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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유일한 본분으로 일컬어지는 공부. 하지만 "공부만 하라"는 어른들의 질책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드러나거나 숨겨진 여러 곳에서 두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있고, 그리고 청소년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같은 고민에 속해 있는, 청소년인 필자가 직접 인터뷰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모이고, 주최했던 행사나 모임을 취재합니다. 청소년 시민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집필하는 연재기획, <옆동네 1318>입니다. 

최근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박근혜 하야(퇴진) 촉구 집회 등은 청소년과 맞닿은 점이 꽤나 많습니다. 최순실 게이트의 중심 인물 중 한 명, 정유라씨의 입학 부정은 입시를 위해 12년을 준비했던 많은 청소년들에게 상실감을 주었고, 수능을 전후해 점점 커지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는 청소년들을 공부에서 벗어나게끔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좌담회를 열어 집회, 그리고 시국선언에 참가한 청소년/단체의 의견을 가감없이 들으려 합니다. 세 번째 편에는 북한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고, 통일 후 대한민국에 대해 토론하는 청소년단체의 이야기를 들으려 합니다. 현 시국에도 가감없는 비판을 하고, 회원 개인의 1인 시위는 물론 단체시위나 시국선언까지 이어가는 단체인 청소년 통일인권단체 정시민입니다. 오늘은 청소년 통일인권단체 정시민의 회원들을 만났습니다. - 기자 말

민중총궐기가 열린 12일 오후 1시, 종로타워 앞에 선 한 사람이 쇼핑백에서 현수막을 꺼내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청소년 통일인권단체 정시민의 대표 임지웅씨였다. 임지웅씨가 오늘 시위에 참여한 정시민 회원에게 피켓을 나누어주었다. "안보불감증 박근혜 대통령 하야하라!"를 비롯해 "통일 비리삼은 박근혜 대통령 하야하라!" 등의 피켓 로고가 눈에 띄었다. 단체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이어진 이후 시국선언문을 읽기 시작했다.

이 시대의 청소년으로서 박근혜의 퇴진을 주장한다는 취지였다. 개성공단 폐쇄, 전쟁위기, 원칙에 어긋난 대북확성기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더욱이 자신들이 지지했던 통일에 대한 연설이 대필되었다는 의혹에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발언도 나왔다. 중간에 지나가던 시민들이 박수를 치기도 하고, 시국기도회 대오를 이끌고 가던 예장목회자들은 환호하며 "너희들이 미래다!"라며 외치기도 했다.

청소년 통일인권단체인 정시민은 그간 통일, 안보 문제 외에도 현 시국에 대해 토론하는 청소년단체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유린문제, 새터민들의 차별대우 문제, 통일 후 대한민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단체였다. 그런 단체에서 시국선언, 그것도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정책에 대한 내용을 비판했다니 놀라웠다.

혹자들은 보수단체로도 분류하고, 혹자들은 진보단체로도 분류하는 청소년 단체, 정시민의 회원들을, 12월의 첫 '불타는 금요일'에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자신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반갑다. 자세히 들어가기 전에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정시민이 어떤 것을 주로 다루는 단체인지, 그리고 정치적 색깔이 어떤지 궁금하다.

임지웅: 군인 인권 문제를 다룬다. 군인들이 강제적으로 징병당하고, 최저시급에 이르지 못하는 봉급으로 착취당하는 것이 인권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징병제를 없앨 수는 없지만, 군인의 인권을 지키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새터민 문제에 대해서도 다룬다. 새터민들이 국내에 들어오신 이후 다시 제3국으로 가거나 재월북하는 경우도 있고, 부푼 꿈을 안고 한국에 왔는데 빈민층으로 나앉는 경우도 많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국가적인 대응 방안이나 청소년으로서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논의하는 단체이다. 나아가 인권 뿐 아니라 통일에 대해서도 다룬다. 청소년들이 통일에 대한 인식이 점점 나빠지기도 하고, 통일이란 단어 자체를 인식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에게 통일에 대해 제대로 알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손문성: 앞서 임 대표가 말했듯이 우리 단체의 스펙트럼이 넓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성이다. 회원들과 여러 사안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고 있고, 단체의 방향성, 비전에 대해서도 회원들의 결정을 따르고 있다. 요약하자면 우리 단체는 '텔레토비'이다. 어떤 분은 '뽀'이고, '나나'도 있다. '뚜비'도 있고, '파랑돌이'도 있다. 색깔이 없는 텔레토비 친구도 있고, 무지개색 텔레토비도 있으시다. 각 정당과 무당파, 성소수자분들이다.

