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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따복공동체지원센터는 2015년부터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해 사회적기업, 마을공동체, 비영리 법인 등 3개 이상의 조직이 모인 협동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협동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협동화사업'이 실제로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성장하며,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해 어떻게 노력해 왔는지 그 걸음을 쫓아가 보았다. [편집자말]
가죽, 청바지 등이 활용된 업사이클링 백팩
 가죽, 청바지 등이 활용된 업사이클링 백팩
ⓒ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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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함께하는 가게'에서 도기탁 두레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레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함께하는 가게'에서 도기탁 두레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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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 너머에서 바빠 보이는 음성이 들렸다. 취재가 가능할지 의심이 들었다. 현장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헌 물건을 닦고 고쳐서 새로 만들어 팔고 있으니 바쁠 수밖에! 숨을 헐떡이며 일에 열중하던 도기탁 두레협동조합 이사장, 일손을 멈추고 숨을 고른 뒤 취재에 응해주었다.

지난 11월 29일 오후 2시, 고양시에 있는 업사이클링 & 핸드메이드 전시판매장인 '함께하는 가게'에서 그를 만났다. 두레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매장이다. 이 매장의 모토(신조)는 '행복의 가치를 찾아가는 슬로패션'이다.

가게에 들어서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출입구가 건물 양쪽으로 시원하게 뚫려 있다는 점이다. 출입구가, 누구나 들어 올 수 있고 누구든지 환영한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 같았다. 직원들 가슴에 '박근혜 퇴진'이라고 적힌 배지가 붙어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도 이사장한테 두레협동조합 소개를 부탁했다.

"자본주의라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파괴되어가는 지구환경을 살리자는 목적으로 2013년 2월에 16명이 힘을 모아 설립했습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주요 사업은 자원 재활용입니다. 자원을 재활용해서 환경을 살리고, 수익도 올리는 그런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기부한 낡은 청바지 같은 것으로 카드지갑, 코사지(가슴이나 어깨에 다는 작은 꽃다발) 같은 것을 만들어 팔고 있는데 고객들 반응이 좋은 편입니다. 행사를 할 때 꽃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업사이클링 코사지 달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고, 폐건전지 주머니도 만들어 각 가정에 보급하는 사업을 고양시와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헌 물건을 고쳐서 팔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함께하는 가게'라는 이름에 걸맞는 공동체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었다. 심지어 '함께하는 가게' 안에는 (사)노동복지나눔센터 사무실도 있다. 가게 자체가 마을 사랑방인 셈이다.

"이곳에,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교복 물려주기 상설매장도 있어요. 수십 만원에 이르는 교복을 이곳에서는 3만원에 살 수 있어요. 갑자기 키가 훌쩍 커서 교복이 몸에 맞지 않는 학생, 다른 학교에서 전학 온 학생들한테 인기가 많습니다. 또 커피 뽑는 기계도 있는데, 이 기계로 바리스타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원하기만 하면 누구에게나 가르쳐 준다는 게 특징이죠. 물론 커피도 판매하고 있고요. 요즘에는 중·고등학생한테 주로 바리스타 교육을 하고 있어요. 진로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죠." 

협동화 사업으로 업사이클링 사업에 날개가

초등학생들이 직접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 모든 물건들이 재사용 가능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는 기회가 된다.
 초등학생들이 직접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 모든 물건들이 재사용 가능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는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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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가게'에 마련된 업사이클링 & 핸드메이드 매장
 '함께하는 가게'에 마련된 업사이클링 & 핸드메이드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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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이클링 심화과정 교육을 마친 땀땀이주민공동체 분들이 학교현장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업사이이클링 심화과정 교육을 마친 땀땀이주민공동체 분들이 학교현장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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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따복공동체지원센터에서 추진하는 협동화 사업이 두레 협동조합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지난해 '협동화 사업'에 선정되어 (사)노동복지나눔센터, 땀땀이 작가공동체라는 지원군을 얻게 된 것이다.

세 단체가 함께 하는 사업 이름은 '업사이클링 공동체 만들기(아래 업사이클링 공동체)'이다. 이 사업으로 자원 재활용 사업에 활기가 붙었다. 전문성, 예술성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됐고 상품 홍보를 위한 브랜드작업도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업사이클링 공동체는 디자인전문가, 패션전문가 등을 초빙하여 다양한 업사이클링 상품을 개발하는 등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 이사장은 '업사이클링 공동체'사업으로 사업에 체계가 잡혔다고 설명했다.

"재활용에서 업사이클링 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업사이클링 심화교육, 브랜드화가 사실 절실했었는데, 그 길이 열려 사업에 체계가 잡히게 된 거죠. 업사이클링은, 생활 속에서 버려지거나 쓸모 없어진 것을 수선해 재사용하는 리사이클링 (Recycling)의 상위 개념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새로운 가치를 더해 (Up grade) 전혀 다른 제품으로 다시 생산(Reclycling)한다는 말이죠."

현재 세 단체는 업무를 분담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두레협동조합은 사업총괄, 판매경로개발, 마케팅을 맡았고, (사)노동복지나눔센터는 패션페인팅, 가죽공예 같은 업사이클링 심화교육과 취·창업교육을 하고 있다. 땀땀이 작가공동체에서는 업사이클링 상품을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다.

결혼과 출산 등의 이유로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들에게도 희망을 주었다는 게 '업사이클 공동동체'사업의 큰 성과다. '업사이클링 공동체'는 경력단절 여성들을 대상으로 퀼트, 가죽, 액세서리, 전통매듭, 인형, 의류제작, 의류핸드페인팅 교육을 진행했다. 이 여성들은 교육을 받은 뒤 공방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직업이 생긴 것이다.

만들어진 제품은 '진플러스'라는 브랜드를 달고 생협과 플리마켓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플리마켓은, 안 쓰는 물건을 공원 등에 가지고 나와 매매나 교환 등을 하는 일종의 벼룩시장이다. 고양여성민우회, 고양협동조합협의회, 노동복지나눔센터, 바느질세상, 수다스토리-랄랄라마켓, 무공화로 마켓, 땀땀이 작가공동체, 그린데코, 지혜공유협동조합, 프럼펫터 일산앙상블이 힘을 모아 만들었다. 플리마켓은 고양시 곳곳에서 열린다.

업사이클링 사업에 날개를 달아 준 것은 따복공동체 지원단의 '협동화 사업'뿐만이 아니다. LG전자 등에서도 힘을 실어 줬다. 업사이클링 사업이, 지난해 'LG소셜펀드 친환경지원사업'에 선정돼 지원금 5000만 원을 받았다. 이 돈으로 미싱을 장만했고 플리마켓 부스도 제작했으며 공방도 만들었다. 덕분에 작품 제작에 탄력이 붙었다.

인터뷰 말미, 도기탁 이사장은 "고쳐 쓰고, 나눠 쓰는 소비문화는 지구 환경을 지키는데 대단히 중요하다"고 업사이클링 & 핸드메이드 사업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어 "제품을 대량으로 빠르게 만들다 보니, 몰개성시대가 돼 버렸다. 이로 인한 갈증을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만들어내는 핸드메이드로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체 제작한 플리마켓 부스와 지역의 여럿 단체들과 공동 주관으로 플리마켓의 다양화와 활성화가 이뤄진다.
 자체 제작한 플리마켓 부스와 지역의 여럿 단체들과 공동 주관으로 플리마켓의 다양화와 활성화가 이뤄진다.
ⓒ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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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가게에는 지역주민들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카페를 꿈꾼다.
 함께하는 가게에는 지역주민들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카페를 꿈꾼다.
ⓒ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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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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