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까지만 하더라도 KIA 포수진은 희망이 넘쳤다. 이홍구와 백용환이라는, 20대 중반의 젊은 포수들은 언제든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장타력과 프로 데뷔 당시에 비하면 한층 좋아진 수비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리그 하위권으로 평가받은 포수로서의 수비도 경험이 쌓이고 노련해진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김상훈, 차일목, 이성우 등 타격에서 약점을 가진 노장 포수들에 의존해야 했던 KIA 안방에 새 피가 돌게 된 순간이었다.

 2016시즌 KIA 안방을 책임진 이홍구와 백용환

2016시즌 KIA 안방을 책임진 이홍구와 백용환 ⓒ KIA 타이거즈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희망의 중심에 있던 이홍구와 백용환은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이홍구의 방망이는 여전했지만 수비만 따졌을 땐 리그 최악의 포수 중 한 명이었다.

포수 이홍구에 대한 신뢰는 시즌이 진행될 수록 약해졌고 결국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물론 후반기 이후 극심한 타격 부진이 주된 원인일 수도 있지만, 이홍구가 포수로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면 엔트리 제외라는 수모를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백용환의 상황은 한층 더 심각하다. 수비에서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타격에서는 지난해 보여줬던 장타력을 잃고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OPS 0.580). 수비에서는 이홍구에 비해 강점을 보였기에 선발 마스크를 쓰고 나선 경기도 많았지만 타석에서의 처참한 부진은 KIA 벤치를 딜레마에 빠뜨렸다.

두산처럼 상하위 할 것 없이 막강한 타선을 갖춘 팀이라면 주전 양의지가 빠지더라도 큰 문제가 없지만 리그 중위권의 공격력을 가진 KIA 타선에게 이홍구의 방망이는 아쉬운 전력이었다다.

설상가상, 백용환은 9월 15일 LG 전에서 수비 중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고 시즌아웃되고 만다. 그 이후 주전 마스크는 자연스레 이홍구의 몫이었지만, 수비에서의 안정감은 여전히 기대하기 어려웠고 설상가상 장점이던 타격마저 급격하게 식어버렸다. 당시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던 KIA로서는 센터라인의 중추인 포수진이 진퇴양난, 사면초가나 다름없었다.

그 상황에서 제 3포수 한승택은 답보된 포수진에 신선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지난 해 교육리그에서 당한 헤드샷의 여파로 시즌 내내 퓨처스 리그에서만 머무른 한승택은, 시즌 막판이 돼서야 위와 같은 포수진의 공백을 기회로 1군에 올라와 조금씩 출전기회를 늘려갔다.

 KIA  포수진의 새로운 희망 한승택

KIA 포수진의 새로운 희망 한승택 ⓒ KIA 타이거즈


볼을 스트라이크로 만들 수 있는 프레이밍 능력 정도를 제외한다면 수치 상 수비에서의 안정감이나  타격에서의 능력 모두 당장 이홍구나 베테랑 이성우보다 낫다고 보기 어려웠지만, 한승택은 현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이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주전 마스크를 쓰는 결과로까지 이어졌다.

타격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와일드 카드에서 한승택은 포수로서 안정감 있는 플레이와 몇 차례 호수비를 보여주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벌써부터 이홍구와 함께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다.

혹자들은 한승택을 2017 시즌 KIA의 주전 포수로 꼽곤 한다. 2016 시즌 후반기와 와일드카드결정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포수진의 새 얼굴로 떠오른 건 분명하다. 현장에서의 평가 역시 상당히 좋은 편이다.  그렇지만 당장 한승택이 주전 포수로 올라서기에는 타격에서 보완할 부분이 많다.

 한승택의 최근 4시즌 퓨처스리그 주요 기록(출처: 다음야구 기록실)

한승택의 최근 4시즌 퓨처스리그 주요 기록(출처: 다음야구 기록실)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지난 4년 간 한승택의 퓨처스리그 기록을 살펴보면, 한승택의 타격 기록이 그리 인상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1~2군을 오가는 타자들이면 OPS(출루율+장타율) 0.9를 쉽게 넘기는 퓨처스리그에서 한승택의 OPS는 0.8 근방에 불과했다.

올시즌의 부진은 2015시즌 당한 뇌진탕 후유증을 감안해야 하지만 매우 작은 크기인 벽제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던 경찰청 시절에도 그의 장타율은 5할을 넘지 못했고, 단 한번도 5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다.

물론 꾸준하게 볼을 골라 내면서 인상적인 출루율-타율의 차이를 보여준 건 충분히 긍정적이다. 올시즌 타율이 1할대로 떨어졌어도 3할대 중반 출루율을 기록한 것은 한승택이 가진 '선구안'이라는 툴이 어느정도 완성된 수준임을 증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방망이가 1군에서 통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KIA 한승택의 1군 무대 주요 타격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IA 한승택의 1군 무대 주요 타격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한승택의 포수 수비 역시 현장에선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1군에서 남긴 기록만 봐서는 올 시즌 리그 최악의 포수로 꼽히는 이홍구보다 나을 것이 없다. 볼을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프레이밍 만큼은 팀내 탑급이라 해도 무리가 없었지만, 도루저지에서는 강하게 뿌리는 송구의 정확도가 부족해 주자를 살려주는 장면이 잦았다.

아직 덜 여문 자원이기도 하고, 23세에 불과한 만큼 앞으로 나아질 요소는 충분하다 할 지라도 공격, 수비 모두에서 주전으로 내세우기엔 보완해야할 부분이 많은 것이 명백한 현실이다.

2017시즌 개막부터 한승택이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1군에선 적지않은 기회를 부여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십자인대 수술을 받은 백용환은  복귀가 불투명하고, 주전이 유력한 이홍구를 뒷받쳐줄 포수로 꼽힐 수 있는 이성우와 신범수는 약점이 뚜렷하다.

결국 당장은 백업 포수로 시작한다 해도 한승택에게도 충분한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주어진 기회를 어느정도 잘 살릴 수 있느냐다. 아직은 가다듬을 여지가 많은 타격과 수비에서 얼마나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한승택에 대한 평가나 팀내 위상이 급격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객원필진: Seto / 정리 및 감수: 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상시모집 [ kbr@kbreport.com ]
KIA 한승택 백용환 이홍구 KBREPORT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문화/스포츠 컨텐츠 공작소 www.kbreport.com (케이비리포트)입니다. 필진 및 웹툰작가 지원하기[kbr@kbreport.c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