청소년들이 모이는 주된 문제라면 현실 정치나 교육에 대한 문제인데, 통일에 대해 우리가 따로 다루고 있다보니 비슷한 단체가 없어 고생하는 부분도 있다. 그런 주제에 있다보니, 청소년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통일 정책에 대한 정부의 방향에 대해 주로 다루다보니, 정부 비판적인 성격이 되기 쉬워 더욱 참여자를 구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 첫 질문부터 '좀 세서' 죄송하지만.(웃음) 자기소개 한 마디씩 하셨으면 한다. 어떻게 정시민에 참여하게 되셨는지도 이야기해주셨으면 한다. 임지웅씨에게 단체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듣고 싶다.

임지웅: 정발고 2학년의 평범한 학생이다. 2013년 8월 4일, 한창 정치에 관심을 갖던 때에 VOD 서비스로 김성훈, 정성산 감독님의 <량강도 아이들>이라는 영화를 접했었다. 영화 중에 '쇠붙이나 숟가락을 가져오라'는 명령이 떨어진 것을 보고 북한 상황이 우리 상황과 다르다는 것을 꽤나 많이 알게 되었다. 이 영화를 계기로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여러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시민단체들이 꽤나 활동을 많이 하고 있었고,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단체들도 꽤나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래서 '한 번 만들어보자'라는 마음으로 정시민을 만들었는데, 벌써 4년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시민은 '정의로운 시민들'의 약자인데, 국민이라는 표현 대신 시민이라는 표현을 썼다.

손문성: 일산대화고등학교 학생회장 손문성이다. 예비 고3이라 1학년인 부회장에게 권한을 꽤 넘긴 상태이다. 지웅이가 중학교 친구인데, 중학교 때 이런 단체를 지웅이가 만들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고등학교에 오고 나서 역사공부를 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청소년이 단체에서 활동하고, 참여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던 중 지웅이에게 '자발적인 납치'를 당했다. 지금 정시민 전국 운영위원회 소속이다. 

- 자발적인 납치?

임지웅: '자발적인 납치'... 자기가 수갑차고 알아서 끌려왔다.

최진화: 덕이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최진화라고 한다. 지웅이랑 문성이와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다. 학교위 정책 덕분에 역사 공부에 관심이 많아지게 되었었는데, 지웅이가 정시민에 참여할 것을 권유해 정시민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금은 정시민 평회원이다.

변준민: 6년째 전교생이 여든 명 정도인 비인가 대안학교 GLCS(Global Leaders Christian School)에 다니고 있는 변준민이다. 다른 청소년들이 통일, 인권 분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입장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었어서 정시민에 들어오게 되었다.

 - 12일 민중총궐기가 있던 날 시국선언을 하셨다. 시국선언의 주제가 꽤 특이했다. 통일 정책과 관련된 최순실씨의 농단을 주제로 삼으셨다. 단체 내외부의 반응은 어땠었는지 궁금하다. 시국선언을 하기 전에는 마찰이 없었나.

임지웅: 시국선언을 회원들이 찬성했기도 하고, 끝나고 나서 단체의 색깔과 잘 맞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여러 평가가 있었는데, 대부분 '좋았다', '잘했다'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이불킥' 감이지만, 드레스덴 선언' 때 '통일은 대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박근혜 정부가 통일우호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환영논평을 냈었다. 이번 시국선언을 통해 그 입장을 철회할 수 있었다.

손문성: 우리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통일 성과나 대북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드레스덴 선언에 환호했던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뜻이 통일에 진지하게 임하는 입장이었다고 생각해서였는데, 알고 보니 최순실의 '뻥'이었다. 기존 정부 정책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했던 이유가 사라졌던 것이다.

