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철, '착한' 음원유통협동조합 만든다  한국 락 음악을 대표하는 30년차 기타리스트 신대철이 '착한' 음원유통협동조합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현재 음원가격의 40%를 차지하는 음원 유통비용을 10% 이하로 줄여 실제로 음악을 만드는 당사자들이 그만큼 제 몫을 가져갈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한국 록 음악을 대표하는 30년차 기타리스트 신대철이 최근 페이스북의 글을 통해 대중에게 주목받고 있다. ⓒ 남소연


"TV 보다가 너무 기가 찬 광경을 봤다. 안국역 앞에서 친박 단체들 집회하고 있는데 이 자들이 '아름다운 강산'을 부르고 있었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록그룹 시나위를 이끄는 기타리스트이자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의 아들인 신대철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소 격양된 톤의 장문의 글을 올렸다. 신대철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친박 단체들의 합창곡은 그의 아버지 신중현이 만든 '아름다운 강산'이었다. 우리에게는 훗날 이선희가 리메이크한 버전으로 익숙한 노래이지만, 원래는 원작자인 신중현이 1974년에 발표한 곡이다.

신대철이 '아름다운 강산'을 부르는 친박 단체들 때문에 화가 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예술을 향한 검열의 잣대

ⓒ 신대철 페이스북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서슬 퍼런 박정희 정권 시절. 당시 박정희 대통령을 모시고 있던 청와대 사람들은 당대 최고 인기 작곡가인 신중현에게 "각하를 찬양하는 노래"를 만들라는 압력을 가한다. 하지만 신중현은 이를 거절했고, 그 뒤 정권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괘씸죄에 걸려 신중현이 만들었던 '미인', '거짓말이야' 등이 연이어 금지곡으로 지정되었다.

고심하던 신중현은 권력자를 찬양하는 노래를 만들 수 없지만, 아름다운 대한민국 강산을 찬양하는 노래는 만들 수 있다는 뜻에서 1974년 그가 이끌던 '신중현의 엽전들' 2집 앨범에 '아름다운 강산'을 수록한다. 하지만 맹목적인 대한민국 찬양이 아닌 '우리들 모여서 말 해보자 새 희망을', '먼 훗날에 너와 나 살고 지고 영원한 이곳에 우리의 새 꿈을 만들어 보고파'처럼 새로운 세상을 지향하는 가사는 결국 '유신 금지곡'으로 지정되었다. 그 뒤 신중현은 1975년 대마초 파동으로 한동안 음악 활동까지 쉬어야만 했다.

음악으로 대한민국 전역을 휩쓸고 다녔던 아버지가 박정희 정권에 협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온갖 고초를 겪는 모습을 생생히 지켜보면서 자랐던 신대철이 그의 아버지를 괴롭혔던 박정희와 그의 딸 박근혜를 맹목적으로 찬양하고, 자신들과 반대되는 생각을 가지면 '종북 빨갱이'로 몰아가는 친박 단체들이 자신의 아버지 노래를, 그것도 유신 금지곡을 부르는 모습에 불쾌함을 느낀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신대철의 페이스북을 통해 뒤늦게 '아름다운 강산'에 숨겨진 슬픈 비화를 알게 된 사람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아름다운 강산' 이외에도 정말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유신 금지곡이 더 많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비탄에 잠기게 한다.

박정희 정권 시절, 이 노래가 왜 금지곡이 되었는지 의아하게 만드는 수많은 케이스 중에서도 가장 황당한 사례는 단연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다. '각하의 노래'를 만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운털 제대로 박힌 신중현이 작곡한 '거짓말이야'라는 김추자가 노래와 함께 지르는 손짓이 북한과의 교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여 실제로 중앙정보부에서 조사하기도 하였다. '각하의 노래'를 만들지 않으면 다친다는 협박이 실현된 것으로 짐작되지만, 그때는 '거짓말이야' 뿐만 아니라 수많은 노래가 특별한 이유 없이 금지곡으로 지정된 시절이었다.

 영화 <바보들의 행진> 포스터. 당시 '불온'한 작품으로 분류되었다.

영화 <바보들의 행진> 포스터. 당시 '불온'한 작품으로 분류되었다. ⓒ 한국영상자료원


영화 <바보들의 행진>(1975)에 수록되어 지금까지 널리 사랑받고 있는 송창식의 '왜 불러'는 당시 유신 정권의 장발 단속을 풍자한 장면에 나왔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다. 훗날 송창식의 회고에 따르면 '왜 불러'는 정권 비판, 풍자와는 전혀 상관없는 남녀 간의 사랑 노래였다. 그러나 장발 단속을 피하는 청년들의 질주와 함께 흘러나왔다는 것만으로 '왜 불러'는 대표적인 박정희 비판 노래로 널리 회자하게 되었다. <바보들의 행진>의 마지막 장면에 수록된 송창식의 또 다른 대표곡 '고래사냥'은 포경수술을 상징한다고 금지곡으로 지정되었다. 참고로 유신정권 당시 대학생들의 고뇌와 좌절을 그렸던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은 검열 당국의 가위질로 너덜너덜해진 비운의 영화로 남게 되었다.

