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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꼴이 엉망이다. 이 나라는 개선이 아니라 밑동부터 다시 쌓아야 할지 모른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세대가 앞장서야 한다.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과 <오마이뉴스>는 헬조선의 현실에서도 꿈을 찾아 도전하는 청년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펀딩을 시작한다. [편집자말]

우주당을 들어봤는가? 박근혜 게이트가 터지자 몇몇 개발자들이 '우주의 기운'을 타고 모여 '우리가 주인이당'(우주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이전에도 창당 경험이 있다. 한겨레21과 오직 'GMO완전표시제 입법화'만을 목표로 프로젝트 온라인 정당인 '나는 알아야겠당'을 만들었다. 그 흔한 당사무실도 없이 사이버 공간에만 둥지를 틀었다. 감히 우주의 기운을 들먹이며 겁도 없이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이는 누굴까?

그는 조용하다. 마치 태어날 때에도 '응애' 한마디로 '나 태어났어요'라는 신호만 줬을 것 같은 낮은 목소리는 때론 어제 미쳐 못 잔 잠을 마저 자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겉모습도 그렇다. 결코 빗을 활용했을 것 같지 않은 헤어스타일과 아무렇게나 입고 나온 듯한 트레이닝 바지와 점퍼, 노트북이 들어 있는 배낭이 전부다.

권오현 UFOfactory 대표 일본에 집이 있는 권오현 대표는 한국과 일본을 수시로 넘나들며 IT기술에 기초한 민주주의 세상을 꿈꾼다.
▲ 권오현 UFOfactory 대표 일본에 집이 있는 권오현 대표는 한국과 일본을 수시로 넘나들며 IT기술에 기초한 민주주의 세상을 꿈꾼다.
ⓒ 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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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백수 형은 아니다.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계에서는 거의 유일한 메이저 업체라고 할 수 있는 UFOfactory 라는 회사의 대표다. 최근에는 '변화를 위한 디자인'을 표방하는 슬로워크와 합병을 추진해 직원 60명을 거느린 '슬로워크×UFOfactory'의 공동대표가 됐다. 사연을 들어보면 꾸미지 않은(혹은 못한) 그의 옷차림도 이해가 된다. 그의 집은 무려 일본에 있다. IT기술로 세상을 바꾸려는 개발자 권오현(41)씨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누군가를 돕고 싶었던 꿈

권오현씨가 태어난 곳은 부산 대연동 산동네다. 신발공장을 하시던 아버지는 공장이 망하면 다른 공장에서 일하고, 또 사업을 벌이다 망하는 일을 반복했다. 한때 작은 아파트에 살았던 기억이 있지만 주로 한 칸짜리 판잣집에서 살던 기억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머리가 좋았다. IQ가 무려 153. 굳이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항상 좋은 성적을 받았다. 별다른 말썽 없이 혼자 컴퓨터를 만지는 것을 좋아했던 조용한 소년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문득, 세상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던히도 가기 싫던 교회에서다.  

"집안이 원래 크리스천이라 일요일에 교회 간다고 거짓말하고 놀러다니다 걸려서 끌려가고 그랬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도 교회 수련회에 끌려갔는데, 문득 '세상에 신이 있는 편이 좋겠다', '신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런 생각을 해보니까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선한 양심으로 세상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곳이 교회구나..."

어느 날 문득 '신이 있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한 권오현은 열성 신도로 변했다. 사회운동을 하는 목사가 되고 싶었다.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바꾸려면 자원이 있어야 하는데, 교회가 꼭 맞는 공간 같았다. 그래서 단지 교회에 열심히 나갈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산과 가까운 포항공대에 진학했다.

어린시절 권오현의 어린시절은 단칸방 판자집에서의 기억이 더 많지만, 아버지의 사업이 잘 될 때, 가끔 아파트에 살았다.
▲ 어린시절 권오현의 어린시절은 단칸방 판자집에서의 기억이 더 많지만, 아버지의 사업이 잘 될 때, 가끔 아파트에 살았다.
ⓒ 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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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목사가 되기로 하자, 한국 교회의 어두운 면이 보였다. 처음에는 문제도 제기하고 교회 개혁을 위한 모임에도 찾아갔다. 그러다 또 다시 문득, 평안을 찾기 위해 교회에 온 사람들이 자신 때문에 평안하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결국 그는 교회를 떠났다. 목사가 되자는 꿈은 사라졌지만, 세상을 바꿔보자는 꿈은 남겼다. 

"교회를 떠나기로 하고 이제 뭐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어느 선배가 '그럼 민주노동당이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 가서 일이나 도와줘'라고 하는 거예요. 다른 할 일도 없고 해서 인터넷으로 주소 찾아서 무작정 찾아갔어요. 가서 자원봉사 하면서 지켜보니까 여기가 이상은 좋은데 이걸 뒷받침하는 실력 있는 실무자들이 부족한 것 같더라고요. '아, 내가 하면 되겠구나, 할 일이 있구나' 싶었어요."

