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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유일한 본분으로 일컬어지는 공부. 하지만 "공부만 하라"는 어른들의 질책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드러나거나 숨겨진 여러 곳에서 두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있고, 그리고 청소년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같은 고민에 속해 있는, 청소년인 필자가 직접 인터뷰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모이고, 주최했던 행사나 모임을 취재합니다. 청소년 시민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집필하는 연재기획, <옆동네 1318>입니다. 이번 차례에는 위키미디어 재단과 양정여자고등학교 중국어 소학회가 함께 개최한 에디터톤 행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 기자 말

국내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집단지성 사이트 중 하나인 위키백과는 그간 다양한 사람들이 콘텐츠 형성에 기여해왔다. 하지만 '지식인'만큼 간편하지 않은 특수한 문법이 있다는 것이 큰 문제. 여러 틀과 특수한 문법으로 인해 위키백과 '죽돌이'들도 가끔은 틀을 어떻게 쓰는지, 내용 정리를 어떻게 하는지 헛갈릴 때가 있다. 위키백과 내부의 정리되지 않은 문서들이 바로 그런 흔적이다.

수만 건의 편집을 달성한 사용자(위키백과 내에서의 유저)들도 틀을 엉망으로 만들 때가 있다. 때문에, 처음 위키백과의 세계에 떨어진 유저들이 좌충우돌 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문서만 만들면 삭제되고, 문서에 무언가를 추가하면 엉망으로 변하는 모습에 '멘붕'에 빠지기 일쑤다. 이는 한국어 위키백과 내에 새로운 유저가 정착하는 데 큰 어려움이다.

위키백과를 비롯한 위키프로젝트를 국내에 정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사단법인 위키미디어 대한민국에서는 '재야의 편집자'들을 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로 '에디터톤(Edit-a-thon, 집중적으로 편집작업을 하는 행사로, 해커톤에서 어원을 찾음)' 행사다. 한국어 위키백과에서는 에디터톤이라는 언어가 정착되기도 전인 2012년부터 계속 진행됐다.

위키에 익숙한 참가자들끼리 문서를 편집하는 에디터톤 문화는 익숙한 사용자들이 초보 편집자들에게 문서 편집법을 알려주고, 같이 헤비 편집자가 되는 '위키덕후'의 올바른 '영업 비법'. 이미 이화여대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여성학을 주제로,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아시아학을 주제로 에디터톤을 진행하여 여러 새로운 문서를 만들고, 이미 있는 문서를 보강한 사례가 있다.

이번에는 고등학교에 '위키덕후'가 위키백과를 전도하러 왔다.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양정여자고등학교 중국어소학회에 위키백과를 편집하는 법을 가르쳐주러 온 것이다. 지난 12월 19일 열린 양정여자고등학교 에디터톤 현장을 담았다.

관심사에 맞춰 이리저리... 문서 편집 '생각보다 쉽네!'

 우아한 교실에서 에디터톤이 진행되고 있다.
 우아한 교실에서 에디터톤이 진행되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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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부터 시작된 에디터톤의 현장에 한 시간 정도 늦게 들어갔다. 평소에는 학생회 교실로, 다른 때에는 다목적 교실로 쓰이는 '우아한 교실'에 옹기종기 모인 학생들 앞에 위키미디어 대한민국 사무국장 구은애씨가 있었다. 구씨가 위키백과를 편집하는 데 있어 필요한 문법을 정리한 인쇄물을 이용해, 위키백과를 편집하는 법을 학생들과 선생님께 가르치고 있었다.

위키백과에서 정보문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틀도 써야 하고, 문단도 갈라야 하고 위키 문법에 맞춰 글을 작성해야 한다. 초심자가 바로 문서를 만들기엔 어려운 것이 사실. 하지만 위키문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문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알고 나니 다들 문서를 만드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붙은 듯했다.

 다들 위키백과 편집에 열중이다.
 다들 위키백과 편집에 열중이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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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에디터톤에서 만든 문서는 '카카오버스', '김급식' 등 청소년의 생활과 밀접한 애플리케이션 문서나 청소년들을 위한 스타트업, 청소년들의 최대 관심사인 'MCN' 기업이나 '메로나', 주세혁' 등이었다.

