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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링웜은 곰팡이성 피부병으로, 치료 관리에 긴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전염된다는 것이다. 인수공통질환이라 사람에게도 전염된다.
파양된 아기고양이 봄, 나리는 다시 임시보호처인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입양부터 파양까지 한 달 동안 우리 집을 떠나 있던 두 고양이가 우리 집에 다시 잘 적응할지, 그리고 원래 집에 있던 두 고양이 제이와 아리가 다시 한 번 합사를 하는 데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지, 이 두 가지가 가장 걱정이었다.

그런데 정말 의외였다. 한 마리가 병원만 갔다 와도 어디서 낯선 냄새가 난다며 으르렁거리고, 한참 냄새를 맡고서야 나랑 같이 사는 녀석이 맞구나 하고 깨닫는 이 단순한 고양이들이 뜻밖에도 잠시 여행 다녀온 것처럼 서로 너무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이었다.

제이와 아리도 봄, 나리를 별로 경계하지 않았고, 봄이와 나리도 반나절 정도 꼬리를 말고 숨어 있던 것 말고는 이전처럼 여기저기 잘 돌아다녔다. 적응과 합사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전에 처음 왔을 때보다 한 3배쯤은 속도가 빠른 것 같았다. 기대를 하나도 하지 않은 덕분인지 서로의 기억력(?)과 적응력이 고맙고 놀랍기만 했다.

입양 보냈더니 상처만 달고 돌아와

문제는 입양 갔던 집에서 한 달 내내 냉장고 밑에만 숨어 있었다는 나리가 콧등에 웬 상처가 나서 돌아왔다는 점이었다. 입양자 말로는 이동장에 넣다가 어디 긁혔다는데, 어떻게 다쳤기에 콧등이 다 까져서 딱지가 졌는지 안쓰러웠다. 잘 보니 뒷발에도 동그랗게 털이 다 빠진 자리가 있었다. 심한 것 같지는 않았는지 병원에서는 소독약을 처방해줬다. 나는 매일 나리의 콧등과 발뒤꿈치를 소독약으로 톡톡 두드려주었다.

나리의 3차 접종일, 나리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갔다. 소독약을 처방받은 병원과 다른 곳이었는데, 수의사 선생님이 보자마자 이건 상처가 아니라 곰팡이성 피부병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설마, 이게 그건 아니죠?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링웜이나 뭐, 그런 건가요?" 
"네, 링웜이네요."

털이 동그랗게 빠지며 빨갛게 붓는 링웜의 증상
 털이 동그랗게 빠지며 빨갛게 붓는 링웜의 증상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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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웜은 곰팡이성 피부병으로, 치료 관리에 긴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전염된다는 것이다. 인수공통질환이라 사람에게도 전염된다. 사람 병으로는 일명 '무좀'이라고 할 수 있다.

말로만 들었던 전염성 피부병이 우리 집에 발생하다니, 너무 당황스러웠다. 집에 있는 고양이들과 일단 격리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우리 집은 거실에 안방 하나 있는 구조라 달리 격리할 만한 공간이 없었다. 링웜인 줄 몰랐던 지난 일주일 동안 아무도 전염되지 않았다는 게 일단 다행스러웠다.

바르는 연고를 받아와 나리의 콧등에 얇게 펴 발랐다. 나리는 얼굴에 무슨 짓을 당하는 게 싫어 찡그리면서도 얌전히 버텼다. 고양이를 키우는 이웃들에게 수소문해보니 면역력 좋은 집고양이들은 쉽게 전염되지 않는다고 하여, 일단 격리 없이 자주 소독하고 약 바르며 관리해주기로 했다. 콧등과 발뒤꿈치에 털이 다 빠지고 각질이 일어나고 있는 자리, 회복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입양 길은 일단 유보된 셈이었다.

콧등에 피부병이 생겨서 돌아온 나리
 콧등에 피부병이 생겨서 돌아온 나리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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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공통질환이라니 괜히 불안 

그런데 그 날 저녁, 자꾸 얼굴이 간지러웠다. 학창시절에도 여드름 한 번 난 적이 없었는데, 얼굴에 빨간 뾰루지가 한두 개 올라오는가 싶더니 네다섯 개까지 늘었다. 바로 인터넷에서 사람 링웜 증상을 검색해봤다. 생긴 모양은 좀 달랐지만 뾰루지 모양이 초기 증상인 건가? 내 면역력이 결국 전염을 이기지 못한 건가? 이미 병원은 문을 닫은 시간이었고 불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피부과를 찾아갔다. 얼굴에 무좀이라니! 불안하기도 했고, 우리 집 사람 두 명과 고양이 네 마리에게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것이 아닌지 염려되기도 했다. 아침부터 피부과를 찾은 사람은 나 말고도 제법 있었다. 어떤 아저씨가 레이저 시술을 받으러 들어간 다음에 내 이름이 불려졌다.

저희 고양이가 링웜인데요, 하면서 혹시 옮은 거 아닌지 몰라서 찾아왔다고 얼굴의 뾰루지를 가리키며 구구절절 설명하자 의사 선생님이 한마디 했다.

"그런데 증상이 없잖아요."

아, 네… 저는 혹시 여기 뾰루지 난 게 증상일까봐….

의사 선생님은 그건 그냥 뾰루지라며 나의 과한 걱정을 단번에 종식시켜주셨다. 동시에 나를 좀 어이없어하는 것 같았던 건 내 기분 탓이었을까? 어쨌든 전염된 게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으니 됐다. 유난 떤 것 같아 나리한테 조금 미안하면서도,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두 아기고양이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두 아기고양이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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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도 다행히 나리의 링웜은 아무에게도 옮지 않고, 2주 정도 연고를 바르며 관리하자 조금씩 다시 털이 자라기 시작했다. 다만 면역력 좋아지라고 영양 많은 캔도 틈틈이 간식으로 줬더니, 아주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너무 커지면 입양 가기 힘든데… 피부병보다 그게 더 걱정이었다.


태그:#고양이, #고양이피부병, #고양이입양, #고양이임보, #링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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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개 고양이 집사입니다 :) sogon_about@naver.com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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