내친 김에 반상근으로 일했다. 교회가 그랬듯이 민주노동당도 처음에는 분위기가 좋았다. 정말 곧 세상을 바꿀 것만 같았다. '자신이 가진 기술로 사회에 기여할 방법'을 찾던 권오현은 민주노동당을 일반 시민들도 전자기술을 통해 참여할 수 있는 전자정당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때마침 민주노동당은 '정파갈등'이라는 고래가 멀쩡한 사람들을 새우등으로 만들고 있던 시기였다.

몇 번의 좌절을 거듭한 권오현은 더 실력을 키워야겠다고 결심했다. 한 10년 쯤? 업계에서 일을 배우고 미디어 전문가가 되어서 다시 당으로 돌아오리라. 그런데... 당이 없어졌다.

성공의 짜릿함과 실패의 암흑기... 이어진 도전들

대기업에 취직했던 권오현은 '미디어와 인터넷의 모든 것'을 섭렵하기 위해 '다음 커뮤니케이션'에 입사했다. 경력도 포기하고 신입개발자로 들어갔지만, 1차 목표대로 개발자를 거쳐 기획자가 됐다. 미디어다음에서 블로거뉴스나 티스토리 등 미디어와 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했다. 그리고 2007년, 일 년 뒤 한껏 불타오르는 광화문 촛불의 온라인 플랫폼 역할을 해낸 아고라의 개발 리더를 맡았다.

"기존의 아고라를 웹2.0에 맞게 업그레이드 하는 일이었어요. 아고라가 2008년 촛불시위에서 크게 활용됐지만 그걸 준비하거나 예상하고 만든 건 아니에요. 다만 좀 더 열린 형태의 공론장을 준비하는 포털이 있었고, 일 년 뒤에 시민들의 열망이 맞아 떨어졌던 거죠. 사실 아고라는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를 구현하는 4단계 로드맵이 있었는데 아주 초보적인 단계였던 게시판에 머문 상태였어요. 당초 넣으려고 했던 투표 기능도 제가 뺐었고."

아쉬웠지만 뭔가 더 해볼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였다. 2010년, 그 가능성을 현실화해볼 생각으로 다음을 나왔다. 그러나 그가 어떤 큰 결심을 했을 때마다 뭔가가 꼬여 버린 징크스는 이번에도 반복됐다. 스스로의 한계를 느꼈고 계획은 모두 헝클어졌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다. 

민주주의플랫폼 우주당 우리가 주인이당(우주당)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민주주의 플랫폼을 개발하는 사람들. 발전된 IT기술로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발표하고 있는 이는 빠흐띠 대표 권오현씨.
▲ 민주주의플랫폼 우주당 우리가 주인이당(우주당)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민주주의 플랫폼을 개발하는 사람들. 발전된 IT기술로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발표하고 있는 이는 빠흐띠 대표 권오현씨.
ⓒ 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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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때 서울은 처음 와본 것이었어요. 아는 사람도 없고 혼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깊게 가라앉은 다음 아주 천천히, 천천히 회복해 나갔던 것 같아요. 돌아보면, 그때의 경험이 큰 자양분이 되었어요. 더 단단해 진 것 같고... 지금은 웬만한 일이 생겨도 별로 당황하지 않아요.(웃음)"

'아주 천천히' 회복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2년. 이제 조금 쉬기로 했다. 그런데 쉬는 방법도 남달랐다. 취업이다. 국내 최대의 광고기획회사인 제일기획에 들어가 별 고민하지 않고 사는 것이 그에게는 '쉬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퇴근 후에 끊임없이 누군가를 만나 아무 대가도 없이 무엇인가를 도와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쉬자고 했지만 몸이 마음대로 움직였다.

"제일기획이 삼성그룹 계열이잖아요? 어디 가서 명함만 줘도 내 능력에 상관없이 대우해 주니까 편했죠. 그런데 저녁이 되면 소셜 벤처 서비스를 만들어 주고 있고, 정보공개 관련 이슈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내가 하고 싶은 일'과 결국 '그냥 하게 되는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전 그냥 결국은 하게 되는 일을 하는 운명인 것 같았어요."

'어중간하게 하지 말자. 고리를 끊자'고 결심했다. 그래, 한번 찐하게 해보고 찐하게 망해서 다시는 돌아보지 말자. 그래서 다시 회사를 나왔다. 남을 도와주는 일을 직업으로 하면서 하고 싶은 서비스도 해보자며 창업을 감행했다. 그게 UFOfactory다. 개발은 자신이 맡고, 자신이 못하는 디자인을 위해 2명을 채용했다. 2~3년이면 망하겠지. 그런데 일이 계속 들어왔다. 외려 회사가 커졌다.

