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를 잘하면 팀은 우승할 수 있다."

축구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문장이다. 올 시즌 맨체스터 시티에 부임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리그에서 17경기 11승 3무 3패로 3위에서 선두권 싸움을 하고 있다. 성적으로만 보면 첫 부임 이후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런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겉과 속이 다르다. 1위부터 7위까지 팀들의 실점을 따져보면 리버풀과 공동으로 가장 많은 실점을 하고 있다. 맨시티보다 아래 순위에 랭크되어 있는 사우샘프턴이 16실점으로 맨시티에 비해 적은 실점 기록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클로드 퓌엘 감독 또한 쿠만 감독 체제 이후 새로 사우샘프턴에 부임한 감독인 상황인데도 17경기 동안 수비라인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시끄러운 이웃이라 불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비교해도 17실점으로 맨유가 적은 실점을 기록했다. 또 모리뉴 감독은 다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비라인의 완성도를 어느새 갖추고 있다. 하지만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아직 수비의 형태 변화를 계속 주고 있다.

펩의 잦은 수비 조합의 변화와 뚜렷한 자신의 축구 철학

 맨체스터 시티의 최근 4경기 선발 라인업.

맨체스터 시티의 최근 4경기 선발 라인업.


얼마 전 아스널과의 경기 전까지 맨시티는 올 시즌에만 무려 수비 조합을 13번이나 바꾸며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위에 사진은 최근 4경기의 선발 라인업이다. 수비 구성을 보면 단 한 번도 같은 수비라인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이와 흡사한 사례가 2014-2015시즌 반할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부임 당시 첫 시즌에 17라운드 경기를 치르는 동안 14번이나 수비 조합을 바꿨다. 즉, 과거의 반할과 현재의 펩은 3백과 4백을 번갈아가면서 완전한 수비 라인을 구성하지 못했다는 점이 흡사하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 철학은 어느 감독보다 개성 있고 뚜렷하다. 강한 압박과 공간을 통한 점유율 축구로 상대를 압도하는 전술을 사용하는 펩은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을 거쳐 현재의 맨시티까지 3백과 4백을 혼합해서 사용했다. 또, 과거 바르셀로나와 뮌헨에서의 수비 구성은 완성감과 안정감을 동시에 가져왔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서는 마스체라노를 중앙 수비로 변화를 주거나 뮌헨에서는 알라바와 람을 중앙 수비나 미드필더로 기용하면서 포지션을 파괴하는 과감함으로 좋은 경기력과 성적을 가져왔었다.

그러기에 펩이 맨시티에 부임 후 콜라로프를 측면 수비가 아닌 중앙 수비로 자주 기용하고 측면 수비수가 중앙으로 좁혀서 미드필더처럼 움직이게 하는 포지션 파괴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맨시티에서는 그러한 변화와 파괴가 좋은 결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과거와는 많은 것이 다른 펩의 상황

과거와는 많은 것이 다르다. 펩이 원하는 그림이 프리미어리그의 무대에서는 쉽지가 않다. 그가 바르사와 뮌헨을 맡았을 때 당시 16경기의 리그 경기 동안 1위로 7점 차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과거의 다른 무대와 비교해보면 크게 다르다. 이렇게 성적이 다른 이유를 꼽아보자면, 먼저 펩이 신뢰할 만한 공격에서의 확실한 스트라이커가 부족하다. 펩이 맨시티에 부임하기 이전부터 아구에로는 맨시티의 없어선 안 될 공격 자원이었고 현재에도 아구에로는 맨시티 팬들에게 큰 신뢰를 받고 있다. 올 시즌 그는 12경기에서 10득점 0도움으로 10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 당 득점 기록만 보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기복 있는 플레이와 과거 바르셀로나의 메시나 에투 혹은 뮌헨에서 레반도프스키처럼 폭발적인 득점력을 꾸준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보니 펩에게 확실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수비에서 보완할 부분이 많다. 곧 겨울 이적 시장이 열리겠지만, 맨시티는 좌우 측면 수비를 영입할 필요가 있다. 우측에 사냐와 사발레타, 좌측에 클리쉬와 콜라로프 등 노쇠화된 수비수들이 넘친다. 좌우 측면의 수비수들이 중앙과 측면을 오가면서 미드필드 숫자를 증가시켜 볼을 점유하고 강한 압박을 가하는 것이 펩의 전술적 특징인데 이러한 문제로 르로이 사네와 나바스를 측면으로 기용하는 등 보완이 절실하다. 그 외에도 하트를 내보내고 영입한 브라보가 기복이 심하고 불안한 모습이 잦다. 빌드업 능력을 지닌 골키퍼는 펩의 선수 구성에서 빠질 수 없는 자원이다. 그래서 하트가 좋은 폼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선택받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아직은 조 하트의 빈자리가 느껴진다. 여기에 첼시전 이후 징계로 출전하지 못하는 아구에로와 페르난지뉴, 귄도간과 콤파니의 부상 등으로 선수 구성이 쉽지 않다.

첼시와 레스터 전에서 2연패 이후 왓포드와 아스널과의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3연패 수렁의 늪에서 빠져나왔고, 아구에로와 페르난지뉴가 징계 이후 복귀를 앞두고 있어 앞으로의 일정에서 희망적이지만 빠른 기간 내에 수비 구성이 완성되어야 할 듯싶다. 이번 박싱데이 기간에 맨시티는 매우 중요하다. 2위인 리버풀과 승점 1점 차, 2점 차로 아스널이 맨시티를 추격하고 있기 때문에 아스널과의 승점 차이를 벌리고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박싱데이 기간의 성적과 경기력이 향후 리그 우승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각각의 리그에서 최고의 명장들이 프리미어리그에 도전하기 위해 모인 무대에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자신의 철학으로 우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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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현석 칼럼이야기 축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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