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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가족이 발언을 하고 있다. 밑은 전봉준 투쟁단이다.
▲ 세월호 가족 발언 세월호 가족이 발언을 하고 있다. 밑은 전봉준 투쟁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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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호외까지 발행할 정도로 국회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역사적 현장 시위에 함께했다는 사실이 흐뭇했다.

9일 오후 점심을 먹고 곧바로 여의도 국회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국회에서 이루어지는 역사적 현장 시위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지인들과 5호선 신답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여의도역에 내려, 걸어 국회로 향했다. 오후 1시 20분경 국회 앞에 도착하자, 국회 정문은 경찰차벽으로 막혔다. 당시 현장에서는 '박근혜 구속, 한국노총 대표자 및 상근간부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잠시 집회에 합류했다. 이날 사회자가 선창한 구호가 현 시국을 잘 대변한 듯했다.

"국정농단, 국민기만 박근혜를 즉각 탄핵하라" "재벌 뇌물수수, 노동개악 자행한 박근혜를 구속하라" "노동탄압 노조무력화 박근혜정권 퇴진하라" "범죄자 탄핵 가로막는 새누리당 해체하라" "재벌도 공범이다, 전경련을 해체하고, 재벌총수 구속하라."

한국노총 간부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 한국노총 집회 한국노총 간부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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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를 둘러싸고 경찰의 상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 상엄한 경비 국회를 둘러싸고 경찰의 상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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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의대회 참석자들은 우렁찬 목소리로 사회자의 선창에 맞춰 구호를 연신 외쳤다.

사회자는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은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과 그 부역자들에 대한 심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쓰는 엄중하고 중대한 사안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지지율이 4%밖에 되지 않는 대통령, 국민의 목소리에 눈감고 귀 막은 대통령과 부역자들을 반드시 응징해야하기 때문에, 그 첫 시작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고도 했다. 광화문 촛불시위에서 자주 듣던 말이지만, 정말 반가운 소리였다.

곧바로 김동만 한국노총 한국노총 위원장의 대회사가 이어졌다.

"박근혜 정권의 모든 노동정책은 오늘 탄핵 소추안 가결과 함께 역사의 쓰레기장에 버려질 것이다. 노동개악을 밀어붙인 청와대와 고용노동부의 행정관료들과 이에 부화뇌동한 어용학자들에 대한 단호한 국민적 심판도 진행돼야 한다. 탄핵 이후에 다가올 대통령선거 국면 또한 우리에겐 완벽한 정권교체를 위한 엄중한 시기가 될 것이다. 70년간 쌓여온 대한민국의 모든 적폐를 완전히 날려버리고, 노동이 희망이 되는 세상, 노동자임이 자랑스러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 탄핵과 구속은 이 거대한 투쟁의 첫 단추에 불과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이다.
▲ 국회에 모인 시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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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사를 한 박근혜 퇴진 국민행동 법률대응팀장인 권영국 변호사도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정당성에 대한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헌정유린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과 공범인 박근혜 정권, 새누리당, 전경련 등에 대한 화형식도 목격할 수 있었다.

화형식이 끝나자 비장한 각오를 밝힌 한국노총 소속 참가자 대표가 결의문을 낭독했다.

"사유화된 권력이 국가시스템을 무너뜨렸다. 박근혜 정권 4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었으며, 권력은 국민이 아닌 개인으로부터 나왔다. 박근혜의 탄핵은 헌법의 가치를 지켜내는 것이다."

결의문 낭독을 끝으로 한국노총은 집회를 마쳤다.

오후 2시경 한국노총 집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국회정문 앞으로 걸음을 재촉해 이동했다. 하지만 경찰차벽에 막혀 국회 진입에는 실패했다. 국회 정문 차벽을 앞에 두고 박근혜 퇴진 국민행동 주최로 집회가 시작됐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 등 언론노조 조합원들도 상당수 참여했다.
▲ 언론노조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 등 언론노조 조합원들도 상당수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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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가수 박훈이 등장해 '농민가' 등을 불렀고, 김영호 전국농민회장,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김동만 한국노총위원장, 성재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 세월호 가족 등도 무대에 올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을 호소했다.

