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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대출금이나 월세로 들어가는 주거비용은 오늘 청춘들이 자기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습니다. 집의 본래 기능은 쉼과 살림입니다. 그런데 어느새 집은 부동산 시세차익, 불로소득의 대명사가 되어버렸습니다.

개인(혹은 가정)들은 청춘을 저당 잡힌 채 내 집 마련을 향해 돌진하게 됩니다. 그걸 부추기는 부동산 우상에서 벗어나려면,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뜯어고치기만 기다릴 게 아니라, 적어도 내가 사는 삶에서 다른 대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럿이 힘을 합치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주거문제를 다르게 풀어가려 청년활동가들이 모였습니다. 청년 빈곤과 주거문제, 그 해법을 모색해봤습니다.
@한겨레
▲ 2016년 대학가 평균 월세는 42만원이다. 청년들의 주거비용 부담이 너무나 무겁다. @한겨레
ⓒ 정인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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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곤 : 대학생 10명 가운데 4명이 입학하고부터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대학교 기숙사는 전체 대학생들 중 16%만 수용할 수 있답니다(서울은 10%), 2016년 기준 최저시급이 6030원이니, 월세 42만원을 감당해야 할 대학생들 어깨가 무겁습니다. 취업준비생이나 직장 초년생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오늘은 청년주거 빈곤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어떤 활동을 해오고 있는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윤은주 : 안녕하세요. 저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감시팀, 도시개혁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윤은주 간사입니다. 경실련은 도시 부동산문제나 주거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활동해온 단체입니다. 전월세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운동을 해왔고 최근에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대책을 위한 활동도 시작했습니다.

이성영 : 토지정의를 실천하기 위한 모임인 '희년함께'에서 학술기획팀장 역할을 맡고 있고 '토지+자유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희년함께는 2014년부터 부채탕감운동을 시작해왔고 작년 말부터 준비해서 올해 4월 희년은행을 시작했습니다. 기존에는 국가정책인 토지보유세 등에 집중해서 활동해왔다면, 지금은 좀 더 시민들 일상에서 희년을 체감할 수 있도록 부채문제나 구체적인 주거문제 등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도시 집중화, 공급 위주 정책이 문제

@우리동네사람들
▲ 우리동네사람들은 2011년 인천 검안에서 시작된 마을공동체이다. @우리동네사람들
ⓒ 정인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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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곤 : 주거문제에서 청년들은 특히 취약한 계층이에요. 저도 대학 진학으로 고향을 떠나 20살부터 서울에서 살았습니다. 대학생 때 기숙사에서 한 학기 생활했고, 이후에는 친척집에서 잠깐 지냈다가 내내 자취를 했습니다. 고시원에서도 반년 정도 생활했는데 힘든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한 번은 산에 올라갔다가 수없이 서있는 주택과 아파트를 보면서 눈물이 왈칵 나오면서 서러운 마음이 들더라구요. '저렇게 많은데, 내 한 몸 편안하게 지낼 곳이 없구나' 하면서요. 한국사회의 주거문제 원인 혹은 뿌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성영 : 토지에서 발생하는 가치를 공공이 환수해야 한다는 헨리 조지의 주장에 크게 공감합니다. 토지 불로소득 추구를 위한 부동산투기와 그로 인한 토지 소유의 양극화가 경제 불황 뿐만 아니라 주택문제의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토지 불로소득을 집값의 시세차익에서 얻으려 하던 2000년대 초중반에는 집값 상승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집값이 상승하지 않자 토지 불로소득을 전·월세를 높여 취하고 있습니다. 전월세난의 근본 이유도 지대, 즉 토지 불로소득문제와 닿아 있습니다.

윤은주 : 주택문제의 진짜 원인은 정부의 부동산 부양정책에 있다고 봅니다. 이성영 간사님이 언급했듯이, 우리가 주목하는 주택문제는 도시 집중화과정에서 생겨난 건데요. 도시 집중화라는 건 근대적 정부가 세워진 이후 현상입니다. 주택문제는 대단히 현대적인 문제인 거지요. 한국사회에서는 거의 모든 정부가 부동산부양정책을 써왔어요. 공급 위주 정책을 폈습니다. 건설업계와 토지소유자들이 토지를 투기 목적으로만 여기는 경향도 한 몫을 했고요. 그래도 정부가 제대로 역할만 했다면 이 정도까지 심각해지지 않았을 겁니다.

공공임대주택 확대, 전월세상한제 도입, 토지보유세 높여야 해

@생명평화연대
▲ 생명평화연대 인수마을은 2000년 강북구 인수동에서 시작된 마을공동체이다. @생명평화연대
ⓒ 정인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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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곤 : 도시와 농촌의 균형이 깨지고 도시에 자원이 집중된 점을 놓쳐서는 안 되겠군요. 자신들이 나고 자란 곳을 떠나 타지 생활을 해야만 했던 배경을 조금 더 추적해보면 주택문제의 심층이 새롭게 드러날 것 같습니다. 그런 분석을 근거로 주택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도 가능해지리라 기대해봅니다. 두 분은 주택문제를 풀어간다는 면에서 실제 실현가능한 방법들이 어떤 게 있다고 생각하나요?

