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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은, 인천 낙원여인숙 입구
 서효은, 인천 낙원여인숙 입구
ⓒ 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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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의 낙원'으로 들어서는 입구. 과연 안락의 낙원으로 들어서는 길이 맞나,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묘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인천 남구 숭의동에 위치한 옛 '낙원여인숙' 자리로 현재는 대안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서는 지난 11월 26일(토)부터 12월 10일(토)일까지 서효은 작가의 개인전, '빙, 빙, 빙 _ chapter 3. 안락의 낙원' 전시가 열리고 있다.   '빙, 빙, 빙 _ chapter 3. 안락의 낙원'은 일상 속 '있음' 즉,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을 담은 빙, 빙, 빙 (Be_ing) 시리즈의 일환으로 현대의 삶에서 '안락'의 존재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출발한 전시이다. 설치작업을 주로 하고 있는 작가는 안락이라는 주제로 낙원여인숙이 갖고 있는 공간적 이미지에 설문을 통해 얻은 안락에 대한 사유와 본인의 사유를 함께 버무린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매일을 살기 바쁜 현실에서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들을 하며 사는데 삶은 왜 그리 팍팍한지 나를 돌아볼 여유는 없다. 그냥 그렇게 흘러간다. 경쟁사회 속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노래하나 녹록치 않다. 이러한 현대인들의 욕구를 달래려는 듯 방송에서는 갖가지의 먹방과 집방 등이 넘쳐나지만 이 또한 충족되지 않는다. 진정한 나의 안락은 어디에 있는가……". - 작가노트 中

안락은 어디 있는가에 대한 작가의 궁금증에서 출발한 본 전시는 상당히 재미있는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안락이 무엇인지 잊고 살아가는 바쁜 현대인들, 그래도 그 안에 여러 형태의 안락들이 녹아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설문조사를 통해 안락에 대한 경험과 인식하지 못했던 자신만의 안락에 대한 사유, 취향을 함께 모색해 볼 것을 제안했다. 설문조사는 통계 중심이라기보다는 공유의 장으로 128명의 이야기들이 모였고 각기 다른 안락에 대한 사유들은 '안락의 낙원'을 이루는 바탕이 되었다. - 전시 소개 글 인용

작가는 설문을 통해 얻은 내용을 분석한 결과 안락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아주 가까운 삶 속에 있었고, 이것은 몸소 경험된 것 외에 이상화된 안락과 혼재된 상태로 우리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결국 안락은 이상향이라기보다 삶 속, 현실과 밀접한 수행과정과 같은 일상의 반복 안에서 맛볼 수 있는 찰나의 달콤함이라 보고, 안락의 낙원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고통과 노력이 수반된 곳이며, 희망과 절망 사이에 놓인 예상치 못한 환상일 수도 있다는 것을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고 전했다.

작가는 총 8개의 작품을 선보였으며, 각각의 작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서효은_안락의 낙원_커튼에 자수_설치_2016
 서효은_안락의 낙원_커튼에 자수_설치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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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전시장으로 들어서는 입구의 커튼이 눈에 띈다. 커튼은 무대가 열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기 위해 설치했다고 한다. 즉, 관람객이 세상과 단절된 새로운 공간에서 자신만의 안락함을 느끼고, 작품을 통해서 각자가 느끼는 안락함과 연결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 것이라고 한다.

서효은_안락의 낙원2_비닐봉지, 적색형광램프_설치_2016
 서효은_안락의 낙원2_비닐봉지, 적색형광램프_설치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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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을 열자 환상적인 모습의 작품이 복도로 들어서는 이를 안락의 낙원으로 강하게 끌어들인다. '엄마의 자궁'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작품은 입구가 열린 봉지 즉 무언가를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을 지닌 비닐봉지를 자궁의 형상과 연결시켰다.

