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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 그리고 10만인클럽 회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해 6월 14일부터 23일까지 일본 순회강연을 마치고 6월 24일부터 7월 9일까지 북녘의 수양딸을 찾아 북한을 여행했습니다. 또 2015년 10월 초에도 북한을 한 번 더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연재 '수양딸 찾아 북한으로'를 통해 그 사이에 있었던 일을 전하려 합니다. - 기자 말

당 창건일이 명절

 한복을 입은 안내원 최경미. 스마트폰과 세련된 머리 스타일을 보면서 북한이 많이 변했음을 감지할 수 있다.
 한복을 입은 안내원 최경미. 스마트폰과 세련된 머리 스타일을 보면서 북한이 많이 변했음을 감지할 수 있다.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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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 창건일'이라면서 한복을 입은 안내원 최경미.
 '당 창건일'이라면서 한복을 입은 안내원 최경미.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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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8일, 긴 비행시간 때문에 쌓인 피로로 늦잠을 잤다. 오전 중에는 평양 시내구경 일정이 잡혀 있다. 로비에 내려가니 안내원 경미가 한복으로 곱게 단장하고 나타난다. 경미의 모습에서 북한의 변화를 읽는다. 세련된 헤어스타일, 안경의 디자인,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 한 사회의 변화는 여인들의 겉모습에서 부터 나타난다는 말이 있던데 틀린 말은 아닌가 보다.

호텔 밖을 나서자 비가 부슬부슬 흩날린다. 검은 구름이 하늘을 가리니 가뜩이나 시멘트 콩크리트 색갈로 회색빛을 띠는 평양의 거리가 더욱 어두워 보인다. 물끄러미 거리를 쳐다 보고 있자니 마치 내 어린 시절 봤던 대구 시내의 모습인 것 같아 묘한 향수에 젖어든다.

 보슬비 나리는 평양의 거리.
 보슬비 나리는 평양의 거리.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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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거리의 북녘 동포들.
 평양 거리의 북녘 동포들.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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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쳐다 보니 구름 사이로 곧 햇빛이 비집고 나올 것 같기도 하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거리의 사람들은 어디론가 향해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남편이 거리의 사진을 찍으려고 차를 세운다. 경미가 차에서 내리다 치마가 차문에 끼어 거의 넘어질 뻔했다. 걱정이 돼 경미에게 말했다.

"경미야, 조선옷을 입고 다닐라니까 불편하지? 보기는 참 좋은데…. 편한 옷 입고 나오지 그랬어."
"명절 때는 조선옷을 입고 나와야 손님에 대한 예의지요."

'명절'이라는 말에 나는 마음 속으로 '추석 지난 지가 한참 됐는데 북한은 추석을 참 오래도 쇤다'라고 의아해 하며 경미에게 말했다.

"아니…, 추석 지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조선옷을 입고 다녀."
"추석이 아니라 당 창건일 말입니다."
"당창건일은 국경일 아냐?"
"맞습니다. 명절 중의 하나입니다."

이제서야 알아차렸다. 추석이나 설날을 명절이라고 부르는 우리와는 달리 북한의 동포들에게는 당 창건일도 명절인 것이다. 정당이 건립된 날을 명절이라고 부르는 나라는 아마도 북한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솔방울로 수류탄을

 2015년 10월, 공사 중인 '미래 과학자의 거리'.
 2015년 10월, 공사 중인 '미래 과학자의 거리'.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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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를 위해 호텔로 돌아오는데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족히 수십 층은 돼 보이는 아파트를 비롯해 수십 채의 고층 건물들이 빼꼭하게 들어섰다. 마치 한 도시의 다운타운이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이다. 아마도 이곳을 분명히 과거에도 지나쳤을 텐데 전혀 본 기억이 없다.

"경미야, 여기는 처음 보는 곳이네."
"지난 6월에 오셨을 때 못 보셨어요?"
"기억에 없어."
"'미래 과학자의 거리'라고 부르는데 건설 시작한 지 한 1년 됐습니다."
"저 많은 건물들이 1년 만에 다 세워졌다고?"
"네, 그렇습니다."
"거의 다 완성됐는데 2~3주 후에는 아마 가보실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못 들어가?"
"아직 건설 일꾼들 외에는 못 들어갑니다."

듣고 있던 남편이 또 허튼 소리를 한다.

"와,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었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가 남편의 옆구리를 툭 치며 눈짓을 했다. 남편이 머뭇거리며 변명을 한다.

