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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제동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처리 하루전인 8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시민과 김제동이 함께 만드는 시국대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 김제동, 비에 젖은 채 시국대토론회 진행 방송인 김제동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처리 하루전인 8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시민과 김제동이 함께 만드는 시국대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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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소추안 표결일의 아침이 밝았다. 밤잠을 설친 국민들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6주째 촛불집회에서 타오른 연인원 641만 명의 민심이 오늘(9일) 오후 4시 30분경,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로 이어지리라는 기대감과 희망이 우려감을 이겨내고 있었을 것이다.

이에 앞서 8일 하루 서울 여의도 국회 앞과 새누리당 앞에서 시민단체와 국민들의 시위가 이어졌고, 이날 저녁에는 다시금 촛불이 켜졌다. 야당 국회의원들도 국회에서 밤샘 농성을 이어갔다. 641만의 광장 참여 인원과 이를 응원하는 민심이 탄핵 투표일 하루 전까지 국회를 압박한 셈이다. 이날 저녁,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 만민공동회 자리에 선 방송인 김제동의 구호는 역시나 인상적이었다.   

"청와대는 대통령을 석방하라." "경찰은 국민의 명을 받들어라." "박근혜는 최순실과 만나라." "내려와라, 지하철도 타고 버스도 타고 밥도 먹고 공주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잘 살아 보자." "청와대는 대통령을 국민 곁으로 돌려보내라." "국민의 뜻은 대통령의 즉각 퇴진입니다."

그리고, 역시 탄핵 표결일 사흘 전인 6일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국가정책포럼에서 의미 있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수도권과 6대 광역시 주민 1000명(15~69세)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펼친 결과, "촛불집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262명 중 젊은 층의 비율이 높았고, 소위 고소득·고학력 층이 더 높았다.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박근혜의 78.2%와 노무현의 78.2%

8일 방송된 KBS 스페셜의 한 장면.
 8일 방송된 KBS 스페셜의 한 장면.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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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을 굳이 나누자는 것이 아니다. 10대를 포함, 20~30대 젊은 층(45%) 역시 작금의 촛불민심이 가리키는 한국사회의 변혁에 공감하는 비율이 높다고 풀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이제 탄핵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젊은 층, 그러니까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미래 세력이 이 초유의 국정농단을 어떻게 규정하고, 또 어떻게 행동하느냐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또 소득 300만 원 이상이 76%, 대졸 이상 학력자가 68.3%를 차지했고 한다. 전자는 분명 전통적으로 보수적일 수 있는 계층이고, 후자는 '진보' 세력에 가까웠던 계층이라 할 만하다. 이들을 포함해, 전체 응답자의 76.8%가 "박근혜 대통령이 즉각 퇴진하거나 탄핵당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퇴임 후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응답자는 82.3%에 달했다. 현 탄핵정국이 이뤄낸 통합된 촛불민심이 이 정도다.

한편,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8일 공개한 설문조사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찬성 의견은 78.2%를 나타냈다. 반면 반대 의견은 16.8%였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발의 당시 국민 여론과의 비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013년 10일 발표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노 대통령 탄핵안 발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 "반대한다"는 답변이 78.2%(651명), "찬성한다"는 답변 21.5%(179명) 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당시 K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같은 시기 여론조사 결과 역시 "탄핵추진 반대"(65.2%) 의견이 "탄핵추진찬성"(30.9%) 의견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2016년 '박근혜 탄핵'에 찬성하는 78.2%(와 76.8%)와 2004년 '노무현 탄핵'에 반대하는 78.2%의 국민들의 '민심'과 '민의'는 똑같거나 엇비슷한 수치만큼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반민주주의와 불평등에 반대하는 목소리 말이다. 단지, 이를 억누르는 정·재계를 아우르는 권력층과 그에 빌붙거나 그를 지향하는 세력들의 힘이 더 셌을 뿐이리라.

이와 관련, 이번 촛불민심과 탄핵 정국에 있어 가장 많이 들리는 분석은 "높아진 국민들의 정치의식에 반해 전반적인 정치 시스템이 이를 따라 가지 못하고 있다"일 것이다. 탄핵 표결일 하루 전 파업에 돌입한 그 공영방송 KBS에서 방영한 <KBS 스페셜> '탄핵'에서 인터뷰한 촛불집회 참석자의 말은 이번 촛불민심의 정의를 잘 반영하고 있었다.   

"이제 계산을 하면 할수록 국민들은 더 등을 돌릴 테니까, 정치권은 더 이상 계산은 그만하시고, 국민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듣고 행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32만 광장의 촛불들", 탄핵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6차 범국민행동'이 열린 3일 오후 촛불로 밝혀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뒤로 적막한 모습의 청와대가 보인다.
▲ '박근혜 퇴진 촉구' 촛불의 바다와 적막한 청와대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6차 범국민행동'이 열린 3일 오후 촛불로 밝혀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뒤로 적막한 모습의 청와대가 보인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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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만 광장의 촛불들입니다. 그분들이 저희들한테 준엄한 명령 내립니다. 집회 준비 잘 해라. 전인권이나 이승환이나 이런 가수들도 공연을 해서 국민이 하나 됐으면 좋겠다, 이러면 예, 알겠습니다.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오늘 어떠셨는지 그러면 뭐가 마음에 안 들었다고. 다음에 개선하겠습니다.

