 핵보유국 지위에서 새로운 대화를 시도할 것이다. 미국과 한국 정부가 유지한 '비핵화 후 대화' 도식을 깨고 제재 해제와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내세워 핵 보유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려는 전략이다.

-- 언제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니 구체적으로 대응하라는 방침이 (재외공관에) 있었나.

▲ 국회 정보위에서 (제가) 언급했다는 공문 문제는 의도와 다르게 보도됐다. 북한은 해외 공관에 언제 핵실험을 한다는 등 구체적인 국가 기밀에 속하는 것을 공문으로 보내지 않는다. 국회 정보위에 나가서는 북한의 현재 핵 개발과 관련한 정책적 측면을 얘기했다.

-- 한국에 도착한 시기와 경로는. 빨치산 가문 출신인가.

▲ 여름에 한국에 와서 (지금이) 첫 겨울이다. (항일 빨치산 1세대이자 김일성의 전령병으로 활동한) 태병렬과는 어떤 혈연적 관계가 없다. (부인) 오혜선은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이자 노동당 군사부장을 지낸) 오백룡과 혈연관계다.

탈북 시기나 경로와 관련해서 언론에 보도된 대부분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 언론에 나서고 적극적으로 공개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북한 내 가족의 신변은 걱정되지 않았나.

▲ 우리 민족을 핵 참화에서 구제하기 위해 오래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키고 우리 민족을 다가오는 핵 참화에서 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공개 활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에 두고 온 가족과 저 때문에 피해를 본 동료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제가 방구석에서 눈물을 흘려도 소용이 없다. 김정은 정권과 싸울 때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

-- 미국은 망명지로 생각하지 않았나.

▲ 한반도가 외세에 의해 분단된 지 70여 년이 지났지만, 하루빨리 저의 대(代)에 나라를 통일하는 것을 평생의 숙원으로 생각하고 있다.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대한민국에 와서 통일을 위한 투쟁을 벌이는 것이 통일을 앞당기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 김정은이 사라지면 북한이 붕괴한다고 말한 이유는.

▲ 북한에서 공산정권 수립 70년이 됐다. 사회제도가 수립돼 70년이 지난 오늘까지 공포정치와 처형으로 유지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북한은 계급투쟁에 기초한 공산주의 이념에 더해 지도자에게 충(忠)과 효(孝)를 강조하는 조선 시대 '선비학'에 기초해 유지됐다. 정체성과 명분을 중시한다. 김정은 시대에 와서 북한은 지금까지 유지되던 명분과 정체성을 잃었다. 김정은까지 겪고 본 북한 주민은 물론 엘리트층도 북한 세습 체제는 미래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 저는 김정은이 마지막이라고 확고히 이야기할 수 있다.

-- 현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보나.

▲ 전문가 사이에서 현 대북정책에 대해 논쟁이 많은 것을 한국에 와서 언론을 통해 봤다. 대북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과 대북정책을 강경 모드로 유지해서 김정은 정권을 고립으로 몰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김정은의 현재 핵 개발 정책을 포기시키느냐 마느냐는 (경제적) 인센티브의 문제가 아니다. 김정은 정권은 곧 핵무기다. 김정은이 있는 한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1조 달러, 10조 달러를 준다고 해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 현재 북한의 핵 개발이 어떤 상태까지 왔다고 보나.

▲ 핵 개발의 정책적 측면을 말씀드린 것이다. 핵 개발의 수준이 어느 지점에 왔는지는 잘 모른다. 북한은 체제 특성상 외무상이나 더 높은 사람도 핵 개발이 어느 수준에 왔는지 모른다.

-- 영국에서 체제 선전을 할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

▲ 북한의 일반 주민은 물론이고 엘리트층도 기회주의적으로 살고 있다. 저도 '김정은 만세'를 외치지 않을 수 없었고 기회주의적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영국에서 각이(各異)한 계층을 만나면 대부분의 사람은 어떻게 그런 북한 체제를 홍보할 수 있느냐고 얘기한다. 직무상 북한 체제를 옹호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

-- 외무성에서 일했는데 북한이 중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정은은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북한이 중국에 자주적인 것은 사실이다. 북한은 중국의 약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라는 '동생'이 배짱을 부려도 중국은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 북한이 어떤 일을 해도 중국은 '버퍼 존'(완충지대·buffer zone)을 유지하기 위해 끌려갈 수밖에 없다.

