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여의도 국회 앞에 등장한 김제동.

9일 여의도 국회 앞에 등장한 김제동. ⓒ 트위터 갈무리


"참... 저 형님은.... 위인이다 위인....이런 상황에서 저렇게 나서는 연예인이 몇 없는데..."

역사적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던 9일 오후 게시된 한 유투브 동영상에 달린 '베스트 댓글'이다. 유투브 계정 '스토리TV'의 '탄핵 가결! 국회 앞 경찰이 뺏아간 세월호 깃발 찾아주는 김제동'이란 영상은 방송인 김제동과 시민들이 국회 앞에서 경찰들과 대치중인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농의 '전봉준혁명단' 트랙터를 주변을 막아선 경찰과 이와 격렬하게 대치중인 시민들. 그 사이에서 경찰과 직접 맞부딪치던 김제동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대치 와중에 경찰에게 뺏긴 '리멤버 0416' 깃발을 되찾아 오기 위해 중재에 나섰다. 결국 경찰과의 협의 끝에 김제동이 무사히 깃발을 유가족들에게 되돌려 주는 장면은 위키트리를 통해 '포토기사'화 되기도 했다.

앞서 김제동은 탄핵안이 가결되기 하루 전(8일) 밤에도 여의도 국회 앞을 지켰다. 이날 김제동은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아랑곳없이 '응답하라 국회 시국대토론회'를 진행하며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고, 특유의 입담은 대중연설로 승화됐다.

이를 현장과 동영상 생중계로 지켜본 시민들은 감기라도 걸릴까 "우산 써"라며 걱정했지만, "비 중의 최고의 비는 함께 맞는 비"라며 우산 없이 뚜벅뚜벅 시민들의 발언을 경청하며 진행을 계속해 갔다. 그리고 다음날, 탄핵안 가결의 순간을 시민들과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하기 위해 국회를 다시 찾은 것이다.

"여러분이 계신 곳이 늘 청와대, 그것이 헌법 정신"

 방송인 김제동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처리 하루전인 8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시민과 김제동이 함께 만드는 시국대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방송인 김제동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처리 하루전인 8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시민과 김제동이 함께 만드는 시국대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 권우성


"미안해 하는 마음으로 그 아이들 눈빛 기억하면서 세월호 아이들을 기억하면서 앞으로 자라날 아이들에게는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저토록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는 저들에게 정말로 무서움이 무엇인지 우리가 반드시 끝까지 누가 주인인지 알려주어야 합니다. 뒤쪽에 보이는 곳이 청와대가 아니라 여러분이 계신 곳이 늘 청와대입니다. 그것이 헌법의 정신입니다."

지난 11월 17일, 평일 저녁 광화문광장을 찾은 김제동은 시민들과 자연스레 어울리고 있었다. 조용하게 '문화난장 하야하롹' 콘서트를 관람하던 김제동은 어느새 음악인들을 응원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고, 짧지만 강렬한 10여 분간의 '헌법강의'를 펼쳐냈다.

시민들은 환호했고, 김제동은 이어 10대 학생들이 시위 중이었던 청계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마도, 촛불집회와 민중총궐기와 본격화된 11월 들어, 김제동의 이러한 조용하지만 큰 발걸음은 계속됐으리라.

그렇게 탄핵안이 가결되던 9일 전까지, 자신이 사회를 맡고 직접 주관하는 '만민공동회'를 통해 전국의 시민들을 만나왔다. 11월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필두로, 대전‧대구‧부산 등 각 지역의 시민들을 만났고, 그럴 때마다 다수의 매체들이 앞 다퉈 그의 발언들을 기사화했다. '만민공동회'는 시민들의 발언들로 이뤄졌지만, '헌법강의'를 비롯해 광장에 선 김제동의 발언 동영상과 어록들은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국민의 뜻을 받들지 않는 국회의원은 제명시키고 해산시키는 것이 옳다."

"국회의원은 좋은 말 할 때 국민의 뜻을 받들어라. 콕 찍을게, 새누리당은 좋은 말 할 때 국민의 뜻을 받들어라. 우리 화나면 무섭다. 국회의원 너희들이 금이면 우리는 흙이다. 금 없이는 살아도 흙 없이는 못 산다. 번쩍이면 덮어버린다."

"사람이 가장 행복할 때는 어릴 때 친구를 만날 때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어릴 적 친구인 최순실씨를 만날 수 있게 '행복추구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청와대는 대통령을 석방하라! 청와대는 대통령과 최순실을 만나게 해줘라."

"광장에 나와있는 민심이 진짜 헌법정신이다."

시민들 만나는 '만민공동회'

 광장에 선 김제동.

