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FC가 격투팬들을 위해 근사한 연말 선물을 준비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격투단체 로드FC(대표 정문홍)는 오는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35번째 넘버링 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대회에는 라이트급, 무제한급, 미들급 등 무려 3체급의 타이틀전이 펼쳐지고 이 밖에도 김수철, 김승연, 이은수 등 로드FC를 대표하는 파이터들이 총출동한다. 그야말로 '역대급 대진'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 화려한 대진표 속에서도 격투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선수들은 따로 있다. 바로 지난 5월 무재한급 경기에서 18초 KO패의 오명을 씻고 2차 방어전에 나서는 라이트급 챔피언 권아솔과 소아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51세의 나이에 케이지에 오르는 액션배우 출신의 파이터 김보성이다.

'권두부' 오명 씻고 로드FC 간판 파이터 명예 찾는다

 18초 KO패의 악몽을 겪은 권아솔은 사사키 신지를 제물로 명예회복을 노린다.

18초 KO패의 악몽을 겪은 권아솔은 사사키 신지를 제물로 명예회복을 노린다. ⓒ 로드FC


권아솔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격투기 선수들 중에서 호불호가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선수다. 화끈한 경기스타일로 많은 명승부를 연출하기도 했지만 상대를 가리지 않고 도발을 일삼으며 스스로 많은 안티를 불러 모으기도 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권아솔이 로드FC에서 포기할 수 없는 높은 상품성을 가진 간판스타라는 점이다.

그런 권아솔에게 지난 5월14일은 잊지 못할 굴욕의 날이 되고 말았다. 무제한급에 도전한 권아솔은 로드FC 031대회에서 부상으로 이탈한 이둘희의 대타로 출전한 일본의 쿠와바라 키요시와 맞붙어 18초 만에 펀치에 이은 파운딩으로 KO패를 당했다. 권아솔은 심판에게 후두부 가격을 어필했지만 돌아오는 건 관중들의 야유 뿐이었다. 권아솔은 이 후에도 최홍만 등을 향한 도발을 멈추지 않았고 이는 로드FC내에서 권아솔의 캐릭터로 굳어지고 있다.

10일에 열리는 2차 방어전은 1년 9개월 만에 열리는 권아솔의 라이트급 경기다. 상대는 일본의 사사키 신지. 종합격투기 17승8패의 전적을 가진 사사키는 작년 2월 로드FC에 데뷔해 4연승을 거두며 타이틀 도전권을 따냈다. 로드FC 데뷔전에서만 판정으로 승리했을 뿐 최근 3경기에서 모두 KO 혹은 서브미션으로 승리를 거둘 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타이틀전을 앞둔 권아솔은 자신의 캐릭터를 조금도 바꾸지 않았다. 권아솔은 4연승을 거두고 있는 도전자 사사키 신지를 '약체'로 표현하며 라이트급 타이틀 방어전을 최홍만과의 무제한급 대결을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겸손한 자세로 타이틀전을 준비하는 도전자에 비해 지나치게 거만해 느껴질 정도.

팬만큼 안티도 많은 권아솔에게 사실 이번 2차 방어전은 다소 부담스런 경기다. 자칫 타이틀전에서 패해 챔피언 벨트를 잃게 되면 권아솔에게 향할 격투팬들의 비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권아솔은 언제나처럼 자신만만하다. 과연 권아솔이 끝없는 자신감을 '실력'으로 증명하며 챔피언 벨트를 지켜낼 수 있을까.

51세 중견 배우 김보성이 케이지에 오르는 까닭은?

 배우 김보성(가운데)은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수익료 전액을 기부하는 조건으로 격투기 데뷔를 결정했다.

배우 김보성(가운데)은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수익료 전액을 기부하는 조건으로 격투기 데뷔를 결정했다. ⓒ 로드FC


개그맨 이승윤과 윤형빈, 태권도 선수 출신의 배우 이동준 등 연예인들이 크고 작은 격투기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 아니다. 무술감독 정두홍은 지난 2004년 프로복서로 데뷔해 판정승을 거둔 적이 있고 아마추어 복서로 데뷔해 국가대표까지 발탁된 여배우 이시영의 스토리는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매우 유명하다.

투캅스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 김보성도 로드FC 035 대회를 통해 종합 격투기에 도전한다. 사실 여러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싸움에 관한 많은 무용담을 들려 줬고 액션배우의 이미지가 강한 김보성이 격투기에 도전한다는 사실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김보성은 결코 자기만족이나 허세를 위해 격투기 선수로 데뷔하는 것이 아니다.

평소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해 남몰래 꾸준한 기부 활동을 했던 김보성은 경기수익 전액을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한다는 조건으로 로드FC 출전을 결정했다. 로드FC의 정문홍 대표도 타이틀전이 3경기나 준비된 로드FC 035 대회에서 김보성의 경기를 제일 마지막에 배치하면서 주목도를 높혔다.

웰터급(-77kg)으로 펼쳐지는 이번 경기 김보성의 상대는 일본의 콘도 테츠오로 결정됐다. 48세의 노장파이터에 MMA전적도 3승14패에 불과하지만 17전이라는 경력이 말해주듯 격투 초보 김보성으로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대다. 콘도는 연예인인 김보성을 1라운드에 가볍게 끝내 주겠다며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김보성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지만 격투기 선수로서 경험이 전무한 김보성이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일이다. 김보성이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승리할 수도 있지만 경험과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실망스런 경기를 펼칠 수도 있다. 하지만 김보성은 이미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해 케이지에 오르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그가 줄곧 외치던 '의리 있는 삶'에 어울리는 사나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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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FC 035 권아솔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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