중국이 결심만 한다면 북한 정권을 끝내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다가올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미국이라는 물리적 존재를 막기 위해 아직도 김정은 정권을 비호하고 있고, 김정은 정권은 이를 잘 알고 있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핵 개발에 대한 '면죄부'로 생각하고 있다.

-- 외교관 경력과 마지막으로 평양을 떠난 시기는.

▲ 1990년대 말에는 덴마크와 스웨덴, 2000년대에는 영국에서 근무했다. 북한에서 마지막으로 (해외 근무를) 간 것은 2014년 초다.

-- 북한 당국이 경제 모델로 삼고 있는 것이 있다면.

▲ 북한이 현재 직면한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올바른 경제정책을 주민에게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북한은 점차 시장에 의거한 경제로 변화하고 있다. 북한 경제는 원시적 자본주의인데 정책은 사회주의 계획정책이다. 북한이 현실을 인정하고 경제정책을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시장경제에 의한 정책으로 바꾸는 것이 순리다.

김정은과 노동당은 왜 정책을 바꾸지 못하느냐는 질문이 제기된다. 북한이라는 사회는 수령의 신격화에 기초해서 움직인다. 수령은 신과 같은 존재고 모든 의식주는 수령이 보장해 줘야 한다. 경제정책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움직이게 하면 북한 사회에서 점차 김정은의 존재는 없어진다. 그래서 현실에 맞지 않는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유지하고, 주민이 세뇌 교육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효과를 낳고 있다.

-- 핵실험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김정일과 김정은의 차이점은.

▲ 북한의 의사결정에서 가장 핵심기구, '컨트롤 타워'가 어디냐고 모든 사람이 물어봤다. 정책을 통합·조정해서 김정은에게 보고하는 컨트롤 타워라는 것은 북한에 없다. 북한은 김정은이라는 신(神)과 모든 정책부서가 종적으로 연결된 사회다.

지난 8월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지난 8월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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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효과를 체감했나.

▲ 대북제재로 인해 김정은 정권이 상당한 위기에 몰리고 있다. 그러나 현재 대북제재의 효과를 경제적 형편이나 숫자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북한 주민의 심리가 어떻게 변화하는가와, 제재가 김정은이 추진하는 경제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김정은이 올 초 평양 려명거리 공사에 나서면서 당 창건일인 10월 10일까지 완성해 대북제재가 물거품임을 보여주라고 했다. 올해 10월 10일까지 입주를 해야 했는데 완성됐는가.

북한 사람들은 대북제재가 심화하는 중에 상당한 동요를 느끼고 있다. 개성공업지구나 나선 지대처럼 북한 변두리의 특구를 북한의 종심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원산을 세계적인 관광지대로 만들라고 했다. 이를 위해 숱한 인력과 자본이 투자됐다. 이런 정책이 대북제재 속에서 실현 가능하겠느냐. 대북제재는 김정은의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놓았다.

-- 북한 인권 관련 국제사회의 압박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느냐.

▲ 지금 북한과 북한 외교 전반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것이 인권문제다. 핵 문제 같은 것은 외교관이 당당하게 얘기한다.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을 옹호하는 나라가 없다. (외국인들이) 북한에서 만민이 법 앞에 평등하면 김정은은 왜 지하철에서, 아이들 앞에서 담배를 피우느냐고 물어본다. 이런 문제를 논의하면 할수록 북한은 수세적이다. 북한은 인권에서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유엔 인권결의에서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넘긴다고 (명시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북한 주민은 국제형사재판소를 모르지만, 김정은이 재판에 넘겨진다는 소문이 내부에 흘러가면 김정은이 범죄자고 미래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한국 언론을 접촉할 수 있었나.

▲ 제가 북한 정권에 몸담고 있을 때 (탈북민 출신) ○○○ 기자의 기사를 보고 큰 힘을 얻었다. ○○○ 기자가 인터넷에서 발표한 기사를 보고 눈물 흘린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 기자가 한국에서 노력해서 그야말로 알려진 분이 됐는데, 우리도 한국에 가서 노력하면 우리도 잘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한국에 왔다.