우리가 청소년 단체이고, 시민단체로서 민주주의나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보고 나니까 당장 청와대로 찾아가서 대통령... 아니 최순실에게 따지고 싶었던 기분이었다. 화가 났었다. 감정이 상했다기보다는 회의감, 실망감이 동시에 찾아왔던 것이다. 그래서 시국선언을 하게 되었다.

임지웅: 시국선언 이후 전교에 내 얼굴이 다 팔렸다. 한 번만 더 하면 학교 앞에 '누구누구를 사랑하는 모임'이 집결해서 시위까지 열 기세다.(웃음) 전후 마찰은 생각보다 많이 없었다. 비판이 약간 있었는데, '통일단체가 굳이 이런 것까지 해야하나', '통일단체는 통일에나 집중해라' 같은 말이 있긴 했었다. 그래도 대부분은 응원해주시면서, '조심해서 시위해달라'는 부탁을 해 주시더라.

 - 시국선언 내용을 자세히 알 수 있을까. 진행되었던 당시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임지웅: 여러 가지 의문에 대해 제기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통일은 대박'과 같은 연설문과 관련된 부정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시국선언 이전에도 그랬고 이후에도 그랬듯 DMZ 평화공원 조성사업에 K-스포츠 재단이 개입했다는 의혹, 린다 김 의혹과 같이 안보, 통일과 관련된 문제가 터졌는데, 사람들이 그런 중대사안보다는 연예인 가십같은 작은 의혹에 더 관심이 많으셨던 것 같다. '정시민의 이름으로, 이런 관심을 용서치 않겠다!'라는 마음이 있었다. 

손문성: 시국선언을 보면 그 단체의 성향이라던지, 성격이 잘 드러난다. 이번 정시민의 시국선언을 우리가 평가하자면... 통일 관련 문제에 더 깊은 지적을 하고, 중립적인 입장에 서기 위해서 꽤 고심했었다. 자화자찬 한 번 하자면, 학생들의 정치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통일정책에 대해 잘 집어냈었던 것 같다. 시국선언문 집필, 시국선언 진행에 꽤 지웅이가 수고했는데,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 시국선언 때 아쉬웠던 점이 있는가. 중간에 난동도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손문성: 박근혜 퇴진을 요구한 이유가 통일정책에 대한 문제점 때문이었고, 그 부분을 중심적으로 지적하려고 했었는데 시민들이 반응했던 것은 '청소년들이 시국선언을 한다', '단순히 박근혜 퇴진을 요구한다'였던 것 같다. 비판하려는 문제의 본질을 보지 않고, 겉만 보고 집중했던 모습이 안타까웠다.

중간에 '박근혜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하면서 달려들던 아저씨 생각도 난다. 본인 생각은 피력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감정적으로 나간 것은 분명 잘못되었던 것 같다. 중간에 경찰 분이 막으셔서 다행스러웠다.

최진화: 우리의 시위에 본질적인 목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본질적인 목적을 알려 하는 것보다는 행동만을 보려고 하시는 것 같다. 시국선언문 내용을 봤는데, 정치적 색깔을 조금만 드러냈으면 오히려 '우리 편'이나 우리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단체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임지웅: 얼마 전에 유명세를 탄 우리 옆 동네 학교에서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주네, 마네 해서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그것 때문에 시국선언에 못 온다고 하루 전에 연락했던 친구들이 많았다. 원래는 열 명 정도 하려고 했었는데, 다섯 명이 왔다. 그래도 아담하니 각자 의견 잘 낼 수 있는 시국선언장이었으니 전화위복이랄까.

- 시국선언 이야기는 이제 이쯤 마치고, 단체 이야기 해 보자. 정시민에서 추진했던 일들이, 지금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나, 어떤 활동을 했나, 그리고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었나 궁금하다.

임지웅: 설립되고 처음에는 캠페인을 많이 했다. 통일 관련 캠페인이라던가, 안보 분야, 북한 인권 분야 캠페인 말이다. 2014년 초에 북한 인권 관련 서명을 온라인을 통해 받았던 적이 있었다. 400~500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직후에 오프라인 캠페인을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했었다. 북한 주민 인권 지키기 캠페인을 2014년 2월과 7월에 열었던 적이 있다.

