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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기나긴 고통의 세월이었다. 역사가 과거 유신시절로 돌아간 듯한 어둠의 시대였다. 우리가 이미 획득했다고 믿었던 그 민주주의의 원칙과 틀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그러나 마침내 시민들은 이 어둠을 촛불로 몰아냈다. 독재자는 자기의 성에 유폐됐고, 우리는 광장에 섰다.

이제 우리의 임무는 무엇인가? 그것은 광장을 불살랐던 촛불의 열기를, 그리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그 뜨거운 외침을 진정한 민주주의의 제도화로 승화시키는 것이라 믿는다. 광장의 열기가 그저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차원에서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하여 구체적인 법률과 제도로써 정립되고 실행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안을 <오마이뉴스>에 연속 기고한다. - 기자 말

일반적으로 국가 소추주의만을 관철하게 되면 범죄 피해자의 피해 배상과 정당한 응보 감정을 외면하기 쉽다.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권리 보호란 단순히 국가형벌권의 발동이라는 명목 하에서 형사소송의 제3자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범죄의 직접적 피해 당사자로서 주도적으로 형사소송 절차에 참여하도록 하여 가해자에 대한 유죄를 이끌어내고 각종 수사행위 등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서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사인(私人)소추주의야말로 국민주권과 국민이 재판받을 권리를 충실하게 구현시키는 제도다. 서구 여러 나라에서 사인 소추주의는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프랑스·독일, 범죄 피해자가 직접 소추할 수 있어

우리나라 검찰의 기소권 독점은 헌법에 규정된 것도 아니고 단지 형사소송법 규정일 뿐이다. 그리고 이는 국민주권을 부정하고 '천황주권'만이 존재한 일본 형사소송법을 그대로 이어받은(계수, 繼受) 규정이다.

프랑스의 형사소송 절차는 범죄 피해자에게 직접소추를 할 수 있는 사소권(私訴權, Action civile)을 인정함으로써 검찰의 자의적 공소권 남용에 대한 제한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범죄 피해자는 가해자를 형사법원에 직접 소환의 방식으로 범죄피해의 배상을 요구하는 사소를 제기할 수 있고,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있더라도 범죄 피해자가 예심판사에게 사소당사자가 되는 신청을 하여 공소권을 발동시킬 수 있다.

프랑스 형사소송법 제2-1조 이하에서는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 또는 단독으로 일정한 범죄에 대하여 사소를 제기하거나 공소에 참가할 수 있는 법인격을 갖춘 단체들을 열거하고 있다. 다만 이들 단체는 범죄의 행위 시를 기준으로 5년 전에 법률에 의해 등록되어 있어야 하고 공익성을 추구해야 한다.

독일도 개인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있는 범죄를 피해자나 그 대리인이 사인소추를 할 수 있다. 프랑스나 독일에서 세월호 사건이 터졌더라면 '진실을 밝혀 달라'는 세월호 유가족의 한 서린 호소는 차디찬 광화문을 떠돌지 않았을 것이다. 세월호 유족에게도 소추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기소는 민간인들로 구성되는 대배심(Grand Jury)에서 결정한다. 시민은 대배심, 혹은 기소를 하지 않는 검사에 대한 직무집행명령제도(mandamus)를 통하여 검찰의 기소권을 제한하는 한편 기소배심과 양형기준법 및 삼진아웃법 등을 통하여 법원을 견제한다.

대통령-대법원장-대법관-법관의 피라미드

 양승태 대법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해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 9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해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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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직 부장판사가 뇌물을 받아 구속되어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현직 검사장이 비리로 구속 수감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잇달아 발생했다. 2015년 OECD 조사에 의하면, 사법부 신뢰도는 27%로 42국 중 최하위와 다름없는 39위였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 사법 정의를 세우자는 요구는 빗발치고 있다.

2016년 대법원장이 임명·제청·추천·위촉할 수 있는 자리는 약 1만6092개에 이르렀다. 법관 2968명과 법원공무원 1만2995명에 대한 인사권은 물론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 구성에 관여할 수 있는 자리가 129개로 집계되었다. 제왕적 권력이다.