윤은주 : 이미 다수의 사람들이 도시에 사는데, 현재 주거비용이 소득에 비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어요. 가만히 두면 큰 사회적 문제로 터져 나올 겁니다. 일단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고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주거에 대한 계약갱신청구권도 최소 6년 정도까지 연장하는 게 현재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학제와도 맞고 서민 주거안정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고 봐요. 경실련에서는 20대 국회에 주택임대차보호법 입법 청원을 했어요. 여소야대 상황이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이성영 : 거시적으로는 토지보유세를 높여야 합니다. 토지는 개인의 노력으로 만든 것이 아니기에 토지 가치를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공유해야 합니다. 토지 사용의 대가인 지대도 개인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공공이 환수하여 공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야 토지가 투기 대상이 되지 않고, 부동산가격이 안정되고, 토지를 사용할 사람이 토지를 소유하게 됩니다.

참여정부 때 한국형 토지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가 실시되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순식간에 무력화되는 과정을 봐왔어요. 시민들이 종합부동산세의 의미와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기에 지켜야 할 마음도 그다지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방식의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정부가 중심이 되어 토지보유세를 강화하여 기본소득으로 나눠주든지, 지방정부와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시민자산화라든지, 희년정신에 기초한 정책들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체감한 시민들이 많아져 이러한 정책들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느리지만 가장 빠른 길이 아닌가 합니다.

공유하는 걸 하나씩 늘려간다면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 달팽이집은 2014년 1호를 시작으로 현재 6호까지 늘어는 공유주택이다.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 정인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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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곤 : 사회 전체가 아닌 한 사람에 주목해서 논의를 해보고 싶은데, 감기 걸린 사람에게 한약은 좋은 처방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증상에 맞는 처방이 필요한 거지요. 주거 빈곤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적합한 게 뭐가 있을까요?

이성영 : 거대 자본 앞에서 약자들의 연대는 엄청난 힘을 갖습니다. 그 가능성을 다양한 형태로 경험해보는 것만으로도 가치있을 겁니다. 힘을 모아 같이 살면서 주거문제를 총체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데, 청년들의 다양한 공동주거 사례를 주목해볼 만합니다. 공유주택도 적극 활용해볼 수 있습니다. 같은 비용이라면 고시원보다 공유주택이 훨씬 좋아요. 그리고 LH나 SH공사에서는 주거관련 시민단체 및 주택협동조합과 함께 사회주택을 공급하고 있어요. 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집들이 꾸준히 공급되고 있습니다.

윤은주 : 핵심은 더불어 사는 삶인 것 같아요. 현재 조건에서 삶을 공유해가는 걸 하나씩 추가해보는 거지요. 저는 마을공동체로 살고 있어요. 마을밥상과 마을찻집, 마을도서관, 대안학교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데, 얼마나 풍성한 삶인지 모릅니다. 아이디어 수준인데, 차 공유(카쉐어링)처럼 남는 방을 일정기간 공유해보면 어떨까요? 청년주거 빈곤을 해소하는 방안이 될 수도 있고 사회적 신뢰관계도 형성해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성영 : 희년함께와 청년아카데미에서 공동기획하여 마을공동체와 공유주택이라는 탐방 프로그램을 합니다. 우리동네사람들(인천 검안)도 찾아가고 해방촌 빈집(서울 용산),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달팽이집, 생명평화연대 인수마을(서울 수유리)도 찾아갑니다. 청년들에게 아주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저도 결혼해서 임신·출산·육아를 준비하고 있는데, 저에게도 유익한 시간이 될 걸로 기대하고 있답니다.

정인곤 : 토지와 주거문제에 관해 현장 가까이에서 활동하는 두 분을 통해서 문제의 뿌리뿐만 아니라 대안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눴습니다. 국가 정책을 바꿔가야겠지만 무엇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무엇인지부터 찾는 것도 같이 해가야겠지요. 이미 실천적 대안을 만들어가고 있는 곳들도 있으니 이런 사례들을 적극적으로 공유해가는 흐름도 절실해 보입니다. 또한 이미 길이 생겨났으니 그 길을 더 넓고 깊게 만들어가야겠네요.

☞ 공동주택 탐방 프로그램 관련 안내링크 http://lordyear.tistory.com/562

덧붙이는 글 |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아름다운마을신문(http://admaeul.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마을공동체, #공유주택, #쉐어하우스, #주거 빈곤, #기독청년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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