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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본회의를 지켜본 세월호참사 유가족이 기뻐하고 있다.
▲ 박근혜 탄핵 가결에 기뻐하는 세월호유가족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본회의를 지켜본 세월호참사 유가족이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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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세월호참사 유가족을 찾아가 축하해주고 있다.
▲ 박주민, 박근혜 탄핵 가결 이후 제일 먼저 세월호유가족 찾아 '축하'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세월호참사 유가족을 찾아가 축하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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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투표수 299표 중 가 234표, 부 56, 기권 2, 무효 7표.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정세균 국회의장)"

9일 오후 4시 10분경 서울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자신이 배출한 대통령을 내친 새누리당 의원석에는 무거운 정적이 흘렀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 의원석에서도 별다른 동요가 없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그 환호성은 유독 크게 들렸다.

환호성의 주인공들은 노란 점퍼를 맞춰 입은 세월호 유가족들이었다. '가결'이란 소리를 듣자마자 "흐흑" 소리를 내며 울음을 터뜨린 어머니도 있었다.

정 의장이 가결을 알리며 의사봉을 세 번 두드리자, 한 유가족 아버지는 일어나 "촛불 국민 만세"를 외쳤다. 다른 유가족들도 "만세"를 함께 외치며 희생학생들 얼굴이 새겨진 노란 현수막을 펼쳐들었다. 일부 어머니들은 감정이 북받치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눈물을 터뜨렸고, 아버지들은 고개를 푹 숙이거나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았다.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 바다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는 참사가 일어난 지 969일, 만 2년 7개월 23일째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수학여행을 가던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을 포함해 304명이 희생됐다(사망295명·실종9명). 희생학생 고 유예은(2학년3반)의 아버지 유경근씨는 가결 선포 후 기쁜 표정으로 "진상규명은 이제 시작입니다"라고 말했다.

세월호참사 희생가 유가족들이 9일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 처리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 '박근혜 탄핵' 지켜보는 세월호 유가족 세월호참사 희생가 유가족들이 9일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 처리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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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결로 인한 흥분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본회의장을 빠져 나가면서도 "훌륭한 국민들 만세", "국민여러분 고맙습니다"를 외치는가 하면, 새누리당 당대표를 찾으며 "이정현은 (손에) 장 지져라. 약속을 지켜라"라고 크게 소리치기도 했다. 눈물을 닦는 한 어머니에게 "고생하셨다"며 서로 도닥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밖으로 나와서도 함께 모인 뒤 "국민 촛불 만세", "엄마 아빠 만세"라며 박수를 쳤다.

참사 후 대변인격으로 활동해온 유경근씨는 표결 전 "압도적으로 가결될 걸로 본다"며 "박근혜 정부가 사라지는 날이 진상규명이 시작되는 날이다. 그 역사적 현장을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표결 과정을 지켜보던 내내 굳은 표정이던 '성호아빠' 최경덕씨는 소회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뿌린 대로 거두리라"는 한 마디만을 남겼다.

고 안주현(남·2학년8반)의 어머니 김정해씨는 "떨리는 마음으로, 꼭 가결되길 바라면서 봤다. 기자님들도 고생하셨다"며 기자들을 격려했다. 그는 또 "250명 우리 아이들 진실 규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면서 "탄핵이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부모님들이 헌법재판소 쪽으로 가서 의지를 또 전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세월호참사 유가족을 찾아 포옹하며 축하해주고 있다.
▲ 진선미, 박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세월호 유가족 제일 먼저 찾아가 포옹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세월호참사 유가족을 찾아 포옹하며 축하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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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수장되는 동안... 박 대통령, 한 나라의 대통령이 맞습니까"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어버이날인 8일 저녁 청와대 입구에서 밤샘 노숙을 한 가운데 9일 새벽 외아들 오영석(단원고)군의 영정사진을 끌어안고 엄마 권미화씨와 아빠 오병환씨가 잠들어 있다.
▲ 꿈에서라도 만났으면...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어버이날인 8일 저녁 청와대 입구에서 밤샘 노숙을 한 가운데 9일 새벽 외아들 오영석(단원고)군의 영정사진을 끌어안고 엄마 권미화씨와 아빠 오병환씨가 잠들어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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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특히 박 대통령에 관해 말할 때, 울분에 차 목소리를 높였다.

"그 아이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서 수장되고 있는데... 그 시간에 어떻게 머리를 하고, 그런 게 말이나 됩니까? 한 나라의 대통령이 맞습니까. 그런 소리를 들을 때 가슴이 아프고 몸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우리 아이들 원을 풀어갈 수 있도록 부모들이 꼭 진실을 향해 갈 겁니다."

이날 가결된 탄핵소추안에는 박 대통령에 대한 '세월호 7시간'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당일) 최초 사고접수가 된 시점부터 오전 10시 31분 세월호가 침몰하기까지 약 1시간 반 동안 국가적 재난과 위기상황을 수습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헌법 제10조에 의해 보장되는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배한 것"이란 내용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세월호 부분을 빼지 않으면 가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왔지만, 결과는 가결정족수(200표)를 34표 넘는 압도적인 가결이었다.

홍영미씨(2학년8반 고 이재욱군 어머니)는 관련해 "의무를 다하지 않은, 대통령의 '직무유기'"라며 "'7시간' 자체보다 왜 적극적으로 안 구했는지, 시스템은 왜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았는지 밝히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홍씨는 박 대통령에 대해 "퇴진할 게 아니라 이제 스스로 내려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 앞에 죄인이 되는 것"이라며 일침을 놓기도 했다. '재욱엄마' 홍씨는 과거 다른 어머니들과 함께 '세월호 진상규명·특별법 개정' 등을 촉구하며 광화문 광장에서 삭발을 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9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시민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 '박근혜 탄핵' 기뻐하는 세월호참사 유가족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9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시민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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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방청석에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 뿐 아니라 생존자 학부모 대표도 참석했다. '가결 선포'에 눈시울이 벌겋게 물들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던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 장동원씨는 본회의장을 나서며 기자에게 "그래도 마음이 무거운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으리라는 설명이었다.

유가족 김정해씨에 따르면, 이날 방청석에는 실종자 가족들은 나오지 않았다. 세월호 침몰 후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한 295명의 시신이 수습됐지만,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고창석·양승진·이영숙·권재근·권혁규 등 단원고 학생 4명·교사 2명·일반인 승객 3명 등 9명은 여전히 수습하지 못한 상태다.

세월호 인양 작업도 진행 중이다. 유가족 모임인 가족협의회 위원장을 맡은 전명선(2학년 7반 고 전찬호군 아버지)씨는 관련해 "(인양은) 계속 늦춰지고 있지만 진행 중"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도 하고 있다. 희생자 가족들 중 가구 수로 131개 가정, 즉 130개 가구 이상이 정부의 배·보상을 받지 않고 국가를 상대로 민사 소송 중에 있다"고 말했다.


태그:#대통령 탄핵, #세월호 참사, #세월호 침몰, #세월호 유가족, #세월호 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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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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