이러한 대법원장의 임명권을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사법부 전체의 독립은 큰 취약점을 지닌다. 더구나 대법원장 휘하에 판결 성향도 유사하고 자신의 '독립적인' 의견을 내세우려하지 않으려는 법관으로 꽉 짜인 피라미드 형태로 열을 지어 서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은 피라미드의 정점인 대법원장 1인만을 자기 사람으로 임명해도 전체 사법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이로 인하여 그간 사법부는 대부분의 경우 권력의 의도에 충실하게 영합하는 경향을 노정시켜왔고, 그 필연적 귀결로서 사법부의 독립 자체가 크게 훼손되어온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국민 권리구제를 위하여 대법관 증원과 전문부 설치해야

최고법원의 권위란 '대법관 숫자의 희소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국민의 신뢰로부터 이뤄지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신뢰란 대법원이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통하여 사회구성원들이 그 판결을 수긍할 수 있으며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구현하고 국민들의 권리구제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대법원이 스스로 보여줄 때 형성되는 것이다.

독일에서 민사와 형사에 관한 상고심에 해당하는 연방(일반)대법원은 2014년 현재 128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행정, 재정, 사회, 노동 등 다른 분야를 합하면 320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독일 연방 최고법원 구성은 전문화와 국민의 재판청구권 구현의 관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렇게 독일 최고법원이 복수로 설치됨으로써 개개 최고법원들은 특정한 영역에 관련한 상고사건을 전문성을 가지고 재판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하여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속한 재판을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된다.

한편 프랑스의 경우, 행정사건을 제외한 일반사건의 최고법원인 파기원(대법원)은 12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기적으로 우리의 대법원도 독일, 프랑스 등 서구 대륙법국가의 대법원처럼 100명 이상의 규모의 대법관을 두고 대법원 내에 전문부를 설치함으로써 공정하고 신속한 상고심의 수행에 의한 국민의 권리구제 실현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판사회의를 기속력 있는 의결기관으로 구성해야

세월호 유가족의 눈물 '7시간의 비밀은 언제 밝혀지나' 17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즉각퇴진 공범처벌, 적폐청산의 날 - 8차 촛불집회’에서 세월호참사 희생자 304명을 상징하는 구명조끼 304개를 입은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세월호 유가족의 눈물 '7시간의 비밀은 언제 밝혀지나' 지난 17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즉각퇴진 공범처벌, 적폐청산의 날 - 8차 촛불집회’에서 세월호참사 희생자 304명을 상징하는 구명조끼 304개를 입은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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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권의 독립이란 비단 '입법부, 행정부로부터 사법부의 독립' 나아가 '개별 법원의 독립'을 의미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는 사법권을 직접 행사하는 기관(심판 주체)으로서의 재판부의 독립 나아가 더 구체적으로는 재판부를 구성하면서 실제로 재판을 수행하는 한 명 한 명의 법관의 독립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법부 현실을 살펴보면, 법관의 독립은 아직 거리가 멀다.

일제시대 이래 우리나라의 법원은 관료적 폐쇄성을 바탕으로 하는 계층구조로 일관되어 왔다. 더구나 법관의 임용과 보직발령 등이 모두 대법원장에게 집중되고,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라는 거대한 행정조직을 활용하여 이들에 관한 인사정보와 업무정보 등을 수집, 확보하고 실질적인 인사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진정으로 법관 독립을 기하고자 한다면, 지금 유명무실화된 판사회의를 기속력 있는 의결기관으로 구성하고 일반 사법행정 권한이 판사회의에 관여할 수 없도록 독립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최소한 각급 법원의 재판부 구성과 각 재판부의 운영이 각 법원 법관으로 구성되는 판사회의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법관이 선출직이며, 법원의 행정에 관해서는 각급 법원 법관을 비롯하여 법조 직역 종사자, 의회 의원 그리고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사법협의회가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법관의 독립이 강조되는 이러한 조건에서 법관 각자가 자신의 법정을 책임지고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요청의 종국적인 목표는 법관의 지배가 이뤄지는 체제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제대로 구현되는 법치의 실현이다. 국민의 대리자로서의 사법에 의한 지배는 허용될 수 있지만, 사법 엘리트에 의한 국민의 통치는 민주주의의 틀에 명백하게 위배된다. 

모든 국가기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주의에 의하여 사법부 역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사법부이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사법부는 국민 위에 군림하여 지배하는 조직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사법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소준섭 박사는 중국 상하이 푸단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받았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직접민주주의를 허하라>, <대한민국민주주의처방론> 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유신반대 운동으로 수배, 구속된 바 있고, 서울의 봄 때 다시 수배되어 광주항쟁 전 과정을 <광주백서>로 기록하고 지하에서 출판 배포하기도 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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