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살아 흐르던 낙동강/멱 줄 8곳 숨통을 조르면서/낙동강 살리기 사업 후/흐르기를 멈추고/초록으로 질려 버린/죽음의 호수//토종 어류, 식물은 급감하고/블루길, 가시박 외래 어류 식물이/원래 제 땅인양 활개 치는 판이/딱 정치판//내가 사는 이 땅에/미국은 북한 미사일 방어/사드 배치하라 하고/중국은 안된다 하는/여기가/미국인가/중국인가"(허영옥 시 "여기는 어디?" 전문).

1990년 창원·마산지역 노동자 시인들이 모였던 '객토문학' 동인들이 이번에 13번째 동인집을 냈다. <꽃 피기 전과 핀 후>('갈무리' 간)는 제목을 달고 있다.

한때 지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며 시를 많이 생산해냈던 동인들이다. 노민영, 박덕선, 배재운, 이규석, 이상호, 정은호, 최상해, 표성배, 허영옥 시인 등이 다시 뭉쳐 이번에 동인집을 낸 것이다.

<객토문학>은 2000년 첫 동인지를 내기까지 소책자 <북>을 냈다. 1부 '북'에는 그때 실렸던 동인들의 주요 작품을 발췌해 실어 놓았다.

객토문학 동인집 <꽃 피기 전과 핀 후>.
 객토문학 동인집 <꽃 피기 전과 핀 후>.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이들은 "동인들의 작품을 읽으며 느낀 것은 시간을 몇 굽이 넘어왔는데도 우리 삶이 변한 것 하나 없다는 것"이라며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인들이 서 있는 위치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지난 시절 처음 열정으로 똘똘 뭉쳐 함께 강을 건너고 골을 넘었던 동인들의 작품을 가려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무엇보다 큰 의의가 있다"고 했다.

<북>에 실렸던 강영화의 '바퀴벌레', 성영길의 '역사의 이름으로', 신미란의 '다시 살아올 동지여' 등의 시를 보면, 암울했던 1990년대를 진저리쳤던 1990년대를 눈앞에 다시 보는 것 같다.

또 제순자의 '뇌물공화국', 박능출의 '만성두통', 박명우의 '숟가락 하나'는 지금도 사회 뿌리 깊게 스며들어 있는 위정자들의 모습이나 시대의 아픔이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 아니나 다를까 주어지는 건 라면과 밤낮없는 노동뿐/한시라도 마음 놓고 발 뻗을 수 없었어/울고 싶었지 피멍이 맺히도록 눈가가 시리게/등과 등을 맞대어 달라지는 현실/바라볼수록 왜곡 당한 내 노동을 바로잡고 싶어/파업에 들어갔지 …"(강영화의 시 '위장-파업에 들어가다' 일부).

2부 '북 그 이후'에서는 동인들의 신작을 담았다. '사드'라든지 '촛불', '4대강사업' 등의 말이 곳곳에 들어 있다. 시대의 아픔을 시로 녹여낸 것이다.

"… 통일부 수장이 통일을 외면하고/노동부 수장이 노동자를 짓밟고/환경부 수장이 운하를 파자는/언어도단이 뗏강으로 얽혀/…/촛불을 들고/민주주의여 또 목이 메이어야 하나"(박덕선의 "다시 저는 저 들판에서").

"거리에 서면/ 저마다의 소리 수북하다//눈도 있고/귀도 있고/입도 있는데//못 본 척/모르는 척/관심 없는 척//오늘도 사람의 거리에 서면/따뜻한 가슴이 없는/기계소리만 요란하다"(이규석의 '로봇시대 2' 전문).

"… 정상이란 곳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데/이 장맛빗 속/안개보다 갑갑한 하루를 시작한다//희망퇴직 받고 있다는 회사로/김형이/골목길을 나선다"(이상호 '장마').

"… 첫 월급봉투를 으쓱거리며 쑥 내밀던/그때는 월급봉투만큼이나 남편의 가슴이 크고/어깨가 떡 벌어졌었다/…/나이가 들수록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데/비우지 못한 마음 속 케케묵은 것들이/몸마저 무겁게 만든다"(최상해의 '몸').

"… 정부로부터 받는 양육비가 내가 낸 세금이라는 것을, 정부로부터 받는 노령연금이 내가 낸 세금이라는 것을, 내가 낸 세금으로 생색을 내는 정부를 내가 낸 세금으로 큰 돈을 버는 부자를 부러워할 뿐 경멸하지 않는 한/혁명은 없다"(표성배의 '혁명은 없다').

3부 '북소리'에는 시인들이 쓴 산문 몇 편이 실려 있다. 최상해 시인은 '통일표'에서 평생 통일 노래를 부르는 이기형 선생을 향한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객토문학>은 현장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동인들이다. 이들은 "시를 읽는 독자나 시를 생산하는 시인 할 것 없이 시를 통해 치유 받고 심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고 했다.

"지난 1년은 여느 1년과 다르지 않았다. 굳이 찾자면 나이를 한 살 더 먹었고, 동인 각자 먹고 사는 일에 좀 더 매몰되고 자꾸 시를 놓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안타깝지만 이런 때일수록 힘을 내자. 꼭 누구에게 하는 말은 아니다."


태그:#객토문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