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BO리그는 사상 첫 800만 관중을 돌파하며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시즌 내내 치열한 중위권 경쟁은 정규시즌 막바지까지 이어졌고 무더위, 올림픽 등의 변수에도 관중 수에 큰 변화는 없었다. 4월 1일 개막전으로 시작된 시즌은 11월 2일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하지만 웃을 수 없었다. 800만 관중 시대에 걸맞지 않게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일들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팬들을 실망시키는 사건사고는 물론이고 선수들의 팬서비스에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또 내년 3월에 열리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앞두고 엔트리 구성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프리미어 12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번 WBC에선 출전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메이저리거들을 엔트리에 포함시킬 것으로 예상돼 '2013년의 악몽'을 씻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만원관중으로 가득 들어찬 잠실구장 지난 5월 5일 두산-LG전이 열린 잠실구장, 만원관중으로 가득 들어찬 야구장을 계속 보기 위해선 선수들의 프로 의식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 만원관중으로 가득 들어찬 잠실구장 지난 5월 5일 두산-LG전이 열린 잠실구장, 만원관중으로 가득 들어찬 야구장을 계속 보기 위해선 선수들의 프로 의식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 유준상


'프로 의식' 논란, 팬들의 탄식이 끊임없이 나온 2016시즌

선수들의 사생활 문제도 많았지만 4년 전 KBO리그를 뒤흔든 승부조작이 또 한 번 터졌다. 당시 박현준, 김성현(당시 LG)이 영구제명되면서 사건이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승부조작의 뿌리를 뽑지 못했다. 유창식, 이태양, 이성민의 경우 승부조작 혐의가 확인됐고 진야곱은 2011년 불법베팅 혐의를 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큰 파장을 일으켰다. 무혐의에 그친 이재학도 많은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팬들이 야구장에 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다른 이유들을 다 제쳐두고 '프로다운' 플레이를 보기 위해 야구장으로 향한다. 귀한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팀과 선수를 응원하고, 경기에 몰입한다. 그런데 내가 몰입하고 있는 이 경기가 누군가의 개입이 작용했다면 시간과 돈을 투자한 것이 큰 의미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조작에 가담하는 선수들은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지시를 받은대로 행동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다. 돈의 액수나 상황을 가리지 않고 승부조작은 염연한 범죄 행위다. 소수의 선수들이 저지른 행위 때문에 다수의 선수들 혹은 KBO리그의 이미지에도 적잖은 영향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승부조작뿐만 아니라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많았다. 선수들의 팬서비스가 조금 더 적극적이었으면 하는 팬들의 바람이 있다. 팀이나 선수 사정도 고려를 해야 하지만 적절한 팬서비스는 나쁠 게 없다. 출퇴근길이나 구단에서 주최하는 행사 등을 통해 선수들과 소통하고 싶은 팬들이 생각보다 많다.

최근 사례를 보면, 지난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두산 베어스 팬 페스트에서는 4000여명의 팬들이 운집해 비시즌에도 야구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하지만 이 날 사인회에 참석한 모 선수의 태도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팬들의 제보가 쏟아져 논란이 됐다. 몇 시간 동안 사인회를 기다렸던 팬들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팬들이 줄을 서서 사인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데도 사인회에 열심히 임하지 않은 것은 다소 아쉬운 면이 있다. 이 역시 프로 선수로서의 의식과도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지난해 프리미어12에 출전했던 대표팀 지난해 처음으로 열린 프리미어12에서 초대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그러나 내년 WBC에 대한 걱정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 지난해 프리미어12에 출전했던 대표팀 지난해 처음으로 열린 프리미어12에서 초대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그러나 내년 WBC에 대한 걱정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 WBSC


'엔트리 구성부터 초비상' WBC, 시즌 개막 전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

이제 야구계의 시선은 2017년, 그 가운데서도 WBC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개최된 프리미어 12에서 우승을 달성했지만 미국을 비롯해 일부 국가들의 전력이 베스트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이번 WBC에선 우리나라와 같은 조에 속한 네덜란드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주전급 선수들을 모두 엔트리에 포함시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대표팀은 구성부터 차질을 빚으며 완전한 전력을 구성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수술로 인해 일찌감치 내년 시즌을 마감한 김광현(SK)은 나올 수 없고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강정호(피츠버그) 역시 엔트리 승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름을 올렸던 이용찬(두산)도 팔꿈치 수술을 받아 심창민(삼성)에게 바통을 넘겨줬고, '주전 2루수' 정근우(한화)의 경우 지난 달 22일 일본 고베대 병원에서 왼쪽 무릎 수술을 받아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우리나라와 같은 조에 속한 이스라엘, 네덜란드, 대만 모두 만만치 않은 팀들이다. 4년 전 충격의 패배를 안겨준 네덜란드는 이번에도 메이저리거들이 거의 합류했고, '복병'으로 떠오른 이스라엘도 유대인 출신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보여 쉽지 않은 상대가 될 듯하다. 우리가 많이 상대했던 대만도 절대 방심할 수 없다.

국제대회가 없었던 올해, 모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팀에만 집중하면 되는 환경 속에서 시즌을 치렀다. 그러나 내년엔 시즌이 개막하기 전에 WBC라는 굵직한 국제대회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속한 A조의 경기는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펼쳐지는데, WBC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국내에서 개최되는 만큼 더욱 부담감이 크다.

올해 이런저런 일로 야구팬들을 실망시켰던 야구계가 훌륭한 플레이로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시즌 개막 전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예선 첫 경기는 내년 3월 6일 이스라엘전이다. 세 달도 채 남지 않은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다.

'다사다난'했고 결코 웃을 수 없었던 2016년도 어느덧 2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갈림길에 서 있는 KBO리그가 2017년에는 올바른 길로 향하기를 기대해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위 글은 네이버 블로그 유준상의 뚝심마니Baseball(blog.naver.com/dbwnstkd16)에도 게재되었습니다.
KBO리그 프로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