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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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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나라 사람들의 특징을 한 마디로 정의하긴 어렵다. 이 기록 역시 다만 한 달간 그것도 내가 만난 사람들에 한해서지만, 대만에선 길을 물을 때마다 어김 없이 너무나 친절하고 적극
지난 11월 9일부터 한 달간 대만을 여행했다. 그 동안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을 통해 거듭 내가 여행하는 모든 곳이 또한 많은 누군가들의 일상임을 깨닫고,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집을 내어준 사람들

한 달 중 보름은 카우치서핑(couch surfing)을 했다. 카우치서핑은 인터넷을 매개로 한 여행자 공동체로, 현지인은 자신의 공간을 무료로 내어주고 여행자는 그곳에 머물면서 서로의 문화, 경험 등을 나누는 교류 형태다.

대만에서 만난 사람
 대만에서 만난 사람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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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호스트였던 오즈(Oz). 그의 집에선 채 1시간을 못 있었다. 그가 지독한 애연가였기 때문. 카우치서핑 요청 전 그의 소개글을 제대로 읽지 않은 내 탓이었다. 하지만 한 주나 되는 체류를 허락해준 그 마음에 감사하며, 무엇보다 타국에서 학생으로, 강사로, 타투 예술가로 살고 있는 그의 삶은 멋지고 본받을 만했다.  

대만에서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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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호스트 닉(Nick). 한국어를 잘 하는 대만인. 그의 집에선 무려 12일을 묵었는데, 그가 바쁜 회사원인 덕에 넓은 집을 거의 개인 공간처럼 쓸 수 있었다. 덕분에 그곳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찬찬히 돌아볼 수 있었고, 단골이 된 반찬가게 할머니와 찻집 아가씨, 편의점 아르바이트생과 잠시나마 이웃의 정도 나눴다.

그리고 그가 중국어로 '나는 돼지와 소를 먹지 않습니다. 야채와 해물 요리를 알려주세요'라고 나를 위해 써준 메모는 대만에 이어 특히 중국에서 너무도 긴요하게 쓰였다.

대만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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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치서핑 세 번째이자 최고의 호스트 스몰비(Small bee). 그녀의 자연스럽고도 배려 깊은 행동은 그간의 나를 돌아보게 했다. 우리는 그녀의 작은 방에서 함께 지냈는데, 일면식도 없던 타인인 데다 내심 상당 낯을 가리는 나지만 머무는 내내 편안하고 즐거웠다.

비는 내 휴식과 사색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현지 경험(예를 들면 대만 오토바이 행렬의 일원이 되는)을 먼저 제안하고 함께 해주었다. 나 역시 5년 전 귀향해 작지만 어엿한 게스트하우스를 꾸리고 있는데 호스트로서 그녀의 노력과 능력에 감동하고 반성했다.

길을 찾아준 사람들

한 나라 사람들의 특징을 한 마디로 정의하긴 어렵다. 이 기록 역시 다만 한 달간 그것도 내가 만난 사람들에 한해서지만, 대만에선 길을 물을 때마다 어김 없이 너무나 친절하고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심각한 길치인 것이 고마울 정도였다.

대만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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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학교 동창들과 2박3일간 대만에 오실 어머니를 위해 숙소를 찾던 중이었다. 인터넷으로 저렴한 가격에 현지인 아파트를 빌린 터라 여느 이름난 장소처럼 위치 확인이 쉽지 않았다. 그러다 만난 아저씨. 주소를 봐도 모르겠단 표정을 짓더니 근처 자신의 집에서 오토바이를 가져 나와 한참을 같이 헤맨 끝에 목적지에 데려다주었다. 그리곤 웃으며 안녕.

대만에서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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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하야' 플래카드를 만들기 위해 문구점을 찾다가 만난 소년 리치(Rich). 휴대전화로 위치 검색을 하더니 자신을 따라오라며 앞장섰다. 하지만 30분 가까이 걸어 도착한 문구점이 닫힌데다 소년 이마에 송송 맺힌 땀을 보니 미안해서 "괜찮다, 이제 혼자 가겠다" 했지만 극구 두 번째 문구점을 찾아 도화지를 살 때까지 곁을 지켜줬다.

대만에서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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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젊은 아빠는 자신의 가족과 친구 부부와 함께였다. 타야 할 버스 정차역을 물었는데 역시나 휴대전화로 검색을 하더니 일행들에게 뭐라고 하곤 따라 오라는 고갯짓을 했다. 정류장은 생각보다 멀었지만 육안으로 보이는 곳이라 "혼자 가겠다" 하니 극구 자는 아이를 안고서 함께 걸었다. 결국엔 도착한 버스에 자신이 먼저 올라 내 목적지까지 설명해주곤 떠났다.