북한 외교관이 컴퓨터에서 처음 열어보는 것이 연합뉴스다. 연합뉴스 (홈페이지의) 북한란에는 한국과 외국 언론이 북한과 관련해 보도한 것이 나온다. (연합뉴스에는) 대외접촉 사전 준비를 위해 적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 나와 있다. 연합뉴스 앱(애플리케이션)도 본다.

최근 한국에 와서 재미있게 본 드라마가 (탈북여성이 주인공인) '불어라 미풍아'다. (해외 주재 남북학생이 교류하는 장면) 보면서 우리 가족의 지난날을 보는 것 같았다. 1990년대 말 덴마크에서 생활할 때 큰 아이와 남한 아이가 같은 학교에 다녔다. 큰 아이가 '이순신이 누구냐'고 물어보더라. 학교에서 자기 민족에게 위대한 사람을 이야기하라고 했는데 우리 아이는 김일성이, 남한 아이는 이순신이 위대하다고 한 것이다.

-- 외부 정보가 북한에 유입되는 경로는.

▲ 북한에 외부 정보가 유입되는 날 북한은 허물어진다. 북한은 수령의 신격화에 기초해서 유지된다. 예를 들어 (김정은이) 김정일의 많은 여인 중 하나에게서 나온 아이라는 사실 자료가 북한 내부에 들어가면 지도자의 신격화가 유지될 수 없다.

북한은 외부 정부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별의별 조치를 다 하고 있다. 저같이 외부에 나와 있던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북한에 들어가서 말하지 못한다. 외국에서 살다 들어간 애들한테도 감시를 붙인다.

'김정은 이모도 탈북했대….' 이 말이 퍼지면 (북한은) 끝난다. (북한 주민들은) 세뇌와 공포정치에 눌려 살기 때문에 우선 내 몸, 우리 가족부터 보호하고 건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드론을 투입하는 등 외부에서 북한 주민을 계몽시키고 눈을 뜨게 해주는 대대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 고용희가 김정은의 생모라고 알고 있는데 김정은 생모를 어떻게 생각하나.

▲ 우선 김정은 후계구도와 김정일 후계구도는 다르다. 김정일 후계구도는 상향식 후계구도였다. 김정일은 공식 후계가 되기 전에 10여년 동안 삼촌 김영주를 쳐내고 자기 이복동생 등 걸림돌을 쳐내면서 후계자로 갔다. 북한은 공산주의와 유교적 사회를 기초하고 있다. 김정일은 권좌에 오르기 전 후계자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예컨대 아버지는 빨치산 대장, 어머니는 빨치산 대원으로 피가 좋다. 또 유교적 입장에서 김정일은 장자였다. 반면에 김정은은 어떻게 됐는가. 2008년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질 때까지 김정은의 존재를 아는 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나도 몰랐다. 김정일은 자기가 얼마 못산다는 걸 알고 누구도 모르던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세웠다. 김정은은 명분과 정체성이 없다. 집권 5년차에도 자기 생모를 공개 못 하고 있다. 이것이 김정은 백두혈통의 허구성이다.

-- 전에 김정은의 처조카도 남한에서 공개 활동을 하다가 안타까운 일을 당했는데.

▲ 북한에 있을 때 (북한 공작원에 의해 피살된) 이한영 씨의 상황을 다 봤다. 그러나 통일은 개인이나 집단의 희생 없이는 안 된다. 이 한 몸 통일의 제단에 바친 몸인데, 김정은의 테러로 죽는다면 그것이 통일의 기폭제가 돼 더 많은 동료들이 격분해 동참할 것이다. 그러면 통일의 날이 앞당겨질 것이다.

-- 아침에 인터넷 본다고 했는데 다른 해외 나간 사람들은.

▲ 해외 나간 상주 직원과 아이들 모두 인터넷에 접속한다. 제가 업무상 사무실에서 버젓이 인터넷을 켜고 연합뉴스를 볼 수 있는 점도 있지만, 해외에 나간 사람의 인터넷 접촉 힘든 일이 아니다.

-- 보위부 감시는 없나.

