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이거즈의 김기태 감독 부임 2년 차가 되는 이번 시즌의 성적은 페넌트레이스 5위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하여 LG트윈스와 보여준 2경기는 젊은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기아 타이거즈 입장에서는 '성장'의 해라고 할 만하다. 이로써 젊은 선수들도 가을 야구를 경험하면서, 기아는 팀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전반적으로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은 시즌이었다.

성적의 보상인 걸까? 기아는 시즌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핫'한 팀이 되었다. 야수 부분 기아가 계약한 선수들을 본다면 지난 11월 17일 구단 내부 FA 나지완을 4년 40억에 계약하면서 잔류시켰다. 이어 11월 24일 최형우를 4년 100억 원에 FA 계약했고, 크게 활약해준 브렛 필을 대신해 중견수 로저 버나디나와 85만 달러에 사인했다. 투수 부분에서는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준 우완 헥터 노에시와 170만 달러에 재계약했고, 지크를 대신하여 좌완 팻 딘을 90만 불 영입했다. 무엇보다 팀의 토종 에이스 좌완 양현종을 재계약함으로써 기아 타이거즈는 발 빠른 영입을 통해 우승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한승혁, 그에게 기대를 품어도 될까

역투하는 한승혁 지난 2015년 9월 15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4회 초 중간계투로 등판한 KIA 한승혁이 역투하고 있다.

▲ 역투하는 한승혁 지난 2015년 9월 15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4회 초 중간계투로 등판한 KIA 한승혁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러한 영입에도 다음 시즌 전망이 어두운 전력이 있다. 바로 불펜이다. 이번 시즌 기아의 선발과 불펜은 명암이 엇갈렸다. 표에서 볼 수 있듯 선발진의 방어율은 리그 2위를 기록할 만큼 튼튼하였지만, 불펜진의 평균자책점은 8위를 기록하여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현재 기아의 불펜은 베타랑 투수를 중심으로 시즌을 이끌었다. 마무리인 임창용이 내년 42세가 되며 풀타임 마무리로 뛰기에는 분명히 어려움이 존재하고 최영필, 김광수 등 노장 투수들에게 많은 부담을 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144경기인 페넌트레이스라는 마라톤을 건강하게 통과하려면 젊은 불펜진의 활약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불펜진에서 가장 기대를 거는 선수는 누구일까?

차세대 마무리로 부상하고 있는 한승혁이다. 한승혁은 2011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지명되어 기아 타이거즈 품으로 안겼다. 특히 고교 시절 150km/h에 패스트볼은 강한 인상을 남겼고 이런 활약을 통해 기아는 많은 기대를 했지만, 입단 후 바로 토미 존 서리를 받으면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이번 시즌 역시 150km/h를 넘는 패스트볼을 던지면서 상대 타자를 압박한 한승혁의 구종별 구사율을 본다면 패스트볼(71.3%), 스플리터(14.9%)로 전형적인 투피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빠른 패스트볼과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본다면 타자들이 왜 한승혁을 상대하기 어려워하는지를 알 수 있다.

볼 카운터별 한승혁의 성적 볼 카운터별 한승혁의 성적

▲ 볼 카운터별 한승혁의 성적 볼 카운터별 한승혁의 성적 ⓒ statiz.co.kr / 스탯티즈


한승혁의 성공적인 마무리 투수로의 발돋움의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제구력'이다. 이번 시즌 36경기에 등판하여 33.1이닝을 소화할 동안 31개의 삼진과 19개의 볼넷을 기록하였는데 좀 더 카운터별로 자세히 살펴본다면 2스트라이크 이후에 한승혁은 매우 강력했다.

적극적으로 스플리터를 활용해 삼진을 끌어내던 좋은 모습은 단지 3볼 전까지였다. 2스트라이크 3볼에서 한승혁의 볼넷이 많은 이유는 스플리터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스플리터의 특성상 의도적으로 카운터 잡기가 힘들다. 과거 2015시즌 폭투왕(17개)이 될 만큼의 무브먼트를 가진 스플리터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좋은 제구력과 카운터를 잡는 세 번째 변화구를 갖춰야 한다. 이 과제를 해결한다면, 한승혁은 기아 마운드의 수호신으로 활약할 수 있다.

한승혁 이외의 불펜 키플레이어는?

기아 타이거즈 선발과 구원성적 기아 타이거즈 선발과 구원성적

▲ 기아 타이거즈 선발과 구원성적 기아 타이거즈 선발과 구원성적 ⓒ statiz.co.kr / 스탯티즈


기아가 2017시즌에 활약하기 위해서는 한승혁뿐만 아니라 심동섭과 박경태가 만년 유망주의 굴레에서 벗어나 주어야 한다. 박준표의 공백을 메꿀 새로운 사이드암 투수 임기영과 2009년 우승의 주역인 손영민은 예전 같은 모습으로 불펜진의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

FA 영입으로 강해진 팀 타선과 선발 마운드 하지만 여전히 기아에게 쏟아지는 의문의 시선인 불펜, 우승을 할 수 있는 전력으로 평가를 받길 원한다면 한승혁을 중심으로 어린 불펜의 활약이 펼쳐진다면 다음 시즌 기아는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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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동석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lso528)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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