이후에는 통일 문제와 관련한 연구를 시작했다. 먼저 통일 배움터를 개소했다. 통일 관련해서 청소년들과 같이 배우고, 토론하고, 나중에는 그 배움을 나누는 활동을 했다. 지금은 재정비 기간이 되어 잠시 쉬고 있는 상태이다. 통일문제연구소라고 해서, 각 학교 통일, 인권분야 동아리와 협력하는 단체도 있다. 여기서는 통일 분야 관련 정책집 발간도 준비하고 있다. 1년에 한 번 발간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는데, 내년 겨울에 첫 정책집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 그렇다면 단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손문성: 학교 내에서의 활동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우리가 법인 등록이 되어있지 않아서 힘든 면이 있다. 봉사활동 시간 문제라던지, 생기부 기재 문제같은 그런 문제가 있다. 학생들이 시간을 많이 할애하느니만큼, 보상을 조금이나마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외부활동을 생활기록부나 대입에 반영할 수 없는 정책이 나아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사업을 기획한 것은 많은데, 자금난을 이유로 '빵 터진' 사업들이 많다. 공중분해 된 사업들이 많은 셈이다. 활동이 적었던 이유가 내부적인 개혁이 많았던 것 때문인 것도 있지만 자금이 부족해서 엎어진 것이 꽤나 많다. 그래서 구체적인 활동이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고, 에피소드나 활동내역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내년부터는 전국적인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니, 청소년 분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활동하며 우리를 응원하셨던 평회원분들에게는 올해까지 허비한 시간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변준민: 이번 년도에 처음 가입했었는데, 가입하자마자 홈페이지가 없어졌다. 그 직후 블로그가 나오긴 했었는데, 그 블로그가 있는 것을 알아차릴 동안 '정시민 없어진건가?'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홈페이지 관리나 홍보에 정시민이 많은 인력을 할애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앞으로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으면 더 많은 청소년이 정시민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정시민 활동 중 생겼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보수, 진보 색깔론에 자유롭지 않아 생긴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을텐데.

임지웅: 색깔 에피소드라면 이런 게 있다. 전에 우파 매체와 인터뷰를 했던 적이 있다. 인터뷰 전에는 북한 주민 인권 관련 운동을 한다고 '종북좌파'니, '빨갱이'니 하던, '애국보수' 분들이 계셨다. 그 인터뷰가 나오기가 무섭게 애국보수 분들로 부터 '너희가 이 시대의 미래다!' '이 사회의 미래다!' '너희야말로 진정한 애국보수다!'라는 반응이 쏟아져나왔다. 애국보수 분들은 이해하지 못할 말로 정리하자면, '오졌다'.

- 특이한 면에 관심을 갖고 계신다. 그 중에서 가장 특이한 곳이 청소년이 군인권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의경이 시위 진압에 투입되는 것, 처우 개선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계신데, 어떤 이유에서 하고 계신지 이유를 알고 싶다.

임지웅: 군대에 가신 정시민 회원이셨던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군대가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다. 군인에 대한 처우 개선이 있어야만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부적절하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한 잡지나 서적을 반입금지하고, 공중파인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함구하라는 명령이 떨어지기도 한다. 출판물, 영상물을 보고도 그 의견을 말할 수 없고, 심지어는 그것을 보지 못하는 환경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손문성: 군인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이다. 당장 우리 집 앞에서도 버스를 타면 휴가 복귀하는 군인들이 있다. 기자님도 포함해서, 여기 모인 사람 모두가 군대에 가야 한다.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군 내의 문제는 심각하다. 군대에서 피해를 당한 분들의 처우를 정확히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우리가 가져보고 싶다.

최진화: 통일이 되면 바로 논의를 해볼 사항이 바로 군인 문제이다. 더욱이 우리가 조만간에 군대영장을 받고 집 떠나며 부모님께 큰 절하며 군대를 간다. 그 전에 미리 처우를 개선하면 좋지 않을까. 우리가 군대를 가기 전에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개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처우를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변준민: 한국의 거의 모든 남자가 군대에 간다. 그런데 군대에 가서 우리가 가혹행위를 당하고, 부당한 명령에 고생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다. 우리는 나라를 지키러 가는 것이지 '갈굼'을 당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군대에 가는 시민들이 적극적인 군생활을 하기 위해 이런 문제점들이 개선될 수 있으면 좋겠다.