뜻을 같이 한 사람들

여행을 앞둔 지난 해 11월 초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게이트'가 이처럼 엄청나고 추잡한 진실을 토해낼 지 몰랐다. 외국에 나오자마자 하루 아니 반나절이 멀다 하고 펑펑 터지는 너무 어이 없고 낯부끄러운 국내 뉴스에 당장 돌아가진 않아도,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결심했다. 그리고 나와 같은 맘으로 함께 한 사람들.

대만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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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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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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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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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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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이하 권력에 기생해 양심과 본분을 버리신 님들,
이제 그만 국민들 힘들게, 수치스럽게 하고 스스로 나와 응당한 처벌을 받길 바랍니다'

'식구'가 된 사람들  

여행을 하다 보면 유달리 친밀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아래의 무리들이 그랬다. 첫 번째로 조용하고 아름다운 바닷가 게스트하우스 주인 부부와 그 이웃들. 푸짐하고 맛있는 요리와 술을 미리 준비해놓고 이틀 연속 초대해주었다. 자연 가운데 소박하게 그러나 인정 넘치게 사는 그들 가운데서 배도 마음도 가득 채웠다.

대만에서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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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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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여행 말미에 연이어 죽이 잘 맞는 이들을 만나 즐거웠다. 아래 무리들은 지우펀의 한 호스텔에서 만난 각기 다른 국적의 사람들. 한국, 중국, 대만, 싱가폴, 말레이시아, 캐나다. 아이일 때처럼 그저 눈 마주치고 웃다가 친구가 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이 그러했다. 나만 빼고 모두 각자 나라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연락하며 잘 지내고 있다.

대만에서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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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진짜 나의 가족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초중학교 동창들. 평생 해외여행이 처음인 분도 있고 형편이 넉넉지 않아 어렵사리 온 분도 있었다. 대만에서 만나 이것저것 도와드릴 수 있어 흐뭇했다. 모두 예순 중반을 넘었지만 함께 있는 그들은 50여 년 전 어릴 때로 돌아와 있었다. 내 어머니의 과거(?)를 전해듣는 재미도 쏠쏠. 모두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대만에서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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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도 많은…

대만의 여러 도시 버스에선 거스름돈 환전을 해주지 않았다. 한국에서 흔히 본 기계도 없고, 기사가 따로 동전을 준비해 내주지도 않았다. 그러니 현지 교통카드(Easy Card)를 구입하거나 동전을 넉넉히 가지고 다녀야 괜한 손해나 시비가 없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동전이 부족해 허둥대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선뜻 차비를 내주었다. 작별하며 인증샷.

대만에서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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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동안 여행을 함께 한 길벗. 한국의 제주도와 같은 대만 어느 섬에 산다고 했는데 그간에 만난 여러 대만 사람들처럼 다정하고 배려가 넘치는 청년이었다. 그 덕에 지도 한 번 안 보고 그를 따라 졸졸 현지 음식과 편리한 교통편, 숨은 명소들을 즐길 수 있었다.

대만에서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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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짧은 여행을 다녀와 "그 나라는…", "그 나라 사람들은…" 하고 일반화시켜 말하는 사람들을 봤다. 그때마다 우려스럽고 의아했다. '얼마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났길래' 생각하면서.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느 낯선 장소에서 만난 좋은 한 사람은, 그 장소에 대한 기억의 전부가 되기도 한다는 것.

대만을 떠나온 지 한 달이 지났다. 어느새 감탄하며 봤던 장소들의 풍경과 이름들은 희미한데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기억만은 선명하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얼굴 가득 미소가 번진다. 그들 각각의 눈빛과 표정, 말투를 떠올리면서. 그리고 나 역시 한국을 웃으며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사람이 돼야지, 다짐한다.

<여행, 나의 일상에서 그대 일상으로>

'여행은 결국 나의 일상에서 누군가의 일상을 오가는 여정. 고로 내 일상에선 먼 곳을 여행하듯 천진하고 호기심어리게, 남의 일상에선 나와 내 삶을 아끼듯 그렇게. '삶은 여행'이라는 너무 익숙해서 인용조차 꺼리던 이 표현이 새롭게 깊이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지난 11월 9일부터 또 한 번의 여행 중입니다. 길의 단절이 아닌 확장을 위함이고, 보다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나와 내 삶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입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종종 전하겠습니다. facebook /travelforall.Myoungju



태그:#대만여행, #타이베이 , #카우치서핑 , #CAT VILLAGE, #TRAVEL IN TAIP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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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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