그 외에도 지금은 국민가요로 추앙받는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 이장희의 '그건 너', 김민기의 '아침이슬' 등이 금지곡으로 지정되었다. 이들이 금지곡으로 지정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 권력자와 검열 당국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불온한 사상을 가진 빨갱이의 노래였다.

대중가요뿐만 아니라 영화에도 시퍼런 검열의 수많은 창작자의 숨통을 조여왔다. 영화 같은 경우에는 아예 시나리오 제작 단계에서부터 검열에 들어가 편집이 끝난 완성본까지 수차례의 검열을 통과해야 비로소 극장에 걸릴 수 있었다. 시나리오에서는 검열을 통과했다고 해도 완성본에서 틀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만희 감독의 <휴일>(1968)은 검열 당국의 요구대로 결말을 바꾸지 않았다는 이유로 극장 상영을 포기해 야했다.

그래도 지금은 극장에서 못 보는 영화들도 영화제 혹은 공동체 상영 형태로 관객들과 힘들게 만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조차도 전무했기 때문에 영화 제작자, 감독들은 당연히 극장 상영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영화를 만들어야만 했다.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오발탄> <하녀> <로맨스빠빠> <마부> <돌아오지 않는 해병> <비무장지대> <만추> <안개> 등 지금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수많은 명작으로 꽃 피웠던 한국영화가 박정희 장기집권 이후 급격히 무너진 것도 이 때문이다.

아버지와 다르지 않은 딸

임옥상 화백 , '박근혜-최순실게이트 무덤' 퍼포먼스 '박근혜 퇴진 문화예술인 시국선언'(7,449명, 288단체 참여)이 4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우리 모두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예술행동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참석자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철저수사, 책임자 처벌, 국회 청문회 실시, 차은택-김종 구속수사, 최순실-차은택-김종 문화부역자 사퇴, 예술검열, 문화행정 파탄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임옥상 화백이 '박근혜-최순실게이트 무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임옥상 화백 , '박근혜-최순실게이트 무덤' 퍼포먼스 '박근혜 퇴진 문화예술인 시국선언'(7,449명, 288단체 참여)이 4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우리 모두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예술행동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참석자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철저수사, 책임자 처벌, 국회 청문회 실시, 차은택-김종 구속수사, 최순실-차은택-김종 문화부역자 사퇴, 예술검열, 문화행정 파탄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임옥상 화백이 '박근혜-최순실게이트 무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권우성


그로부터 40년이 지나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집권한 2016년. 그래도 박근혜의 아버지 박정희 시절처럼 황당한 이유로 금지곡으로 지정되고, 시나리오에서부터 검열이 들어가는 일은 없지만, 지난 이명박, 박근혜 집권 이후 수많은 문화예술 창작자들은 눈에는 확연히 드러나진 않지만, 오히려 예전보다 더 교묘해진 검열의 그림자와 싸워야 했다.

그래도 <내부자들>(2015) 처럼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아예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권력비판 영화도 만들 수 있으니 세상 많이 좋아진 것 아니냐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지만, <다이빙벨>(2014) 사태에서 여실히 보인 것처럼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영화는 그 영화를 상영한 영화제(그것도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규모 있는)까지 고초를 치르게 한다. 정부 비판적인 영화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지원에서 배제되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 거절당하는 것은 영화계의 불문율이다.

다시 신대철의 이야기로 돌아와, 신대철이 유신 시대 금지곡이었던 자신의 아버지 노래를 부르는 박정희, 박근혜 추종자들로 심기가 불편했던 것은 단지 지난날 박정희 때문에 그의 아버지가 겪었던 고통에 대한 억울함과 분노의 감정만은 아니었다.

신대철은 그의 절친한 동료였던 고 신해철의 의료사고 이후 현 사회의 불의에 대해서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이던 뮤지션이기도하다. 지난 11월에는 뮤지션 동료, 후배들과 함께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과 예술표현 자유 억압 정책,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규탄하는 대중음악인들의 광화문 광장 시국선언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가 박근혜 정권 들어 유독 목소리가 커진 것은 그의 아버지 신중현이 활동하던 1970년대보다 교활한 방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문화융성을 방해하는 현 정권에 대한 저항의 표시다. 아버지 신중현은 각하의 노래를 만들라는 정권의 강권 속에서도 끝까지 예술인의 자존심을 지켰다면, 아들 신대철은 수백만의 시민들이 모인 촛불집회에서 제대로 된 '아름다운 강산'의 연주를 자처함으로써 예술인의 자존심을 드러내고자 한다.

광화문 광장 촛불집회를 주관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 국민 행동' 측에서도 신대철의 의지에 긍정적으로 화답한 만큼 조만간 촛불집회에서 '아름다운 강산'의 제대로 된 버전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신대철의 말대로 '아름다운 강산'은 박사모, 어버이가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아니라 새 희망을 말하고 새 꿈을 만들고 싶어 하는 국민의 노래다.

신대철 신중현 아름다운 강산 검열 금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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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 여기에서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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