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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촬영한  실미도 모습(오른쪽 섬). 실미도로 건너가는 유일한 길은 왼쪽에 보이는 무의도와 실미도 중간에 보이는 사구를 이용한다. 하루에 두번 썰물 때 출입이 가능하다
 드론으로 촬영한 실미도 모습(오른쪽 섬). 실미도로 건너가는 유일한 길은 왼쪽에 보이는 무의도와 실미도 중간에 보이는 사구를 이용한다. 하루에 두번 썰물 때 출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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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과 함께 북파공작원 훈련현장이었던 실미도를 방문했다. 실미도는 인천광역시 중구 무의동에 위치한 면적 25만 3594㎡의 무인도이다. 무의도에서 북서쪽으로 약 400m 떨어져 있고, 인천항과 약 21.2km 떨어져 있다. 실미도는 하루 2번 썰물 때 무의도와 연결되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물때를 잘 아는 지인과 함께 무의도를 건너 실미도 해변으로 들어가려니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아니! 무의도가 사유지인가? 아니면 실미도가 사유지인가. 입장료를 왜 받는지 궁금하다. 여름도 아닌 한겨울이라 입장객이 거의 없는 실미도해수욕장 가는데 왜 입장료를 내라는 건지!

기분이 언짢았지만 돈을 내고 400미터 건너편에 있는 실미도를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해변에 영화 <실미도>사진과 함께 영화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는 안내간판이 눈에 띈다. 

영화 <실미도>를 안내한 간판 모습. 주인공 안성기, 설경구, 정재영, 허준호의 살기찬 눈이 살아있다
 영화 <실미도>를 안내한 간판 모습. 주인공 안성기, 설경구, 정재영, 허준호의 살기찬 눈이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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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감독이 제작한 영화 <실미도>는 총제작비 110억을 들여 천만 관객이 관람했다. 바닷바람을 맞아 희미해졌지만 주인공들인 안성기, 설경구, 정재영, 허준호의 살기에 찬 눈은 그대로 살아있었다.

실미도 사건은 내 뇌리에 생생하다. 반공교육을 철저히 받고 있던 학생들에게 1968년에 발생했던 1.21사태는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놨다. 3년 뒤인 1971년 8월 23일 무더운 여름날, 애초 대간첩대책본부가 무장공비가 나타났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전쟁이 난 줄 알았다.

북파공작원들, 혹독한 훈련과 보수미지급으로 불만 품어

실미도 사건을 다룬 자료는 많다. 다음은 <위키백과사전>에서 발췌해 편집한 내용이다.

684부대(1968.4~1971.8)는 실미도에 있었던 북파목적의 비밀부대였다. 이 부대는 1968년에 일어난 1·21 사태에 대한 보복을 목적으로 같은 해 4월에 총원 31명으로 창설되었다. 684부대원들은 북한에 침투하여 김일성을 암살하기 위해 혹독한 훈련(훈련 과정 중 7명 사망)을 받았으나,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작전 자체가 불확실해지자 가혹한 훈련과 장기간의 기다림에 불만을 품고 1971년 8월 23일 6시경 교관 및 감시병 18명을 살해하였고 이 과정에서 부대원도 1명 사망하였다.

부대막사가 있었던 바닷가  해변모습. 주변바위가 아름답기만 했다
 부대막사가 있었던 바닷가 해변모습. 주변바위가 아름답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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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 해변에 널려있는 기기묘묘한 바위 모습
 실미도 해변에 널려있는 기기묘묘한 바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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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빠져나간 23명의 684부대원들은 12시 20분경 인천 옥련동 독부리(옹암) 해안에 상륙한 뒤, 인천시내버스를 탈취하여 청와대 방향으로 향했다. 인천에서 육군과의 총격전으로 타이어가 터져서 버스가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이들은 수원-인천간 시외버스를 다시 탈취하여 오후 2시 15분경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현 동작구 대방동) 유한양행 건물 앞에 도착하였다.

여기서 마지막 총격전을 벌이다 부대원 대부분이 스스로 수류탄을 터뜨려 목숨을 끊었고, 생존자 4명은 군사재판에 회부되어 1972년 3월 10일 사형이 집행되었다.