"아니, 저…, 경제 제재로 힘들 텐데 어떻게 이토록 평양 여기저기에 건설을 많이 하는지  궁금해서. 여기서는 항일 빨치산들이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었다고 학교에서 가르친다며?"
"학교에서 가르치다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항일 빨치산들이 그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신출귀몰하며 조국을 찾기 위해 왜놈들과 싸울 시기, 인민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입니다. 그만큼 항일 빨치산들이 훌륭했다는 말이지요. 우리 인민들을 바보 취급하시는 겁니까? 하하, 긴데 고런 이야기는 오데서 들으셨습니까?"
"아, 그냥 어디서 들었어."

남편의 주책없는 농담 때문에 혹시 경미의 마음이 상하지나 않았는지 걱정했는데 괜찮은 것 같다. 다행이다. 경미가 또 다른 건설공사 계획을 말해 준다.

"종합대학(김일성 종합대학) 앞에 대규모 건설이 있을 겁니다. '려명거리'라고. '미래 과학자의 거리'처럼 수십 개의 고층 건물을 1년 안에 일떠 세우는 일입니다."

경미의 말을 들으며 차 안에서 밖을 보니 여기저기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가히 '건설붐'이라 할 만하다. 남편이 경미에게 묻는다.

"근데 대체 무슨 돈으로 대규모 공사를 일으키나? 평양 온 사방에 건설공사니 말야."
"핵무장을 한 우리는 이제 모든 걸 경제로 돌리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하루가 멀다하고 달라질 겁니다."

신이 나서 힘줘 말하는 경미의 모습에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열어보지 말라는 의문의 상자 

 안내원 최경미와 쟁반국수를 함께 먹고 있다.
 안내원 최경미와 쟁반국수를 함께 먹고 있다.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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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방 창가에서 바라본 아파트 건축 공사.
 호텔방 창가에서 바라본 아파트 건축 공사.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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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 돌아와 쟁반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평양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맛이다. 냉면과 맛이 거의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국수를 담는 그릇이 다르다는 것. 고명을 넓은 그릇 위에 펼쳐 놓아 시각적으로 입맛을 한층 더 돋운다.

저녁 때 2층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하고 경미와 헤어졌다. 휴식을 취하려고 방으로 돌아와 커튼을 젖히니 건설 중인 건물들이 또다시 눈에 들어온다. 아파트 건물처럼 보인다. 이 건물도 지난 6월에 본 기억이 없다.

아직도 여독이 풀리지 않았다. 밤과 낮이 바뀐 데다가 식사까지 하고 나니 졸음이 쏟아진다.

 고려호텔 로비. 왼쪽 상단으로 당 창건일을 알리는 선전물이 걸려 있다. 로비에는 외국인 손님들이 들고 있다.
 고려호텔 로비. 왼쪽 상단으로 당 창건일을 알리는 선전물이 걸려 있다. 로비에는 외국인 손님들이 들고 있다.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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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일어나 커피숍으로 향한다. 로비를 내려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서히 들기 시작한다. 매년 관광객이 늘어간다. 평양 시내에서 마주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살펴 보면  대충 눈짐작으로 80~90%는 중국인이고, 나머지는 서양인들이다. 그중 반 정도는 '호기심에 북한을 찾았다'고 말한다. '또다시 오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도 꽤 된다.

북한의 어떤 점이 좋냐고 물으면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과 '순수한 북한 사람들'을 꼽는다. 내가 이곳을 찾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내게는 '이곳도 우리나라이며 이곳에는 나의 수양가족들이 살고 있다'는 더 큰 이유가 있지만.

경미를 만나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누다 택시를 잡아 타고 함께 밤거리 구경을 나간다. 석 달 전에 왔을 때도 자주 택시를 이용해 그리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그래도 북한에서 이렇게 밤에 택시를 타고 돌아다닐 수 있다니…. 2011년 첫 북한 관광 때에 비하면 실로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 당시에는 거리에서 택시를 구경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택시 안에서 바라 본 평양의 밤거리.
 택시 안에서 바라 본 평양의 밤거리.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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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경미가 잘 포장된 작은 상자를 건네준다. "오늘 밤 열지 말고 꼭 내일 아침에 열어보라"고 한다. 호텔방으로 돌아온 남편이 어서 열어 보자고 재촉한다. 나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극구 거절했다. 궁금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지만.

이 안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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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음대 졸업.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 음악박사. 전직 성악교수 이며 크리스찬 입니다. 국적은 미국이며 현재 켈리포니아에 살고 있습니다. 2011년 10월 첫 북한여행 이후 모두 9차례에 걸쳐 약 120여 일간 북한 전역을 여행하며 느끼고 경험한 것들 그리고 북한여행 중 찍은 수만 장의 사진들을 오마이뉴스와 나눕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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