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런닝맨>

SBS <런닝맨>이 자충수로 인해 위기에 빠졌다. ⓒ SBS


지난 14일은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아래 <런닝맨>)으로서는 천국과 지옥을 모두 오간 최악의 하루였다. 하지만 제작진 스스로가 자초한 위기라는 점에서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설상가상으로 그다음 날인 지난 15일에는 <런닝맨> 제작진이 새 멤버로 염두에 두었던 강호동도 출연 고사 뜻을 밝혔다.

지난 14일 각종 연예 매체에서는 강호동과 박명수의 <런닝맨> 합류 소식과 함께 7년 동안 <런닝맨>에 출연해온 김종국과 송지효가 본업 활동을 이유로 하차 의사를 밝혔다는 기사를 집중적으로 보도하였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액면 그대로 믿었고 강호동이 합류한 이후의 새로운 <런닝맨>에 기대와 우려를 드러내는 데만 여론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오후 들어서 <런닝맨> 하차에 대한 김종국과 송지효의 반박 입장이 기사화되면서 여론은 급반전을 이룬다. 김종국 측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김종국은 하차 기사가 나온 지난 14일에서 불과 이틀 전인 12일에서야 <런닝맨> 제작진으로부터 하차 결정을 통보받았으며, 송지효는 기사가 나오고 나서야 자신의 <런닝맨> 하차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상식적인 하차 통보, 누리꾼 '폭발'

 SBS <런닝맨>

SBS <런닝맨> 멤버의 '완전체'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 SBS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하차 통보에 <런닝맨>에 대한 누리꾼 여론은 폭주하기에 이른다. 김종국과 송지효가 <런닝맨> 출연 덕에 한류스타로 발돋움하게 된 것은 별개의 문제다. 아무리 김종국과 송지효가 그동안 <런닝맨> 덕을 많이 봤다고 해도 공식 하차 발표 하루 이틀 전에야 당사자에게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하는 것은 7년 동안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세상에 아름다운 하차 통보는 없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개편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떠나는 자에 대한 충분한 입장존중과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런닝맨> 측은 <런닝맨>을 함께 만들었던 김종국과 송지효와 상호 대화로서 하차 문제를 풀어가는 대신, 일방적인 통보로 김종국과 송지효는 물론 오랫동안 그들과 함께했던 남은 멤버들의 입장마저 곤란하게 만든다. 오랫동안 <런닝맨>을 즐겨봤던 수많은 국내외 팬들의 감정을 상하게 한 것을 이뤄 말할 수 없다.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하다 보니, <런닝맨> 새 멤버로 물망에 올랐던 강호동은 재빨리 출연제의 고사 입장을 밝혔다. 박명수는 지난 14일 <런닝맨> 합류 기사가 나오자마자, 이를 강력하게 부인한 바 있다. 김종국과 송지효를 하차시키고 그 자리에 강호동과 박명수를 염두에 두었던 <런닝맨> 제작진으로서는 '닭 쫓던 개 지붕 바라보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런닝맨> 새 멤버로 당연히 들어올 줄 알았던 강호동의 출연 고사도 뼈 아프겠지만, 제작진의 판단실수로 김종국, 송지효 그리고 시청자들까지 모두 놓친 것은 한동안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최악의 일 처리로 회자할 듯하다.

<런닝맨> 시청자들이 김종국, 송지효에 대한 제작진의 일방적인 하차 통보에 크게 반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전혀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몇몇 시청자들과 누리꾼들은 김종국과 송지효에 대한 일방적인 하차 통보를 '소통이 부재한 박근혜식 한심한 졸속행정'을 보는 것 같다면서 강도 높은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런닝맨>을 평소에 즐겨보지 않는 사람들도 화나게 하는 하차통보인데, 하물며 <런닝맨>을 꾸준히 지켜보았던 애청자들에게는 "내가 이러려고 <런닝맨>을 보았나" 류의 배신감까지 느끼게 한다.

제작진도 어렵게 꺼내 든 하차 카드였겠지만, 사실 몇 년 동안 지적되어오던 <런닝맨>의 문제는 출연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매주 반복되는 포맷의 한계에서 오는 식상함과 피로 누적이 가장 크다. 매주 다양한 형태의 주제로 프로그램을 이끄는 MBC <무한도전>과 달리 <런닝맨>은 게임의 틀 안에서만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때문에 그 한계가 더 빨리 노출될 수밖에 없다. 내용이나 형식 면에서는 더는 새로운 것을 보여줄 것이 없었기 때문에 그 어떤 리얼 버라이이어티 프로그램보다 특급 게스트 섭외에만 집중한 것도 몇 년 동안 시청률 한 자릿수에 머무는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공중파 방송국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주말 예능에서 시청률 한 자릿수를 기록하는 시간이 한동안 지속하면 당장 폐지순서를 밟았겠지만, 유독 SBS가 <런닝맨>에게 관대했던 것은 순전히 압도적인 해외 인기 덕분이다. 비록 국내 시청률은 저조하지만, 중화권, 동남아에서 너무나도 잘나가는 <런닝맨>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 생명력을 오래 유지하고 싶었다. 그래서 떠나간 국내 시청자들을 잡기 위해 <런닝맨> 측에서도 여러 노력을 기울였겠지만, 더는 <런닝맨>을 보지 않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담할 뿐이었다.

내쳐진 일등 공신들, 개리 때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SBS <런닝맨>

이런 식의 이별 후, 남은 출연진을 통해서 시너지가 나올 수 있을지 의아하다. ⓒ SBS


오늘날 <런닝맨>을 만든 일등공신이자,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은 김종국과 송지효 하차 결정은 <런닝맨> 측에서도 뼈아픈 선택이었을 것이다. 과연 김종국과 송지효의 하차가 새로운 <런닝맨>을 만들기 위한 최선이라는 제작진의 생각에는 여전히 물음표이지만, 김종국과 송지효를 떠나 보내야 한다면 일단 그들이 하차를 원하는지 충분한 의논 끝에 당사자의 입장을 최대한으로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국내외에서 사랑받는 <런닝맨>을 함께 만든 사람들에 대한 예의다.

김종국과 송지효에 대한 하차 통보가 더욱 아쉬움이 남는 것은 몇 달 전 <런닝맨>에서 하차한 개리를 떠나보내는 방식과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개리 하차 당시 2주 동안 개리 특집을 만들어주며 오랫동안 함께한 출연진에 대한 예의를 보여줬던 프로그램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지금 <런닝맨>은 김종국, 송지효는 물론이고 남게 될 출연진들, 시청자들에게도 큰 상처를 안겼다.

뒤늦게 사태파악에 나선 <런닝맨> 측이 개리 하차 때처럼 김종국과 송지효와의 이별 파티를 성대하게 치러준다고 한들, 깨진 독에 물 붓기식의 하차 특집에 감동하고, 새로운 <런닝맨>에 힘찬 기대를 걸 수 있을까. 그 어떤 것보다 소중히 여겨야 할 생명과 인간에 대한 존엄성이 땅바닥에 떨어진 지금. 수많은 국민을 진절머리 나게 한 '박근혜 정부'식 일방통행과 너무나도 닮아있던 <런닝맨>의 예의 없는 하차가 참으로 불쾌하게 다가온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런닝맨 김종국 송지효 하차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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