만드는 문서가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한국어 위키백과에서 진행되었던 에디터톤은 학술적인 주제를 다뤘던 것이 보통이었기 때문. 어떻게 이런 문서를 만들 생각을 했는지 질문을 던졌다. 신승은(고2)씨가 "아무래도 관심이 있는 주제다 보니 이런 문서들로 정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위키 전문가'가 도와주니 백과사전이 '뚝딱'

 구은애 국장이 위키백과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구은애 국장이 위키백과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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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뚝딱 손을 대니 문서가 금방 완성됐다. 여기저기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구 국장님!' 하면서 구은애 사무국장을 부르고, 사용법을 제대로 알고 가기도 했다. 이날 선생님과 학생들이 한목소리로 외친 불만은 '만든 문서가 죄다 삭제된다'는 것. 문서가 위키백과의 기준에 맞지 않아 삭제되었다는 이야기 외에는 알려주지를 않으니, 문서를 만드는 것 자체도 겁이 난다는 이야기였다.

문서가 다 만들어져도 편집이 끝나진 않는다. 혹여나 위키백과의 정책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구은애 국장이 편집이 다 된 문서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위키백과가 출처 지향주의다 보니 논문이나 언론, 공식사이트, 출판된 도서를 통해 제공되는 정보 외에는 출처로 사용할 수 없었다. 구전으로 전해진 내용, 그리고 출처를 알 수 없는 내용은 지워야 한다.

문서 정리가 끝난 다음 구 국장이 문법을 다듬고, 문서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틀을 소개했다. 회사, 인물, 그리고 단순한 물품에 이르기까지. 위키백과에는 다양한 틀이 있다는 설명 역시 덧붙였다. 이렇게 해서 문서를 다 만들고 나니, 벌써 해가 진 지 오래. 식사시간에도 밥을 한쪽에, 노트북을 다른 한쪽에 놓고 아직 다듬지 못한 부분을 편집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세 시간 만에 풍성해진 문서들... '더 많은 문서 편집하고 싶어요'

 만들어진 '김급식' 문서의 모습.
 만들어진 '김급식' 문서의 모습.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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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시간 정도가 지나고 완성한 문서를 선보이게 되었다. 청소년들의 삶과 밀접한 애플리케이션은 물론, 청소년들이 관심을 두는 주제에 대한 문서들, 그리고 선생님이 흥미를 가졌던 스타트업이나 청소년 단체에 대한 내용도 충실히 반영되었다. 이날 3시간 만에 1만8304바이트, 한글로는 9000자에 가까운 글자가 입력되었다.

이제 이번 에디터톤에 대한 후기를 들어볼 차례. 동아리에서 제한적으로 배웠던 위키의 사용법보다 더 많은 사용법을 알게 되었다는 후기도 있었고, 배웠던 것을 응용시켜 새로운 문서를 등재하고 싶다는 후기도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편집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태경 선생님은 "미디어 소비자로 있었던 청소년이 생산자로서 볼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며 말미에 재미있는 계획을 하나 내놓았다. 이천시 내의 고등학교와 공동으로 위키백과 편집행사를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실제 이루어진다면 지역/청소년/관심사들의 편집이 즐겁게 이루어질 수 있으니, 멋진 계획이었다.

아직 초보에게는 '까칠한' 한국어 위키백과

 이태경 선생님이 편집한 문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태경 선생님이 편집한 문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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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톤이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이번 에디터톤을 통해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이 있었다. 초보, 흔히들 말하는 '뉴비 이용자'들에게 까칠한 위키백과의 모습 말이었다. 이번 에디터톤에서 많이 나왔던 이야기는 "만들고 있던 문서가 갑자기 삭제되었어요"라던가 "왜 삭제되었냐고 물어봤더니 정책을 찾아보라네요"와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이는 자칫 초보에게 '까칠한 위키백과'라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더욱이 한국어 위키백과에는 이미 "새로 온 손님을 쫓아내지 마세요"라는 지침이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보자를 적대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최근 많아진 '문제적 사용자'의 존재 때문일 것이다. 자기 의견을 무작정 개진하기 위해 위키백과를 사용하는 이들 말이다.

하지만 신규 사용자를 무작정 '나쁘게'만 볼 이유는 없다. 그런 색안경이 신규 이용자의 유입을 가로막는 길이다. 에디터톤이 서로 다른 이용자들에게 백번 진행된다고 해도, 들어가는 입구 자체가 까칠하다면 누가 이런 커뮤니티에 말끔히 들어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러 번의 에디터톤보다 더욱 효과적인 것은 기존 이용자들이 신규 이용자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협업'과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하는 위키정신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옆동네 1318은 우리 사회의 '멋진 청소년'이라면 누구라도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제보는 trainholic@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에 참여하실 분의 '자천'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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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도 쓰고, 교통 칼럼도 날리고,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러면서도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대딩 시민기자. 그리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