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점 점(點, di?n)은 검을 흑(黑)과 점칠 점(占)이 결합된 형태로, 점을 칠 때 불이 타고 나면 검은 자국을 표현한 것이다.
▲ 點 점 점(點, di?n)은 검을 흑(黑)과 점칠 점(占)이 결합된 형태로, 점을 칠 때 불이 타고 나면 검은 자국을 표현한 것이다.
ⓒ 漢典

관련사진보기


남북조시대 양(梁)나라에 장승요(張僧繇)라는 유명한 화가가 있었다. 불교를 신봉하던 양나라 무제는 장승요에게 안락사(安樂寺)라는 절에 용 그림을 그리게 했다. 장승요가 3일 만에 금방이라도 하늘로 비상할 듯한 용 네 마리 그림을 완성하자 사람들의 찬사와 환호가 이어졌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모두 눈동자가 그려져 있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묻자 장승요는 눈동자를 완성하면 용이 하늘로 날아가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사람들은 그림일 뿐인 용이 어떻게 날아갈 수 있느냐며 장승요에게 한번 그려보라고 요구했다. 장승요는 자신의 말을 입증하기 위해 붓을 들어 네 마리 중 두 마리의 눈동자를 완성했다. 그러자 그림 속 두 마리 용이 벽을 허물고 정말 하늘로 올라가버렸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을 처리함으로써 어떤 일을 완성한다는 의미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 생겨난 이야기다. 그까짓 점 하나가 뭐 그리 대단할까 싶지만, 점 하나의 작은 차이가 그림의 용을 실제 용으로 비상하게도 하고, 갑골(甲骨)에 점(占)을 치던 시절엔 그 작은 점 하나가 한 개인과 국가의 운명을 갈게 놓기도 했다. 점 하나의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드는 것은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점 점(點, diǎn)은 검을 흑(黑)과 점칠 점(占)이 결합된 형태로, 점을 칠 때 불이 타고 나면 검은 자국이 남는데 그것을 표현한 것이다. 점(点)은 속자인데 중국어에서는 이 속자를 차용해 간자로 쓴다. 거북 배딱지에 구멍을 뚫고 불을 가열해 생긴 가느다란 균열선을 보고 점을 치는데, 그 때 뼈 군데군데 남은 검은 흔적이 점이 된 셈이다.

과거시험 채점에서 점의 개수가 점수(點數)가 되고, 점을 떨어뜨리는 낙점(落點)으로 사람을 뽑고, 점을 찍으며 불러 점호(點呼)한다. 중국어에서도 점을 찍어 음식을 고른다는 의미로 주문하다가 점채(点菜), 이름에 점을 찍어 확인한다는 의미로 출석 부르는 것을 점명(点名)이라고 한다.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은 1978년 개혁개방의 길에 나서면서 4개의 경제특구를 지정하고, 그 점(點)에서부터 경제 발전을 이룩한 후, 하나의 점에서 다른 점을 연결하여 선(線), 그리고 그 선을 연결하여 면(面)으로 확대되는 발전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연애시로 유명한 만당(晩唐)의 시인 이상은(李商隱)은 사랑하는 남녀가 멀리 떨어져 만날 수 없지만, 텔레파시로 서로 마음이 통하는 것을 "몸에는 아름다운 봉황의 두 날개 없지만, 마음에는 신령스런 코뿔소의 뿔이 있어 한 점으로 통한다(身無彩鳳雙飛翼,心有靈犀一點通)"고 노래했다.

작은 점 하나가 용이 되고, 운명이 되고, 누군가의 발전전략이 되고, 또 누군가의 사랑을 이어주는 만남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점 하나가 운명을 바꾼다? 바꾼다!


태그:#點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