아픈 역사도 역사인데... 역사적 유물 거의 사라지고 없어

실미도임을 알리는 간판 모습. 샛길을 따라 산정상을 넘으면 막사터가 나온다. 해골 모습 아래 X자로 된 뼈 하나는 떨어져 나가고 누군가 나무 막대기를 꽂아놓았다
 실미도임을 알리는 간판 모습. 샛길을 따라 산정상을 넘으면 막사터가 나온다. 해골 모습 아래 X자로 된 뼈 하나는 떨어져 나가고 누군가 나무 막대기를 꽂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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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로 둘러싸인 조그만 섬 실미도. 유명한 사건이 없었더라면 바닷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조그만 섬이다. 실미도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은 썰물 때면 나타나는 해안사구다. 너비 10여 미터의 사구 밖으로는 자연산 굴 밭이 널려있어 관광객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모래위에 막대기를 꽂고 줄을 쳐놨다.

저 섬 너머에 있었을 막사는 어떻게 생겼을까? 훈련장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 하며 길이 있었던 곳으로 다가가니 해골 아래 뼈다귀를 X자로 나타낸 모습위로 실미도란 안내 간판이 보인다. 그나마 뼈 하나는 없어져 누군가 나무 막대기를 꽂아놓았다. 그냥 놔둬도 관광객이 저절로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해서일까? 아니면 무감각일까.

산길을 따라 부대막사가 있었을 고개언덕 너머 뒤쪽으로 가니 사방 100여 미터나 되는 모래사장과 멋지게 생긴 바위들이 나타났다. 지형으로 보아 이곳에 막사흔적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다시 산 쪽으로 올라가보니 역시 막사를 지었던 기초들이 나타났다. 아! 여기구나!

처연한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생사를 가르는 혹독한 훈련과 비극의 씨앗이 잉태되고 있었구나! 실미도 사건은 혹독한 훈련과 열악한 보급 및 보수 미지급에 불만을 품은 공작원 24명이 실미도를 탈출하면서 시작되었다.    

1999년 12월 19일에 방영되었던  MBC특별기획 <이제는 말할수 있다>에서 방영한 동영상을 캡쳐한 당시의 훈련장 모습이다. 현재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1999년 12월 19일에 방영되었던 MBC특별기획 <이제는 말할수 있다>에서 방영한 동영상을 캡쳐한 당시의 훈련장 모습이다. 현재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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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사가 있었을 걸로 추정되는 터에는 잡초만 무성히 자라고 있었다.
 막사가 있었을 걸로 추정되는 터에는 잡초만 무성히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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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2월 19일에 방영되었던 MBC특별기획 <이제는 말할 수 있다>편을 보면 당시 기간병이었다가 살아남은 7명의 생존자가 현장을 찾아와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 중 한 분의 증언에 의하면 "엄청난 훈련으로 잘 단련된 훈련병과 함께 밤에 보초를 서러 나갈 때면 훈련병들이 두렵기까지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구보를 하면 거의 날아다녔다"고 해서 그들이 훈련받았을 능선과 바닷가를 돌아다녀보아도 흔적만 남았지 거의 남아있는 게 없었다. 오히려 입고 있던 잠바가 가시에 찔려 찢길 뻔할 정도로 나무가 우거져 있었다. 능선 정상부위에는 가끔 참호의 흔적만 보였다.

실미도 주변을 돌아보면 아름다운 바위들이 널려 있었다.
 실미도 주변을 돌아보면 아름다운 바위들이 널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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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해변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바위가 널려 있었다. 그 아래에는 자연산 굴밭이다
 바닷가 해변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바위가 널려 있었다. 그 아래에는 자연산 굴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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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또 다른 흔적이 있을까 해서 섬을 일주하는 동안 아름다운 바위들이 널려 있었다. 기기묘묘하게 생긴 바위들은 현장에서 훈련병들이 흘렸을 땀과 피눈물은 감추고 무심한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길도 없어 바위를 타고 넘어 무의도가 바라보이는 지점에 왔을 때 한 아주머니가 자연산 굴을 따고 있었다. 아주머니와 대화를 시작했다. 

무위도에서 식당을 한다는 아주머니가 자연산 굴을 따고 있다
 무위도에서 식당을 한다는 아주머니가 자연산 굴을 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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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 굴 많이 따셨네요. 혹시 저 건너편 무의도 사세요?
"예! 저 건너편에서 식당을 해요. 자연산 굴이 많아서 물 빠졌을 때 따러왔어요."
"무의도 사시면 실미도 사건 알아요?
"저는 사건 뒤에 이사왔기 때문에 얘기만 들었지 잘 몰라요. 저기 보이는 바위에 물이 차기 시작하면 못나갑니다. 물 들어 오기 전에 빨리 무의도로 건너가세요."


실미도 사건은 냉전 시대 반공 이데올로기가 강화되어 가던 시기에 국가가 자행한 인권 유린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요즘 동북아 군비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실미도 사건이 발생한 지 45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남북간의 대결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또 다시 이러한 불행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실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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