▲ 보위부 요원의 수는 적고 해외 나간 사람은 많다. 북한은 계속 사람을 모아놓고 한국 영화, 드라마, 언론 보지 말라고 한다. 예를 들어 김정은 이모 고영숙 인터뷰가 연합뉴스에 나와서 그거 보지 말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 북한 엘리트층은 외부 정보를 얼마나 아나.

▲ 북한은 외부 정보 유입이 차단된 속에서 존재 가능하다. 그 원칙은 누구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제가 외무성 평범한 부원이라고 생각해보자. 오늘 하루 동안 외국 언론 보도 다 볼 수 있다. 중앙당 조직부의 아무리 높은 사람도 외국 언론 볼 수 없다.

-- 인상 깊게 본 한국 드라마가 있나.

▲ 북한 사람치고 한국영화, 드라마를 못 본 사람은 제가 아는 사람 중에는 없다. 한류를 차단하려는 조치가 간단치 않다. 북한에서는 수시로 젊은이들이 지나가면 한국 말투가 있나 본다. (한국 드라마 등을) 너무 봐서 말투도 한국식으로 변하고 북한에 전혀 없던 표현을 쓰는 것이다. 마약과 한류 두 가지는 북한이 막지 못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을 목도했는데 어떻게 느꼈나.

▲ 나라를 운영하는 데서 시스템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한국의 정치정세를 보며 다시 느꼈다. 한국에서 TV를 보면 당장 나라가 끝날 것 같지만, 사회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가동되고 있다. 100만 명이 하룻밤에 모였다가 흩어질 때 (아무도) 연행되지 않고 모두 청소하고 딱지 뜯고 하는 장면을 보고 대단히 큰 감명을 받았다. 현재 국정농단 사태가 가슴 아픈 일이지만 한국이 세계 민주화 과정을 새로운 단계로 선도해 끌고 나가고 있지 않나. 그런 과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례적으로 공개 활동을 하는 것에 의심의 눈초리도 있는데.

▲ 저는 말하자면 남북 외교대결의 최전선에 있었다. 한국 정부에 탈북 의사를 밝힐 때 저는 탈북, 귀순이 아니라 한국 정부에 투항하고 싶다는 표현을 썼다. 그 표현이 오늘 공개 활동 시작한 것을 집중적으로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정국 물타기 작전이라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을 봤는데, 통일하러 왔다고 얘기하고 싶다. 한국 정치에 개입할 의사도 없고 잘 모른다.

--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지 못하고 있는데.

▲ 김정은으로서는 하루라도 중국을 방문하지 못해 몸살이 날 것이다. 북한이 중국에다 대고 핵무기 갖겠다고 한 것은 중국의 뺨을 친 것이다. 중국이 김정은을 초청하면 가장 기본적으로 핵무기 포기에 대한 답을 달라고 할 것이다. 핵무기라는 걸림돌 앞에서 김정은의 중국 방문이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 김정일이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핵무기 관련 담화가 나왔다. 부재중에 누가 결정한 것인지 의문이 있었다.

▲ 북한은 김정은에게 모든 것을 직선으로 보고하는 체계다. 컴퓨터로 보고하는데 북한 사람 치고 김정은이 어디서 사무를 보고 어디서 사는지 동선을 모른다. 진짜 김정은이 보는지, 밑의 사람이 하는지 상당히 가늠하기 어렵다. 오늘 당장 김정은이 죽어도 위에서 알리지 않으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작동하는 체제다.

(노동당 대남비서) 김양건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북한 내부에서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단지 주민들 속에 도는 말은 김양건이 김정은에게 갔다가 음주 상태에서 차를 몰고 오다가 사고로 새벽에 죽었다는 것인데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 장성택 처형 과정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나.

▲ 장성택 처형은 북한 사회에 상당히 큰 충격을 준 사건이다. 김씨 가문 내에서 권력투쟁은 계속 있었지만 절대 공개하지 않고 은폐된 방법으로 정리했다. 장성택은 처음으로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장성택이 사회에 미친 영향과 범위가 너무 커서 회의에서 공개하고 전사회적 운동으로 단시일 내 처리하지 않으면 커다란 사회적 반발이 일어날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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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태영호, #북한, #핵,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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