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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 위치한 박정희 흉상이 훼손됐다. 박정희의 얼굴과 계급장 그리고 군복엔 빨간색 락카가 칠해졌고, 흉상을 떠받치고 있는 좌대에는 '철거하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지난 4일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 위치한 박정희 흉상이 훼손됐다. 박정희의 얼굴과 계급장 그리고 군복엔 빨간색 락카가 칠해졌고, 흉상을 떠받치고 있는 좌대에는 '철거하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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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밤 11시 40분께, 서울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 박정희 흉상에 빨간색 스프레이를 칠한 최황씨의 집에 경찰 형사 6명이 급작스럽게 방문했다. 경찰은 최씨의 집에 방문한 뒤 집 앞에서 약 20분 동안 최씨를 만나고 자정께 떠났다. 최황씨는 '문래근린공원 박정희 흉상 훼손' 건으로 9일 오전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하기로 약속돼 있었지만, 형사들은 이에 앞서 최황씨의 집을 찾았다. 이를 두고 '부적절한 공권력 행사'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왜일까.

밤 12시께 찾아와 "정말 할 거야?"라고 물은 경찰

최황씨에 따르면 경찰의 첫 질문은 "진짜로 그걸 할 생각이냐"였다. 여기서 '그것'은 지난 7일 <스포츠경향>에 실린 기사의 제목과 관련이 있다. 이 매체가 뽑은 제목은 <박정희 흉상 훼손 최황씨 "일종의 미러링... 다음 타깃은 박 대통령 가옥">.

<스포츠경향>의 최황씨 인터뷰 기사.
 <스포츠경향>의 최황씨 인터뷰 기사.
ⓒ 스포츠경향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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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황씨는 인터뷰에서 "다음엔 뜻이 맞는 동지들과 함께하고 싶다. 계획을 실천할 수 있다면 어딘가에 예고할 생각이다. 신당동에 있는 박정희 대통령 가옥도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밤 11시 40분에 영등포에서 잠실까지 달려가 수사 중인 대상의 집에 방문해 '진짜 박정희 대통령 가옥에 뭔가를 할 생각이냐"고 물은 것.  

이 질문에 최황씨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내가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신당동 박정희 전 대통령 사저를 언급한 이유는 '한 문장을 통해 가할 수 있는 압박'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면서 "박정희 흉상을 훼손한 장본인이 신당동 사저가 다음 목표라고 예고하면 그곳이 잠정 폐쇄된다거나 경비가 가동돼 접근하기 어려워지지 않겠나, 그렇다면 대중은 다시 한 번 박정희의 물리적 상징과 멀어지게 된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경찰은 "알겠다, 밤 늦게 찾아와 미안하다"라고 답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경찰의 예고없는 방문에 최황씨는 "신당동 박정희 전 대통령 사저가 걱정된다면 전화로 내가 정말 할 건지 물어보면 될 것"이라면서 "굳이 형사 6명이 심야에 집까지 달려왔다, 이런 촌극이 어디있느냐"라는 반응이다.

영등포경찰서에서 최씨가 사는 집까지는 차로 45분가량 소요된다. 형사 6명이 45분을 달려와 아직 벌어지지 않은 '박정희 전 대통령 사저 훼손 걱정'을 한 것이다.

"이례적이고, 부적절한, 과잉 공권력 행사"

이 일을 두고 '이례적이고 부적절한 공권력 행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송아람 변호사는 "혐의가 있다면 보통 경찰이 (수사 대상자에) 찾아오라고 하는데, '신당동 박정희 사저' 건에 대해서 최황씨는 피의자도, 참고인도 아니다"라면서 "수사는 대상이 피의자임을 전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경찰이 최황씨를 부를 수 없어 찾아간 것으로 보인다"라고 짚었다.

이어 "이건 일종의 '탐문수사'라고 볼 수 있지만, 경찰이 사전에 최황씨에게 가겠다는 연락도 없이 자정에 가까운 시각에 찾아갔다"라면서 "이건 이례적이고, 부적절한, 과잉 공권력 행사"라고 평가했다.

경찰은 7일 밤 최황씨를 찾아가 만나는 과정에서 행정적·법률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근거 자체가 생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황씨가 언론을 통해 밝힌 '박정희 사저 훼손'은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이었다. '박정희 사저 훼손'이 만약 발생한다면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데, '재물손괴'는 예비음모가 성립될 수 없다.

최황씨는 당시 상황을 두고 "자정께 가로등 밑에서 패딩 입은 생면부지의 남성 여섯 명에게 둘러싸여 대화를 한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커다란 압박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이 사안과 관련해 <오마이뉴스>는 영등포경찰서에 수 차례 입장을 들어보려고 연락을 시도했으나 현장 출동 등의 이유로 통화할 수 없었다.

한편, 최황씨는 9일 오전에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해 지난 4일 벌어진 '문래근린공원 박정희 흉상 훼손' 건에 대해 수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최황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래근린공원 박정희 흉상이 철거된다면 5.16 쿠데타 반성비를 세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성비의 밑그림은 아래와 같다.

최황씨가 페이스북에 공개한 '5.16 쿠데타 반성비' 밑그림. 최황씨는 문래근린공원 박정희 흉상 대신 이 비석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황씨가 페이스북에 공개한 '5.16 쿠데타 반성비' 밑그림. 최황씨는 문래근린공원 박정희 흉상 대신 이 비석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 최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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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정희흉상, #박정희, #최황, #문래근린공원,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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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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