광장에 선 김제동. ⓒ 권우성


불과 10월 까지만 해도 '영창 발언'이 뒤늦게 한 여당 의원에 의해 발굴(?)되면서 다시금 보수언론의 공격을 받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강제 하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그랬거나 말거나 김제동은 JTBC <김제동의 톡투유>를 지난해 5월부터 꾸준히 진행 중이다.

역시나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참석한 시민들과의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JTBC 예능이 아닌 시사교양국에서 제작하는 이 프로그램은 그래서 자연스레 세월호 참사 이야기도, 비정규직 이야기도, 각종 차별과 혐오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최근 들어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주제도 빠지지 않았다. 시민들의 관심사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등장하는 세상 사는 이야기 중 하나일 뿐이다.

"신문을 보더라도 맨날 지들끼리 싸우니까 정치면은 넘기고 사회면부터 보고, 이 정도로 관심이 없었다. 어느 순간 '이 일로 인해 정치가 나한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구나'라는 힘과 무서움을 경험했다. 그래서 이번 시국 상황을 보며 제가 많이 반성을 했던 게,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걸 너무 잊고 살아왔던 게 돌고 돌아 언젠가 나한테 영향을 미칠 수 있구나'라는 걸 크게 깨달았다. 그래서 이번 시국이 올바르게 정상화 되고, 다음 대선을 위해서라도 제가 좀 '더 정치에 관심을 갖고 보다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걸 크게 많이 깨달았던 것 같다."

지난 4일 <김제동의 톡투유>에서 방송된 어느 이화여대 학생의 이야기다. 최근 총장 사퇴와 정유라씨 부정입학과 관련 국민적 관심 속에 시위를 해나갔던 그 이대 학생 말이다. 아마도, 이렇게 자연스레 사는 이야기 속에 시사정치를 포함한 사회현상을 담아내는 프로그램은 전무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요일 오후 11시 시간대 치고는 시청률도 3%대로 안정적이다. 그 와중에 최근 김제동은 저서 <그럴 때 있으시죠?>도 출간했다.

이와 관련 <한겨레>와 인터뷰한 김제동은 만민공동회에 대해 "매년 연말 토크콘서트를 여는데, 올해엔 만민공동회로 대체하고 있는 거죠. 이걸 '생업 포기'라고 말하긴 어려운 것이, 제가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웃음)"라며 겸손해 했다. 그렇게 김제동은 생업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자발적으로 시민들과 만나고 있는 셈이다.

불편한 라벨링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리는 11월 12일 오후 방송인 김제동씨가 광화문광장에서 만민공동회를 열고 있다.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리는 11월 12일 오후 방송인 김제동씨가 광화문광장에서 만민공동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이승환도 있었고, 전인권‧한영애도 있었다. 광화문광장의 무대에 선 음악인‧연예인들은 다수다. 지금도 광화문에는 문화예술인들의 캠핑촌이 자리하고 있다. 굳이 비교를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제6차 민중총궐기가 이어지는 동안, 수많은 유명인과 연예인들이 나라 걱정에 동참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촛불을 들고 국민 한 사람으로서 목소리를 내왔다.

그 중에서도 김제동의 '헌신'은 단연 독보적이다. 연예인이, 유명인이, 방송인이, 허례허식 없이 자신의 가진 재능을 아낌없이 발휘하며 시민대중들과 눈높이를 맞추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제동은 그걸 해내고 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촛불 광장에서 민심과 민의에 발맞춰 함께 호흡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가 온 천하에 까발려진 지금, 'MB 정부' 하에서 'KBS 블랙리스트'로 탄압받았던 김제동의 탄압사를 끄집어 낼 필요는 없을 듯 보인다. 다만, 특정 연예인과 유명인에게 '소셜테이너', '폴리테이너' 등 기이하게 '라벨링' 됐던 폭력적인 시선이나 매체의 규정들이 지적돼 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시국이 기회일 수 있다. 다수의 국민들이 찬성한 이번 탄핵안과 탄핵정국이야말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유명인이나 연예인들에게 무슨무슨 '테이너'라는 허울로 규정 짓고 편을 가르는 음헌한 시도들을 차단해 낼 수 있는 기회 말이다.

김제동의 "국민이 헌법이다"를 빌려온다면, "그들도 국민이다"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를 통해 드러났듯, 문화예술인을, 연예인을, 유명인을 '종북좌파'로 규정 짓고, 탄압하고 편을 갈라서 이득을 얻는 이들은 따로 있다. 그저 우리는 모든 국민들이 가진 헌법 상 '표현의 자유'만을 누리면 된다. 김제동이, 김제동의 만민 공동회, 이 시국이 일깨워준 발전적인 지향점이라 할 만 하다. 

김제동 세월호 촛불집회 헌법강의 토크콘서트
댓글8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