 - 그럼 조금 분위기를 풀어볼까. 통일이 된 후의 청소년들의 삶이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는지, 각자의 생각을 한 번 들어보고 싶다.

임지웅: 통일된 청소년이 마주칠 사회는 차별이나 혐오, 억압이 없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지금도 차별이나 혐오정서가 많이 남아있는데, 통일이 되면 북한 출신 청소년과 남한 출신 청소년의 문화적, 교육적 차이가 드러나 남북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새터민 청소년들 역시 일반 학교에서 잘 지내는 경우가 많지만, 새터민이라는 이유로 보이지 않는, 심지어는 보이는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독일이 영토는 통일이 되었지만 3~40년이 지나도록 문화적, 지역적, 정치적인 갈등이 심하다. 그런데 70년간 분단되어있던 대한민국이 이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미리 우리가 북한 학생들을 이해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최진화: 북한이라는 핑곗거리가 없어졌으니 청소년들이 우리 개인의 천연색을 마음껏 표현해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옆 학교에서 정치적 의견을 냈다고 해서 징계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을 보면서 실감했다. 굳이 통일을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변준민: 통일이 되면 사회에 있는 모든 문제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드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남북이 통일된 것을 보고, '우리가 이만하면 되었으니 다른 갈등이나 사회 문제도 이렇게 풀어나갈 수 있구나'와 같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청소년 사이의 갈등도, 청소년과 어른 사이의 갈등도 이런 자신감을 통해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 정시민의 향후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아마 시국선언을 계기로 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나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하는데.

임지웅: 시국선언을 더 진행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하지만 민중총궐기 중 의경의 집회 진압 동원 사례들을 제보받고 있다. 앞으로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등 통일, 인권 분야 시민단체로서 이 시국에 걸맞는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또한, 통일문제연구소나 통일문제배움터도 계속 운영해 나갈 생각이다. 다른 계획이라면... 단체 팟캐스트나 웹진같은 여러가지 소통창구를 개설하려고 한다. 통일과 민주주의에 대해 알리고, 많은 회원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손문성: 내년 활동이 회원 모집엔 가장 좋을 것 같다. 통일문제연구소에 참여하는 학생들과 함께 간담회, 강연회를 열어, 학생들을 모집하려고 한다. 전국 순회 캠페인도 진행하려고 하는데,통일 의식과 북한 주민 인권 사항을 알리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단체의 인지도나 회원의 활동 미비가 직면한 문제이기 때문에, 회원분들이 많이 오시면 추진 사업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가장 기대하고 있다.

최진화: 우리가 학교를 다니고 있는 입장이지 않나. 학교에 같이 다니고 있는, 우리와 뜻이 맞는 친구들을 먼저 모으려고 한다. 

- 탄핵안이 9일 통과되었다. 최근 비온 땅에 죽순 생기듯 일어난 많은 청소년 운동들의 행방은 어떻게 될까.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시면 좋겠다.

임지웅:역사가 되풀이될 수도 있고, 발전할 수도 있다. 이 사람들을 잊으면 역사는 또 다시 되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것에 심취해서 다 끝났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우리가 이제 맞서야 할 것은 박근혜가 아니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사람들과 제2의 박근혜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는 구심점으로 탄생한 많은 청소년 모임들은 이제 새로운 구심점을 만들고, 시민사회, 즉 역사가 어떻게 발전해야 할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손문성:윗 세대 분들에게 민주주의의 쟁취는 살아있는 현장이었다. 청소년들은 그것을 교과서로 배우며 지난 역사로 인식해왔지만, 이번에 그 현장을 '실습'했다. 수백만이 광장에 모여 내 옆에 함께하고 하나의 구호를 외칠 때 전율을 느끼지 않았나. 사실 '집회 나가는 청소년'은 지금까지 별종으로 취급받았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집회 나간다'고 하면 '대단하다'며 격려와 응원을 받는다. 

