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가 '1일 1영입'으로 축구 팬들을 연신 즐겁게 하고 있다. 요즘 축구 팬들은 아침 7시가 되면 강원의 놀랄 만한 영입 발표를 확인하는 게 하나의 일과가 됐을 정도다. 강원은 지난 9일 제주 유나이티드로부터 이근호 영입 발표를 시작으로 오범석,김경중, 김승용, 박선주, 강지용, 문창진, 이범영, 황진성 영입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21일 '2016 K리그 MVP'인 정조국을 더해 화룡점정을 찍었다.

조태룡 대표이사와 강원FC의 '1일 1영입'

강원은 2016시즌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성남FC를 꺾고 2017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마지막 열차를 탔다. 지난 2013시즌 강등당한 이후 3년 만의 복귀다.

승격 팀이 전력을 보강하는 건 흔한 일이다. 그러나 강원의 행보는 조금 남다르다. 흔히 승격 팀들이 현재 자금에 맞춰 소극적으로 영입하는 방식이 아닌 중·상위권 구단들이 노릴 만한 선수들로 적극적인 보강을 하고 있다.

국가대표 출신의 이근호와 정조국, 이범영은 K리그 상위권 구단들이 노릴 만한 선수들이며 문창진과 박선주 등은 K리그에서 촉망받는 자원들이다. 여기에 황진성과 오범석은 스쿼드에 경험을 실어줄 선수들이다.

12월 09일 - FW 이근호 영입
12월 10일 - 감독 최윤겸 재계약
12월 11일 - DF 오범석 영입
12월 12일 - MF 김경중 영입
12월 13일 - MF 김승용 영입
12월 14일 - DF 박선주 영입
12월 15일 - DF 강지용 영입
12월 16일 - MF 문창진 영입
12월 17일 - DF 정승용 재계약
12월 18일 - DF 백종환 재계약
12월 19일 - GK 이범영 영입
12월 20일 - MF 황진성 영입
12월 21일 - FW 정조국 영입
물론 강원의 이런 공격적이 투자에 대해 걱정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현재 K리그에서는 사실상 투자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야구와 달리 마니아 의해 지탱해나가는 K리그의 특성상 수익 창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성적 부진으로 강등당하는 날엔 강원 구단이 파산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수익성 문제로 모기업들의 지원도 줄어들고 있다. 기업 구단으로서 한동안 많은 돈을 투자했던 포항 스틸러스와 수원 삼성이 최근 투자를 줄인 이유이기도 하다.

강원이 이렇게 적극적인 투자와 무리 없이 감행하고 성공적으로 이적시장을 보내고 있는 덴 조태룡 대표이사의 공이 크다. 조 대표이사는 과거 금융회사에 재직하며 '보험왕' 타이틀을 달 정도로 언변이 좋았고 발로 뛰며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통해 성과를 만드는 데 특출난 재능을 보였다.

2009년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단장을 맡을 때도 그는 능력을 십분 발휘해 구단의 수많은 스폰서와 투자를 이끌었다. 조 대표이사는 올해 3월 강원으로 자리를 옮기고도 주주찾기 캠페인과 지역밀착형 마케팅을 통해 지역민의 호응을 이끌었다.

그러면서 조 대표이사는 줄곧 "돈이 전부가 아니다. 발상을 전환하자"며 투자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구단을 투자받을 만한 상품으로 만들자고 힘차게 말했다.

강원의 행보를 응원하는 이유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K리그엔 투자가 메말랐다. 특히 이적시장에서 소수의 구단들만 빼고는 현상 유지인 경우가 대다수다. 몇 해 전부터 이적시장을 주도했던 전북현대가 풀어놓은 종잣돈이 그나마 K리그의 이적시장을 돌고 돌리는 '시드(seed)'였다.

올 시즌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북이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우승하며 얻은 상금과 '2016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을 참가하며 얻은 수익을 바탕으로 이적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강원의 적극적인 투자로 이적시장이 다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강원이 이적시장에 푼 금액과 앞으로 전북이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드를 바탕으로 나설 타 구단까지 생각하면 이번 이적시장은 모처럼 만에 활기를 찾을 수 있다. 이적시장의 방아쇠를 당긴 것만으로도 강원의 발자취는 충분히 가치 있다.

물론 강원의 앞길도 중요하다. 조 대표이사가 밝혔듯 구단이 가치를 높이고 지속적으로 투자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성적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만약 이번 이적시장에서 공격적인 영입을 단행한 강원이 시즌 말미에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둔다면 시도구단뿐만 아니라 기업구단들도 투자의 당위성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

어쩌면 지금 강원의 보여주고 있는 힘찬 발걸음은 K리그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하나의 사건으로 남을 수 있다. 그것만으로 강원의 발걸음을 응원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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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종현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fff156)에도 게재합니다.
강원FC 조태룡 최윤겸 이근호 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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