그동안 권력의 나팔수로 자리매김한 공영방송 KBS를 지키기 위해 언론노조 KBS지부와 KBS노조가 박근혜 정부 부역 방송인들을 단죄시키기 위해 파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에 참가자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이날 평택에서 트랙터를 몰고 온 전봉준투쟁단이 입성하자 이곳을 지키고 있던 시민들이 일제히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질렀다. 박수 소리·부부젤라 등이 어우러진 메아리 소리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님을 위한 행진곡', '농민가' '하야가' 등을 불렀다. 또한 '박근혜를 탄핵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새누리당 해체하라', '재벌도 공범이다, 뇌물죄로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연신 외쳤다.

시위현장 대형스크린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 정세균 국회의장 시위현장 대형스크린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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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시위 현장에 설치된 국회 표결 생방송 대형영상화면에 참가자들의 시선이 쏠렸다. 오후 4시 20분경 정세균 국회의장이 화면에 등장했다. 정 의장이 탄핵가결을 선포한 의사봉을 두드리자 일제히 환호를 했다.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299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34명, 반대 56명, 무효 7명, 기권 2명으로 압도적 가결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특히 새누리당 의원 128명 중 과반수에 가까운 탄핵 찬성표가 나왔다는 것도 직감했다. 참석자들은 역사적인 순간을 국회 앞에서 확인한데 대해 더욱 기쁜 듯했다. 특히 다중의 참여와 공유 그리고 집단지성이 발동한 저항시위의 결과였다는 점이었다. 탄핵을 확인하고 함께 온 동료들과 국회 앞에서 여의도역으로 향했다. 출출해 함께 온 지인들과 여의도역 주변 식당에서 대구탕에 막걸리로 축배를 들었다.

한 종이신문이 호외를 발행했다.
▲ 호외 한 종이신문이 호외를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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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있었던 1~6차까지 범국민행동 광화문 촛불시위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번 국회 앞 시위는 시민의 한 사람이었지만 직접 국회에 참여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처럼 느껴져 무척 기뻤다는 사실이다. 여의도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집으로 향하는 여의도역 입구에서는 한 종이신문(아시아경제)이 호외까지 뿌렸다. 지면은 탄핵소추안 가결과 탄핵 정국을 미리 예견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면서 호외를 꼼꼼이 읽었다. 호외를 통해 다시 한번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이 헌정사상 큰 사건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전동차 안에서 호외를 읽고 있으니 옆에 있던 80대 노인이 궁금한 듯 "호외요?"라고 물었다. 여분이 있어 노인에게 '호외'를 건네 줬다.

호외를 읽고 문득 대통령 직무는 정지됐지만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한편으로는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기로 했다. 첫 번째로 10일 오후 7차 광화문 촛불시위에 참가해야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 시각, 우연히 동료에게서 온 카톡을 보니 박원순 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소감을 적었다. 박 시장은 지난 5일부터 매일 오후 8시 '박원순과 국민권력시대'라는 주제로 토론을 했다. 그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광장지기를 자처했기 때문에 그 글이 궁금했다. 12월 9일 '국민명예혁명'의 역사를 새로이 썼다는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지난 5일 밤부터 탄핵 전까지 매일 밤  국회 앞 광장지기로 참여한 박원순 시장이다.
▲ 박원순 시장 지난 5일 밤부터 탄핵 전까지 매일 밤 국회 앞 광장지기로 참여한 박원순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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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박원순 시장의 소감문을 그대로 옮겨본 것이다.

"국민이 이겼습니다. 위대한 국민의 승리입니다. 정의로운 평화항쟁의 승리입니다. 국민의 뜻을 대변한 국회에도 찬사를 보냅니다.

오늘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민주항쟁에 이어 2016년 12월9일 '국민명예혁명'의 빛나는 역사를 새로이 썼습니다.

국민과 국회의 뜻이 확인된 만큼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즉각 퇴진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조속히 심리에 착수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탄핵결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의 국정혼란, 국정공백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 헌법에 따라 대통령 직위를 승계하는 권한대행은 국민의 뜻과 배치되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내각도 민생 안정에 힘쓰되 박근혜 정권의 부활을 꿈꾸는 일체의 시도가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늘 국회의 탄핵의결은 '국민명예혁명'의 승리이지만 완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99대 1의 불평등 사회, 청와대 재벌 등 1% 낡은 기득권 체제를 혁파하고 국민권력시대, 새로운 대한민국을 여는 출발점입니다.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국민 명예혁명의 완전한 승리의 날이 올 때까지, 국민권력시대를 향해 우리 다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나갑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은 국민입니다."

2016년 12월 9일 서울특별시장 박원순


태그:#대통령 탄핵가결, #한국노총 결의대회, #세얼호, #KBS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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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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