임시화장실을 부족하다, 네 임시 화장실 10개 늘리겠습니다. 카톡이 안 터진다. 알겠습니다. 통신 3사에 연락드리겠습니다 해서 통신 3사한테 기지국 엄청 늘려달라 하고 그래서 지난주에는 조금 그래도 덜 막혔어요(중략).

그렇게 해서 시민과 일종의 수평적으로 하나되는 그런 대규모 집회를 연출하고 시민들의 제안을 수용하고 또 반영하는 그러니까 친구 같은 퇴진행동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희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7일 오후 방송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의 인터뷰 중 일부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아래 국민행동)에서 상임운영위원을 맡고 이는 안 사무처장은 1600여 개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국민행동에 대해 100개 단체가 운영위를 맡고, 상임운영위원회에는 20여 개 단체가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단지성"이란 표현을 강조했다.

어느 때보다 질서 있고, 평화로운 촛불집회를 만들어가는 국민행동조차 안 사무처장의 설명대로 촛불민심을 반영하는 "집단지성"의 일환인 것이다. 그는 한 번 집회마다 수천만 원에서 1억 원까지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시민들의 현장 후원금이나 계좌 후원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느 대학 동문회, 팟캐스트 시청자, 편의점 일용직 노동자, 집회 참가자 등 국민들이 말 그대로 십시일반 모아준 모금액으로 지금까지의 비용을 쓰고도 남았다고도 했다.

그 비용은 투명하게 국민행동 누리집을 통해 공개중이다. 아마도 전세계에서 유례없는 이번 집회문화야말로 탄핵안 투표 결과에 관계없이 촛불민심이 새긴 역사의 한 페이지일 것이다. 안 사무처장은 탄핵안이 가결 되면 "압도적 탄핵 됐다, 즉시 퇴진하라. 광화문으로, 청와대로. 이렇게 국민들이 다시 한 번 어마어마하게 모여주실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촛불집회는 계속 될 것이라 전했다. 

"(촛불집회는) 계속됩니다. 매일 계속되고 매주 계속됩니다. 왜냐하면 단 하루도 단 1시간도 용납할 수 있다는 게 지금의 국민들의 마음의 민심입니다. 더더욱이나 세월호 7시간 동안에 뭘 했는지 지금 하나씩 하나씩 밝혀지고 있잖아요."

헌법재판관들에게도 영향력 미치는 촛불민심

8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8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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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촛불민심은 이미 승리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더욱 향후 있을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심판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만약 부결된다면? 그야말로 부글부글 끓어오른 촛불민심이 어디로 향할지는 그 누구도 쉬이 예측할 수 없다. 그러한 난맥상을 원하는 국민이 소수라는 점은 여러 설문조사 결과가 잘 보여준다. 그래서 더더욱, 헌법재판관들의 탄핵안 심판에 촛불민심이 미치는 영향력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국민들 다수가 탄핵을 원하면 재판관들 양심에 따라서 판단하는 것도 그와 같을 것이다. 국민들 다수가 탄핵을 반대하면 재판관들의 판단도 그런 대통령을 탄핵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기 쉽다. 옛날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는 탄핵 반대 시위가 있었죠. 그래서 그때는 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그만두게 할 필요성이 없다, 그게 결론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탄핵하라고, 하야하라고 시위하잖아요. 탄핵소추가 되면 국민들의 탄핵 찬반 여론조사도 나오겠죠. 그것도 아마 재판관들 생각에 영향도 줄 것이고. 다수 국민이 그렇게 판단한다면 재판관도 그렇게 판단하는 게 옳지 않겠나."(조대현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헌법적인 판단은 헌법은 정치법입니다. 그렇습니다. 왜 그러냐면 주권자라는 개념이 그냥 민법, 형법 해석할 때에는 나올 수 없는 개념들이거든요. 그리고 촛불이 만약에 한 10만 개가 매주 타올랐다는 거 하고 전국에서 몇백만이 하는 거 하고 다릅니다. 그리고 갈수록 더 열기가 높아져 왔다는 것, 이것만 보더라도 모든 공직자는 촛불 앞에서 겸허해야 합니다. (김종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두 전직 헌법재판관은 <KBS 스페셜>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두 전 재판관은 '촛불민심'이 분명 이번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심판하는 헌법재판관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망했다. 또한 국회의 탄핵안 가결 찬성 수 역시 촛불민심의 반영으로서 헌법재판관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결국 7주간 이어진 촛불민심이 정치권을 흔들고, 언론을 추동하고, 여론을 움직이면서 탄핵안 표결까지 왔다. 그렇게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시작부터 끝을 모두 촛불민심이 이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결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 된다면, "앞으로 헌법재판소 앞에서 촛불집회를 해야 한다"던 유시민 작가의 말마따나 헌법재판소로 촛불민심이 이동할 것이다. 헌법재판관들이 탄핵안을 찬성하는 그날까지, 촛불집회가, 촛불민심이 계속 타올라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 졌다.


태그:#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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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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