"창업하면서 해보려고 했던 것은 단순했어요. 시민단체나 활동가들, 그리고 사회적 기업 하시는 분들처럼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는 사람들이 너무 힘들게 일하고 있어요. 이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보면 어떨까? 이 사람들이 좀 더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게 비즈니스에서 경쟁 가능한 수준의 퀄리티로 서비스를 만들어 주자는 것이었죠."

일반 기업 수준의 퀄리티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익은 10분의 1, 어떨 때는 100분의 1밖에 받지 못했다. '너무 쉽게 망하지 않기 위해' 조직을 슬림화 했다.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사무실 비용을 아낀 돈으로 직원 급여를 올렸다. 재정적인 복지혜택을 줄 수 없으니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여줬다. 

"수익이 거의 없어도 주주는 저 하나니까 저만 더 많이 가져가지 않으면 손해는 안보더라고요. 작년까지만 해도 저보다 더 많이 버는 직원이 있었는데, 올해는 합병 추진도 있었고 제가 또 열심히 일도 해서 조금 많이 벌었네요.(웃음)"

빠흐띠 IT기술에 기초한 민주주의 플랫폼 개발을 시도중인 빠흐띠 멤버들. 달리, 베리, 쿠스, 레셈, 린, 쨈, 무니는 이 도전에 함께하고 있다.
▲ 빠흐띠 IT기술에 기초한 민주주의 플랫폼 개발을 시도중인 빠흐띠 멤버들. 달리, 베리, 쿠스, 레셈, 린, 쨈, 무니는 이 도전에 함께하고 있다.
ⓒ 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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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고 싶은 일? 율도국 만드는 것"

'결국은 하게 되는 일'로 회사가 안정되자 다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만든 것이 '빠흐띠'다. 빠흐띠는 IT 기술을 활용해 크고 작은 온라인 공론장을 만들고, 집합적 의사결정을 위한 툴을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말은 거창한데, 사실은 맨 땅에 헤딩할 사람을 찾아 모았다. 달리, 베리, 쿠스, 레셈, 린, 쨈, 무니가 헤딩에 동참했다.

이들은 GMO 완전표시제 입법화를 위한 온라인 캠페인과 프로젝트 정당을 만들고 시민들이 국회의원에게 직접 법안을 제안할 수 있는 '국회톡톡' 시스템을 개발했다. 누가 부탁한 것도 아닌데 세월호와 관련된 자료를 모으고 있었고 고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자 온라인 추모관을 밤새워 만들었다.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있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은 이런 일을 빠흐띠 팀이 진행한 것인 줄 모른다. 그래도 열심히 헤딩 중이다.

우주당은 빠흐띠 팀이 올해 진행한 여러 작업과 실험을 종합한 직접민주주의 온라인 플랫폼이다. 여기에 누구나 다양한 캠페인을 제안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열고, 아고라에 넣지 못했던 찬반 투표 시스템도 붙였다. 가만 보면 온라인 정당을 표방한 유럽의 해적당 플랫폼과 꼭 닮았다.

"무엇인가에 참여하려면 친숙하고 재미가 있어야 해요. 아무 의미가 없어도 몰입하는 것이 게임이에요. 정치참여도 참여하라고 독려하기보다 게임처럼 즐겁게 해보면 어떨까? 그래서 박근혜게이트가 터지자마자 '우주당'을 열었어요. 이제는 정치를 잘 몰랐던 사람들도 일상에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해요. 그게 진짜 정치죠."

우주당 우리가 주인이당(우주당)은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 대안적 미래를 꿈꾸고 있다.
▲ 우주당 우리가 주인이당(우주당)은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 대안적 미래를 꿈꾸고 있다.
ⓒ 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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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주당은 아직 실험중이다. 이것 저것 '해보고 있는 중'이다. 우주당이 시민들이 직접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의사소통과 결정을 하는 유럽 해적당처럼 될 수 있을까? 그래서 만들어 보고 싶은 세상은 어떤 것일까?

"우선 작게라도 율도국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우리의 뜻에 동참한 사람들이 생활소득을 받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이 공동체에 기여하는 거죠. 교육이나 의료 등 추가 비용이 필요할 때는 내부에서 같이 만들어 놓은 기금을 활용하고. 우리 사회가 이 정도의 경제력은 애초에 확보한 것 아닌가요? 우리 사회 전체에서도 가능할 것 같아요."

가능할까? 모르겠다. 그러나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돕겠지. 게다가, 우주당 아닌가?

도전하는 청년에 대한 응원은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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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스토리펀딩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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