앞으로의 청소년들은 총선과 대선같은 빅 이벤트에도, 일상적인 정치 부패에도 전과는 다른 관심을 가질 것이다. 사회는 단순히 학교에서 사회 과목을 배운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번 집회는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정말 좋은 '사회과목 실습'이 되었다. 자신이 정치 변화, 즉 한 명의 대통령을 끌어내린 역사의 한 순간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최진화:'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신채호 선생의 말씀이 있다. 이번 일을 역사에 기록하고 모두가 기억해야만 민주주의가 더욱 더 발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제대로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또 그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길이 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청소년들이 조금 더 정치에 관심을 갖고 단체를 만들어 활동했으면 좋겠다.

손문성: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청소년들이 정치라는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청소년 운동 또한 활발해졌다. 탄핵안이 통과됨으로서 우리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사회를 바꿀 수 있고,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앞으로 헌법재판소에서 어떤한 판결이 나오는지도 청소년들은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다. 

앞으로 사회적 문제가 나올 때마다 청소년들이 더욱 활발히 참여할 것이다. 이번에 우리 청소년들은 역사속 우리 청소년들이 독립 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독재 정권에 어떻게 싸웠느지 알고 있었고 자랑스러워했고 이번 운동에 표본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처럼 탄핵안이 통과된것은 앞으로 청소년들이 길거리로 나섰을때 그들 속에 기억될것이라고 봅니다. 

- 수고 많으셨다!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의 개인적인 계획이 궁금하다. 진로, 진학과 관련된 목표를 말하셔도 좋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10년만 살고 싶다' 이런 것도 좋다. (웃음)

손문성: 사실 나는 장래희망을 얘기하는 것보다 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선호한다. 직업이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아이들이 웃으며 뛰놀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꿈이다. 어른이 아이의 거울이듯, 아이들이 웃으면 어른들도 웃고, 사회에 희망이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공부와 경험이 필요하다. 앞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그 사람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배워서 나의 지식을 타인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 인생을 담은 책을 저술하는 것도 꿈이다. 내가 쓴 한 권의 책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만 있다면 그것만큼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최진화: 지금의 교육 시스템이 너무 입시에만 치중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종 목표는 기숙사 특성화고교를 세우는 것이다.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있는 그런 학교를 만들고 싶다. 또 남 몰래 조용히 사회에 필요한 복지 개선을 하고, 작은 나눔을 실천하고 싶다. 예를 들면 자선단체에 기부라던가, 봉사활동같은... '히어로'가 되고싶지는 않고 그림자가 되고 싶다.

변준민: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사회적 약자인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 미디어를 통해 소외되는 사람들을 볼 때면 꼭 그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교로 가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싶다. 직업을 갖게 된다면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싶다. 사회복지사가 아니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이라는 형용사만 붙어있다면 뒤에 어떤 명사가 와도 내 꿈은 성취되었다 생각한다.

임지웅: 우리는 더 행복해져야 하고,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얼마나 행복한지는 삶의 질에 따라 나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보면 우리는 행복할 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 꽉 막힌 세상 속에서 자신의 의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사회는 결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삶의 모든 부분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고,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공정하고 고른 기회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 역할을 위해 국회의원이 될 수도, 기자가 될 수도, 시민단체 운영위원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행복하고 걱정없는 세상을 만들어 보고 싶다.

청소년의 통일에 대한 인식이 점점 옅어져간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지난 8년간 금강산/개성 등으로 여행을 위해 미성년자가 통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도 있지만, 점점 얼어붙어가는 남북정국, 북한의 대남 도발 역시 청소년이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렵게 변하는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군 인권, 시국 등 국내의 다양한 현안 뿐 아니라, 우리로서는 놓치기 쉬웠던 새터민의 인권 문제, 남북통일, 남북 갈등 최소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청소년들의 장이 있다는 것은 꽤나 놀라운 이야기처럼 들린다. 임지웅 대표도 인터뷰에서 '우리와 스펙트럼이 겹치는 단체가 하나도 없다'며 하소연하지 않았는가.

정시민이 청소년들이 단지 현안, 시국 뿐 아니라, 통일, 북한에 대한 인식을 할 수 있게끔 하는 좋은 발판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지금의 청소년들이 눈 깜짝할 만큼 짧은 시간이 흐르고 나면 통일을 이야기하는 주체가 될 것이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정시민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justizen


태그:#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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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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