비닐이라는 소재의 선택은 일상에서 자주 접하던 것들이 가지는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매개체로 본 것이며, 낯설면서 환상적인 효과를 주고자 붉은 색 조명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를 복도에 설치를 한 이유는 복도라는 것은 무언가를 연결하는 통로이기에 안락의 낙원으로 들어가는 곳임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서효은_설문조사_아카이브_2016
 서효은_설문조사_아카이브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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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간엔 설문조사를 얻은 결과를 전시해두었다. 관람객이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서효은_꽃상여_누빔천, 목봉, 분필, 백열등_설치_2016
 서효은_꽃상여_누빔천, 목봉, 분필, 백열등_설치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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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삶과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이 느끼는 안락함에 대한 표현이다. 작품의 형태는 피라미드에서 따왔으며, 피라미드의 남문과 북문의 모티브를 재현하고 있다. 즉, 사람이 죽어서 죽음의 길(남문)로 들어가서 낙원 또는 영생(북문)의 길로 나가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바닥의 글씨는 상여곡으로 차가운 바닥에 분필로 써내려갔다.

서효은_싱싱카_싱싱카, 나뭇잎_설치_2016
 서효은_싱싱카_싱싱카, 나뭇잎_설치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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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개념은 '빙빙빙'의 일환으로, 빙빙빙 돌며 살아가는 삶의 흔적이 쌓이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도를 담은 작품이다. 계속 돌고 도는 우리 삶의 사이클을 원형의 나뭇잎 길로 표현하였다.

서효은_줄넘기를 하면 무지개가 보여_단채널 영상_00:03:58_2016
 서효은_줄넘기를 하면 무지개가 보여_단채널 영상_00:03:58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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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넘기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투영한 상징물로 보고 있다. 작가는 무언가를 계속 넘는 것의 반복, 즉 걸리기도 하고, 횟수를 채우지 못하기도, 그러다 다시금 자세를 정비해서 임하다보면 어느새 잘 넘기도 하는 등 줄을 넘는 일련의 과정은 삶의 고비를 넘는 것과 같다는 것을 표현했다고 한다.

서효은_숨의 길이_단채널 영상_00:01:48_2016
 서효은_숨의 길이_단채널 영상_00:01:48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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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식하지 못하지만 숨을 쉬고 삶을 사는 것 자체가 안락이라는 것을 표현한 작품이다. 숨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코끼리 피리를 부는 자신의 호흡기를 독특한 기법으로 집중 촬영하여 선보였다.

서효은_오늘도 정상출근 중_나뭇가지, 버스손잡이 등_2016
 서효은_오늘도 정상출근 중_나뭇가지, 버스손잡이 등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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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일상의 반복을 도와주는 버스 손잡이가 '목숨 줄' 같은 의미로 다가왔다고 한다. 목을 조르는 줄 같기도 하고, 목숨 줄을 잡아주는 안전장치 같기도 한 버스손잡이를 통해 일상에 녹아있는 안락에 대해 표현을 한 작품이라고 한다.

서효은_안락의 낙원2_비닐봉지, 적색형광램프_설치_2016
 서효은_안락의 낙원2_비닐봉지, 적색형광램프_설치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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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품에는 전반적으로 삶과 죽음이 녹아 있다. 즉, 양극화된 의미를 조화롭게 섞어서 표현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전시장소가 외져 흥행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기에 작가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안락의 낙원'이라는 주제와 아주 잘 어우러지는 공간인 것 같아 작가가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들이 더욱 도드라지게 드러난 전시가 아니었나 싶다.

작가는 "끝나지 않은 작업이다. 앞으로 좀 더 깊이 연구해서 작업의 범위를 확장하고 싶다. 예를 들면 '안락의 낙원 메뉴얼북' 등을 만드는 것들이 될 수도 있겠다"라고 하며 다음 작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본 전시는 인천광역시, (재)인천문화재단, 한국문회예술위원회의 지역협력사업으로 선정되어 개최되었다.


태그:#서효은, #설치미술, #빙빙빙, #안락의낙원, #변희정의전시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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